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만 해도 아직도 어이가 없으므로 음슴체.<br><br>지난 주말 저녁에 모처럼 고딩시절 친구들을 만나기로 함…오래간만에 얼굴도 보고 술도 좀 푸자 하고 기대에 부품. 각자 사느라 바빠서 자주 못 보다보니.<br><br>만날 장소를 정하다보니 약속 장소가 신촌으로 잡혀서 나한테는 좀 먼 곳이라는 것만 빼면 시작은 나쁘지 않았음. <br><br>나란 사람은 약속 시간에 늦으면 어쩌지 부들부들하는 소심쟁이라 일곱시에 보기로 하고선 일찍 나가서 여섯시 반에 신촌역에 도착.<br><br>다른 친구들에게 카톡질을 하며 ㅋㅋㅋ나 너무 일찍왔나봄ㅋㅋㅋ하며 시간 죽이기 시전. 하나둘씩 친구들 나타나고 어디서 먹어야 잘 먹었다고 소문이 날까 토론회를 벌이기 시작함.<br><br>문제는 여기서부터 시작됨. <br><br>친구중에 현재 직장 출퇴근 문제로 신림역 쪽에서 자취하는 친구가 있었음…근데 사실 친구들 사이에서 그닥 평이 좋진 않았음.<br><br>일이 바빠서 자주 못 보는거야 뭐 월급살이 해야 하니까 이해해 줌…근데 이 시키 지갑은 항상 비어있음. 모임때 다들 회비조로 이만원 삼만원씩 걷어서 그걸로 노는게 보통이었는데 이 시키만 맨날 돈없다고 노래를 부르며 만원이라도 내주면 다행임.<br><br>거기까지도 다닌다는 직장이 암만 들어봐도 악덕 블랙 회사스러우니 어떻게든 넘어가 주겠는데 늘 약속 시간에 늦는데다 심각한 길치라서 카톡이나 전화로 우리 어디어디에 있어 하는 정도로는 죽어도 못 찾아와서 항상 누구 한 명이 모시러(…) 가야 함. <br><br>아무튼 그날도 모이기로 한 여섯 중 그 시키 빼고 다섯이 다 옴. 그 시키 늦는거야 늘 있던 일이니 이젠 그러려니 하며 대표로 나님이 어디쯤 오고 있냐고 카톡을 날림. 금방 대답이 돌아왔는데 여기서부터 깨기 시작…지금 사당역을 지났다고 하는 거임.<br><br>사당? 왜 사당? 이 시키 신림에 살고 있음. 그래서 우리랑 보기 전에 무슨 다른 용무가 있었나보다 하고 어디 갔다가 오냐고 물어봄. 아니라고 함. 그러더니 한다는 말이 ‘야 신천은 꽤 멀다’<br><br>신천…순간 당황했음. 만나기로 한 데는 신촌인데. 뭐 이때 까지만 해도 그렇게 심각하진 않았음. 그냥 야 이 짜샤 신천 아니라 신촌ㅋㅋㅋ 메시지 못 읽냨ㅋㅋ하고 카톡 보내고 말았음. <br><br>솔직히 좀 짜증나긴 했음…약속 장소 공지 쏜게 나님이라 톡방 공지만 잘 봤어도 그런 멍충이 짓은 안함.<br><br>사당 지났다고 하니 되돌아오려면 한 세월이겠구나 하고 우리 먼저 자리 잡을테니 와서 다시 연락하라고 함. 그리고 보쌈집으로 가서 신나게 먹기 시작함.<br><br>한 이십분인가 지났을때 쯤 카톡이 옴. 도착했다고 지금 1번 출구라고 함. 말했듯이 심각한 길치놈이라 한 명이 모시러 가기로 함. 근데 좀 있다가 갑자기 카톡방에 불남. 핸드폰이 미친듯이 진동해서 깜놀했음.<br><br>신촌역 1번 출구에 데리러 가서 보니 그 시키가 없다는 거임. 대화를 보니 가관도 이런 가관이 없음. 요약하면<br><br>너 어디냐?<br>1번 출구 <br>지금 1번 출구 앞인데 너 안보인다.<br>1번 출구 맞는데?<br>투X플레이스 앞이냐?<br>여기 주변에 아파트밖에 안보임. <br>아놔 짱난다 전화 받아라.<br><br>대충 이런 식이었음. <br><br>그리고 잠시 뒤 데리러 갔던 친구가 씩씩대며 돌아옴…그 시키 ‘신천역 1번 출구’에 있는 거 같다고. 우리 다들 굳었다가 일단 빵터짐. 재미있어서 터진게 아니라 뭐야 그 ㅂㅅ은 류의 빵터짐이었음.<br><br>뜬금없이 주변에 아파트 뿐이라고 할 때 뭔가 요상하긴 했는데 진짜 제대로 ㅂㅅ인증함. 전화로 대판 욕했다고 함. <br><br>시바 넌 눈X이 삐었냐 신촌이라고 신촌 몇 번을 말해 신천은 뭔 ㅈㄹ이 염ㅂ…그 사람 많은 길거리에서 빡쳐서 막 고래고래 소리쳤다고 쪽팔려 죽는줄 알았다고 함. <br><br>지금 생각해도 이해가 안됨…전화로 이야기한 거면 신촌 신천 뭐 잘못 들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함. 근데 카톡 메시지로 보낸건데 신촌을 신천으로 봤다고 하면 이건 뭐 난독도 아니고. 신천 아니라 신촌이라고 다시 알려주기까지 했는데 도로 신천으로 간 건 대체 얘가 뇌가 있는건지 의심스러움.<br><br>처음엔 이런 ㅂㅅ시키 dog시키 해가며 마구 씹던 우리들이었지만 왠지 모르게 그 시키 어디 아픈거 아니냐 쪽으로 흘러가서 분위기 급 심각해진 건 안 개그. 다 늦게 겨우 신촌으로 온 그 시키 생각했던 거보다 멀쩡해보여서 다시 신나게 갈군 건 아마도 정상.<br><br><br>…어떻게 마무리하지…음, 어쨌든 다음부터는 그 시키 부를 때 아예 누가 찾아가서 처음부터 데리고 오자고 반 개그로 결정함. 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