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편의상 존대를 생략한 글입니다. 감안하고 봐주시기 바랍니다.<br>---------------------------------------------------<br><br><br><br><br>잠잠히 식어들어갈 줄 알았던 더플랜 이야기가 뉴스타파의 반론보도를 기점으로 다시 불타올랐다.<br><a target="_blank" href="https://brunch.co.kr/magazine/vote" target="_blank"><br>https://brunch.co.kr/magazine/vote</a><br>더플랜 논란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위 링크에서 연재된 4편의 글이 제대로 설명하고 있으니 일독을 권한다.<br><br><br><br><br>이 논쟁은 우리나라 선거제도에 대한 중대한 논의이기도 하지만<br>언론인으로서의 김어준이 가지는 문제를 보여주는 사건이기도 하다.<br>김어준이 본인의 이중적인 포지션을 유지하는 한 앞으로도 이와 같은 문제가 산발적으로 발생할 것으로 생각된다.<br><br>김어준의 이중적인 포지션이란 다음 두 가지 포지션을 왔다갔다하는 그의 행보이다.<br><br>1. 딴지일보의 수장 김어준.<br><br>2. 메이저 팟캐스트 진행자 김어준.<br><br>김어준은 딴지일보를 통해 언론인으로 부상하기 시작했다.<br>딴지일보를 오래 지켜본 애독자로써, 딴지일보의 전통적인 강점은 '소설쓰기'다.<br>알려진 사실에 근거해서, '아마 뒷쪽에선 이러이러하고 저러저러한 일이 벌어졌지 않았을까?' 라는 추리를 덧붙여<br>팩트에 조미료를 첨가한 여러가지 팩션 이야기들을 주저리주저리 늘어놓는다.<br><br>그러다보니 뭔가 음모론적인 성향을 띄는 이야기들이 많이 나온다. 팩트에 대체로 기반한 이야기지만 기사 내용이 100% 팩트는 아니니까.<br>한 때 신설 과학칼럼이라면서 "달은 외계인이 만든 인공구조물이다"라는 내용의 SF소설까지 연재됐었으니 뭐 할말 다했다.<br><br>이런 소설쓰기 추론능력은 나꼼수에서 악마기자 주진우의 소스제공과 적절히 버무려지면서<br>쓰레기 언론과 가짜뉴스가 판치는 우리나라 언론판에 엄청난 반향을 일으키기도 했다.<br>나꼼수의 이야기들은 여전히 음모론스런 이야기지만, <br>워낙 정교한 음모론이라 사실과 99% 일치해버리니 음모론이라는 단어가 더 이상 어울리지 않는 경지에 올라버렸다.<br>그렇게 나꼼수를 기점으로 김어준의 포지션이 1에서 2로 변경됐다.<br><br><br>지금은 우리나라 시사 팟캐 부동의 1위를 차지하는 김어준이다. 더 말할 필요가 있는가.<br>그의 영향력은 KBS, MBC 등 메이저 언론에 비견될 정도로 커져있다.<br><br><br><br>근데 김어준 안에서 이 두 가지 성질이 짬뽕되면서 문제가 시작된다.<br><br>이러한 괴리의 첫번째 신호탄이 '더 벙커' 직원 해고 사건이다.<br>김어준과 딴지가 운영하는 '더 벙커' 주방에서 일하던 직원이 부당한 근로계약에 피해를 입었다며 나온 것이다.<br>김어준도 관련 노동법을 위반한 사실이 있다며 잘못을 인정한 사건이다.<br><br><br>딴지일보에선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애초에 딴지일보 필진과 직원일동은 제대로 돈을 받지 못 하는게 일상 다반사이기 때문에<br>노동법이고 뭐고 존중될 수 없는 환경에서 일할 수 밖에 없는 걸 당연시하고 있는 사람들이었다.<br>자신들을 직원이 아니라 자원봉사자라고 표현하기까지 했으니까.<br>딴지일보는 분명 총수와 그를 따르는 추종자들의 주종관계로 운영되는 단체였다.<br>근데 딴지의 사이즈가 커지면서, 총수의 추종자가 아닌 사람이 그룹에 들어오기 시작했고,<br>딴지와 김어준은 그런 사람들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지 않았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br><br><br><br><br>더플랜도 마찬가지의 현상으로 이해하면 된다.