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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starcraft2_52369
    작성자 : 결두리
    추천 : 7
    조회수 : 1635
    IP : 112.162.***.240
    댓글 : 4개
    등록시간 : 2015/03/20 22:32:23
    http://todayhumor.com/?starcraft2_52369 모바일
    [소설:스타크래프트2] 샹크투스 비밀작전 01

    시작.png

    CMC(연합 해병대)-400 강화 전투복

    그 전투복은 고대 냉병기 시대의 전사와 거대한 어깨를 가진 고릴라, 현대적인 보병이 적절히 섞인듯한 외형을 갖고 있다.
    강화 전투복과 함선처럼 두터운 C-14 가우스 소총을 든 해병의 모습은 앳된 젊은이들의 숭배를 받기 충분했다.

    크라첼이 자치령 해병에 지원하기로 결심한 것도 다른 젊은이들과 비슷했다. 
    테란연합 건국 기념일. 그 해는 특히 굉장하게 치뤄졌다.

    그의 고향행성 메릴투스. 
    행성의 수도 기가폴리스 에서 행진하는 테란연합 부대. 

    붉은 바탕에 교차된 푸른선, 그 속의 흰 별들이 나부끼는 깃발들. 
    반짝이는 꽃종이를 흩날리는 그 당당한 행진. 

    병사들이 경례할 때마다, 그는 주변을 가득 메운 어린 소년소녀들과 함께 환호했다.
    메릴투스의 거의 모든 아이들은 이 웅장한 열병식과 건국 행사에, 행정부가 선물한 흰 별이 박힌 붉은 뱃지를 달고 참석했다.

    거대한 아크라이트 공성 전차와 2족보행 로봇과 같은  골리앗. 
    시민들을 깜짝 놀라게 하기위해 갑자기 은폐를 풀고 나타난, 하늘을 수놓는 망령 전투기 편대.

    하지만 그가 처음 본 순간부터 마음을 뺏긴건 따로 있었다. 
    잠시후 개방된 메릴투스 방위군 전시회장.

    당시 해병대 표준 전투복의 흉갑을, 금술로 장식된 멋진 망토로 휘감은 잘생긴 해병.
    아이들에게 둘러싸여 있던 그가 어린 크라첼에게 미소를 지어준다. 

    그리고 놀랍게도 그 '기사'가, 그를 가볍게 들어올리더니 거대한 어깨에 자신을 태운다. 
    자신보다 키가 큰 형들까지 까마득하게 낮아진다. 

    그 어떤 어른보다 큰 기사의 위에서 달라진 세상을 내려다본다.
    주변의 아이들이 부러움 섞인 감탄을 내뱉는다. 

    느낌. 촉감. 엉덩이로 전해지는 묵직한 기계의 움직임. 
    그 모든건 그냥 화면너머로 보던 것과는 근본적으로 달랐다. 

    그 해병이 주변의 아이들이 들리도록 크게 말한다.
    "성인이 되면 입대해 함께 인류를 수호하지 않겠나 제군들? 기다리고 있겠다!"

    이어진 절도있는 경례에 다시 환호하는 주변의 아이들. 그 홀리는 듯한 중저음의 멋진 목소리가 똑똑히 기억난다.
    어쩌면 그것은 기억도 가물거리는 어릴적 첫사랑을 본 그때의 감정과 비슷할 것이다.

    첫사랑은 결국 이루어 지지 못했다. 하지만 이것은 다를 것이라는 강렬한 예감에 사로잡혔다. 
    그날부터 그의 꿈은 정해졌다. 

    그 동안 많은 일들이 있었다. 우주 너머에서 쳐들어온 저그 괴물과 프로토스 외계인들. 
    테러리스트 코랄의 후예들은 사실 정의였으며 마침내 새로운 체제 테란 자치령을 건국했다. 그리고 그들의 근원이자 떠나왔던 옛세계 지구인들의 침공. 

    하지만 코프룰루 항성계 구석에 위치한 이곳 메릴투스는, 이런 수많은 사건들에서 멀리 떨어져 있었다.
    옛 테란연합 시절을 암흑기 혹은 헛된 시대라고 칭하는 그의 새 지도자이자 종족전쟁의 영웅 아크튜러스 멩스크 황제의 말이 사실 일지는 모른다.

    하지만 적어도 촌구석 행성 메릴투스에서 느끼기에, 휘두르는 째찍을 형상화한 자치령의 붉은 깃발을 제외하곤 그때와 달라진건 크게 없었다.
    그는 새 국가에 금새 적응했다.

    어려운 시기임에도 더욱 화려하게 거행된 자치령 건국 기념식. 새로 공개된 무기들. 
    그리고 어린 시절의 꿈은 마치 자라나는 자신과 같이, 더욱 튼튼한 모습으로 커져 있었다.

    아직 앳된 티를 벗지못한 청년은, 
    고등학교 졸업식을 마치자 말자 곧장 입대 신청서를 냈다.

    훈련병 크라첼.

    끝이 없을것 같은 길고 고된 훈련. 그리고 그 모든걸 이겨낸 날.
    그는 마침내 꿈에도 바라던 해병대의 일원이 된다.

    신병 크라첼.
     
    흠잡을데 없는 해병대 정복을 입은 수료식. 
    크라첼은 그날을 생생히 기억한다.

    스스로에 대한 자부심. 
    자치령의 모든 적을 쳐부수고 인류의 수호자가 되리라 다짐하던 자신의 모습.

    그는 마침내 가질수 있었다.
    마치 무적처럼 보이는, 아직 도장도 채 하지 않은 신소재 강철이 반짝이는 최신형 CMC-400 전투복.

    단단하고 매끈한 표면을 손바닥으로 천천히 쓸어본다. 
    자신을 꽉 채운 전율과도 같은 감격을 기억한다.







    지겨우리만치 익숙해진 이 빌어먹을 갑옷 덩어리.
    전투복 속에서 과거를 회상하던 크라첼은 문득 피식 웃었다.

    이맘때 자주 불어닥치는 거친 바람이 메마른 지평선 너머로 먼지구름을 피어올린다.
    다른 항성계의 태양에 해당하는 투스. 그것의 빛과 푸른 하늘은 먼지에 가려져 본 모습을 보기 힘들다.

