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 </div> <div> </div> <div> </div> <div>1.</div> <div> </div> <div>회사 형은 탈모가 있다.</div> <div>우리 모두 그것을 알고는 있지만, 언급하지 않는다.</div> <div>본인은 앞머리로 이마를 가리면 되는 줄 아나본데, 사실</div> <div>너무 처참해서 아무도 말을 하지 않는 것일 뿐이다.</div> <div> </div> <div>바람부는 날엔, 황비홍이 된다.</div> <div> </div> <div>한번은 앉아서 쉬는 도중에, 그 형이 나에게 그랬다.</div> <div> </div> <div>"너 허리 34 라매"</div> <div> </div> <div>"네"</div> <div> </div> <div>"줄자 가져와봐. 60인치는 되어보이니까."</div> <div> </div> <div>"형 이마도 줄자... 아니, 국토교통부에 문의해야겠네요. 4기 신도시 부지가 여기있으니까."</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우리가 그날 싸운 이유는 아무도 모른다.</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2.</div> <div> </div> <div>대충 답답하고 비열한 세상을 비관하기보다,</div> <div>내가 대충 답답하고 비열한 인간이 되면 세상은 평범해진다.</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3.</div> <div> </div> <div>어떤 사람이 내 나이만큼을 더 살았다고 해도,</div> <div>초면에 나에게 반말을 할 사유는 아니다.</div> <div>반말은 참을 수 있는데 몸종부리듯이 하려고 하는 것에 대해서</div> <div>그 사람에게 화를 낸 건 잘못한게 아니다. 나는 확신한다.</div> <div>물론 계약관계이고 갑을관계인건 맞지만 나는 그 사람에게</div> <div>내 노동력을 판 것이지, 내 자존심이나 인격을 판 것은 아니다.</div> <div> </div> <div>그래서 나는 고객이 적다.</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4.</div> <div> </div> <div>사실 이 이야기를 하려고 했을때 웃기고 재미난 일들을 쓰려고 했다.</div> <div>돌이켜보면 웃기거나 재미난 이야기는 하나도 없고 온통 우울한 이야기 뿐이다.</div> <div>나는 인스타나 트위터 페이스북같은것도 하지 않는다.</div> <div>어느순간부터인가, 사람만나는 것이 굉장히 힘들어졌다.</div> <div> </div> <div>나는 휴일 전날 일찍 잠들고, 휴일날 새벽 두시에 일찍 일어나 밤거리를</div> <div>배회하며 네온사인 번쩍거리는 풍경들만 보고 들어온다. 술도 안마신채.</div> <div>들어오기 전에는 아침으로 먹을 제육덮밥을 사서 온다.</div> <div> </div> <div>돌아온 뒤에는 내내 게임만 하거나, 기타만 친다.</div> <div>되도록 입도 열고 싶지 않다.</div> <div> </div> <div>나는 말하는 것을 좋아했다.</div> <div>사람만나는 것도, 그들에게 마음쓰는 것도.</div> <div> </div> <div>이젠 다 싫다. 아니, 꽤 됐다. 싫은것이.</div> <div> </div> <div>게임도 별로 말 안해도 되고, 합법적으로 상대방을 때릴 수 있는 스타만 한다.</div> <div>줘터질때가 더 많긴 한데, 상대방이 뭔 채팅을 하든 신경쓰지 않는다.</div> <div>내가 줘터지는건 그사람보다 실력이 없어서고, 내가 줘패는건 그사람보다 실력있는거고.</div> <div> </div> <div>줘터질땐 괜찮은데, 줘팰땐 그사람이 나가도 건물 토씨 하나까지 다 때려부수고 나가야한다.</div> <div>내 존재가치는 딱 그정도다. 지금은.</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5.</div> <div> </div> <div>친구와 나는 닭도리탕을 먹으며 소주 두 병째를 마시고 있었다.</div> <div>짐짓 할말이 있는듯, 휴일에 아무것도 하지 않는 나에게 친구가 말했다.</div> <div> </div> <div>"넌 왜그렇게 사냐? 사람도 좀 만나고, 외출도 좀 하고, 어?"</div> <div> </div> <div>난 소주잔을 입에 털어넣었다.</div> <div> </div> <div>"씨발 쥐젖만큼도 모르면서 씨부리지마. 이빨 눈까리로 나오고 싶지 않으면."</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난 이제 하나 남은 친구마저 없다.</div> <div> </div> <div>나는 친구가 없다.</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6.</div> <div> </div> <div>갈때 가더라도 깔끔하게 가자.</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