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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panic_88981
    작성자 : 어떤것
    추천 : 12
    조회수 : 1093
    IP : 221.159.***.5
    댓글 : 12개
    등록시간 : 2016/07/04 14:30:50
    http://todayhumor.com/?panic_88981 모바일
    (중편, 선택지형)그와 좀비와 당신.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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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아.. 아니에요. 오늘 아침에 하혈을 좀... 생각해보니 이즈음이 생리일이긴 하네요. 좀 민감해져서 그래요.(변명)(2번 6표 1번 2표, 목공칼 3표, 리볼버 2표)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미안해요. 괜한걸 물었네요.]

    게면쩍게 웃으며 사과하는 A에게 그저 웃어만 보이곤 다시 빠르게 차로 향한다. 어쩌지. 아무리 생각해도 좀비가 그런 일을 할 수 있을리는 없다. 그렇다고 물린 자국 조사한다고 그런 짓을 했다기엔 말이 안돼. 혹시라도 뭔가 찾으려고 그런 일을 했다면 내게 말을 했겠지. 더구나 그 해체 솜씨는 도축업자 같은 직종의 사람도 함부로 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조각사가 그런 일을 한다고? 그건 이십대 나이로 보이는 A가 철들고 부터 사람을 해체하는 일을 했노라고 대변하는 증거였다. 

    머릿속이 뜨겁게 달아오르는 데에 반해 신체 컨디션은 최고조여서 차까지 가는데는 채 몇분도 걸리지 않았다. 짐을 트렁크에 싣는 와중에는 생각이 발전해 A와 최대한 이상함 없이 갈라지는 방법을 생각 하고 있었다. 그러나 가게에서의 일부터 오늘까지 죽 도움을 받았다는 사실 때문에 도의적인 사유는 쓸 수 없다. 부모님을 만나러 간다? 만에 하나라도 따라오면 부모님까지 위험해질지도... 평소라면 그저 잠시 외출핑계를 대고 나가 경찰을 부르면 될 일이지만 이런 사태에선...

    흘끔 A를 보자 언제 챙겨온지도 모를 캔 땅콩 하나를 따서 먹고 있다. 아침을 먹지 않았으니 허기질 만한 타이밍이긴 하다. 내가 보는걸 눈치 챈 A가 씩 웃으며 캔을 내밀길래 고개만 젖고 다시 트렁크에 집중했다. 눈치채지는 못한 것 같아. 어색하지는 않았나봐. 일단 차에 타고 시동을 걸었다.

    "어제 얘기했던 거기로 가죠."

    "네."

    단답으로 일관하며 시동을 건다. 그 날이라 이런거라며 이해하고 있을까. 생각해보니 A가 목공칼을 어느 주머니에 넣었더라. 가방을 뒷좌석에 둘걸. 트렁크에 넣어둬서는 영 불안한데. 어쩌지. 속으로 수많은 고뇌를 삼키며 운전대를 잡은 나는 목표로 한 시장 근처 길로 향한다. 가는 길에 어제보다 더 많은 좀비가 눈에 띄었다. 군인들도 경찰들도 보이지 않았다. 불안한 기분이다. 감염원이 체액접촉뿐만이 아니라면 도대체 뭐가 사태를 이 지경으로 끌고왔을까.

    군데군데 가드레일을 들이박고 서있는 차량 정도만 제외하면 의외로 도로는 한산한 편이었다. 다들 차를 타고 도망갔다기 보다 채 도망가기도 전에 전염된게 아닐까. 어쩌면 아예 밖에 나와있던 내가 운이 좋았던 걸 수도 있다. 아니, 옆에 시체애호가를 태우고 있다는 점을 보면 그것도 아닌걸까.

    시장근처에 도착하자 차로는 더 갈수가 없어 차에서 내려 가방을 꺼냈다. 창문은 닫아두려 했지만 A가 혹시 모르니 창문을 열어놔 달라고 한다. 등에 묵직하게 얹히는 무게감이 차라리 안심이 되었다. 당장 차로는 도망칠 수 없겠지만 도보로라도 도주할 준비가 됬다는 느낌. 도로 여기저기는 꽤 참혹했다. 사람의 시체는 보이지 않지만 건물 외벽 같은 곳 여기저기에 구멍이 나있고 유리로 문을 해둔 가게들 대부분은 외벽 유리가 박살나있었다. 이제야 좀비들이 사는 세상으로 떨어졌다는 게 실감났다. A를 앞세우고 뒤를 천천히 걸어간다. 나도 모르게 거리가 벌어진다.