<br><br>김어준은 더 이상 딴지시절처럼 '요런 소설을 써볼 수 있지 않냐?', '야, 내가 그럴듯한 외계인 소설 써봄 ㅋㅋㅋㅋ'<br>하면서 낄낄댈 수 없는 위치에 있다.<br>그의 '음모론'은 너무 믿음직스러워졌고,<br>그의 '매체'는 돈도 없고 보는 사람도 별로 없는 딴지일보가 아니라 수십만명이 듣는 팟캐스트로 바뀌었다.<br><br>알려진 팩트들에 MSG를 잔뜩 쳐놓고, 그럴듯하지만 사실과 좀 많이 다른 이야기를 만든 다음에,<br>그의 시그니쳐인 너털웃음을 푸하하하 터뜨리며 '이거 졸라 웃긴 얘긴데!' 하면서 이야기를 풀어나가기엔<br>김어준의 이야기는 너무도 진지하게 받아들여진다.<br>일단 오늘날의 김어준이 파파이스나 뉴스공장에 '과학칼럼' 이라면서 '달 인공구조물설'을 푸는 모습을 상상조차 할 수 없지 않는가?<br>하지만 딴지일보 시절의 글들은 항상 그래왔다.<br><br>더플랜은 딴지일보 시절의 김어준이 하던 이야기와 맥락을 같이한다.<br>k=1.5라는 사실이 있다.<br>그 사실을 가지고 '이런이런 일이 발생했었을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라는 소설을 쓰기 시작한다.<br>소설은 매우 그럴듯 하며, 실제로 그런 일이 발생할 가능성이 없지는 않다.<br>다만 그 일이 실제로 발생했다는 근거는 확인되지 않았거나, 확인할 수 없다.<br>애초에 '달이 인공구조물인가?'를 100% 확실하게 확인할 수 있는가?<br>없다.<br><br>더플랜도 마찬가지로 '투표분류기가 해킹되었는가?'를 100% 확실하게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br>선관위 관리인을 매수하든 뭐든 해서 물리적 보안을 뚫을 수 있었다고 가정하면<br>전문 해커가 해킹을 실행하고 자기의 흔적도 전부 말소할 수 없는 시스템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으니까.<br><br><br>다만 이는 하나의 소설과 가능성이 제시된 것 뿐이지.<br>이걸 100% 사실로 받아들여버리면 매우매우 곤란하다.<br>'더 플랜'과 '달 인공구조물설'은 엇비슷한 수준의 공상과학이다.<br>일어나는게 불가능한 얘기는 아니지만, 실제로 일어났다는 증거는 전혀 없는 얘기다.<br><br><br>근데 이걸 진지하게 받아들이고<br>박근혜가 국정원 등 국가기관 부정개입은 물론<br>개표부정까지 저질러서 당선되었다는 이야기를 믿는 사람들이 생겨났다.<br><br>민주세력 대통령 문재인이 당선된 선거에서도 k=1.6이 확인된 이상, 더플랜이 제시한 박근혜 개표부정설은 사실이 아니었다고 봐야할 것이다.<br>그런데 이런 이야기를 너무도 많은 사람들이 진지하게 받아들였다.<br>한 번 개표분류기에 대해 심어놓은 불신은 앞으로도 종식시키기 힘들 것이다.<br>아니 애초에 종식시키는게 불가능한 지경까지 왔는지도 모른다.<br><br>그 과정에서 우리나라는 불필요한 사회적인 비용을 지출했다.<br>그리고 이는 전적으로 더플랜 음모론을 제기하고 대대적으로 홍보한 김어준의 책임이다.<br><br><br><br><br>더플랜을 기점으로, 이제 김어준이 자신을 한 번 돌아볼 때가 되지 않았나 싶다.<br><br>김어준은 딴지일보 총수인가?<br>뉴스공장 공장장인가?<br><br>그 두 포지션이 시사하는 책임과 역할의 차이가 태평양만큼 넓어지려 하고있다.<br><br>촛불과 함께 시대가 변했다.<br>발 맞춰 변화하지 못하는 정치인은 도태될 것이다.<br>발 맞춰 변화하지 못하는 언론은 잊혀질 것이다.<br>발 맞춰 변화하지 못하는 시민은 소외될 것이다.<br><br>그 변화의 중심에 있었음에도<br>발 맞춰 변화하지 못하는 김어준은, 어떻게 될까?<b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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