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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sisa_1198476
    작성자 : 식당노동자
    추천 : 15
    조회수 : 915
    IP : 172.70.***.81
    댓글 : 14개
    등록시간 : 2022/03/10 20:14:16
    http://todayhumor.com/?sisa_1198476 모바일
    새벽에서 아침까지 그리고 또 오늘을 살고 난 뒤의 후기.
    열정이 불안감이 되고,
    그게 또 희망과 환호가 되었다가
    다시 절망으로 그리고 끝없는
    근거없는 기대감을 안고 잠든,

    아침이 되어 떨리는 손으로 포털을
    보고 나서야.

    아. 이게 현실이 되었구나.

    하는 생각에 심장이 두근거리고 한동안
    자리에 누워 제발 이게 꿈이길 바라며
    30분동안 더 잠들었다가 일어났어도

    그건 꿈이 아니였다.

    지독하리만큼 현실적인 채로 남아있었다.

    치열했다. 그러지 않았으면 여기까지
    오지도 못했다. 그런데 백만단위도 아니라
    고작 이십만 단위에 당락이 결정되고

    내가 보고싶었던 후보의 모습은 거기에 없었다.

    운전대를 잡고 음악을 듣는데 거리 풍경이
    평소와 너무 달랐다. 묘한 이질감과 축제 혹은
    그 전쟁이 끝난, 고요하고 분주한 거리는
    분명 어제와 다를게 없었는데

    가슴 한켠이 울렁거리며 왈칵 눈물이 올라와
    담배를 물었다.

    다행이랄지.

    나는 슬플 시간도 없이 바쁜 하루를 보냈다.
    평소처럼 일하고 평소처럼 쉬고 평소처럼
    그렇게 지냈다.

    우리는 치열했다. 잘 싸웠다.
    다만 대한민국 가슴 한구석에 남은 그 뜻모를
    증오와 씁쓸한 각자의 트라우마가 그 작은
    차이를 만들어냈다. 단지 그뿐이다.
    진 싸움에 어떤 변명이 있을까.

    후보는 부족한 자신의 탓이라고 하지만
    나는 한명이라도 더 이쪽으로 데리고 오지
    못한 나를 떠올리며 화면속 쓸쓸한 그에게
    나만 들리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당신은 질 수 있어요. 근데 우리 중 누군가는
    그러면 안됐어요. 아니.. 내가 죄송합니다."


    나는 어쩌면 아주 오랜 시간동안 입을
    닫고 귀를 막고 살 것이다. 탓할건 나다.
    내가 좀 더 많은 사람들에게 이야기하지 못했고
    내가 열정적이지 못했다.


    당분간은 여기에 오는게 무척 심적으로 힘들 것 같다.
    그 가슴아픈 이야기들을 오랫동안 보고있으면
    모니터 너머 전해지는 그 슬픔에 나 역시 울음이
    터져나올 것만 같다.


    여러분 모두 고생 많으셨습니다.
    우리는 두 발 앞서 나가고 한 발 뒤로 후퇴하고
    반복하다보면 노무현의 세상은 분명히 옵니다.

    우리보다 나고 자라 살아갈 다음 세대를
    위해서라도 우리 조금만 길게 슬퍼합시다.
    그러나 그 뒤에는 다시 싸워봅시다.
    아니 무리한 주문이였네요. 미안합니다.

    하지만 조금 길게 슬퍼해주세요.
    싸우는 것 까지는... 그건 일단 저는 해 보겠습니다.
    지금은 아니지만요.
    다른 분들에게까지 그런 무리한 주문을 하고 싶지는
    않네요. 이건 항상 슬프고 외로운 싸움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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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22/03/10 20:14:58  175.197.***.102  Araikuma  28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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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2022/03/10 20:17:02  211.204.***.210  겨울이다  695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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