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버스터링의 성패 여부와 상관없이 예정된 수순을 밟았습니다.
이미 알고 있었고 터닝포인트로 새로운 시작이라는 건 알고있지만 피로감은 상당하네요.
보는 사람이 이럴진데 연단에 섰던 제대로 된 세상을 만들고자 했던 우리 의원들은 얼마나 힘들지 솔찍히 짐작도 안됩니다.
수정안 부결, 재수정안 가결 쇼를 보면서 그리고 비난 방지 반대 한표를 보며 기득을 지키려는 이들의 철옹성을 다시 한번 실감했어요.
그래서 더 피로감과 상실감이 큽니다.
그래도 그냥 나몰라라는 할 수 없네요. 너무 많이 알아버려서.
민주주의야 언제나 중요한 가치였고 영원히 갈구할 염원이지만 그 길을 닦는 우리 대표들이 평소에 비난하던 농땡이 의원이 아니라 실력과 열의를 함께하는 동지라는걸 알아버렸거든요.
뭐 언제는 우리가 잡초 아니었나요. 살아보려 아둥바둥 발버둥치는 풀뿌리 아닌적 없잖아요.언제 과반석 국회라는 무기 가져봤다고 야당은 소수니 계란으로 바위치기니 푸념하는 날 발견했더니 갑자기 막 웃기네요.
새누리가 바라는게 민초가 이상을 포기하고 염원을 버리는거잖아요. 현실에 순응하는 거잖아요.
근데 생각해보면 가진게 없다는 서러움과 내 새끼들은 투명한 세상에서 살게 해주고 싶다는 열망이 언제나 희망을 버리지 못하게 하는 이유였어요.
그 이유는 여전히 변하지 않았잖아요?
바람 불었으니 힘없어 스러져도 바람 멎으면 다시 고개 들겁니다.
당장 길에서 국회에서 하는 싸움은 못해도 포기하지 않고 살아가는 그런 서민스러운 저항을 오늘도 해보렵니다.
나면서부터 공주였던 독재자의 딸은 이런 싸움 못하겠지만 버티고 살아남고 희망 안버리는 싸움이라면 잡초가 한수 위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