    끝없는 사막 한가운데 위치한 퇴역물자 저장기지. 
    그는 그곳을 둘러싼 방벽의 높은 경계탑 위에서 근무중이었다. 

    불편한 수준까지는 아니지만 마치 자신을 로봇처럼 느끼게 하는 붉은 밀폐 전투복이 문득 갑갑하게 느껴진다.
    그는 종종 이 육중한 쇳덩어리 안에 갖혀, 이 인류의 구석탱이에서 고물이나 지키는 자신을 상기하곤 했다.

    뭐 대충 납득할수 있는 현실이다. 나쁘진 않았지만 훈련에서 딱히 특출난 재능을 보여준것도 아니다.
    뭐든 전공을 세울만한 곳에 배치된 것도 아니었다.

    그의 동기로서 지금은 수도성 코랄, 아우스트그라드 근위대 해병으로 안전하고 좋은 대우를 누리고 있을 초록눈. 
    이제 이름도 기억나지 않는 그 녀석같이 메릴투스 행정관과 연줄이 있는것도 아니다. 

    샹크투스.

    희박한 자원과 화석화된 물의 흔적 밖에 없는 척박한 행성이다. 
    선인장을 닮은 식물 조금과 토착 사막생명체들이 돌아다니긴 하지만 1년이 넘게 구경도 해본적 없다. 

    원래 작은 바다도 있고 생물이 번성하는 행성이었다. 
    예전에 듣기로는 먼 옛날, 아마 혜성같은게 충돌해서 이렇게 됬다고 한다.

    이론상 호흡이 가능한 대기지만 비상시 이외엔 권고 사항은 아니다.
    그게 아니더라도 굳이 시험해 보고 싶어하는 학구열 강한 동료는 없었다. 

    그나마 좋은 점 이라곤 같은 항성계에 속해있으며, 소도시 수준은 되는 녹색행성. 
    농업이 발달한 고향 메릴투스와 가까운 곳에 근무한다 정도였다.

    그나마 항성계에서 사람이 살고 있는 것도 이 두 행성 뿐이었다.
    기껏 힘든 훈련을 견뎌낸건 그 구석탱이를 벗어나고 싶은 마음도 컷건만.

    빌어먹게도 이건 행성에서 노닥거리는 2선급 경보병이나 마찬가지 신세였다.
    오늘 근무가 막바지에 접어든 이 시점에서, 지금은 그저 이 육중한 갑옷을 벗어버리고 싶은 생각만 가득하다.

    가벼운 셔츠바람으로 운동을 한뒤 동료들과 낄낄거리며 샤워를 할 것이다. 
    그리고 UNN 앵커 버밀리언의 익숙한 목소리를 들으며 차가운 뉴 캔디벨 맥주를 마셔야지.

    페인 닐이 얼마전 우리 중대에서 무려 1분 30초 만에 전투복 해체라는 신기록을 세웠다.
    그 기록은 이번주 이 자치령 퇴역무기 보관소 겸 샹크투스의 하나뿐인 유인시설에서 가장 큰 뉴스였다.

    그 번개같은 자식을 따라잡을수 있을까? 
    하지만 지금은 임무 마무리에 집중 해야지. 

    그는 문득 훈련생 시절, 소량의 전투자극제 투여 테스트를 받아본 기억이 떠올랐다.

    그것은 말 그대로 혁명이었다.
    그는 그 순간 무적이다.

    즉시 들이닥친 야수같은 호전성과 격렬한 전투욕구, 번개같은 반사신경. 
    그리고 그 짧지만 격렬한 체험이 끝나고 찾아온 무력감. 

    그 밖에도 개인별로 작용하는 여러 부작용이 있었다. 
    그는 시체라도 된듯한 기분과 경미한 내출혈을 격었다. 전투 자극제는 녹슨 쇠맛이다.

    다행이 훈련병 사이에 가끔 있다는 자극제 거부 부작용은 없었다.
    그것을 한발 남김없이 투여하면 자신은 어떻게 될까?

    적어도 당장 그럴 일은 없을것이다.
    전투복에 내장된 텅빈 자극제 카트리지는, 자신이 그런걸 쓸만큼 스릴 넘치는 삶이 아니라는걸 간접적으로 말해준다.

    전선에서 날뛰는 저그나 미지의 프로토스. 

    비겁하게  자치령의 약한 부분만을 노리지만, 그 악명 하나만큼은 분명한 반군 레이너 같은 자들. 
    솔직히 지겨운 경계근무에서는 다른 세상의 이야기로 생각될뿐이다.

    종종 관내의 영화관에서 수도성 코랄에서 제작된 영화들을 감상할 때가 있다.
    근본적인 사악함으로 반란군을 추동질해, 자치령을 분열시킬 음모를 꾸미는 프로토스 외계인들.

    엄청난 숫자를 가졌기만 멍청하고 약해빠진 저그 괴물들이 등장하는 그런 흔한 영화.
    영화의 엔딩은 열에 아홉은 비슷했다. 

    잘생긴 주인공의 백발백중 사격. 목숨을 아끼지 않은 비밀 무기 공격에 저그들이 몰살한다. 
    아슬아슬한 타이밍에 도착한 전투 순양함의 막강한 화력. 

    종이장갑 같은 외계 함선들이, 
    정의로운 자치령에 대한 그 사악한 계획을 채 실행시키기도 전 괴멸된다.

    artwork-starcraft04-full.jpg

    황제의 위엄있는 치하와 영웅이 된 주인공의 뒤로, 
    모든 오해가 풀리고 진짜 영웅을 알아본 시민들의 함성과, 자치령의 붉은 깃발이 흩날리며 끝난다.

    뭐 새 시즌이 될수록 스토리도 복잡해지고, 자치령 군대가 협조한 전투씬도 볼만했기에 시간 때우는데 나쁘진 않다.
    그는 종종 그 영웅들 사이에서 자신이 서 있으면 어떨까 생각해 본적이 있다.

    그들 사이에 서서 자신의 강력한 가우스 소총을 남김없이 긁어내 비우는 거다.
    불꽃이 사그라든 화약 연기 너머로 저그의 시체가 산을 이룰까?

    최근 저그의 준동이 다시 일어났다는 소식이 뉴스를 가득 채웠다. 
    불타는 도시를 뒤덮는 저그. 하늘을 메우는 공중괴수들. 

