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고양이를 키운지 한달정도 되는 초보 집사입니다. 고양이와 함께 무뚝뚝한 동생놈도 한마리 키우고 있습니다.

저한테는 하루종일 말 한마디 안할정도로 무심한 놈이지만  이놈 역사를 좀 풀자면..
어릴때부터 10여년간 키우던 청거북이를 저수지에 방생했을 때 저수지 앞에서 한참을 울던 놈이었죠. 
또 집앞 논가에서 잡아온 올챙이를 개구리가 될때까지 기르다가 미친 개구리가 15층 아파트 베란다에서 뛰어 내린걸 알고는 개구리가 살던 세수대야를 붙잡고 진종일 울던 놈이었죠. 
동생놈이 초등학교 고학년쯤 제가 부모님 허락도 없이 강아지를 한마리 데려왔었습니다. 그 강아지가 새로운 환경에 적응을 못해 똥오줌을 못가려 거의 매일 아빠한테 혼나고 화장실에 갇혀있었죠. 그럼 동생은 강아지와 함께 밤새 화장실에 쭈그러 앉아 강아지가 울면 같이 울고, 강아지 배고플까봐 밥을 산더미처럼 줬습니다. 그걸 다 먹은 강아지는 감금에서 풀려나자마자 방 여기저기에 똥오줌을 갈기고 다녀 결국 무한반복...(결국 우리 가족은 그 강아지를 파양할 수 밖에 없었죠..)

아무튼 이렇게 (동물한테만) 정도 많고 눈물도 많은 동생놈과 청거북이 이후로 처음으로 애완 동물을 키우게 되었습니다.
이녀석 제가 고양이를 데려오기 전에는 절대 안된다고, 데려오면 제방에서만 키우라고 결사반대를 했었죠.
하지만 데려온 첫날부터 동생은 고양이 뒤만 쫄쫄 좇아다녔고, 바뀐 환경에 적응 못한 고양이가 밤새 울어대자 밤을 새서 고양이가 숨어있던 은신처 앞에서 고양이 장난감을 흔들어 대고 있더라구요.
원래 최근 저랑 동생이 냉전상태인지라 말도 한마디 안했는데 고양이가 온 후 부터 동생이 제가 퇴근하고 나면 고양이를 욕하는 척 하면서 고양이의 하루 일과를 보고합니다.

하루종일 동생과 함께 지낸 덕분에 저희 고양이도 저보다 동생과 더 친해졌습니다.
그래서 고양이는 동생 뒤만 졸졸 따라다닙니다.
겁이 많은 고양이라 가만 있으면 먼저 다가왔다가도 몸이라도 움직일라치면 도망가버리는 놈입니다.
밤에 동생이 앉아서 컴퓨터를 하고있으면 동생옆으로 살금살금 다가가 쿡쿡 찌르고 깨물고 합니다.
그럼 동생은 귀찮다고 저리 가라고 밀어내다가 안고 제 방으로 데려다 놓습니다.
그럼 고양이는 다시 나가 동생을 건들고, 동생은 저리 가라고 욕하지만 결국 장난감을 들고 또 밤새 놀아줍니다.

오늘 아침에도 고양이놈 자고있는 동생 방에 슬그머니 들어가 동생옆에 누워있습니다.
그러다 쫓겨나서는 베란다로 빙 돌아가 잠겨있는 동생방 창문에서 '냐~ 냐~' 울어대네요.

이놈들 츤츤댐에 제 입꼬리가 귀에서 내려올 줄을 모르네요.

마무리는 갈수록 뚱냥이가 되어가는 몽뇽이 사진 투척하겠습니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