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전쟁이다. 평생 평화로울줄만 알았다.</div> <div><br /></div> <div>창문 바깥에서는 쉬지 않고 사이렌이 울려대고 멍하게 켜놓은 티비에서는 대피방송이 이어진다.</div> <div><br /></div> <div>어디로 어디로 가야하지...전쟁이란게 며칠만 버티면 끝난다던데 어디로 가야 안전하게 살 수 있지.</div> <div><br /></div> <div>한참 고민하는데 방송 들었는지 일하시던 어머니 아버지도 집에 돌아 오시네.</div> <div><br /></div> <div>어머니는 급하게 짐을 싸기 시작하지만 이 갑작스런 상황에 막상 뭘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 눈물 가득한 눈으로 큰 가방을 펼쳐 뭔가</div> <div><br /></div> <div> 넣으시지만 주섬주섬 정신 없어보이시고 아버지는 그런 어머니를 안타깝게 쳐다보시다 말없이 옆에서 안아주시는데 결국 어머니는 </div> <div><br /></div> <div>눈물터져 목놓아 우시네. 잠시동안 다독이다 본인이 짐을싸기 시작하고 어머니도 이내 정신차리시고 음식이고 뭐고 짐을싸신다.</div> <div><br /></div> <div>멍하니 지켜보던 나는 뭘 어떻게 해야하지 한참을 고민하다가 내방 옷장으로 가서 가방을 열고 옷가지들을 정리한다.</div> <div><br /></div> <div>옷걸이에 걸린 겨울옷들은 모두 꺼내고 여름옷들을 고를려는 찰라 겨울 옷들 사이로 보인다. 날 세상에서 가장 무기력하게 만들던 </div> <div><br /></div> <div>그옷이. 1년간의 악몽비슷한 기억들과 1년간의 추억비슷한걸 함께한 그옷이.</div> <div><br /></div> <div> 잠시 고민한다. </div> <div><br /></div> <div>하..젠장..고무링없는데 괜찮겠지. 내 팔각모는 어디갔어. 아니다 하이바 주겠지뭐. 주섬주섬 만감 교차하며 주서입는다.</div> <div><br /></div> <div>살아온 내인생 후회도 많다만 오늘일은 후회 않겠지.</div> <div><br /></div> <div>살아온 내인생 당신께서 세상풍파 몸으로 맞서 내한몸 지켜주시니 감히 그 일부분이라도 보답하는거지.</div> <div><br /></div> <div>살아온 내인생 언제 한번 효도하나 마음속 간직했던 맘 이제서야 속이 좀 후련하네.</div> <div><br /></div> <div>죽을지도 모르는데 나도 모를 뿌듯함에 살짝 웃고 혼자 오글거리다가 옷다입고 거울한번 쳐다보니</div> <div><br /></div> <div>평소 보던 오징어가 개구리 코스프레 하고 사람얼굴로 웃고있네. 자식새끼 나라 지키러 갈땐 오징어도 사람되는구나.</div> <div><br /></div> <div>옷입고 나가니 2초간 멍하게 쳐다봐주시던 어머니는 다시 울먹이시며 두손 붙잡고 </div> <div><br /></div> <div>불렀냐 어디서 불렀냐 아직 안불렀으면 가지마라</div> <div><br /></div> <div>라고 작게 끈임없이 중얼거리시고 아버지는 말없이 쳐다보지만 강인하기만 하던 그얼굴 눈시울 붉어지셨네.</div> <div><br /></div> <div>어머니손 꼭잡고 잠시 놓은뒤 아버지 보고 똑바로 서서 필승 날리고 아버지 말없이 받아주신다.</div> <div><br /></div> <div>신발장 구석에 있던 워커 꺼내 신고 어머니 안아드리고 아버지께 인사하고 </div> <div><br /></div> <div>버스카드 흔들면서 금방 오겟다고 웃으며 나간다.</div> <div><br /></div> <div>끈었던 담배 한대 물고 길을 나서는데 나도모르게 멋있고 싶은마음에 속으로 중얼거린다.</div> <div><br /></div> <div><br /></div> <div><br /></div> <div>"전쟁 나기 좋은날씨다~"</div> <div><br /></div> <div><br /></div> <div>오글거려 나도모르게 씩 웃고 간다.</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