    뉴스는 무슨 생각인지 무시무시한 장면을 종종 내보냈다. 
    그건 영화와는 다른 진짜 현실이었다.

    얼마전 언론은 그 여왕이라는 존재가 찍힌 희귀한 필름을 공개한 적이 있었다.
    그건 이전에 본적이 없는 존재였다.

    건물의 불타는 폐허.
    칼날같은 기이한 뼈로 이루어진 날개를 단 저그의 여왕.

    마치 악마와 같은 그림자 속에서 빛나는 두눈.
    도데체 어떻게 하면 저런 존재가 탄생할수 있을까. 

    몇몇 병사들은 칼날여왕이 본디 인간이었다는 추측들을, 거론할 가치도 없다며 일축했다.
    저그도 성이란게 있을까? 아마 여왕이란게 있으니 알려지지 않은 왕같은 존재도 있을지 모른다. 

    아무튼 UNN 에서 다급히 방송된 그 여왕의 모습이 가져온 본능적인 섬뜻함에,
    휴게실에 모여 편한 차림으로 화면을 주시하던 덩치큰 병사들의 반응은 비슷했다.

    신병이든 고참이든, 단순하고 명랑한 느낌의 재사회화 수술을 받은 녀석이든.
    하나같이 조용히 화면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변함없던 그의 충성심도 그날을 기점으로 조금 조심스러워질 정도였다.
    샹크투스의 병력이 차출되 전선으로 보내질것이란 소문도 돌았다.

    크라첼은 메릴투스 행정부에서 근무중인 친구에게, 
    최근 기밀전자문서와 보안통화 교환량이 수십배는 증가 했다는 이야기를 전해들었다.

    하지만 뉴스와 여러 소식이 마치 다른세상 이야기라도 되는듯, 
    당사자인 이곳 자치령 군간부들과 사령부는 적어도 걷으로 보기에 평온했다. 

    그도 어찌 되었든 현역 해병이다.
    언젠가 저 무시무시한 여왕을 직접 만나게 되는것 아닐까. 

    하지만 뉴스의 항상 마지막은, 저그를 소탕하기 위해 진군하는 자치령 군대의 모습을 빠뜨리지 않았다. 
    그리고 위기에 맞서서 단결을 강조하는, 높은 단상위에 당당히 선 황제가 있었다. 

    그때의 두려운 기분이야 어쨋든 상당한 시간이 지난 지금에야 옅게 희석되 있다.
    아무리 저그의 여왕이라 한들 살아있는 생명체인데, 자신의 강력한 관통소총이 한발만 제대로 박히면 결국 죽지 않을까?

    -인류를 지키는건 다른 무엇도 아닌 자치령에 대한 의심없는 애국심입니다!

    화면 너머 황제의 가슴뛰는 연설을 들을때마다, 그는 자부심과 함께 자신의 현실에 대한 자괴감을 동시에 느끼곤 했다.
    뭐 저그나 프로토스들이, 그들이 상대하는 모의전투 홀로그램과는 다를것이 분명할 것이다.

    하지만 교관이 일러준 대로, 동료들과 연개한 침착한 화망은 최고의 무기이며,
    그들의 뒤는 기갑부대의 막강한 화력과 우주군이 지원할 것이다.

    신형 크루시오 공성전차의 화력시범을 참관한 적이 있다.

    전투복을 입었음에도 둥근 헬멧 보호창을 넘어서 느껴지는 그 묵직한 진동. 
    화약 무더기를 터뜨린것 같은 공성포의 위력은 그야말로 인상적 이었다.

    아무리 강한 적이라도 저 포격 한방이면 박살날 것이다. 
    오히려 저런 것을 맨몸으로 상대해야 하는 적이 불쌍할 지경이다.

    뭐 그 뒤로 그런 큰 총은 볼일도 없는 구석에 배치되긴 했지만. 
    지하의 구닥다리 무기들은 그와는 상관없다.    

    사실 중장비가 필요 없으니 배치되지 않은것 이라 생각했다. 
    자원의 불필요한 낭비는 아껴야 하니까.

    우주의 어딘가에서는 지금도 자치령의 용감한 병사들이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을 것이다.
    방송은 종종 영웅적인 분투를 벌인 해병 영웅들을 비춘다.

    집중 세척으로도 씻어지지 않는, 치열했던 순간을 함께한 전투복을 입은 당당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자신은 이 이름만 그럴싸한 행성 구석탱이. 위치도 기억나지 않는 어딘가에서 월급만 축내고 있으니.

    이제 오늘만 지나면. 이 먼지구름 특공대의 한주도 지나간다.
    내일 메릴투스에서 스포츠 결승전이 열린다. 한동안 공을 들였으니 재수없는 부르노 상사에게 그 행성에 외박을 허락 받을수 있을지도 몰랐다.

    물론 어머니가 돌아가신 고향집,
    '어머니와 재혼했던' 남자와 피 한방울 안섞인 동생들이 점령한 그곳에 볼일은 없었다.

    하지만 거긴 군부대밖에 없는 이곳과 비교도 안될만큼 재미있고, 
    무엇보다 민간인 여자들이 있었다.

    낮게 나마 빌딩숲이 만들어진 기가폴리스 시내를 쏘다닐 것이다. 친구들도 불러내야지.  
    저녁에 열리는 결승 티켓을 구하는건 불가능했다. 말없는 퇴역 해병이 운영하는 단골 술집으로 몰려갈 것이다. 

    사람들과 같이 열광적으로 팀을 응원 하면서, 
    운이 좋다면 마음맞는 아가씨를 찾아 즐거운 주말을 마무리 할수 있을것이다.

    하지만 얼마전 그 녀석이 전화를 하는걸 들었다. 
    마누라와 하는 대화치곤 언성이 높은걸 보면 그 공사 구분 못하는 머저리에게 너무 큰 기대는 접는게 좋았다.

    재사회화 해병들이야 외박은 커녕, 몇년간 휴가조차 없이도 바보같은 웃음이나 짓지만 제기랄 그는 달랐다.
    예상이 맞다면 또 여기서 먼지섞인 주말을 낭비해야 될 것이다. 

    가끔 지직거리던 통신 노이즈 현상이 결국 몇일간 길게 이어지다 어제 겨우 복구됬다. 
    부디 주말동안 무사해야 할텐데. 

