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1학년 가을, 어머니가 다른 남자와 눈이 맞아 집을 나갔다.<br /><br />나는 그 후 아버지가 해준 밥을 먹으며 자랐다.<br /><br />당시 나는 아버지가 서툰 솜씨로 만든 음식과 <br /><br />갑자기 어머니가 사라진 슬픔이 겹쳐<br /><br />식사 시간때마다 발작을 하듯 울거나 아우성치곤 했다.<br /><br />심할 때는 접시 위의 계란 말이를 아버지에게 내던진 적도 있다.<br /><br />다음 해, 초등학교 2학년 봄소풍 도시락도 아버지가 만들어 주었다.<br /><br />나는 그게 싫어 도시락을 한입도 먹지 않고 <br /><br />가져갔던 과자만으로 배를 채웠다.<br /><br />도시락의 내용물은 오는 길에 버렸다.<br /><br />집에 돌아와 빈 도시락 상자를 아버지에게 건넸다.<br /><br />아버지는 내가 전부 먹은 거라 생각했는지 <br /><br />눈물을 글썽거리며 내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br /><br /><br /><br />[전부 먹은 거야? 굉장하네! 고마워.]<br /><br /><br /><br />아버지는 정말 기뻐하는 얼굴로 그렇게 말했다.<br /><br />나는 사실대로 말할 수 없었다.<br /><br />헌데 그 후 가정 방문 때 담임 선생님이 <br /><br />내가 소풍때 도시락을 버렸던 걸 아버지에게 말했다.<br /><br />아버지는 큰 충격을 받은 듯 했다. <br /><br />하지만 선생님이 돌아간 뒤에도 나에게 <br /><br />고함을 치지도 않고 그냥 고개만 숙이고 있었다.<br /><br /><br /><br />이에 죄악감을 느낀 나는 아버지와 같이 있는 게 <br /><br />거북해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br /><br />하지만 잠이 잘 오지 않았다.<br /><br />그래서 아버지에게 사과할 생각으로 아버지 있은 곳으로 갔다.<br /><br />부엌에 불이 켜져 있기에 설거지라도 하고 있나 싶어 들여다보니 <br /><br />아버지는 너무 많이 읽어 너덜거리는 요리책과 <br /><br />내가 소풍때 들고간 도시락 상자를 보며 울고 있었다.<br /><br />나는 그제서야 내가 얼마나 터무니 없는 짓을 한 건지 알게 되었다.<br /><br />하지만 처음으로 보는 아버지의 우는 모습에 잔뜩 놀란 나는<br /><br />아버지한테 사과하는 것도 할 수 없었다.<br /><br />나는 결국 잠자리로 돌아와 마음속으로 아버지에게 <br /><br />몇번이나 사과하며 울었다.<br /><br />다음날 아침, 나는 아버지에게 도시락과 그간 있었던 일을 사과했다.<br /><br />아버지는 또 다시 내 머리를 쓰다듬어 주셨다.<br /><br />그 이후로 나는 아버지가 만든 밥을 남기지 않았다.<br /><br /><br /><br />그러다 아버지가 작년에 돌아가셨다.<br /><br />병원에서 숨을 거두시기 전 나는 슬픔과 외로움에 미쳐 울며,<br /><br /><br /><br />[고마워요. 고마워요. 지금까지 밥 많이 만들어 줘서 고마워요. <br /><br />계란부침해줘서 고마워요., 시금치도 맛있었어요.]<br /><br /><br /><br />그리 소리치는 나를 보며 아버지는 이제 소리도 낼 수 없는 몸이었지만.<br /><br />희미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여 주셨다.<br /><br /><br /><embed width="300" height="45" src="http://cfile297.uf.daum.net/media/1274980C49FBE13ED71AA9" type="video/x-ms-asf" style="width: 300px; height: 45px; top: 18558px; left: 0px"></embed> <p></p> <br /><b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