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3- 화</div> <div> </div> <div> </div> <div>" 이게 뭐야아아아아아!!!!!!!!!!"<br /></div> <div>진석의 외침이 산자락을 울렸다. 아직 어린나이다. 아무리 엄마를위해 어른스러운척한다해도 아이는 아이였다. 친구들과 어울리며 성적고민에 간간히 피씨방이나 들락거려야되는 나이..<br />그런 진석에게 이 말도안되는 현실은 끔찍하기만했다.<br />그런 진석을 경애는 뒤에서 안으며 말했다.</div> <div> </div> <div>" 걱정하지마..아무걱정도하지마.. 엄마가 다 해결할거야.. 엄마만 믿어.."</div> <div>그런 경애의 눈동자도 심하게 흔들리고있었다.</div> <div> </div> <div>"거참..무슨 해괴한 일인지..쯧쯧.."</div> <div> </div> <div>아무리봐도 이상한 두 모자건만.. 그들의 눈빛이 정상이 아니란건 백가아닌 누가보더라도 알수있었다.</div> <div>한참을 소리지르던 진석이 흥분을 가라앉히고 백가를 돌아봤다. </div> <div> </div> <div>" ......아저씨. 오늘 날자가 어떻게되요?"</div> <div> </div> <div>" 갑자기 무슨말인가?"</div> <div> </div> <div>" 그러니까..오늘이 몇년 몇월 몇일인가요?"</div> <div> </div> <div>" 허허..거참.. 올해는 무자년으로 조선연호로 태종칠년일세. 달이 아홉번바뀌었고 해가 스무번바뀌었네. "</div> <div> </div> <div>" 무자년....태종칠년? 지금 조선왕이 태종이라는 소린가요?"</div> <div> </div> <div>" 허허허허.. 조선왕이라니.. 맞네.. 조선의 임금으로 태종이 즉위한지 7년째네. 이제 무언가 좀 알겠는가?"</div> <div> </div> <div>" .....태종..태종...? 태종이면 이방원인데..? 7년이라고? 그럼 서기로 몇년이라는거야?"</div> <div> </div> <div>진석의 중얼거리는소리에 백가의 이맛살이 한껏 구겨졌다. 도대체가 알수가없는 도령이었다 . 아무리 난에 의해 뒤집힌 나라라지만 임금을 대하는 어투하며 말머리부터 행동머리까지 하나같이 알수가없었다.<br />원래대로라면 호통을치며 혼을내야되는것이 군자의 도리라 배웠지만 어차피 이씨조선에 좋은감정도 없는 백가다. <br />괜히 정리되어 가는 도령의 심기를 건들여 머리아플일 만들고싶지는 않았다.<br />한참 생각하던 진석은 경애를 바라보며 말했다.</div> <div> </div> <div>" 엄마..이거 이상해.. 태종이라니..이방원이라니!! 말이 안맞자나. 응? 그렇지?"</div> <div> </div> <div>" ...............진석아 엄마는 뭐가뭔지 정말 모르겠어.."</div> <div> </div> <div>" 우선..음.. 산아래로 내려가자... 북한쪽말고 중국쪽으로 내려가면 ..맞다. 연변에는 조선족들도많으니까.. 아니..  공중전화로 한국에 전화해서 우리좀 대려가달라고.. 아니다.. 그뭐지? 아~ 대사관! 대사관에 전화하면되겠다!"</div> <div> </div> <div>" ...대사관이면...그래.. 북경! 북경으로 가면되겠다. 그리고 설마 진짜 여기가 백두산일까? 뭐..뭐 지리산이나 그럴꺼야.. 그냥 내려가면 바로 서울시내 </div> <div>나올거야. 그렇지?"