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 </div> <div> </div> <div>최근 원치않게 부족한 수면시간을 갖게 된 본인은 심사숙고끝에 직업을 해체하기로 결정하려다가...</div> <div>마이너스 통장을 볼때마다 마음을 다잡고 다시 일터로 향하곤 한다. 그래 빚이 있어야 사람이 부지런해진다.</div> <div> </div> <div>사실 꼭 직업을 가질 필요는 없다고 본다.</div> <div>자유분방하게 산다고 무장경찰 1개 중대가 쳐들어와 잡아가는 세상도 아니고, 저자식은 직업이 없으니 마호메트께</div> <div>제물로 바쳐야 한다 같은 소리를 해대는 광기어린 군중이 난입하지도 않을테니까. 평화롭게 살아도 좋지 않을까.</div> <div> </div> <div>내가 직업이 없어도 여전히 계절은 바뀔것이며, 명륜동에 있는 작은 빵집의 아가씨는 여전히 케이크를 구울 것이다.</div> <div>지하철은 오늘도 같은 안내방송 멘트를 내뱉으며 멘트의 획수보다 열곱절은 많은 사람을 쏟아낼 것이다.</div> <div>김 아무개씨는 월급날이라며 술을 마시다 와이프 전화를 받고 한숨쉬며 들어갈 것이다. 덕계동 사거리에서 난 차사고</div> <div>당사자들은 니가 잘했네 내가 잘했네 하며 보험사를 부를 것이다.</div> <div> </div> <div>그런데 내가 굳이 직업을 가져야 하는 이유는 평범한 다른 사람들의 삶을 위해서가 아니라 내 자신을 위해서다.</div> <div>명륜동에 있는 빵집에서 빵을 사먹는것도, 지하철을 타는것도, 김 아무개씨 옆테이블에서 술잔을 기울이는 것도</div> <div>덕계동 사거리에 발생한 사고를 지켜보며 '저거 저 또 신호 안지켰네' 하고 혀를 찰 수 있는 것도 내가 직업을 가져야</div> <div>가능한 것들 이니까.</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그리고 내가 돈을 벌어야 하는 이유 중 가장 중요한 것 하나는 쪽팔리지 말아야 하기 때문이다.</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오늘의 이야기는 병신과 스카이콩콩.</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다가오는 여름맞이 귓구녕 써스펜스를 경험한 하루가 또 지났다.</div> <div>매일같이 귓구녕에 박히는 그 서슬퍼런 욕을 들어가며 일을 하고 있노라면 처음에는 무섭고 내가 왜 이래야만 하나</div> <div>하는 자괴감이 들었지만 그것도 지금은 꽤 익숙해져서 오른쪽 귓구녕과 왼쪽 귓구녕을 관통시켜 KTX를 뚫어놓은 상태다.</div> <div>대뇌를 거치지 않고 오롯이 그 욕 속에 담겨있는 작업지시 내용만 걸러들으면 세상 이렇게 편한데 왜?</div> <div>우리 열차는 왼쪽 귓구녕을 출발해 오른쪽 귓구녕까지 정차없이 운행할 예정입니다. 이런느낌.</div> <div> </div> <div>라고 말하지만 사실 지금 좀 목끝까지 욕이 차오른 상태다. 장기하 부르고싶다. 달이 차오른다좀 불러봐라고.</div> <div> </div> <div>영화 사도에 나오는 송강호처럼 귀를 물로 씻어내고싶은 마음 간절하지만, 사실 욕을 들어쳐먹은 건 내 고막이지</div> <div>귀는 아니지 않은가. 고막이 무슨 젠하이저 mx200 이어폰도 아니고 탈부착식이 아닌게 좀 아쉽다.</div> <div> </div> <div>아무튼 그딴 욕을 쳐먹고 들어와 가만히 씻는데 전날 과음을 좀 했는지 아침부터 설사가 멈추지 않았다.</div> <div>아침에만 화장실을 두 번 갔다. 일이 일찍 끝나서 화장실을 또 한번 가고, 이번에 가면 네번째인데 이제 쏟아낼 것이 없으니</div> <div>아마 곱창이 나오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하며 화장실에 들어가 마침내 일을 보는데...</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여러분들이 생각한 그대로 화장실에는 휴지가 없었다.</div> <div>혼자 사는데 뭐 밖에 나가서 가지고 오면 되지 않느냐 라고 반문하실 분들이 있을지 모르겠으나, 우리집 화장지 보관 장소는</div> <div>전편에서도 수없이 말한 바로 그 앞 원룸창문과 맞닿아있는 그 베란다였다.</div> <div>눈물을 머금고 팬티를 올린 채 아무일도 없는 듯이 걸어가 엉덩이 골 사이에서 느껴지는 그 더러운 감촉을 느끼며 화장지를</div> <div>가져온 후 닦을 마음으로, 팬티를 올리려고 하는데 불현듯 머릿속에 스쳐지나가는 내면의 한마디가 날 주춤거리게 만들었다.</div> <div> </div> <div> </div> <div>'너 세탁기에 일주일 전에 산 흰색 와이셔츠 들어있다. 잘생각해라. 흰색이다. 