    [내가 들까요? 힘들어 보이는데.]

    고개를 숙인 내 시야에 핸드폰 화면이 확 들어왔다. 어느새 내 곁까지 온 A가 핸드폰을 들고 있다. 고개만 저었다. 안돼. 이 짐을 빼앗기면 도망칠 때 가져갈 게 없어. 만약에라도 내버리고 도망갈 상황은 그건 아마 최후의 최후에야 올 것이다. 그러냐고도 묻지 않은 A는 다시 앞서 걸었다. 오분쯤 지나자 곧 사태의 중심지에 도착했다. 아스팔트 한가운데에 만지면 묻어날 것 같은 양의 피가 흠뻑 젖어있고 유리며 플라스틱 조각들이 해변가의 모래처럼 쌓여있다.

    A가 내 어깨를 툭툭 치고 한쪽 손으로 가까운 거리에 보이는 공장을 가리켰다.

    [어제 가게에서 본 좀비들이 최초인 것 같은데 공장같은 데서 입는 작업복을 입고 있었어요. 저기 옷 아닐까요?]

    그럴 법 하다. 혼란스러워 잘 기억도 안나지만 확실히 평상복은 아니었다. 고개를 끄덕이고 방향을 다시 잡아 공장으로 향했다. 그 공장은 염료공장 이었다. 페인트 냄새 같은 휘발성 악취가 코끝을 찔렀다. 멋모르고 공장 내부에 들어가려다 좀비와 반뼘도 안되는 거리를 두고 간신히 멈춰선 A는 조심스럽게 물러나 안쪽으로 향한다. 나는 소리나지 않게 가방에서 라이터를 꺼냈다. 최소한의 준비라고 생각하며.

    공장 내부는 좀비로 거의 만원 상태였다. 작업복을 입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 내가 봤던 여자 좀비처럼 대부분이 상처 한군데 없는 멀쩡한 몸이 었지만 눈에 허옇게 일어난 각질과 수분이 없어 말라가는 입술 따위가 사람이라곤 생각하기 힘든 모양새였다.

    그제서야 황급히 입을 옷으로 막긴 했지만 이미 전염된 거 아닐까 의문스럽다. 이 공장에서 생산하고 있던 염료들이 아마 원인인 것 같았다. 제조처 따위는 알아보기 힘들었다. A도 흡입하면 위험하겠다 싶었는지 나가자는 제스쳐를 해보였다. 최대한 호흡을 멈추고 조심스럽게 공장을 이탈했다. 

    [저게 원인 같죠?]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도대체 뭐가 잘못됬기에 염료공장의 화학물이 호흡기로 전염되는 잠복성 좀비 바이러스가 되었을까. 눈에서 각질이 일어나는 것도 관련이 있는 걸까. 가장 궁금한건 저 "질병"이 치료 가능성이 있냔거다. 아무리 생각해도 가능성은 한없이 낮았다. 한참을 멍하니 벤치에 앉아있다가 A의 꼬르륵 소리에 식사를 하기로 했다. 어제의 그 도둑도 여길 지나왔던 걸까. 걸어서 이동하려면 반나절쯤 걸리니 그쯤이 발병 잠복기 이리라. 참치 통조림 하나를 따고 생라면을 부숴 함께 먹으면서도 이미 전염됬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꾸준히 들었다. 

    [이제 어디로 가죠?]

    A가 다시 핸드폰을 내밀었다. 생각해보니 이제 갈 곳이 없다. 서울로 가면 될지도 모르지만 계염령이 맘에 걸렸다. 옆쪽 지방으로 가봐야 하는 걸까... 어쩌면 이런 염료를 생산하는 곳만 피하면 어느정도 안전선이 확보 될 것 같았다. A에게 그 뜻을 전달하자 고개를 끄덕인다. A의 핸드폰을 받아 짐을 가져다 놓고 차를 가져올테니 기다려 달라고 말했다. 

    한참이나 걸었을까, 정신이 번쩍 들었다. 공장에 들어가고 부터 좀비 전염에 정신이 팔려 잊고 있었다. 순간 기회라고 생각했다. 이대로 차를 갖고 도주한다면 살 수 있다...! 혹시 따라오고 있는 건 아닐까 싶어 뒤를 돌아보고 싶었지만 딱히 장애물도 없이 인도만 펼쳐져 있는지라 뒤돌아보면 바로 들키게 된다. 나는 억지로 고개를 앞으로 향하고 걸었다. 귀를 최대한 기울였지만 음악소리 같은게 얼핏 들릴 뿐이다. 비상발전기 같은걸로 돌아가는 광고판인가.

