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다리 아저씨가 있었습니다. <div><br></div> <div>어느 날 한 소녀를 보았습니다.</div> <div><br></div> <div>단정한 옷매무새와 뒤로 묶은 포니테일, 또박또박 말 하는 모습은 한 눈에 봐도 또래들 보다 조숙한 아이였습니다.</div> <div><br></div> <div>키다리 아저씨는 외향적인 사람이었고, 튀는 옷차림과 머리색에 아이들은 그를 많이 좋아했습니다.</div> <div><br></div> <div>사춘기의 아이들이 한 번쯤은 연상에 대한 동경을 품듯 소녀도 어느 새 키다리 아저씨를 선망하고 있었습니다.</div> <div><br></div> <div>"아저씨, 아저씨 앞에 서면 할 말이 없어지고 괜히 어색해지고, 내가 왜 그러는지 아저씨는 모르죠?"</div> <div><br></div> <div>소녀의 말에 키다리 아저씨는 생각에 잠겼습니다.</div> <div><br></div> <div>어른에 대한 동경과 이성에 대한 사랑이 아직 확실히 구별하기 어려운 나이의 소녀.</div> <div><br></div> <div>키다리 아저씨도 소녀를 마음에 두고 있었지만, 성인이 되서도 자신을 좋아해 주기를 바라며 선을 그었습니다.</div> <div><br></div> <div>"아저씨 말고, 선생님이라고 하는 게 예의란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그렇게 키다리 아저씨와 소녀 사이에는 선이 생겼고, 더 이상 멀어지진 않았지만 서로가 암묵적으로 그 선을 지키고 있었습니다.</div> <div><br></div> <div>또래들 중에 제법 똑똑했던 소녀는 많은 궁금증을 키다리 아저씨에게 쏟아내었습니다.</div> <div><br></div> <div>키다리 아저씨는 귀찮아하지 않고 하나 하나 소녀의 질문에 성실하게 답변과 조언을 아끼지 않았습니다.</div> <div><br></div> <div>유독 감상적이었던 키다리 아저씨는 편지를 좋아하여 가끔씩 소녀에게 편지를 보냈고 어느 날 소녀의 답장편지를 받았습니다.</div> <div><br></div> <div>편지를 읽어 내려가던 그는 편지 끄트머리에서 묘한 자국을 발견하였습니다.</div> <div><br></div> <div>궁금증에 불빛에 편지를 비춰 본 그는 한편으로는 당황스러우면서도 기뻐했습니다.</div> <div><br></div> <div>'내가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 아저씨였으면 좋겠다.'</div> <div><br></div> <div>연필로 쓰고 애써 지웠지만 흔적이 남아있는 그 한마디.</div> <div><br></div> <div>키다리 아저씨는 소녀의 바램처럼 늘 의지할 수 있도록 노력했고, 도움이 필요할 때마다 조언을 아끼지 않았습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그러던 어느 날, 소녀의 집은 이사를 가게 되었고, 키다리 아저씨와 소녀는 한동안 만날 수 없게 되었습니다.</div> <div><br></div> <div>시간이 흘러 소녀의 스무번 째 생일.</div> <div><br></div> <div>소녀의 생일을 축하하며 식사자리를 마련한 그는, 막상 소녀를 마주하였을 때 당혹감을 감출 수 없었습니다.</div> <div><br></div> <div>소녀가 성인이 된 것을 축하하며, 자신의 마음을 고백하기 위해 마련한 그 자리에는 뜻밖에도 소녀의 동생이 함께 나타났습니다.</div> <div><br></div> <div>키다리 아저씨는 결국 자신의 마음을 전하지 못 하고, 그저 소녀의 얼굴을 본 것으로 만족하며 집으로 돌아왔습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그 이후로도 키다리 아저씨와 소녀는 평소와 다름없는 농담과 대화를 주고 받으며 시간이 흘러갔습니다.</div> <div><br></div> <div>소녀의 스물 세번째 생일.</div> <div><br></div> <div>일과 외로움에 지친 키다리 아저씨는 소녀에게 자신의 마음을 기필코 표현하기로 결심하였습니다.</div> <div><br></div> <div>혹여나 소녀가 식사를 불편해 할까 애써 지난 시간들을 나누며 보낸 저녁식사.</div> <div><br></div> <div>식사를 마치고 시간이 늦어 소녀가 집으로 향할 그 때,</div> <div><br></div> <div>키다리 아저씨는 결국 소녀 앞에서 입을 열었습니다.</div> <div><br></div> <div>"나는 네가 예전부터 좋았지만, 어렸던 너를 지켜주고 싶었고 이제서야 내 마음을 전해.