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계열사인 포스코에너지 전 대표이사가 골프장 직원을 폭행했다가 경찰에 고소당했다. 기내에서 제공된 라면이 설익었다는 이유로 승무원을 폭행했던 이른바 ‘라면 상무’가 이 회사 임원이었는데, 피소된 인사는 당시 대표이사로서 ‘라면 상무’ 파동 진화를 진두지휘했던 인물이다.
충북 제천경찰서는 충북 단양의 한 골프장 경기진행요원 김아무개(25)씨가 오창관(64) 포스코에너지 전 대표이사에게 폭언과 폭행을 당했다며 폭행 혐의로 고소장을 제출했다고 23일 밝혔다. 김씨와 목격자의 말을 종합하면,
오씨는 추석 연휴 때인 지난 16일 오전 일행 3명과 함께 이 골프장을 찾았다. 골프 도중 자신들보다 뒷순서인 팀이 새치기했다고 생각한 오씨는 “너희가 나를 무시하느냐”며 캐디에게 강하게 항의했다고 한다. “뒷조가 아니라 앞조”라고 캐디가 설명했지만 항의는 잦아들지 않았고, 결국 김씨가 상황을 설명하러 나섰다.
김씨는 “오씨가 ‘야이 XXX야’ 같은 욕설을 하며 삿대질을 했다. 손가락 끝으로 미간을 찌르기도 했다”고 말했다. 김씨가 오씨의 손을 막으면서 재차 상황을 설명하려 하자 그는 “야 이 XX야, 폭력 나간다”고 말하며 김씨의 귀를 잡고 앞뒤로 흔들었다고 김씨는 설명했다. 김씨는 “추석 연휴에도 쉬지 못하고 근무하다 이런 일을 겪었다.
그 일을 겪은 뒤 너무 분하고 모욕감을 느껴 잠도 제대로 못 자고 혼자 울기도 했다”며 정신적 고통을 호소했다. 김씨는 ‘마샬’이라고 불리는 경기진행요원으로 지난 5월 이 골프장에 계약직으로 채용된 신입사원이다.
당시 상황을 목격한 한 골프장 직원은 “그분(오 전 대표이사)이 김씨 바로 앞에서 욕설과 삿대질을 하다가 손가락으로 김씨 얼굴을 밀고, 나중에는 김씨의 귀를 잡고 몇 초 동안 흔들었다”고 말했다.
오 전 대표이사는 <한겨레>와 통화에서 “순간 감정이 격해져 심하게 말한 것은 인정하고 사과하지만 신체 접촉은 전혀 없었다. 폭력을 행사할 만한 상황이 아니었다. 그 친구가 마음이 여린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뒷조가 새치기하는 것은 골프장에선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김씨가 잘못을 인정했으면 웃고 넘어가려 했는데 아니라고 하니 화가 났다. 고객으로서 컴플레인을 하다 생긴 일”이라고 해명했다.
김씨는 “오씨가 골프가 끝난 뒤에라도 사과하러 올 줄 알았는데, 본인은 나타나지 않고, 오히려 그를 모시고 골프장에 온 다른 일행이 와서 대신 사과를 했다”며 “사건 발생 사흘이 지나서야 전화로 ‘그런 행동을 한 것은 미안하지만, 경기 진행을 잘못해놓고 잘못이 없다고 하니까 그런 것’이라며 오히려 책임을 전가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