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 </p> <p> </p> <p>어제 같이 일하는 사람들하고 술을 마셨습니다.</p> <p>평소에 말 없던 주방과장님이 술이 어느정도 되어서</p> <p>제 옆으로 오더군요.</p> <p> </p> <p>"부장님."</p> <p> </p> <p>"아이고 과장님. 고생이 많으심다. 한잔하십쇼."</p> <p> </p> <p>"있잖아요. 부장님. 나 부장님한테 할말이 있어요."</p> <p> </p> <p>"넵 말씀하세요."</p> <p> </p> <p>"부장님 있잖아요. 열심히 하시고 항상 좋은 모습으로</p> <p>다니는거 보기 좋습니다. 근데요, 부장님 다른 사람하고</p> <p>술 마실때 빼고 혼자 집에서 먹지 마세요.</p> <p>일 피곤하다고 집에 가서 치킨에 소주 먹으면 그때는 좋을지</p> <p>몰라도 열심히 산 하루를 치킨 소주에 팔아넘기면...</p> <p>안되잖아요... 끝까지 맨정신으로 마무리하는 하루를</p> <p>가져보세요..."</p> <p> </p> <p>술에 취했는데도 똑똑히 기억났습니다 그 말이.</p> <p> </p> <p>오늘 하루...</p> <p>치킨 소주에 열심히 산 하루를 팔아넘긴다. 무슨 의미일까</p> <p>곰씹어 생각해보고 나서 내린 결론은,</p> <p>의미를 잘 모르겠으니 일단은 그렇게 살지 말아보자</p> <p>였습니다. 그래서 당분간은 술을 안마시려고 합니다.</p> <p> </p> <p>생각해보면 매번 술로 하루를 마무리 했습니다.</p> <p>물론 그렇다고 해서, 술때문에 근태가 안좋다거나 숙취로</p> <p>업무중 방해가 되었던 적은 한번도 없습니다.</p> <p>하지만 술을 마시는 하루 끝의 그 순간이 내 여가의</p> <p>전부라고 생각하니 좀 슬퍼지더라고요.</p> <p> </p> <p>사람이라면 그렇게 살지 말아야겠다. 하는 생각이 들어</p> <p>오늘은 술잔을 잡지 않았습니다. 그렇다고 대단한 걸</p> <p>하진 않았습니다. 그냥 제로콜라 마시면서 인터넷</p> <p>들여다보고, 주방과장님의 말이 어떤 것인지 생각해 봤습니다.</p> <p> </p> <p>그냥... 그게 다였습니다 오늘 하루의 마무리는.</p> <p>항상 먹던 소주도, 과자나 치킨 같은 안주도 없었습니다.</p> <p>그냥 덩그러니 앉아 컴퓨터를 한게 전부였습니다.</p> <p> </p> <p>뭔가 좀 허전하긴 해도, 새롭네요 이런 기분.</p> <p> </p> <p>형편이 안좋았을 때도 동전 긁어모아 소주를 마셨습니다.</p> <p>생각해보면 좀 미-친인간이였네요. 이것도 알콜중독의</p> <p>일종이라고 생각하면 손을 놓고 있을 수 만도 없습니다.</p> <p> </p> <p>뭐 어쨌든 새로운 세계로 가보라고 권유해준 주방과장님의</p> <p>말이 참 가슴에 와닿아 남는 그런 시간입니다.</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