</div> <div><br></div> <div>시간이 부족할 정도로 바쁘고 연애하는 방법도 잘 모르겠지만 이제 말할게.</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너를 좋아해왔고 지금도 좋아해. 네 옆에 있고 싶어."</span></div> <div><br></div> <div>힘겹게 입을 열며 키다리 아저씨가 본 소녀의 모습은 기쁨이 아닌 당황함으로 물들어 있었고,</div> <div><br></div> <div>애써 그 마음을 진정시키려 머리칼을 쓸어 올리고 있었습니다.</div> <div><br></div> <div>갑작스런 고백에 당황한 소녀는 늦지 않게 대답을 하겠노라 약속하며 집으로 돌아갔습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다음 날이 되었고 키다리 아저씨는 혼자 소녀의 답변을 기다리며 설레여 했습니다.</div> <div><br></div> <div>그의 일생동안 이렇게 밝게 웃으며 희망찬 시간을 보낸 적이 몇 번이나 있었을까요?</div> <div><br></div> <div>며칠이 지나, 고민 끝에 소녀는 키다리 아저씨에게 답변을 전해주었습니다.</div> <div><br></div> <div>"아저씨는 예전에도 좋은 사람이었고, 지금도 좋은 사람이고, 앞으로도 좋은 사람일거에요.</div> <div><br></div> <div>좋게 봐주셔서 고맙고 죄송해요. 앞으로도 지금처럼 가끔씩 연락하고 지내는 건 욕심일까요?</div> <div><br></div> <div>너무 상처 받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정말 감사했어요 선.생.님<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그녀의 답신을 본 키다리 아저씨의 눈에 눈물이 글썽였습니다.</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눈시울을 훔치며 그는 스스로 놀랐습니다.</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사랑 때문에 울어본 적도 아파본 적도 없는 그에겐 처음으로 겪는 일이었습니다.</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키다리 아저씨는 애써 스스로를 위로하며 힘겹게 소녀에게 편지를 보냈습니다.</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 <div>"나 때문에 힘들어 했을 너를 생각하니 미안해. 만약 내가 좀 더 일찍 표현했더라면 함께 할 수 있었을까?</div> <div><br></div> <div>그동안 너를 생각하며 설레고 행복했어. 고맙고 미안해"</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꺼라는 생각으로 여전히 바쁘게 살았지만,</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슬픔과 안타까움의 감정들은 점점 쌓여만 갔습니다.</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밥을 넘기는 것도 힘들었고, 피곤에 지친 몸을 뉘여도 잠을 잘 수 없었습니다.</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세상의 모든 것이 아름다웠지만, 그의 세상만은 온통 흑백사진이었습니다.</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그렇게 마음을 앓는 그를 무시하듯 시계 바늘은 끊임없이 돌아가고만 있습니다.</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 <div>이 이야기는 여기서 끝이 납니다.</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내 생애 마지막 사람이라는 생각으로 소녀에게 고백했던 키다리 아저씨.</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과연 그는 다시 한 번 소녀를 붙잡고 그 간절함을 표현할 수 있을까요?</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이대로 시간이 흘러가버린다면 소녀의 결혼식 날, 키다리 아저씨는 소녀의 옆자리가 아닌 먼 발치에서 진심으로 그녀를 축하할 수 있을까요?</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출처 : 나</span></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