너 그거 얼마주고 샀더라?'</div> <div> </div> <div> </div> <div>난 내 세탁기와 비트의 세정력을 믿기로 했지만 내면에서 또다른 목소리가 들려왔다.</div> <div> </div> <div> </div> <div>'그 옷 입고 나가면 넌 똥묻은 팬티가 생각날거야. 그래도 좋냐?'</div> <div> </div> <div> </div> <div>와 진짜 노답 내면의 나새끼.</div> <div>그렇다고 팬티를 입지 않은 채 가자니 덜렁덜렁한 내 방울이는 어쩔 것인가.</div> <div>나는 굳게 마음을 먹고 마침내 변기에서 일어서 물을 내린 뒤 팬티를 양 무릎에 걸치고 콩콩 뛰기 시작했다.</div> <div>마음속으로는 콩콩이라고 생각하는데 쿵쿵이라는 소리가 들린다.</div> <div> </div> <div> </div> <div>'넌 다섯살짜리 애가 아니니까 쿵쿵이지 이 병신아 깔깔'</div> <div> </div> <div> </div> <div>"닥쳐라 내면의 나새끼야 ㅈ되는꼴 보고싶냐?"</div> <div> </div> <div> </div> <div>'ㅈ되는건 너지 내면의 너가 아니니까 깔깔'</div> <div> </div> <div> </div> <div>아무튼 그렇게 쿵쿵 거리며 뛰어가고 있는데 문득 현관문 비밀번호 누르는 소리가 눌렀다.</div> <div> </div> <div>아...</div> <div> </div> <div> </div> <div>참고로 우리집 비밀번호를 아는건 직장 동생 한명밖에 없다.</div> <div>하도 뻔질나게 우리집을 드나들다보니 아예 그냥 비밀번호를 줘버렸고, 종국에는 내가 1박 2일로 놀러간 그날도</div> <div>우리집에와서 쳐자고 친구들을 불러 닭까지 시켜먹고 갔던 그놈이다.</div> <div> </div> <div> </div> <div>나는 우레와 같이 외쳤다.</div> <div> </div> <div> </div> <div>"지금은 안된다 이새끼야!"</div> <div> </div> <div> </div> <div>"뭐가 안돼요?"</div> <div> </div> <div> </div> <div>"어어 이새끼 어어어어어"</div> <div> </div> <div>그러나 지옥의 문은 열렸다.</div> <div> </div> <div>나는 휴지를 잡은 채 양 무릎에 팬티를 걸치고 엉거주춤한 자세로 뒤돌아 그놈을 쳐다봤고,</div> <div>그놈은 '아 이양반이 드디어' 하는 탄식어린 표정으로 날 쳐다봤다.</div> <div> </div> <div> </div> <div>"그니까네, 이기 내가 우째된거면..."</div> <div> </div> <div> </div> <div>"됐고요 더러우니까 빨리 처리하소. 내 나가있을게요. 아 존나 장검사좀 받아보라니까요 똥을싼거고 내장을 싼거고.</div> <div>뭔냄새고 이게"</div> <div> </div> <div> </div> <div>쿵- 소리와 함께 삐릭 하고 문닫히는 소리가 났고, 나는 나지막히 중얼거렸다.</div> <div> </div> <div> </div> <div>"뭘 싸긴 똥을 싼거지 이새끼야..."</div> <div> </div> <div> </div> <div>나는 모든게 끝났다는 마음에 힘없이 휴지를 잡고 터덜터덜 화장실로 향했다.</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이 이야기는 내가 지금껏 그놈에게 똥카이콩콩으로 각인되어 있는 이유가 무엇인지에 대한 이야기다.</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에필로그</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그날 저녁, 나는 영화를 틀어놓고 그놈과 함께 피자에 소주를 마시고 있었다.</div> <div> </div> <div> </div> <div>"...그러니까" 놈이 소주를 털어넣으며 입을 떼었다.</div> <div> </div> <div> </div> <div>"...그래서 그짓을 했다고요?"</div> <div> </div> <div> </div> <div>나는 소주를 털어넣으며 나지막히 말했다.</div> <div> </div> <div> </div> <div>"...어"</div> <div> </div> <div> </div> <div>"...그럼 그냥 팬티를 벗고 빠르게 달려가 집어오면 되잖아요..?"</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아뿔싸.</div> <div>그렇구나...</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유난히도 추운 5월의 밤이였다.</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