</div> <div> </div> <div>설사 조선이 아닌 대한민국이라도 지리산에서 산아래로 내려가면 서울시내가 있을리 만무하나 지금 경애와 진석 둘다 그것까지 따지기에는 정신적으로 너무 힘들었다.</div> <div> </div> <div>" 맞아! 맞아!!!엄마. 가자! 빨리 가자!! 응? 여기 싫어! 빨리 가자!"</div> <div> </div> <div>그렇게 진석과 경애는 서로를 꼭 붙잡고 무작정 산속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물론 그걸 가만히 보고있을 백가가 아니다. <br />딱봐도 둘다 제정신이 아닌데다..해가 바로 머리위에서 슬슬 기울고있었다. 둘다 여전히 팔다리는 다 내놓은 상태에다 신발도없이 산을 내려간다? 그전에 얼어죽든 맹수들의 먹이가되든 험한 산에휘둘려 낭떨어지에서 떨어져죽든 어찌되든 무사할리가 없었다. 이럴거면 구하지말걸하는 후회가 백가의 머리를 한번 훑고갔다. 그러나 어쩌겠는가..<br />이왕 구한거고 구한이상 그냥 저승길 문턱 찾아가게 놔둘수는 없었다.</div> <div> </div> <div>" 이보시게들! 정신들좀 차리게.. 죽고싶어서들 그러는가!!!"</div> <div> </div> <div>그렇게 달려가며 백가가 진석의 어깨를 잡았다.</div> <div> </div> <div>" 아아아아!! 이거놔요!! 이거 놓으라고!!"</div> <div> </div> <div>" 미친새끼야!! 우리아들한테 손때!! "</div> <div> </div> <div>정말이다. 둘다 미친게 확실했다.</div> <div> </div> <div>" 어쩔려고 이러는가.. 지금 그대로 산을 내려간다면 필경 사단이나도 단단히 날걸세.. 그리고 두시진후면 해가 저물걸세. 날도 점점 차가워지고 심지어</div> <div>는 맹수들도 다니는 판국에 이 무슨 해괴망측한 일들인가!!!"</div> <div> </div> <div>경애가 눈을 부릅뜨며 소리쳤다.</div> <div> </div> <div>" 야이새끼야.. 미칠라면 곱게미쳐! 뭐? 조선? 뭐?뭐? 매애앵수우~? 하~ 이거 완전 또라이아냐?"</div> <div> </div> <div>" 엄마.. 그냥가자.. 무서워.."</div> <div> </div> <div>" 잠깐만 진석아.. 야이 새끼야! 무슨수로 여기까지 대리고왔는지는 모르지만 우리가 그렇게 만만하게보여? 태종같은소리 하고있네.  태종? 태애애애조</div> <div>옹?? 퉤! 좆이다. 이새끼야!"</div> <div> </div> <div>쉴세없이 쏟아져나오는 욕설에 백가는 정신이 아늑해졌다. 무슨 욕을 저리도 찰지게 잘하는지 신기할지경이었다. 젊은시절 나름 명문가에서 지내며 그후로는 백두산자락에 홀로지내온 백가로서는 저런욕은 들어본적도없고 들을일도없었다. 잘해야 가끔 산아래<br />마을에 청년들이 자기들끼리하는 욕설을 들으면 들었을까.. 삐져나오는 정신줄을 붙잡으며 백가가 말했다.</div> <div> </div> <div>" 뭐가 그리 화가나고 억울한지 나는 잘 모르겠네. 허나 지금은 야인으로서 살지만 군자의 도를 배웠던자로서 자네들이 죽을자리 찾아가는걸 그대로 보낼수는 없네. 정 산아래 내려가고싶거든 내일 해가뜨고 내가 직접 산아래로 같이가겠네. 그러니 오늘은 이만하고 정신들좀 차리게"</div> <div> </div> <div>나름 최대한의 배려를하며 말했다 여겼다. 그러나 이미 정신줄은 저멀리 대한민국에<br />날려벼린 경애의귀에 그런말이 들어올리가 없었다.</div> <div> </div> <div>" 웃기지마 이 미친놈아! 내 아들한테 손때!!!!"</div> <div> </div> <div>여전했다. 