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 </div> <div> </div> <div> </div> <div>어렸을 때 나는 명절이 되면, 먼저 친가집에 가고, 그 다음에 외가집에 갔다.</div> <div>당연히 친가집에서 술이 만취된 아버지는 외가집에 잘 가는 일이 없었고, 엄마와 나, 동생만 가거나</div> <div>아니면 아예 가지 않고 다음날 외가친척들이 다 간 뒤에야 가는 일이 잦았다.</div> <div> </div> <div>그것이 나는, 외가집에 별로 가고싶어 하지 않는 아버지의 이기심이라고 생각했고</div> <div>한때는 그런점이 아버지를 별로 좋아하지 않게 만들기도 했다.</div> <div>누구도 말해주지 않았지만, 세월이 지나 알게 된 사실은 이러했다.</div> <div>결혼하겠다고 사우디에서 큰 돈을 벌었던 아버지는 매달 그 돈을 가족에게 송금했는데</div> <div>가족중 누군가 그 돈을 다 써버렸고 귀국한 아버지는 돈이 한푼도 없는것을 알게 되었다.</div> <div> </div> <div>그래도 가족이라고, 아버지는 그 돈을 뒤로한 채 셋방에서 어머니와 시작했는데</div> <div>딸자식 출가시켰더니 고생만 시킨다고 외가집에서 대단히 안좋아했던 모양이였다.</div> <div> </div> <div>단지 누군가에게는 즐겁기만 한 명절에도 아버지는 눈치를 봤던 것이겠지.</div> <div> </div> <div>그거야 뭐, 어른들의 사정이였고 나는 역시 그 시절을 관통했지만 단지 지나치기만 한 어린아이일 뿐이였다.</div> <div>가족관계는 치우고서라도 나는 그래도,</div> <div>할머니가 해줬던 그 밥상이 참으로 기억난다.</div> <div> </div> <div>가족이 너무 많은 탓에 명절만 되면 여기저기서 그릇을 끌어모아 누구는 밥그릇에 밥먹고 누구는 국그릇에 밥먹고</div> <div>그걸로도 모자라 상을 크게 세개나 폈는데 애들만 열명이 넘고 어른은 수없이 많아서 마당에까지 상을 펴놓고 밥을 먹어야 했다.</div> <div> </div> <div>맛있는 밥상.</div> <div> </div> <div>그렇게 밖에 표현할 길이 없다.</div> <div> </div> <div>외할머니는 하고많은 음식중에서 유독 녹두전과 갈비를 그렇게 잘 하셨다.</div> <div>맛을 표현할 수없지만, 하나 확실한 것은 그 맛을 잊지 못해 직접 만들어보고 전국을 다 돌아다니면서</div> <div>찾아봤지만 그것과 비견되는 맛을 찾을 수 없었다. 토란국을 한수저 뜨고 갈비부터 집어 먹었을 때, 배가 불러올때면</div> <div>녹두전을 찢어 먹는 그 맛은 어디서도 찾을 수가 없었다.</div> <div> </div> <div> </div> <div>결국은 어머니에게도 물어봤지만, 어머니가 답하기를</div> <div> </div> <div>"그거 이제 못만든다. 할머니가 안알려주고 돌아가셨어."</div> <div> </div> <div>답을 마친 어머니는 왠지 쓸쓸한 뒷모습으로 설거지를 했다.</div> <div>어머니도 나름대로 맛을 찾기 위해 노력을 많이 하신 모양이였지만 결국 찾지 못했다고 하신다.</div> <div>이것도 실전(기술이 전승되지 못한)이라면 실전이겠지.</div> <div> </div> <div>이제 어머니의 가족은 남아있지 않다.</div> <div>할머니와 할아버지는 돌아가셨다.</div> <div>첫째이모와 이모부도, 돌아가셨다.</div> <div>외삼촌은 이제 연락이 닿지 않는다.</div> <div>둘째이모는 돈번다고 미국가서 이제 연락이 되지 않는다.</div> <div>내가 아주 어렸을 때 캐나다로 가서 캐나다 사람이 된 셋째이모는 이제 한국말이 잘 안나오는 모양이다.</div> <div> </div> <div>명절이면 모여 땅따먹기고 무궁화꽃이고 했던 친척동생 형 누나들은 각자의 삶을 산다.</div> <div>과거에 발목잡혀 회상하는 것은 나뿐일 것이다.</div> <div> </div> <div>엄마는 얼마전에 캐나다 이모하고 통화를 했다.</div> <div>전화통을 붙잡고 세시간이 넘게 이야기했는데도 할말이 남았다고 한다.</div> <div>명절 이야기를 하다가 엄마가 셋째이모에게 말했다.</div> <div> </div> <div>"얘 이제 너하고 나밖에 없다."</div> <div> </div> <div>그말이 왜 그렇게 서글픈지 내가 다 눈물이 났다.</div> <div>할머니가 다시 돌아와 그 상을 차려준대도 먹을사람조차 남아있지 않다.</div> <div> </div> <div>아니, 다 있대도... 나처럼 간절히 먹고싶어하는 사람이나 있을까.</div> <div>이성적인 문제로다가, 땅값과 현금다발에 멀어진 사람들이니까</div> <div>그런 감성이나 남아있을런지.</div> <div> </div> <div>여러가지로 씁쓸해서, 아무말이나 써본 새벽이다.</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