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국보수라고 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다.
고함치고 악다구니 쓰고 울고 화내는, 그런 일련의 과정들을 태극기를 들고 하고 있으면
모르는 사람이 봤을 때 좀 민주투사라던지 그런 느낌이 들어야 된다... 고 보는데...
모르겠다. 사람 잘생기고 못생기고를 떠나서 평생을 그렇게 살아와서 그런지
그런 생각들이 얼굴에 녹아있다는게 보인다.
자신의 생각과 남의 생각이 꼭 같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넌 빨갱이고 반미주의자 친북주의자야.
태극기 들어 안들어? 왜? 너도 좀 맞자.
모르겠다. 관제데모라는게 있고 또 ㅇㅂㅇ연합이 그런 관제데모의 주요 선동역할을 했다고는 하지만
여기 나와 그렇게 누구를 죽이고 차벽을 밀고 하는 사람들은 진심으로 그러는 것 같아서 좀 무섭다.
그사람들은 왜? 라는 물음이 없다.
내가 너보다 오래 살았으니 무조건 내 말을 들으라며 멱살을 잡는 행동을 보며,
진짜 저 인간들 오래살고말고를 떠나서 어디가서 맞아죽지나 않으면 다행이겠구나 싶은 생각도 해봤다.
세상은 2020년을 향해 가고 있다.
오늘 아침엔 수년내에 양자컴퓨터가 슈퍼컴퓨터를 대체할것이라는 뉴스기사를 보며 문득 그사람들 생각이 들었다.
나는 그들이 ㄹ혜를 지지하는 이유를 알 것 같다.
ㄹ혜는 70년대 자기 아빠가 살던 시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고, 그사람들도 그시절 살았던 그 테두리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결국 바뀌어가는 세상에 동화되지 못한 사람들이 '꼰대' 로 남아 그들만의 리그를 펼치며 바뀌는 세상을 애써 부정하는 것이다.
청춘을 돌려다오 라는 노래가사처럼, 돌아오지 못하는 자신들의 시절을 영원히 그리워하는 것이다.
해서 나는 그들을 동정한다.
여긴 우리집, 그리고 여긴 우리 화장실, 여긴 우리집 정원.
이렇게 생각하는 ㄹ혜를 동정한다.
자기가 한 일이 무엇인지도 모른 채 공주놀이를 하며 살았던 그사람을 동정한다.
주변에서 뭐 하나 빼먹을 것 없을까 하고 기웃거리던 사람들 틈바구니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추억에 갇혀살았던 그사람을 진심으로 동정한다.
또한, 청춘을 바쳐 뭘 하긴 했는데 아무것도 이룬 것 없는 그 아빠엄마들을 동정한다.
세상이 바뀌는 것 따위는 아무것도 모른 채 그저 내말이 법이 아니면, 남을 존중해주는 방법을
배우기 시작하면 자신의 아무것도 없었던 과거와 아무것도 얻지 못할 미래의 민낯이 드러날까봐,
누군가 피흘려 이룩한 민주주의에 편승해 서슬퍼런 시절 침묵을 지켜 산 것이,
마치 자신이 옳아서 그랬다는 것 마냥 침튀기며 악다구니 쓰는 그들을 매우 동정한다.
참으로, 동정할 것도 이해해야 할 것도 많은 세상이다.
뭐 근데 어쩌겠나.
동정은 동정이고 너네 이제 싹다 뒤짐ㅋ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