    차 뒷자리에 짐을 싣고 앞좌석에 앉았다. 도망가자. 그간 도와준건 고맙지만 시체를 해체하는 광인과는 어울릴 수가 없다. 식사와 식량 얼마간, 옷 두어벌 정도는 챙겨줬으니 그걸로 은혜는 갚은 셈 치자. 그렇게 생각하니 어쩐지 기분이 좀 나아져서 콧노래라도 나올 것 같다.

    "좋아... 어디 강원도 쪽으로라도 가볼까..."

    귓전에 나직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강원도 보다는 대도시로 다니는게 나을걸요?"

    헉 하는 소리도 낼 수 없었다. 굳어버린게 아닐까 생각될만큼 뻣뻣한 목을 간신히 돌리자 반쯤 열린 창문 사이로 A가 환하게 웃고 있다. 고작 반나절 좀 안되게 못들은 목소리지만 이때만큼 환하고 밝은 어투는 처음이다. 여느때보다 선명하고 청량한 음색으로 A는 다시 입을 열었다.

    "생각해봐요. 지방으로 다니면 기름도 수급하기 힘들고 먹을 거나 수도 시설도 못써요. 정보에 민감하게 반응하기도 힘들구요."

     한쪽손은 창문턱에 걸쳐뒀지만 다른 한손은 그저 밑으로 내리고 있다. 보이지 않는다. 입을 열어 뭐라도 말하고 싶은데 입이 떨어지지 않는다.

    "개인적으로는, 어차피 기름값은 공짜니까 부산도 좋을 거 같아요. 바다도 보고 좋잖아요."

    한참이나 재잘재잘 떠들던 A가 내 눈동자가 여기저기 살펴보는 걸 본 모양이다. 다시 쾌활한 목소리.

    "아아 좀비요? 글쎄... 혹시 소리에 반응한다는 말이 거짓말일지도 모르잖아요? 하하 농담이에요. 핸드폰 있잖아요? 음악 크게 틀어서 벤치에 놓고 왔어요. 그것보다 크게 떠들지 않는 한 괜찮을 거에요. J씨 간 다음에 생각해봤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오늘 태도가 좀 이상해서요. 까짓거, 돌아오면 그냥 고장나서 소리가 나더라 할 요량으로요. 와 근데, 내 촉이 또 이렇게 들어맞네요!"

    한손은 운전대, 한손은 열쇠를 쥐고 나는 얼어붙었다. 핸드폰을 놓고왔다면 A의 손에 들린건... 그 생기발랄한 사형선고를 듣자 뭔가 기억났다. 어제 가게에 있을때, 멀리서 날 보던 인간인 척 하던 무언가. 잘못본게 아니었다. 그건 바로 A였다. 나는 다시금 확신했다. 인간이 아니었다.

    "근데, 혹시 언제 알았어요? 나 정말 방금 전까진 눈치 못챘거든요."

    A의 눈이 유리알처럼 빛났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소지품 : 차키, 하네스 및 로프 한세트, 하강기와 확보기 등 등산장비 일체 한세트, 의류 세벌, 양말 네켤레, 챙겨나온 식료품 1인기준 5일치+@, 기타 생활용품.

    1. 뭘 알았냐는 거에요? 놓고갈까봐? 무슨 소리 하는지 잘 모르겠어요. 어서 타요. 핸드폰은 어쩔 수 없죠 뭐. 

    2. 오늘 아침에 봤지, 더러운 자식아. 날 노리고 지금껏 따라온거야?!

    3. (아무 말 없이 시동을 건다. 재빨리 하면 괜찮을거야...!)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그때그때 결과보고 핸드폰으로 쓰는거라 문장도 엉성한데다 제가 지리에 어두워 그저 대강대강 쓰는 점 양해 바랍니다 ㅠ

    J의 첫 득템은 A의 목공용 칼로 낙점 되었습니다! 거기에 더불어 써놓고도 J 팔자가 참 기구해보여 추가로 선물 하나 하겠습니다(...)

    이렇게 썼는데 글에서는 아직도 만 이십사시간도 안지났다는 사실이 엄청나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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