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군도를 먼저 보고 명량을 봤습니다.<br>군도의 한심할정도로 평면적인 캐릭터 구성이나 내러티브에 실망이 너무 컷던지라<br>명량도 별다른 기대 없이 봤습니다.<br>결과적으로는 만족합니다. 그 만족감의 원천은 우리 조상님들이 이렇게까지 고생하셨다니 혹은 <br>일본놈들은 우리나라의 철천지 원수 다 때려잡아 버리겠다 라는 류의 고양되는 애국심은 결코 아니었습니다.<br><br>제가 만족할수있던 포인트는 다음과 같습니다.<br><br>1.한국 영화 사상 최초로 명량해전 이라는 역사적 이벤트를 '해전'중심으로 임팩트있게 담아냈다.<br> 영화 300을 보면서 페르시아와 그리스간의 전쟁의 역사적 배경과 그당시의 역사적 역학구조 등등을 떠올릴 사람은 별로 없었을겁니다.<br> 엉망인 고증에 단순하기 짝이없는 캐릭터구성과 뻔한 서사구조 그러나 300은 결론적으로 봤을때 괜찮은 오락영화 입니다.<br> 잭 스나이더의 감각적인 카메라워크와 연출 액션은 티켓값을 충분히 합니다. 여기서 알 수 있듯이 고증과,내러티브,캐릭터구성이 떨어지더라도<br> 다른 부분으로 재미를 충족시킬수 있는 영화는 충분히 존재할 수 있으며 사실 화려한 볼거리가 우선시되는 최근의 영화는 대부분 이러한 구성을 <br> 취하고 있습니다. 명량이란 영화의 런닝타임의 대략 60%이상은 해전입니다. 저는 결과적으로 해전씬을 매우 즐겁게 감상했습니다. <br> 졸작이라고 폄하받기에는 명량이전에 명량만큼의 임팩트와 CG퀄리티를 담아낸 롱테이크 전투씬을 한국영화에서는 본적이 없습니다. <br> 기대 이상의 완성도였고 해전으로 돌입한 이후 지루하다고는 느낄틈은 거의 없었습니다. <br><br>2.고증이 엉망이라 카던데 오히려 이정도면 고증이 꽤나 잘된편.<br> 전문적으로 역사나 의복에 대한 공부를 하지는 않아서 배움과 지식이 짧지만 유독 어렸을적부터 사극을 좋아했고 갑주를 좋아해서 <br> 갑옷입은 장군만 그리기도 많이 했었습니다. 저는 한국 사극의 최고걸작을 꼽자면 SBS에서 96년에 방영했던 '임꺽정'을 꼽는데요<br> 입꺽정에서의 조선민중은 곱게 차려입은 백의민족도 아니며 손톱 매니큐어에 현대식 메이크업을 한 성형미인이 가채와 한복만 입은 모습도 아니며<br> 잡티 하나 없는 피부에 수염과 머리칼을 곱게 다듬은 사대부의 모습도 아닌 순수한 조선 민중의 모습을 잘 담아낸 수작입니다.<br> 임꺽정과 용의 눈물 이후 사극을 멀리하게된 계기는 너무나도 깔끔하고 청결하게 꾸미고 나온 한복입은 현대인들을 조선시대라고 우겨대는 <br> 현대판 사극들에 몰입이 안되서였는데요. 명량은 전체적인 분위기로 봤을때 이러한 부분을 잘 살려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br> 이순신과 그의 아들이 먹는 밥상의 반찬에서부터 마지막씬의 토란까지 고추와 감자가 도입이 되지않던 당시의 시대상을 잘 반영한 장면은 <br> 적어도 최근의 사극에서는 볼수없었던 꼼꼼한 고증입니다. 명량이 고증으로 까일정도면 사실 2000년대 이후 <br> 사극중 고증으로 안까일 영화가 없습니다.<br><br>3.역사적 사실 그대로를 재현했다면 과연 재미가 있었을까?<br> 문학,영화,만화 등 장르를 막론하고 이야기라 불리는 서사구조를 갖춘 대부분의 창작물은 중학교때 배웠듯이 발단,전개,위기,절정,결말의 <br> 구조를 지닙니다. 이것을 적당히 강약을 조절하며 보는 이로하여금 지루함을 느낄틈이 없도록 조율하는것이 감독의 의무겠죠.<br> 난중일기에 기술된 역사적 사실은 사실 영화와 비교가 무색할정도의 압도적인 승리였습니다. 사상자는 존재 하지도 않았고. <br> 영화에 묘사되는것과 같이 민초들이 소리를 질러가고 직접 나룻배를 끌고나가 이순신을 구원하는 사태도 일어나지 않았죠. <br> 그냥 일방적인 학살이자 압승이었습니다. 그런데 그러한 역사적 사실을 영화로 풀어냈다칩시다..어디에 위기와 절정을 배치해야할지 <br> 좀 막막하지 않나요? 짧으면 108분 길면 2시간이 넘어가는 영화라는 매체의 특성상 긴장감이라는 장치를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br> 다소 역사적 사실에 반하더라도 영화적 재미를 위하여 허구의 사실을 추가하는것이 그렇게까지 잘못된 일일까요. <br> 적어도 제가 알기로는 역사적 이벤트가 영화라는 매체로 구현될때 역사 그 자체를 그대로 담아내는 경우는 없었습니다. 항상 영화적 허구는 <br> 어느정도 허용이 되어왔었죠. 아바타 이전 전세계 영화 흥행신기록을 세웠던 타이타닉 또한 고증오류와 왜곡된 사실로 구설수를 치른일이 있습니다.<br><br><br><br><br>다른분들은 어떠셨을지 모르겠으나. 애초에 저는 명량을 보면서 애국심을 고취하고자 하는 마음도 없었고.<br>명량을 보고나서도 없던 애국심이 끓어오르지는 않았습니다. 명량의 흥행을 디워사태와 비교하시는 분들이 계시던데..<br>사안이 달라도 한참 다른사안이 아닐까 싶습니다. <br>이순신이라는 민족의 영웅을 다뤘기 때문에 애국심 마케팅으로 날로먹은 영화다라고 한다면..도마 안중근이나 역도산같은 국내산<br>전기영화들이 줄줄히 흥행 참패의 고배를 마신 전례를 살펴봐야하지 않을까요 이 영화들은 줄줄히 망했는데 명량은 성공한 이유가 있을까요<br>CJ의 상영관 몰아주기는 뭐 100번 비판받아도 마땅하지만서도요.<br><br>결론은 명량은 쓸만한 오락영화 라는 것입니다. 해전씬의 퀄리티는 기대했던것 이상이었습니다. <br>물론 캐릭터가 평면적이 부분과 굳이 등장하지 않아도 될 조연들이 다수 등장했던 부분등 단점들도 있으나.<br>전체적으로 봤을때 졸작이라고 쉬이 취급하기엔 다른 졸작들이 너무 많습니다.<br>어떠한 결과물을 다들 바라시고 유독 오유에서는<br>이렇게 명량을 졸작으로 치부하고 계신지는 모르겠으나. 명량을 재미있게 본 많은 관객들을 애국심마케팅에 고취된 무지한 이들이라고<br>폄하하는건 다소 왜곡된 시선이라고 봅니다.<br><br><br><br> <br> <b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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