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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freeboard_833886
    작성자 : 호쩍새
    추천 : 0
    조회수 : 372
    IP : 115.137.***.205
    댓글 : 0개
    등록시간 : 2015/05/13 14:53:45
    http://todayhumor.com/?freeboard_833886 모바일
    (BGM) 너는 나에게 겨울친구였다.






    오늘도 오후 2시에 눈이 떠진다.

    아무런 답장이 오지 않았다.

    하염없이 너가 보낸 메시지만 기다리다가 아침해를 보고서야 겨우 겨우 잠이 든다.
    하찭다면 하찮을 수도 있는 한낱 팬팔친구지만, 너는 나에게 소중한 겨울친구였다.

    나에게 미국생활은 겨울이었다.
    한국이라는 차디찬 겨울을 피해 도망간곳....
    7년동안의 집단괴롭힘. 부모님의 관심사는 성적표뿐....
    학교까지 1시간. 하루 평균 14시간의 학교생활. 반에 나포함 남자는 단 3명.....
    입시만을 위한수업들. 나를 다그치기만 하는 부모과 한숨소리.....
    친해질수도, 친해질 마음의 여유도 없는 그런 생활. 인간불신.
    너무나도 쓰라린 그 추위속에 나는 입시마저 실패했다.

    도망치듯 빠져나왔다. 남은것도, 남아있을 이유도 없었기에, 잠깐이지만 도망치듯 빠져나왔다.
    그곳에서 한순간 나는 봄을 보는듯 했다.
    20살 늦은나이. 첫사랑을 경험했다. 가슴이 타는듯했고, 매일아침 그 아이 생각에 저절로 눈이 떠지는 그런 경험.
    행복이라는걸 처음알았다. 사랑이라는걸 처음 알았다. 사람을 처음으로 보고싶었다. 
    과거를 이겨낼 수 있을것 같았다. 매일이 희망가득한 날이었다.

    그러나 예정된 결과였던 걸까.... 그 아이는 나를 바라보지 않았다.
    단지 일본문화와 만화를 좋아했기에, 거기에 환상이 있었기에, 내가 일본사람인줄 알았던 그 아이.... 그래서 접근했던 그 아이.

    그렇게 봄이 온줄 알았것만, 
    잃을것이 없던 내 마음에, 잃어버린것이 생겼다. 처음 느끼는 공허함과 아픔.

    그렇게 두번째 겨울이 시작되었을 때, 난 너를 만났다.
    우크라이나와 한국, 서로 연관도 없는 사람들. 그저 운좋게 인터넷으로 만났지만,
    너는 나에게 관심을 가져주었다. 쉽게 마음을 주지 않겠다 마음먹었지만, 너는 내 마음을 점차 녹여갔다.
    봄이 왔다. 미국생활이 끝나고 한국에 와서도 너는 나에게 빛을 보여주었다.
    집에가면 너와 대화할 수 있으니까. 너가 사진을 보내주니까.
    그 사진속에 웃고있는 너가 있었기에, 나는 행복했다.

    가정에 위기가 왔다, 아버지 직장에 위기가 오고, 어머니가 울기만 해도, 나는 버틸수 있었다.
    너가 있었기에. 너무나도 예쁜너가 있었기에 행복했었고, 나는 너에게 정을 너무 많이 주게되었던것 같다.

    그렇게 2년이 지났다. 변하지 않을것 같던차에, 우크라이나의 전쟁소식이 들려온다. 
    음식이 비싸 구하기 힘들다기에 기꺼이 보내주었다.
    과자가 먹고 싶다기에 기꺼이 보내주었다.
    2년동안 연락했는데, 겨우 이런 푼돈, 선물을 받고 기뻐하는 너의 사진속 모습을 보면 전혀 아깝지 않았다.

    그리고 5월 너의 생일이 되기 몇주전, 너는 나에게 선물을 부탁했다. 어떻게든 가지고 싶었던게 있다고 한다.

    운동화와 스커트,스타킹.
    비싸다. 지금까지 보냈던 음식값의 2배....

    그때의 나는 여유가 좀 생겼었고, 아버지 직장도 점점 안정을 찾아 우리 가정은 안정을 찾아갔기에, 흔쾌히 승락했다.
    너의 생일이니까. 너가 받고 기뻐하는 모습이 보고 싶었으니까. 너는 나에게 봄이었고, 쓰라린 겨울을 이겨낼 수 있게 해준 겨울친구였으니까....

    나는 너가 선물을 받았다고 했을때 너의 사진을 기다렸다.
    그런데 내가 받은 답장은 내 선물에 대한 사진이 아닌, 다른 일본인 친구가 보내줫다는 시계 선물의 자랑....
    시가 23만원의 시계....
    내가 보낸 선물의 2배의 가격...
    그리고 이번에도 일본인....

    머리가 아팠다. 내 머릿속에 무언가 스쳐지나가는 싸늘한 기운.
    감정을 주체할 수 없었다. 그럴리 없겠지 설마.

    가볍지 않게, 차분히 물었다.
    조금 심각하게 이야기할 필요가 있다.

    자신을 떠나지 말라던 답장, 그리고 화내지 말아달라는 답장.
    요동치는 마음. 머릿속은 이미 소용돌이 치지만, 문자는 차분하다.

    화나지 않았어. 그러니 다시볼수 있을거야. 그러니 조금 이야기 해보자.
    대화를 하자던 나.

    너는 답장이 없다.

    겨우 15만원. 2년반 동안 15만원. 2년의 우정치고는 너무 싸다. 있을수 없다. 그럴리 없다. 바쁠수도 있다. 인터넷 상태가 좋지 않을수도. 그녀의 아버지가 더시 아이패드를 가지고 갔을수도 있어. 이메일을 쓰나? 아닐거야.

    하루, 이틀, 사흘, 나흘, 그리고 지금....

    내 마음속에 가지고 싶지 않았던, 절대로 오지 말았으면 하는 확신이 오기 시작한다.

    오늘도 나는 2시에 눈을 뜬다.

    오늘도 아무런 답장이 오지 않았다.

    하염없이 너가 보낸 메시지만 기다리다가 아침해를 보고서야 겨우 겨우 잠이 들었었다.
    하찭다면 하찮을 수도 있는 한낱 팬팔친구지만, 너는 나에게 소중한 겨울친구였었다.



    2년 반 조금 안되는 시간동안 너는 나에게 여러움을 이겨내고 행복을 보여준 겨울친구였다.

    나는 너에게 무었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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