    내일있을 스포츠 결승조차 보지 못한다면 너무 비참하게 느껴질것이다.









    "이번주도 어떻게 무난하게 넘어가나 했는데 말입니다 병장님!"

    대기를 빠르게 가르는 소리가 요란한 좌석. 
    크라첼 병장에게, 옆에 앉아 보호창을 올린 맥 상병이 크게 외쳤다.

    잡담 (2).png

    크라첼은 슬쩍 미소를 지어주고 주변을 둘러봤다. 

    조종석과 가까운 중앙석에 소대장 홀랜드 하사가 앉아있다. 
    수송칸 내부를 육중한 붉은 전투복을 착용한 해병 소대원들이 가득 채웠다.


    눈썹이 짙은 실바 일병이 씨익 웃으며 말했다.
    "부르노 상사님이 어제 이사 문제로 한바탕 하시던데, 부인 말은 아예 흘려버리더군요."

    다른 대원이 말했다.
    "어라? 얼마전에는 여기 메릴투스로 이사 문제 때문에 싸우는걸 들었는데 또요? 바람잘날 없군요."

    소대원들은 자신들을 주말에도 불구하고 뜬금없이 임무에 투입한게, 그 상사 녀석의 불편한 심기 때문일꺼라 낄낄댔다.

    한 소대원이 말했다.
    "아까 비행장 쪽에 좀 들렀다 왔는데, 그쪽 부서들도 예정에 없던 훈련으로 난리였습니다." 

    그가 웃었다.
    "그쪽에도 상사같은 간부가 있나 본데요? 아내들끼리 단체 파업이라도 벌이나?"

    그때 소대장이 통신 채널을 열고 외쳤다.
    "조용! 알파소대. 작전 브리핑을 시작하겠다!"

    헬멧 아래 화면으로 소대장이 지도를 전송했다.
    군사기지에서 표준수송 속도로 한시간 정도 떨어진 연구소가 떠올랐다.

    병사들은 생소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관심이 없기도 했지만, 자신들이 배치된 기지외에 행성내 다른 유인시설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평야지대가 끝나고 나타난 첫번째 협곡에 걸쳐진듯 특이한 구조를 갖춘 연구 시설이다.
    드러난 입체 청사진은 걷에서 보이는 것보다 파고 들어간 규모가 더 컷다. 

    시설은 협곡 바닥까지 연결되 있었다. 
    그 바닥을 여닫을수 있는 두터운 강철 격벽이 있었다. 그 밑에 무엇이 있는지 지도에도 나와있지 않았다.

    그 격벽 위로 드릴과 유사한 거대한 시설물이 고정되 있었다. 

    "저건 와이번 레이저 천공기 같은데요? 예전에 잡지에서 봤습니다. 무려 80기가와트를 내는 어마어마한 놈이죠. 격벽 아래 무언가를 채굴하려 한 것입니까?"

    실바 일병이 질문했고 소대장은 잠시 눈살을 찌푸렸다.
    크라첼은 하사도 바닥에 있는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모른다는 인상을 받았다.

    내내 말이 없던 월리엄 일병이 가볍게 웃었다.
    "이 행성은 자원도 별로 없을텐데, 뭐 우리같은 말단 따위는 알필요 없겠죠."

    브리핑에 따르면 현재 저 BN 2번 협곡에 위치한 연구소와의 정기 연락이 노이즈 현상 이후 두절됬다고 한다.
    그들 알파 소대의 임무는 그곳에 이상이 없는지 확인하는것 이었다.

    소대원들이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동료들을 대변하듯 실바 일병이 장난삼아 물었다.

    "혹시 저글링이나 광전사 같은 친구들이 연구소를 습격했을 가능성은 없습니까?"

    하사는 임무 출발전 들었던 이야기를 떠올리며 피식 웃었다.
    "그곳의 존경을 한몸에 받는 연구소장이나 조심들하지. 사고로 자동휠체어 신세라는데, 지금쯤 그 괴팍한 성격이 최고조겠군."

    무언가를 생각하던 월리엄 일병이 문득 질문했다.
    "연구소의 부실한 통신설비가 고장난건 아닐까요?"

    소대장은 고개를 잠깐 갸웃한후 말했다.
    "설령 그렇다 해도 기타 비상 연락조차 시도하지 않았다."

    그는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덧붙였다.
    "협곡지대는 아무도 관심이 없는 땅이다. 먼지구름에 저그 기지가 발견되지 않았을 수도 있지." 

    하지만 크라첼은 말도 안된다고 생각했다. 
    감시 위성이 부족해 저그의 침공을 놓친것까진 그럴싸 하나, 몇일도 넘게 자신들에게 아무일도 없을수가 있을까?

    하지만 생각과 다르게 연구소가 가까워 질수록 묘하게 뛰는 자신의 심장박동을 느꼈다.
    동료들의 감정이 전이된걸까. 크라첼은 심호흡을 하면서 스스로를 진정시켰다.  

    월리엄 일병이 어깨를 으쓱하며 동료들에게 말했다.
    "실은 저 기지에 대해 들은것이 있습니다. 다들 알아둬야 할것 같아서."

    샹크투스 행성의 BN2 협곡은 수도성 코랄의 몇몇 지식인들에게 맏이협곡으로 알려져있다. 
    이 특이한 행성을 발견한 탐험가 샹크페투스 박사는, 협곡지대의 시작이자 넓게 융기한 지역의 중심인 그곳에 그런 별명을 지어주었다.

    월리엄은 이년전쯤 메릴투스의 한 주점에서, 맏이협곡에서 연구소가 아닌 관측 기지를 건설했던 인부를 만난일이 있었다고 했다.
    그런데 그들은 협곡아래에서 땅을 파던중 이상한 단층을 발견했다.

    처음엔 그저 단단한 암석층이라 생각했다. 그렇게 깊이 파고들 계획도 없었다.
    하지만 그들이 가진 어떤 중장비로도 뚫리지 않는 그것에 결국 상부에 연락했다.

    놀랍게도 당국은 즉시 조사단을 파견후, 추가 금액까지 지불해 그들과의 계약을 파기했다.
    월리엄 일병이 말했다.

