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예준 노래 틀어놓고 잠들었다 깼는데, 그건 아마 빗소리 때문이였던 것 같다. 빗소리가 있으니 노래가 필요없을 것 같아서 졸린 손길로 음악을 끄려다가 문득, 에디 브릭켈의 굿타임즈가 듣고싶었다. 그래서 또 틀어놓고 스륵 잠이 들었다.
깨어보니 흐린 하늘에 여전히 비가 내리고 있었다. 소리가 들렸다. 비오는 소리가. 우리 집 앞에는 매일우유 가맹점이 있는데 매번 새벽 네다섯시에 한 번, 일곱시 쯤 한번 두돈반 차가 와서 우유를 내리고 싣곤 한다. 비오는 날은 웅성웅성 말하는 소리와 물건 올리고 내리는 소리, 빗소리가 묘하게 어우러져 꽤 좋은 자장가가 된다.
컴퓨터 모니터가 있는 그 창문 너머엔 동그란 전구 달린 가로등이 바로 보인다. 그래서 밤엔 따로 불을 안켜도 꽤 밝다. 그리고 그 옆엔 커다란 나무가 있는데 이것도 좋다. 아침이면 영화나 만화에서처럼 새들이 앉아 지저귄다. 그런데 가끔 오는 산비둘기 소리는 영 별로다.
비가오는 날이다. 이 멋진 풍경과 새소리, 빗소리와 잘박잘박한 땅을 만들어준 예쁜 회색하늘. 옹옹거리는 바람소리, 이런것들은 때로 내가 지구에 사는것이 감당할 수 없을 만큼 고맙게 느껴지기도 한다.
또 우리집엔 작은 베란다도 있다. 거기엔 담쟁이가 자라고 있다. 오늘같이 비오는 날에는 담쟁이가 살랑살랑 거린다. 빗물 하나 떨어질 때마다 아야 아야 한다. 그리고 또 바람에 살랑살랑. 빗물이 떨어질 때 마다 아야 아야 고개를 숙이고 이리저리 살랑거린다.
침대에서는 그 광경을 바로 볼 수 있다. 그래서 킥킥대며 바라보다 또 스르륵 잠이 든다.
어제는 온종일 쉬는날. 나는 머리를 하고 친구를 만났지만 집청소는 하지 않은 그런 날. 버스안 띵동띵동 소리 들으며 약속장소 나가던 그 정적인 평화. 호사스러운 평화 누렸던 어젠 온종일 쉬는날.
그걸 뒤로하고 맞은 오늘 아침은 출근이라는 생각에 기분이 영 별로였지만. 담쟁이 살랑살랑 하던 그 모습과 빗소리를 들어서 기분이 좋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