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익환 목사의 시 '꿈을 비는 마음'
개똥같은 내일이야 / 꿈 아닌들 안 오리오마는 / 조개 속 보드라운 살 바늘에 찔린 듯한 / 상처에서 저도 몰래 남도 몰래 자라는 / 진주 같은 꿈으로 잉태된 내일이야 / 꿈 아니곤 오는 법이 없다네
그러니 벗들이여! / 보름달이 뜨거든 정화수 한 대접 떠 놓고 / 진주 같은 꿈 한자리 점지해 줍시사고 / 천지신명께 빌지 않으려나!
벗들이여! / 이런 꿈은 어떻겠오? / 155마일 휴전선을 / 해뜨는 동해바다 쪽으로 거슬러 오르다가 오르다가 /
푸른 바다가 굽어 보이는 산정에 다달아 / 국군의 피로 뒤범벅이 되었던 북녘땅 한 삽 / 공산군의 살이 썩은 남녘땅 한 삽씩 떠서 / 합장을 지내는 꿈,
그 무덤은 우리 5천만 겨레의 순례지가 되겠지 / 그 앞에서 눈물을 글썽이다 보면 / 사팔뜨기가 된 우리의 눈이 제대로 돌아 / 산이 산으로, 내가 내로, 하늘이 하늘로, / 나무가 나무로, 새가 새로, 짐승이 짐승으로, / 사람이 사람으로 제대로 보이는 / 어처구니없는 꿈 말이외다
그도 아니면 / 이런 꿈은 어떻겠오? / 철들고 셈들었다는 것들은 다 죽고 / 동남동녀들만 남았다가 / 쌍쌍이 그 앞에 가서 화촉을 올리고 /- 그렇지, 거기는 박달나무가 있어야지 - / 그 박달나무 아래서 뜨겁게들 사랑하는 꿈, / 그리고는 동해바다에서 치솟는 용이 품에 와서 안기는 태몽을 얻어 / 딸을 낳고 / 아침 햇살을 타고 날아오는
황금빛 수리에 덮치는 꿈을 꾸고 / 아들을 낳는 / 어처구니없는 꿈 말이외다
그도 아니면 / 이런 꿈은 어떻겠오? / 그 무덤 앞에서 샘이 솟아 / 서해 바다로 서해 바다로 흐르면서 / 휴전선 원시림이 / 압록강 두만강을 넘어 만주로 펼쳐지고 / 한려수도를 건너뛰어 제주도까지 뻗는 꿈, / 그리고 우리 모두 / 짐승이 되어 산과 들을 뛰노는 꿈, / 새가 되어 신나게 하늘을 나는 꿈, / 물고기가 되어 펄떡펄떡 뛰며 강과 바다를 누비는 / 어처구니없는 꿈 말이외다
비나이다 비나이다 / 천지신명님 비나이다 / 밝고 싱싱한 꿈 한자리 / 평화롭고 자유로운 꿈 한자리 / 부디 점지해 주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