    "그 친구는 작업중 촬영한 사진을 숨겨 왔더군요. 돌이나 금속치고는 확실히 특이했습니다."

    월리엄 일병은 프로토스 구조물 샘플을 직접 본적이 있었기에, 확신은 하지 못했지만 그에 유사하다는 의견도 표했다.
    하사가 의문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그렇다면 그 초소 공사현장이 연구소가 되었단 말인가?"

    이야기가 그쯤 진행되자 소대원들의 눈에 슬슬 어떤 감정이 깃들기 시작했다.
    긴장과 약간의 흥분이 섞인, 나쁘지 않은 분위기라 크라첼 병장은 생각했다.

    하지만 하사가 스피커를 끄고 혼자말로 작게 투덜대는걸, 가끔씩 신기하게 가는 귀가 밝은 그는 들을수있었다.
    "제길 설마 프로토스가 나오는건 아니겠지."

    4년의 만기 전역일을 거의 다 채웠지만 진급이라는 꼬임에 넘어간 그는, 
    결국 부사관 복무 기간을 더 채워서야 저그 준동의 소식과 함께 드디어 정말로 전역하고 싶어했다.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그는 사고칠 염려도 적은 이런 구석에 배치되는 것을, 최근들어 상당히 기뻐했다고 한다.





    쿠우우우!

    수송선이 협곡의 경계에 위치한 연구실 약 10여미터 상공에 정지했다.
    공중에서 고도를 유지한 수송선 문이 열린다. 

    해병들은 햇빛에 반짝이는 황동색 헬멧 바이저를 닫고 잡담을 멈췄다. 
    지상을 휩쓰는 모래돌풍이 보인다. 

    광활한 평야와 끝없이 늘어선 거대한 협곡지대 사이에 유일하게 올라온 연구소 1층. 
    그것은 창문도 없었고 연구소 보다 마치 벙커같은 인상이었다.  

    길게 뻣어나온 통신 안테나와 저장 탱크로 보이는 사일로 몇개가 모래에 반쯤 뭍혀 있다.
    모래바람 너머 깊은 협곡벽 아래로 이어진 연구소가 얼핏 보였다.

    가느다란 안테나는 기지 연락 이외에 우주권 통신이 불가능해 보였다.

    크라첼은 생각했다.
    '기밀 유지가 필요할 정도로 중요한 것을 연구하는 걸까?'

    열린 수송선의 문으로 지상을 신중히 살피던 하사는 조종사에게 손짓했다.
    "오케이 내려간다 해병. 꽉잡아."

    수송선은 먼지로 가득찬 BN2 협곡 위에 착륙했다. 
    강력한 엔진이 뿜어낸 새로운 구름이 만들어진다.

    붉은 해병들이 수송선에서 성큼성큼 내려왔다. 

    1연구소 도착.png

    그들이 지나간 자리로 깊고 선명한 발자국이 패인다. 
    그건 바람에 순식간에 흐려질 것이다.

    크라첼 병장은 문을 닫고 대기중인 수송선을 힐끔 쳐다본후 걸었다. 그 순간 그는 묘한 기분을 느꼈다.
    그는 먼지돌풍의 휘날림에 가려진 협곡의 반대편을 잠시 바라봤다.

    헬멧 안에서 소대장의 통신이 들어왔다.
    -뭐하나 크라첼. 애인 생각하나?

    그는 문득 정신을 차렸다. 
    그리고 대원들이 낄낄 웃는 소리를 들으며 소대를 따랐다.

    수송선에서 내린 30명의 해병들이 연구소로 전진했다.
    그들이 착륙한 방향의 큰 문은 닫단히 닫혀 있었다. 

    소대장은 내심 연구소 직원 아무나가 마중 나오기를,
    전부 사소한 기기 결함이었고, 연락을 취하지 못한 납득할 만한 이유를 설명하길 바랬다.

    하지만 병사들이 입구에 둘러설때까지 연구소는 인기척이 없었다.
    소대장이 장갑복 주먹으로 문을 두드린다.

    쾅! 쾅! 쾅!
    그리고 아직 녹색 불빛이 들어오는 감시카메라에 문을 열라는 손짓을 취했다.

    반응이 없다.

    -본부. 연구소에 응답이 없다.

    소대채널로 기지에 연락하는 하사의 목소리가 들렸다.
    기다렸다는듯 치칙 거리는 짧은 노이즈와 함께 응답이 왔다.

    -내부로 진입하도록 알파소대. 비밀번호를 전송하겠다.
    -알겠다. 본부.

    하사는 벽면에 부착된 입력기에 원격제어단자를 밀어넣었다.
    잠시후 입력기가 붉은 빛을 띄었다.

    -보안코드 거부. 상급 지휘코드 필요.
    무덤덤한 전자음성에 하사가 말했다.

    -본부 어떻게 된건가. 코드가 틀리다.
    -통제소에서 자체적으로 차단한건가? 잠시 기다려라 알파소대.

    -예감이 안 좋은데요 소대장님.
    실바 일병은 붉은 헬멧에 작은 야자나무를 그려, 마치 휴양지의 노을처럼 보이는 머리를 돌리며 시시덕댔다.

    소대장은 그를 한번 째려보며 말했다. 
    -나불거릴 시간에 소총이나 점검해 초짜들. 문이 열리면 진입한다. 허가없이 사격하지 말도록.

    -코드 확인, 도어 개방.
    전자 음성이 출입을 허가한다. 철컹 하는 금속성 소리와 함께 두터운 문이 서서히 올라간다.

    내부는 전력이 들어왔기에 밝았다. 

    -깨끗하군요.
    실바 일병이 평가했다.

    -그리고 조용합니다.
    -환영파티라도 기대했나 일병?

    자신의 말에 큭큭 거리는 실바의 야자수를 툭 쳐준 하사는, 선두로 해병들을 이끌고 연구소로 들어갔다.
    바닥에 반짝이는 금속 조각이 모래처럼 흩어져 바스락거리며 밟힌다.

    소대가 전부 들어왔다. 
    한 대원이 문 옆의 버튼을 눌렀다. 

    문이 닫히고 거친 먼지바람은 차단된다. 
    그의 시선으로 닫힌 문에 찍힌 주먹크기의 갈색 얼룩이 잠깐 지나간다.

