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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love_13381
    작성자 : 오징오징오징어
    추천 : 3
    조회수 : 937
    IP : 122.151.***.180
    댓글 : 3개
    등록시간 : 2016/10/18 23:46:46
    http://todayhumor.com/?love_13381 모바일
    결국 그녀와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
    <p><br></p> <p>그녀를 처음 만난 것은 작년 6월이었다.</p> <p>워킹홀리데이로 호주라는 낯선 땅에 홀로 온 나는 언어교환을 목적으로 한 외국인 친구를 만났다.</p> <p>인연의 시작은 내가 올린 구인광고를 보고 날아온 문자 한통이었다. </p> <p>원어민은 아니지만 이곳에서 대학을 나왔고 직장생활을 하고 있다고 본인을 소개한 그녀는</p> <p>나와 언어교환을 하기를 원했고 나는 흔쾌히 그녀와의 만남을 수락했다.</p> <p>도서관내에 자리한 작은 커피숍, 그 앞 의자에 그녀는 다소곳한 자세로 앉아있었다.</p> <p>작고 아담한 체구에 똘망똘망한 눈.</p> <p>그리고 조금은 경계하는 듯한 태도.</p> <p>내가 그녀에게서 처음 본 것은 그런 것들이었다.</p> <p>겁먹은 아이처럼 조심스럽게, 그러면서도 상대방에게 다부져보이려 애쓰는 듯한 그 모습이 인상 깊었다.</p> <p>여리고 착한 아이겠구나.</p> <p>첫 인상만으로 나는 그녀가 어떤 사람인지 쉽게 짐작할 수 있었다.</p> <p>나도 그녀와 같은 종류의 인간이었기 때문에.</p> <p>그래서인지 처음 만난 사이였음에도 나는 그녀가 편하게 느껴졌다.</p> <p>그녀는 자기보다 머리 한, 두개는 더 큰 나를 무척 조심스러워했지만</p> <p>어느새 그녀가 편해진 나는 내 전매특허인 바보같은 웃음을 그녀에게 보여주고 있었다.</p> <p>별다른 감정은 없었다.</p> <p>솔직히 말해서 그녀는 내 취향이 아니었다.</p> <p>그저 착하고 좋은 사람이라는게 느껴졌고 그래서 상대방을 대하는데 편암함을 느꼈을 뿐이다.</p> <p>그렇게 일주일에 한 번씩 혹은 두 번씩.</p> <p>주말마다 우리는 서로의 공부를 도와줬다.</p> <p>날이 지날 수록 처음에는 내 앞에서 작은 미소도 잘 보여주지 않던 그녀가</p> <p>어느순간 나처럼 바보같은 웃음을 지어보이고 있다는걸 알았다.</p> <p>그녀도 내가 자기와 같은 바보라는걸 알아본 까닭일까.</p> <p>그렇게 우리는 언어교환이라는 목적을 떠나서 순수한 친구가 되었다.</p> <p>짜투리 시간을 활용하기 위해, 혹은 무척 심심할때만 나를 찾던 그녀는</p> <p>차츰 나와의 만남을 목적으로 자신의 시간을 할애하기 시작했다.</p> <p>책상 앞에 마주앉아 같이 공부하는 것 조차 어색한 사이였는데</p> <p>이제는 항상 그녀와 만나면 같이 밥을 먹었고</p> <p>보수적인 문화때문에 술을 제대로 마셔본 적 없다는 그녀와 </p> <p>펍에서 맥주 한, 두잔을 같이 할 수 있는 사이가 되었다.</p> <p>그렇다고 그녀에게 특별한 감정이 생긴 것은 아니었다.</p> <p>아니, 모르겠다. 그래, 나도 그 당시의 내 감정을 잘 몰랐다.</p> <p>자각하지 못하고 있었다.</p> <p>그런데 어느날 그녀가 또 다른 언어교환 친구를 구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됐다.</p> <p>서로 바쁜 일정상 원하는 만큼 자주 만나지 못하니 </p> <p>한국어를 보다 열심히 공부하기 위한 당연한 선택이었다.</p> <p>그런데 왜 이렇게 야속하지?</p> <p>내가 그녀의 수 많은 친구 중 흔한 하나가 되는게 싫었다.</p> <p>나는 내가 그녀에게 좀 더 특별하다고 생각했는데?</p> <p>나는 그녀가 남들보다 조금 더 특별한데?</p> <p>결국 나는 제대로 자각도 못한 내 감정, 제대로 정리되지 않는 그런 것들을</p> <p>그녀에게 말해버렸다.</p> <p>요약하자면 나 말고는 만나지마!</p> <p>그녀는 친구를 잃을까 두려운 그 감정을 잘 알겠다고 했다.</p> <p>그리고 그녀는 나에게 소풍을 제안했다.</p> <p>나는 너무 기쁜 마음에 요리도 못하면서 도시락을 만들어 갔다.</p> <p>전발부터 재료구입, 손질등을 하며 온갖 수선을 떨고 만든 샌드위치.</p> <p>뭐 때문에 그렇게까지 했는지 아직도 모르겠다.</p> <p>우리는 그냥 친구 아니었던가.</p> <p>소풍을 즐겁게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그녀와 아이스크림 가게에 들렀다.</p> <p>아이스크림을 먹으며 나는 그녀에게 한 참은 늦은, 혹은 너무 이른 질문을 했다.</p> <p>혹시 남자친구 있어?</p> <p>내 질문에 그녀는 그렇다고 대답했다.</p> <p>왜 그랬을까.</p> <p>나는 아이스크림 먹던 수저를 내려놓고 시무룩한 표정으로 멍때리고 있었다.</p> <p>그때 그런 내게 그녀의 꺄르르 거리는 웃음소리가 들려왔다.</p> <p>뭐지? 고개를 들어보니 그녀는 내가 그녀를 처음 만난 이래 처음으로 박장대소를 하고 있었다.</p> <p>아, 농담이었구나. 장난이었구나.</p> <p>멍청한 나는 그녀의 장난에 그대로 속았고, 내 감정을 숨기지도 못한체 있는 그대로 다 보여주고 만 것이다.</p> <p>사실 나도 당시 내가 그녀 앞에서 어떤 표정을 지어보이고 있었는지 잘 모르겠다.</p> <p>다만 한 가지 확실한건, 그녀의 웃음 소리가 내게 한 가지 사실을 일깨워줬다는 것이다.</p> <p>이미 그녀가 내 마음에 들어와 있다는 것을.</p> <p><br></p> <p><br></p> <p><br></p> <p><br></p> <p><br></p> <p><br></p> <p><br></p> <p><br></p> <p><br></p> <p><br></p> <p><br></p> <p><br></p> <p><br></p> <p> </p> <p><br></p> <p><br></p> <p><br></p> <p><br></p> <p><br></p>

    이 게시물을 추천한 분들의 목록입니다.
    [1] 2016/10/19 00:02:05  118.32.***.141  qetuoadgj  133942
    [2] 2016/10/19 00:15:28  1.239.***.89  160923  596072
    [3] 2016/10/19 00:50:31  197.210.***.12  두룸  5765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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