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고등학교 2학년때의 일이었다.</div> <div>봄의 기운이 여름의 기운을 머금은 늦봄, 초여름 즈음이었던듯 하다.</div> <div> </div> <div>점심식사를 마치고 친구들과 노닥거리는데</div> <div>속이 더부룩 한것이 영 불편했다.</div> <div>친구들이 내 혈색이 이상하다며 선생님께 데려가려 했고</div> <div>일어나려 했던 기억을 끝으로 나는 기절했다.</div> <div>깨어보니 양호실이었고</div> <div>어머니께서 오고계신다고 했다.</div> <div> </div> <div>나는 기억나지 않지만</div> <div>의식을 차리고 그냥 답답하다고만 해서 일단 누워있으리고 하니</div> <div>그 후부터 그냥 편안하게 있었다고 했다</div> <div>그리고 어머니께서 날 데리러 오셨고</div> <div>병원으로 갔다</div> <div>병원에서는 그냥 단순히 체한것 같다고 했고</div> <div>약을 받고 집으로 갔다.</div> <div> </div> <div>약을 먹고 한숨자려 누웠다</div> <div>잠이 살짝 들었다고 생각 할 때</div> <div>갑자기 이질적인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div> <div>눈을 떠보니 내 앞에는 시커멓고 둥그런 무언가가 떠다니고 있었다</div> <div>아주 빠르게 사방팔방을 날아다니고 있다가</div> <div>내가 깨어난 것을 봤다는 듯</div> <div>내 옆으로 다가와 속삭였다</div> <div> </div> <div>'가자, 이제 갈때야.'</div> <div> </div> <div>아무런 감정이 느껴지지 않는 그런 말투였고</div> <div>너무 무서우면 오히려 큰 반발을 하는 성격이었던지</div> <div> </div> <div>'아니! 난 않가! 거기가 어딘지 모르겠지만 나는 않가!'</div> <div> </div> <div>라며 소리치고 말았다.</div> <div>그런 소리를 어머니께서 듣고는 급히 내 방으로 뛰어들어 오셨다.</div> <div> </div> <div>나를 보곤 너무 놀라셔서 그랬는지</div> <div>도와달라고 소리를 치셨다.</div> <div>같은 건물에 사시던 아주머니들이</div> <div>날 보자마자 놀란 표정으로</div> <div>온몸에 수지침을 찌르고 주무르기 시작했다.</div> <div> </div> <div>그때까지도 그 검은 형체는 왔다갔다 하면서 내 주변을 떠돌아 다녔다.</div> <div>그러면서 한마디씩 했는데</div> <div> </div> <div>'아무 소용없다. 넌 이제 갈 때가 된거야 그냥 가면된다.'</div> <div>'그렇게 애써봐도 너는 돌릴 수 없다.'</div> <div> </div> <div>등등의 말들을 하고 있었다.</div> <div> </div> <div>그럴때 마다 나는 계속해서 않간다고 소릴 치고 악을 쓰고 있었고</div> <div>아주머니 중 한분께서 119에 신고를 하셨는지 구급대원들이 왔다.</div> <div>내 상태를 체크하려 말을 거는데</div> <div>저 사람들에게 대답을 하기 보단</div> <div>나는 검은 형체에게 계속 악을 쓰며 소리치고 있었다.</div> <div> </div> <div>아주머니들이 손을 떼시고</div> <div>구급대원이 내 상태 체크를 하고 있었을때에도 나는 그렇게 악을 쓰고있었다.</div> <div> </div> <div>그러다 문득 굉장히 스산한 기분이 들면서</div> <div>그 검은 형체가 말했다</div> <div> </div> <div>'아... 아깝다... 조금만 더 하면 같이 갈 수 있었는데...'</div> <div>'낄낄낄낄낄낄낄낄낄낄낄낄낄낄낄낄낄낄낄낄낄낄낄낄낄낄낄낄'</div> <div>'너 운좋은 줄 알아'</div> <div> </div> <div>이제까지와 다른 뭔가 소름끼치는 느낌이 들면서 나는 정신을 잃었다.</div> <div>깨어보니 응급실이었고</div> <div>어머니와 아주머니들은 다행이라고 말씀하셨고</div> <div>정신을 차리고 들어보니 병원에서도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고</div> <div>지금은 호흡, 맥박등 수치가 정상이니 수액 맞으면서</div> <div>상태를 지켜보자고 했다고 했다.</div> <div> </div> <div>나는 그냥 그 후로 집으로 다시 돌아왔는데</div> <div>내 방에서 자는게 너무 끔찍하고 깨름칙해서</div> <div>한동안 방에 들어가서 잠들지 못했다.</div> <div> </div> <div>어머니께 듣기로는</div> <div>그때 나는 눈에 핏발이 잔뜩 선채로 허공에 온갖 욕이란 욕은 다 하고</div> <div>악을 쓰면서 소릴 치고 있었고</div> <div>얼굴은 마치 곧 죽을 사람처럼 창백했다고 한다</div> <div>아주머니들의 말씀도 그러했고</div> <div>몸을 주무르는데 너무 딱딱해서 나무 주무르는것 같았고</div> <div>피를 빼려고 수지침을 놨는데 피도 나오지 않았다고 했다.</div> <div> </div> <div>그것은 무엇이었을까...?</div> <div>처음에는 저승사자라고 생각했는데</div> <div>뭔가 다른 귀신일까...?</div> <div>아직도 정체는 모르겠지만</div> <div>내가 그때 악을 쓰고 소리를 질렀던 것과</div> <div>주변 정황들이 너무 또렷하게 기억에 남아있다.</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