    경비실과 철제 탁자 하나만 덩그러니 놓인 휑한 대기실이 있다.
    헬멧 보호창에 먼지가 좀 떠다니지만 호흡 가능한 대기 정보가 나타난다.

    1층에 해당하는 대기실은 괜찮았다.
    하지만 칸막이로 분리된 경비실의 풍경은 좀 기이했다.

    입구를 비추는 카메라 화면이 띄워진 것은 별달리 볼것이 없었다.
    하지만 경비인력이 구름처럼 사라진건 아닌것이 분명했다.

    바닥에 출입 차트가 넓게 흩어져 있다. 
    테이블의 넘어진 금속 컵에서 말라붙은 음료수 흔적이 점점히 흩어져 있다.

    크라첼 병장이 말했다. 
    -마치 급하게 어디론가 피한것 같군요. 밖으로, 아니면 아래로?

    하사는 다시 본부에 무전을 날렸다. 

    -본부. 보안층은 아무도 없다. 누군가 급히 피신한 흔적이 있다.
    -알았다. 알파소대를 이끌고 연구소 지하를 수색하라.

    덤덤한 상대방과의 통신이 끝났다. 하사는 안면 보호바이저를 올렸다. 
    상황이 점점 복잡해 지는게 마음에 안들었는지 신경실적인 그의 얼굴이 드러났다.

    "빌어먹을 뭔가 잘못된게 분명한데....."

    소대원들도 헬멧 보호창을 열었다. 
    젊은이들의 드러난 얼굴이 호기심을 보이며 주변을 둘러본다. 

    "다들 어디로 간 걸까요?"
    "이제 찾아 봐야지."

    하사가 소대를 아래층으로 통하는 계단으로 전진시켰다.
    소총을 든 해병소대가 지하로 들어간다.

    실바 일병이 낄낄 웃었다.
    "지하로 내려간다니 뭔가 이상하지 않습니까? 그냥 저 보안층을 꼭대기로 하고, 아래층으로 내려간다고 치죠."

    홀랜드 하사가 피식 웃었다.
    "폐쇄공포증이 있다면 일단 전투복 부터 벗게. 차한잔 하면서 마사지도 받고. 긴장 풀리면 따라오게나."

    두 사람의 잡담을 들으며 크라첼은 지하와 지상 경비층 사이 격리가능한 몇개의 격벽 라인을 흘깃 쳐다봤다.
    '외부 칩입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일까 아니면....?'

    바로 지하가 나오는 대신 제법 깊게 내려갔다. 
    하사가 지도를 보며 마치 스스로에게 말하듯 중얼거렸다.

    "적의 공격은 아닐것이다. 이 공간에 지상 무인 레이저포대들이 숨겨져 있군. 파괴됬다면 지상에 흔적이 남았을걸?"
    "하긴 스스로 방어시스템을 막을리가 없겠죠."

    소대원들이 동의하며 계단을 내려왔다. 
    헬멧 내부 디스플레이로 지하 1층 지도가 갱신됬다.

    그것은 지상에 비해 훨씬 컷다. 
    그리고 칠흑같이 어두웠다. 연구소 외벽은 창문 하나도 없었다. 

    헬멧내부 스크린으로 아군을 뜻하는 30개의 녹색 빛이 지도의 구석진 곳에 모여있다. 몇몇 대원이 바이저를 내린다.
    소대원들의 CMC 전투복 가슴쪽 흉갑에 부착된 2쌍의 헤드라이트에서 눈부신 빛이 뻗어나갔다. 높고 컴컴한 연구소 복도가 훤히 밝아졌다. 

    한 소대원이 물었다.
    "왜 불이 꺼져있을까요. 전력이 나간겁니까?"

    하사가 답했다.
    "이곳도 기기를 가동하기 위한 필수 전력이 들어오긴 할거다. 경비실과 달리 사람이 없으면 자동 소등되긴 하지만."

    하사는 현재 층에서 수동으로 조명을 켤수있는 위치를 찾다가 실패했다.
    크라첼은 스크린을 조작해 층을 넘겨가며 살피다 3층에서 멈췄다.

    모래돌풍 때문에 보지 못했지만 지하 3층은 외부로 조금 돌출된 중앙통제소가 있었다.
    두터운 플라스틸(테란이 사용하는, 유리와 유사하나 훨씬 견고한 물질)이 돌출된 통제소는 마치 협곡 아래를 감시할수 있을법한 구조였다. 

    맥 상병이 말했다.
    "지하 3층까지는 어둠을 헤쳐야 겠군요. 외벽쪽 수단도 제한되 있습니다. 각 층이 이정도 재량도 없다라.... 이건 마치 중앙에서 모든걸 감시하기 위한 구조같습니다."

    월리엄 일병의 얼굴이 조금 어두워지며 덧붙였다.
    "마치 비밀 감옥같지 않습니까? 실험을 위한...."

    하사가 주변을 환기시키듯 손을 저었다.
    "그런 괴담은 집어치워. 보안을 위해서겠지. 연구소 요상한 모양도 한둘이야? 다들 어디로 농땡이 친건지 모르겠지만 이제 겨우 1층이다." 

    그는 지도를 힐끔 쳐다봤다.
    "우선 수색을 펼치며 지하 3층 통제실까지 간다. 그곳의 보안설비에 접속할수 있을거다. 그거면 뭐든 나오겠지. 전진!"

    각 층은 중앙부와 외곽를 형성하는 3개의 주 복도가 있었다. 
    그 외에 사이사이를 연결하는 여러 통로로 이어져 있었다. 

    분대 각 10명. 
    3개조로 나뉜 소대는 주 복도를 하나씩 맡으며 연구실을 차례대로 수색했다. 

    반대편에 연구실 전체를 연결하는 계단통과 엘리베이터가 있었다. 
    1층 수색후 그곳에서 합류하기로 결정했다.

    2분대장 크라첼은 부하들을 이끌고 좌측 복도와 방을 수색해 나갔다.
    1층 연구실은 전부 비어있었고 딱히 수상한건 없었다. 

    소대원들은 반대편에서 합류했다. 그들은 계단통을 타고내려가 지하 2층에서 수색을 계속했다.
    거긴 뭐라도 조금 있었다. 사람은 여전히 그림자 조차 없지만.

