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 </div> <div> </div> <div> </div> <div>꽃무늬 벽지에 그려진 녹색 선들은 아마 꽃의 줄기일 것이다.</div> <div>그 선을 따라 예쁜 꽃 세 개를 지나 마침내 바라본 곳에는 새하얀</div> <div>천장만이 시선에 가득 담긴다. 그것은 마치 꽃처럼 달콤한 시절을</div> <div>보내왔던 나의 모습과도 같다. 그래서 더욱 공허해진다.</div> <div> </div> <div>특히 오늘처럼 술을 한 잔 마신 밤에는 더욱 그렇다.</div> <div>그래서 나는 스스로 목을 멜 만큼 비참하게 날 떠나보낸 그녀에 대해 생각한다.</div> <div>또 떠올려 마침내 스스로 중얼거리게 되길 '보고싶다'</div> <div> </div> <div>술을 많이 마시고 토했다.</div> <div>쉼 없이 나오는 토악질에 나는 거의 질식할 뻔했지만 정신을 차렸다.</div> <div>이대로 혼자 죽을 수는 없어. 그러다 문득 눈물이 차올랐다.</div> <div>등을 두드려 줄 사람이 없구나!</div> <div>깨닫기 시작한 후에 나는 더욱 힘차게 토를 했다. 고작 이정도 술기운에</div> <div>토했다고 죽을 수는 없었다. 나는 비참하게 죽기를 원하지 않았다.</div> <div>그리고 비참하게 또 외롭게 죽기를 원하지 않았다.</div> <div> </div> <div>가소롭게도 다 토하고 나니 이제는 배가 고팠다.</div> <div>나는 참 어리석게도 '모든것을 게워냈으니 아침은 맛있게 먹을 수 있겠구나' 하며</div> <div>안도했다.</div> <div> </div> <div>정신의 끄트머리만 겨우 잡아당긴 채 문득 다시 떠오른 생각</div> <div>'등을 두드려 줄 사람이 정말로 없구나'</div> <div> </div> <div>일 년이 다 되어가지만 내 살갗에 부드럽게 닿던 어쩌면 가식적이었을지도 모를</div> <div>그 손길이 나는 너무도 그립다. 나는 사람을 그리워하는 것인가 떠나간 흘러간</div> <div>그녀를 그리워하는 것인가 그렇지 않으면 단지 누군가에게 기대 응석부리고 싶은 것인가</div> <div> </div> <div>수많은 생각의 방황 결론을 내지도 못한 채 나는 오른손 팔뚝을 들어 눈을 가리고 이부자리에</div> <div>누웠다 일어나길 반복했다. 그제서야 눈에 들어온 것들, 책에 담긴 지식들은 요원한 지평선</div> <div>너머의 실체없는 것으로 보이고 전날 먹다 얼음이 녹은 날파리가 빠져죽은 일회용 커피잔.</div> <div>지폐 몇 장이 간신히 들어있는 지갑과 목이 달랑거리는 이어폰, 끈이 떨어지려 하는 작업화.</div> <div> </div> <div>내 소설속에 나오는 김형 이형 박형 내 말을 들어주시오.</div> <div>혹은 제프리, 모건? 당신들은 혹시 답을 알고 있지만 내가 더 이상 당신들의 이야기를 써 내려가지</div> <div>않아 토라진 것은 아니오?</div> <div> </div> <div>오늘따라 괜찮냐고 물어보는 그 가식적인 어쩌면 진심이었을지도 모르는 그 예쁜목소리가 참으로 그립다.</div> <div>또 신물이 올라오는 위장이 토하라고 재촉한다.</div> <div>내가 더 이상 울지 못하는 이유는 조금의 수분이라도 몸 속에 온전히 남아 이 빼빼마른 감성과 함께</div> <div>비루한 몸뚱이를 지탱하기 위한 저항이리라.</div> <div> </div> <div>나는 아주 조금 더 어른에 한발짝 다가서려 했지만 소년이 발목을 잡았다.</div> <div>그렇게 나는 오늘도, 어른이였던 적도 없지만 소년이였던 적도 없는 이도저도 아닌 사람이 되었다.</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