<div>1.</div> <div> </div> <div>그 해엔 한 가지 더 미스테리한 기억이 남아있다. 함께 겪었지만, 나만 기억하는 그것.</div> <div> </div> <div>같은 학교 같은 반이지만 그리 친하지는 않은 친구가 한 명 있었다. 난 그 친구와 친하지는 않았지만</div> <div> </div> <div>그 친구의 형님과 정말 친하게 지냈었다. 그 당시 그 형님이 나를 업어키웠었다는 표현을 해도 무방할 정도로 친하게 지냈다.</div> <div> </div> <div>그리고 내가 태어나기 전 부모님들이 먼저 서로 알게 되셔서 후에 세상에 태어나 둘도 없는 단짝이 된 성훈이와</div> <div> </div> <div>성훈이의 동생 미진이가 있다.</div> <div> </div> <div>이렇게 나와 셋은 우리가 사는 변두리 동네에서 자전거 여행을 자주 떠났다.</div> <div> </div> <div>동네 지형이 많이 울퉁불퉁해서 그 지형을 자전거로 지나가는 재미도 있었고, 더 달리다보면 평지가 나와 아주 매끄럽게 달릴 수 있었던</div> <div> </div> <div>그런 재미 등으로 자전거 여행을 즐겼었던 것 같다.</div> <div> </div> <div>우리는 항상 안그래도 이 변두리 동네에서 더더욱 멀리 있는 변두리 동네로 떠났었다.</div> <div> </div> <div>우리는 그 날 폐차장과 철근들이 늘어선 어느 낡고 볼품 없는 동네에 도착해서 잠시 쉬고 있었다.</div> <div> </div> <div>2.</div> <div> </div> <div>이렇게 낯선 동네에 찾아오게 되면 항상 아랫도리에 따뜻한 느낌이 전해지곤 했다.</div> <div> </div> <div>이 동네는 공기는 좋지 못하게 느껴졌지만 풍겨오는 거름냄새가 마치 최음제마냥 기분을 좋게 해주었다.</div> <div> </div> <div>주변을 살펴보니 안개 같은 것이 피어올라 있었다. 거름냄새에는 꽤나 많은 습함이 있었다.</div> <div> </div> <div>안개 속에 성훈이와 형님도 있었다. 빨간 철근이 높이 쌓인 계단을 둘이 오르고 있었다. 아무 생각 없이 뒤따라오르기 시작했다.</div> <div> </div> <div>철근더미 계단의 정상에 올랐더니, 끝없이 깊은 절벽이 눈 아래 펼쳐졌다.</div> <div> </div> <div>절벽 아래엔 미싱으로 대충 박다만듯한 솜이불더미들이 높이 쌓여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기괴한 광경이였다.</div> <div> </div> <div>그땐 왜 그런 생각이 들지 못했을까? 형님이 절벽 아래로 소리를 지르며 뛰어내렸다.</div> <div> </div> <div>희한하게 전혀 무섭지 않았다. 그 형이 죽을 거라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 형은 죽지 않았다. 솜이불더미에 안착했기 때문이다.</div> <div> </div> <div>"너희도 빨리 뛰어내려봐! 정말 재미있어!"</div> <div> </div> <div>재미있어 보였다. 정말 재미있어 보였지만 나만큼은 하기가 싫었다. 성훈이마저 뛰어내릴 기세였다.</div> <div> </div> <div>말릴 생각도 없었지만, 역시 말릴 틈도 없이 성훈이도 뛰어내렸다.</div> <div> </div> <div>정상에 나만 홀로 남아있었다. 둘은 나에게 뛰어내리라며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div> <div> </div> <div>둘은 정말 재미있어 보였다. 하지만 난 뛰어내릴 수 없다는 것을 느꼈다. 소외감이 느껴졌다.</div> <div> </div> <div>철근더미 정상에서 다시 내려오기로 하고, 다시 내려왔을 때는</div> <div> </div> <div>그 둘은 아까 그곳에 올라간 적도, 절벽에서 뛰어내린 적도 없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div> <div> </div> <div>바로 방금 겪었던 그 일을 그 둘에게 분명히 설명해줘도 둘은 전혀 모르는 일이라며 고개를 저었다.</div> <div> </div> <div>다시 한번 소외감을 느껴야 했다.</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