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와 함께 매일 16시간씩 일하며 20년간 장사했지만 이젠 더 이상 버틸 힘이 없습니다. 일용직 자리 구하기도 쉽지 않다고 하는데 걱정입니다."<br><br>서울 강동구 한 상가 건물에서 1998년부터 프랜차이즈 빵집을 운영해온 전모(58)씨는 "두 자식 먹이고 공부시키며 힘들게 끌고 온 가게인데, 셔터를 내리게 만든 이 세상이 원망스럽다"고 했다. <span class="word_dic en">IMF</span> 외환 위기 때 명예퇴직금을 들고 빵집을 시작한 전씨는 4~5년 전까지만 해도 한 달 3000만원 매출에 500만~600만원 수익을 냈다.<br><br><span class="end_photo_org"><img src="" alt=""></span><br><br>올 들어 최저임금 인상 여파로 제빵 기사와 알바생 임금이 치솟아 수익은 200만원 아래로 곤두박질쳤다. 전씨는 "이렇게 1~2년 버틴다고 해도 결국 빚더미에 오를 것이 뻔해 폐업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21일 그의 빵집 유리창엔 '임대 문의'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38㎡(약 11평)짜리 매장은 텅 비었다. 전씨는 "한때 사장님 소리를 들었는데, 이제는 집사람과 알바 자리 찾는 처지가 됐다"며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br><br>경기 침체와 소비 위축, 임대료 폭등에 최근 최저임금 인상이 겹치면서 자영업자 폐업이 속출하고 있다. 국세청에 따르면 2016년 한 해 동안 과세 당국에 폐업 신고한 개인, 법인 사업자는 총 90만9202명이었다. 올해는 100만명을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음식점과 주점, 카페, 치킨집, 소매점 등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는 560여 만명. 이들은 "앞으로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으로 회식이 급감하고 소득이 줄어든 손님이 지갑을 닫으면 폐업 점포는 더 늘어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br><br>◇<b>폐업자 올해 100만명 넘을 듯</b><br><br>지난 15일 오전 경기도 광명시 한 주점에 주황색 조끼를 입은 폐업 처리 업체 직원들이 나타났다. 50㎡(약 15평) 남짓한 매장의 탁자와 의자, 주방 기구 등 집기를 트럭에 싣는 데 10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식당 주인 윤모(23)씨는 "가족 3명이 하루 12시간씩 일해 한 달에 500만원도 못 건졌다"고 말했다. 각자 아르바이트를 하는 게 더 나은 상황이 돼 버린 셈이다.<b><br><br></b><br><br><span class="end_photo_org"><img src="" alt=""></span><br><br>윤씨가 주점을 연 것은 지난 3월. 군 제대 후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자 인건비라도 건지겠다는 심정이었다. 보증금 2500만원, 권리금 2000만원에 매장 실내장식비 1500만원까지 총 6000만원을 투자했다. 저녁 6시부터 다음 날 새벽 6시까지 영업하는 주점 특성상 일손이 부족했지만 윤씨는 아르바이트생 고용은 꿈도 꾸지 못했다고 했다. 그는 "최저임금이 시간당 7530원이지만, 새벽 근무 때는 9000원 이상을 줘야 한다"며 "아르바이트생 한 명만 고용해도 수익이 절반 이상 줄어든다"고 했다. 부모가 주점에 나와 일을 거들었지만, 최근 직장인들 씀씀이가 확 줄면서 매출이 떨어졌다. 윤씨는 이날 식당의 탁자 8개와 의자 30여 개, 주방 집기를 폐업 처리 업체에 넘기고 100만원을 받았다.<br><br>영업 3개월 만에 폐업한 윤씨에겐 빚 3000여 만원이 남았다. 그는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 막막하다"며 헛웃음을 지었다.<br><br>◇<b>"생계형 창업→대출→폐업 악순환"</b><br><br>상가정보연구소가 전국 자영업체 253만곳을 분석한 결과, 2017년 하반기 8대 업종 폐업률은 2.5%로, 창업률(2.1%)을 넘어섰다. 새로 문을 여는 곳보다 망한 곳이 더 많았다는 얘기다. 3개월 만에 폐업한 윤씨처럼 음식 업종의 폐업률이 3.1%로 가장 높았다.<b><br><br></b><br><br><span class="end_photo_org"><img src="" alt=""></span><br><br>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숙박·음식점업의 대출 잔액은 51조2589억원으로 1년 전보다 4조4644억원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생계를 위해 대출받아 창업했으나 극심한 경쟁으로 장사가 안되고, 결국 폐업하는 악순환의 고리가 더욱 굳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br><br>자영업자 폐업이 잇따르면서 서울 황학동 중고 주방 기구 매입 업체에는 냉장고·세척기·식기 등 중고 제품이 쏟아져 들어오고 있다. D주방 김모 대표는 "지하 1층부터 지상 3층 건물 전체와 옥탑 공간은 물론, 파주와 성남 창고 3곳까지 꽉 찰 정도로 물건이 밀려오고 있다"고 말했다.<br><br>중고 그릇을 도매하는 K주방 관계자는 "요새 치킨집이나 카페에서 나오는 식기는 새것이나 다름없는 반짝반짝한 제품이 꽤 된다"며 "물건 수거하러 가면 주인들 보기 미안하다"고 말했다.<br><br>폐업 상담사로 활동하는 고경수 '폐업119' 대표는 "올 들어 폐업 상담을 받으러 오는 업체가 작년보다 20% 이상 늘었다"고 말했다. 그는 "창업에 지원을 아끼지 않는 정부가 폐업에는 무신경하다"며 "유도에서 낙법을 먼저 배우는 것처럼 정부가 폐업 문제에 관심을 쏟아야 실패를 경험한 자영업자들이 다시 일어날 수 있다"고 했다.<br><br><b></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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