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 </p> <p> </p> <p>점장이 말했다.</p> <p>가게에 쥐와 해충을 박멸하기 위해서는, 지금 쓰고있는 업체보다</p> <p>더욱 좋은 업체를 써야 한다고. 동의는 했지만 글쎄다.</p> <p> </p> <p>예상대로 점장은 자신과 커미션이 닿아있는 다른 해충방역업체와</p> <p>접선을 했고, 그들은 자신들이 이루어 낸 방역성과에 대해 대단히</p> <p>자랑하며 자신들을 지켜봐 달라고 이야기를 했다.</p> <p> </p> <p> </p> <p>...</p> <p> </p> <p>그리고 수 개월이 지난 지금, 나는 우연히 쥐를 잡기 위해 놓은</p> <p>끈끈이 덫 옆을 지나가게 되었고, 거기에는 아직 덜 자란 참새가</p> <p>짹짹거리며 버둥거리고 있었다.</p> <p> </p> <p> </p> <p>참새는 그 끈끈이를 빠져나오기 위해 새벽 내 몸부림을 쳤던</p> <p>모양이다. 작고 초라한 다리는 시뻘개져서 모양이 제각기 다른 곳으로</p> <p>퍼져 있었다. 부리에는 끈끈이가 묻어 입을 벌릴때마다 줄알같은것이</p> <p>쳐져 힘겹게 부리를 벌리더라도 다시 닫히기 일쑤였다.</p> <p> </p> <p> </p> <p>"아니 ㅆ발 쥐를 잡으라니까 왜 참새가 잡히냐고오!!"</p> <p> </p> <p>나는 화가 나서, 끈끈이를 든 채 조심스럽게 참새를 떼어내기 위해</p> <p>애썼다. 조금이라도 힘을 잘못 주는 날에 참새는 내 손끝에 의해</p> <p>죽을 수도 있었다. 다행히 나는 힘조절에 성공했고 참새는 끈끈이에서</p> <p>빠져나올 수 있었지만 문제는 참새 몸 이곳저곳에 남아있는 끈끈이와</p> <p>발버둥쳤는지 심하게 꺾인 두 다리였다.</p> <p> </p> <p>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다.</p> <p>그런 직감이 들었다. 언젠가 비눗물로 끈끈이를 제거하면 빨리 끈기가</p> <p>없어진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었다. 그래서 비눗물을 급히 가져와</p> <p>참새 곁에 다가갔는데, 신기하게도 참새는 내가 다가갈 때마다 가만히</p> <p>있었다. 내가 구해주는 것을 안 모양이다.</p> <p> </p> <p>기특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왜 그자리에 끈끈이를 놨는지, 참새 너는 왜</p> <p>여기로 들어왔니. 그런 마음들이 뒤섞여 나는 많이 복잡했다.</p> <p> </p> <p>비눗물과 물로 여러번 시도를 하는 과정에서 참새는 괴로워했다.</p> <p>나 역시도 시간을 지체할 수 없을 정도로 업무가 밀렸다.</p> <p>그러던 중 문득 우리건물 옆 이동네에서 제일 큰 동물병원이 눈에 들어왔다.</p> <p> </p> <p>아주 높은 확률로 이 참새는 저 병원으로 가는 순간 살 수 있을것이라는</p> <p>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데리고 가려고 했는데.</p> <p> </p> <p>순간 내 머릿속에 떠오른 숫자들이 내 발목을 잡았다. 그 숫자들은 치료비.</p> <p>아무리 적게 잡아도 사오십만원 단위는 나올 것이고 나에게는 그것을</p> <p>지불할 여력이 없었다. 물론, 지불하면 하겠지만 불행하게도 나에겐 대출이자의</p> <p>완납기한이 다가오거나, 카드대금 지불기한이 다가오는 것을 인지하고야 말았다.</p> <p> </p> <p>그리고 나는 거기서 발걸음을 멈췄다. 그 와중에도 내 손에 올려져서 어떻게든</p> <p>부리의 끈끈이를 떼어내려고 발버둥치는 참새의 모습을 보면서 나는 복잡한</p> <p>심정에서 헤어나올 수 없었다.</p> <p> </p> <p>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었다.</p> <p>여전히 비눗물과 근처에서 궁여지책으로 잡은 파리 몇마리를 입에 대 주며</p> <p>일단은 힘이라도 좀 있으면 어느순간 날아오를거라 생각했다.</p> <p> </p> <p> </p> <p>나는 참새를 놔 둔 채 미안하다고, 내가 돈이 없어서 널 조금이라도 더 살릴</p> <p>확률을 버렸다고. 거기에 끈끈이를 놔둔 방역업체 사장을 욕하면서, 그래.</p> <p>내 죄책감을 조금이라도 덜기 위해 그렇게 그 사람을 욕하면서.</p> <p> </p> <p>잠깐만 내가 이 일만 끝내고 돌아올게. 하며 나는 다시 주방으로 들어갔고</p> <p>수 시간이 지난 후에 나는 퍼뜩 참새 생각이 나서 다시 그 자리로 돌아갔는데,</p> <p>참새는 내가 가져다 준 물을 담은 종지를 옆에 둔 채 쓰러져 있었다. 아니 죽어있었다.</p> <p> </p> <p>사실은 이미 죽을 것을 알고 있었다.</p> <p>병원에 데려가지 못하니 아무런 의학적 지식이 없는 내가 기적을 바란 것은</p> <p>정말로 아무 소용도 없는 일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p> <p> </p> <p>내 수중에 돈이 없으며 또한 할 수 있는 것을 다 했다고 생각했지만 사실은</p> <p>그렇게 절박하지 않았던 것 아닐까 하는 내 자신에 대한 혐오를 떠올렸다.</p> <p> </p> <p>그래서 오늘 하루는 입을 다물고 살았다.</p> <p> </p> <p>내가 그렇다.</p> <p>누군가를 지켜줄 수 있을거라는 호언장담은 어느때든 양심없이 지껄이면</p> <p>할 수 있는 말이지만 막상 그 상황이 닥치면 나는 이렇게 작은 일에서도</p> <p>무엇하나 지킬 수 없는 초라한 존재라는걸.</p> <p> </p> <p>내가 사랑이나, 결혼같은 중차대한 일에 손을 대지 못하고 먼 발치에서</p> <p>서성이는 것은 나는 언제든 입으로만 모든것을 지켜주겠다고 떠들어대는</p> <p>그런 탓이 아닐런지.</p> <p>그런 하찮은 것이기에 자격이 없는거다.</p> <p> </p> <p>생각이 많은 하루다. 나는 정녕 쓸모없는 것이다.</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