    몇몇 연구실에서 절전모드로 자동 연구중인 컴퓨터가 보였다.
    크라첼은 손가락으로 계기를 켜 보았다. 탁자위 투명한 상자에서 암석과 비슷한 푸른 조각을 연구중이었다.

    크라첼은 뒤에서 엄호하며 따라오던 월리엄을 불렀다.
    "아까 수송선에서 말한게 이거 아닌가?"

    월리엄은 고개를 끄덕였다.
    "맞습니다. 연구실은 이 새로운 암석을 연구하는 곳 일까요?"

    크라첼은 기억력 좋은 녀석이라고 생각하며 물었다.
    "그냥 지질 연구소 치고는 좀 수상하지 않나?"

    월리엄은 거대한 손가락 끝으로 컴퓨터 자판을 조심히 두드렸다.
    조용한 성격에 민간인 시절 연구원을 지망했다는 그는, 지금은 이렇게 해병에 입대해있었다. 

    수색.png

    "흠....재미있는걸 찾았습니다."
    월리엄이 버튼을 몇번 두드렸다. 곧 연구실 중간의 두터운 탁자처럼 생긴 3차원 지도표시기에 불이 들어왔다.

    BN 2 협곡이 드러났다. 협곡면을 걸치듯 파고든 연구실과, 천공기 아래 협곡 바닥을 봉한 차단가능 격벽이 나타났다.
    그런데 격벽 아래, 지도에 표시되지 않았던 어떤 지층이 흐릿하게 드러났다.

    실바 일병이 의아한 표정으로 입체 지도를 가리켰다.
    "협곡 아래에 저런것이 있었군요. 저게 대체 뭘까요? 저길 뚫으려한 걸까요?"

    옆에서 그들이 하는짓을 내내 기다리던 맥 상병이, 마침내 눈을 가늘게 뜨며 말했다.
    "크라첼 병장님 우리 임무는 스파이 짓이 아닙니다. 수색에서 우리 분대만 뒤쳐졌습니다."

    월리엄이 고개를 돌리지 않고 빙긋 웃었다.
    "맞습니다 상병님. 우리 임무는 수색입니다. 최선을 다해야지요."

    누가 듣기라도 하듯 말한 월리엄은 콘솔을 몇번 더 조작했다.
    갑자기 협곡이 급격히 작아졌다. 입체 투사기는 저 인공적인 느낌의 층을 전부 출력하려 했다. 

    연구소와 BN 2 협곡은 그 벽위에서 손가락처럼 작아졌다. 
    벽은 탄환, 혹은 씨앗을 닮은 긴 유선형의 일부였다.

    한가지는 확실했다. 그건 자연 지층이 아니다. 
    또 엄청나게 컷다. 무엇인지 짐작조차 되지 않았다.

    그 내부는 아직 가려진듯 지도에 드러나지 않았다. 
    천공기가 있는 이유를 알것같았다. 

    그때 소대장 통신이 들어왔다.
    -2분대, 너희만 도착 못했다. 무슨일이야?

    크라첼은 빨리 가자고 손짓하는 맥 상병을 힐끔 쳐다봤다. 
    그는 자신들이 찾은 화면을 하사에게 전송했다.

    그들은 남은 방 몇개를 빠르게 수색후 계단과 엘리베이터문에 모여있는 소대원들과 합류했다.
    크라첼이 이끄는 2분대가 보낸 지도에 하사의 표정은 복잡했다.

    맥이 말했다.
    "소대장님 저는 말렸습니다만....이것이 나중에 문제가 되지 않을까요?"

    하사는 맥을 쳐다보지 않고 말했다.

    "이 연구소 샌님들 여기서 대체 뭘 찾은 거지? 크라첼, 더 알아낸건 없나?"
    "없습니다. 확실하지 않으나 그것의 껍질을 천공기로 뚫으며 채취했던것 같습니다."

    하사가 불안한 눈빛으로 말했다.
    "알수없는 고대 프로토스 유적이라도 건드린 건가? 이 연구소도 설마....."

    하사는 잠시 무언가 생각하더니 소대원들을 계속 이끌었다.
    "일단 3층 수색을 시작한다. 반대편 중앙 통제소에서 합류한다." 

    병사들은 계단을 내려와 갈라졌다.
    크라첼 병장과 1분대는 여전히 자동화 연구기기가 작동되는 연구실들을 수색했다.

    그들은 2층에서 처럼 정보를 수집하는 대신 1차 목표로 빠르게 전진했다.
    일단 중앙 통제소를 이용하자는 월리엄 일병의 말을 타당하다 여겼기 때문이다.

    하지만 소대장 분대는 중간중간 멈칫 거리는게 지도너머로 느껴졌다.
    이제 얼마 가지 않아 중앙 통제소에 도착할 것이다. 

    그곳은 불이 들어 오는지 몇개의 모퉁이를 돌아 나오는 쪽이 희미하게 밝았다.
    그때였다. 

    한손을 들며 정지 신호를 보낸 크라첼 하사를 분대원들이 의아하게 바라봤다.
    크라첼은 무언가 이질적인 것을 느끼곤 자리에 잠시 서 있었다.

    가벼운 소름과 함께 느껴지는 알수없는 불협화음. 그것을 곧 알수 있었다.
    바람이 분다.

    먼지냄새가 나는 건조한 바람이 느껴진다.
    벙커처럼 밀폐된 연구소 내부에서 있을수 없는 일이다.

    그때 목표지점에 먼저 도착한 3분대의 당혹과 다급함이 섞인 통신이 잇따라 들어왔다.

    -하나님 맙소사.....
    -제길 도데체 무슨일이 벌어진거야?
    -홀랜드 하사님, 빨리 와 보셔야겠습니다!

    크라첼은 분대를 이끌고 빠르게 전진했다.
    모퉁이를 돌아 통제소에 도착했다. 

    부대원들은 얼어붙은듯 '한때' 중앙통제소 였던곳을 바라봤다.
    통제소로 통하는 육중한 문은 활짝 열려있다. 

    그리고 그 너머, 투명한 플라스틸로 막혀 있었을 외부창은, 
    연구소의 어둠과 대비되는 눈부시고 거대한 아가리를 벌리고 있다.

    바깥에서 먼지섞인 바람이 불어온다.
    공성전차까지 드나들수 있을 법한 구멍이다. 내부는 폭풍이 휩쓴듯 멀쩡한게 하나도 없었다. 

    뒤늦게 도착한 하사가 가우스건을 늘어뜨리고 그것을 멍하게 쳐다본다.
    "도데체 무슨일이 벌어진거지?"

    맥 상병이 눈을 가늘게 뜬다.

    "무언가 폭발한걸까요? 무슨 이유에서 모여있던 기지인원들은 그것에 휩쓸린거고."
    "빨리 확인해봐!"

    탐색.png

    하사의 명령으로 병사들이 횡한 통제소 내부로 들어선다.
    부서진 기기며 휠체어와 기타 장비들에 모래가 쌓여 있다.

    월리엄 일병이 격벽을 살핀후 들어갔다. 
    그는 먼지가 쌓인, 한때 막혀 있었던 투명벽의 단면을 쓸어본다.

    그리고 옆으로 다가온 크라첼 병장에게 음울하게 말했다.
    "군생활 제대로 꼬인것 같습니다 분대장님."

    크라첼의 시선으로 마치 녹아내린듯 검게 부식된 단면이 들어왔다.

    수색은 끝났다. 병사들이 소대장을 중심으로 모였다. 
    대원들은 어두운 복도와 먼지바람이 들어오는 외벽을 불안한듯 힐끔댔다.

    소대장이 다급히 본부로 통신을 보냈다.
    "본부. 여기는 알파소대. 수색중 이상징후를 발견했다." 

    곧장 응답이 왔다.
    -말하라. 홀랜드 하사.

    "제길. 중앙통제소가 당했다. 현재 연구소 생존 인원은 불투명하며, 현지 전자장비를 이용한 수색도 불가능하다!"
    -계속 보고하라.
    "....."

    홀랜드 하사는 자신이 말하려는 단어 자체에 거부감을 가진듯 힘겹게 입을뗏다.
    "저그다. 소대원 월리엄 일병의 의견에 따르면, 저그의 강력한 부식성 산이 연구소 중앙통제실을 파괴했다고 한다."

    소대원들은 긴장하며 본부의 응답을 기다렸다.
    잠시후 작게 대화하는 소리가 들리나 싶더니 응답이 들어왔다.

    -알파소대, 저그가 확실한가? 저그 개체를 직접 목격했나?
    "그건 아니다. 하지만 달리 설명할 길이....."

    그때 건너편 통신이 그의 말을 끊었다.
    -대원들을 이끌고 지하 수색을 계속하라. 확실한 것만 보고하도록.

    마침내 홀랜드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현 병력으로 부족하다. 지원을 요청한다."
    -.....

    잠시 침묵하던 통신이 응답했다.
    -홀랜드 하사. 자네는 이게 소꿉장난으로 보이나?

    소대장의 눈이 가늘어졌다.
    "뭐라고? 지금 그게 무슨 말인가."

    -자네는 멩스크 황제폐하를 섬기는 명예로운 자치령 해병이다. 그에 부끄럽지 않게 행동하라. 설마 겁먹은건가?
    "그런 문제가 아니지 않는가! 이건....."

    다시한번 상대방이 말을 끊었다.

    -좋다. 그렇다면 좀더 확실한 저그의 증거를 발견하면 보고하도록. 그 즉시 우리도 조치를 취하겠다. 더군다나 아직 다른 사고일 가능성도 있다.
    "알겠다.... 본부."
    -훌륭하군 하사. 통신종료.

    하사는 신경질적으로 통신을 끊고 월리엄을 돌아봤다.
    "자네 이전에 저그를 직접 본적이 있나?"

    월리엄이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연구 샘플과 영상을 본적은 있습니다."
    "그런건 우리도 훈련때 많이 봤어. 자네 티라도3 행성에서 사고가 있었다지?"
    "보조 연구원일 뿐이었죠. 복무로 국가에 끼친 누를 만회할수 있다는걸 감사히 생각합니다."

    소대장은 빙긋 웃는 그를 잠시 쳐다보며 희망섞인 질문을 던졌다.
    "꼭 저그가 아닐 가능성도 있지않나?"

    월리엄이 어깨를 으쓱했다.
    "솔직히 정밀 관측 장비도 없는 마당에 확신은 못드립니다. 이제 전 이거라서요."

    월리엄이 자신의 거대한 가우스 소총을 철컥 소리가 나도록 들었다.
    소대장이 피식 웃었다.

    "좋아. 확실한건 없지. 그래도 조심들 하자 초짜들. 자! 어디서 떨고있을 연구원들 엉덩이나 걷어차 주러가자."
    소대원들이 짧은 구호를 외치며 그를 따라 걸었다.

    지하 4층. 사방에 뿌려진 피와 살점을 곳곳에서 발견했다.
    건조하게 말라붙은 그 정도로는 저그도 인간도, 어떤 생물의 것인지조차 확실히 판단하기 힘들었다.

    계단에서 최초로 인간의 흔적을 찾아냈다.
    누군가 급히 바둥대다 도망친 듯한 갈색 손자국이 5층 지하로 통하는 계단 곳곳에 찍혀있다.

    핏덩이가 엉겨서 마른 권총을 발견했다. 벽 곳곳의 탄흔. 단단한 것에 깨져 흩어진 모래같은 탄두조각들. 
    소대장은 한층 깊은 지하로 수색을 계속했다.

    5층에서 드디어 첫번째 연구원을 발견했다.
    그것을 발견한건 우연이었다.

    익숙해진 피냄새와 알수없는 악취. 
    계속된 긴장에 지쳐있던 소대원들과, 심지어 재사회화 해병들까지 눈을 치켜떴다.

    바닥에 떨어진 산탄총위에 쌓인 분변과 피가 썩어가는 그 반대편. 
    높은 천장에 그것이 있었다.

    반으로 동강난채 어두운 천장에 박혀있는 인간의 하반신. 
    알수없는 거대한 가시가 그것을 천장에 대롱대롱 고정했다.

    하사는 거의 언쟁에 가깝게 본부와 통신을 하다가 거칠게 끊었다.
    "개같군. 저그든 뭐든 차라리 화끈하게 몰려 왔으면 좋겠어."

    하사의 바람은 지하 7층에서 이루어졌다. 

    샹크투스.jpg

    비밀작전 2화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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