눈안에 맺힌 혼란도 여전했으며 독기도 여전했다. </div> <div> </div> <div>" 임자 아들이 이대로 산속에서 맹수들의 먹이가 되길 바라는것이오?!!! 지 어미를 원망하며 산속에서 얼어죽기를 정녕 원한단말이오?!"</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흔들렸다. 분명 흔들렸다. 백가는 그것을 놓치지않았다.</div> <div> </div> <div>" 죽을뻔한 사람 살려놓고 생전 듣도보도못한 욕을 먹어보는것도 괜찮소! 임자와 도령이 무슨 한이있고 어떤 억울한일로 백두산까지와서 이렇게되었는</div> <div>지 알려하지도 않겠소! 허나 양반이든 천한몸종이든 산목숨을 그대로 버리겠다는데 두고보는이가 세상천지 어디있겠소?나 백씨성을 가진이로서 조상님들께 죄를지으며 살아가는 한낯 야인이지만 사람으로서 사람목숨은 살려야 한다는게 나의 도리요<br />  그리고 아까 임자가 한 말대로 미칠라면 곱게좀 미치시게. 아들보기 부끄럽지도 않으신가?!"</div> <div> </div> <div>경애의 눈에 다시 눈물이 맺혔다. 그렇다 아들...우리 사랑스럽고 소중한..하나뿐인 아들..</div> <div> </div> <div>" ...진석아..."</div> <div> </div> <div>"....엄마...."</div> <div> </div> <div>털썩!<br /></div> <div>두 모녀는 그렇게 서로를 붙잡고 쓰러졌다. 하긴 지금까지 버틴게어딘가.. 나흘을 누워있다가 먹은것도없이 일어나서 저렇게 제대로 미치기에는 모녀 </div> <div>둘다 체력도 정신력도 심지어는 혼도 없었을게다.</div> <div> </div> <div>그런 두 모녀를 보던 백가는 한숨을쉬며 중얼거렸다.</div> <div> </div> <div>" .....후.....이것도 다 내가 짊어질게지....무슨 덕을 쌓겠다고 쯧쯧....."</div> <div> </div> <div>두 모녀를 양손 한가득 끼고 집으로 들어서는 백가의 얼굴엔 알게모르게 미소가 띄어졌다.<br /></div> <div>외로웠던게다...사람이 그리웠던게다.. 본인은 모르겠지만... </div> <div> </div> <div>다음날..<br /></div> <div>해가 머리위에떴건만 진석과 경애는 누워있었다. 둘다 깨어난지는 한참이건만.. 여전히 눈은 감고있었다.<br /></div> <div>눈을 뜨기 싫었다. 아니 뜰수없었다고하는게 정확하다. 처음 정신을 차리고 눈에들어온 낯선 주위환경은 어제일이 꿈이 아니라는걸 다시금 알려주었다. </div> <div>그래서 다시눈을감았다. 현실을 마주할 용기도 자신도없다.<br /></div> <div>진석과 경애 둘다 마찬가지다. 21세기 대한민국에서 안주했던 두사람.. 비록 그현실조차도 경애에게는 버겁기만 했지만  적어도 마주볼수있는 현실이었다. 더럽고 치사해도 스스로 부딪히며 하루하루 마주볼수있던 그런 현실..<br />그러나 이건아니었다. 눈을뜨면 감당하기힘든 현실이었다. 그 백가라는 야만인이 들어와 산아래로 내려가자 할것같았다. 그래서 눈을감았다. <br />사방이 짐승가죽이고 짐승머리였다. 아무리 무지한 현대인이라도 알수있을정도로<br />잔인한진실.. 이런 야만적환경에서 야만적으로 사냥하는 야만인..거기에 한국어는 어찌나 잘하는지..<br />이성적으로는 말도안된다 생각하지만 본능은 그렇지 않았다. 물론 산아래 내려가면 저 야만인 말이 거짓인걸 알수있다 여겼다. <br />시간이동이라니.. 개도웃을소리다. <br />그런데..만약 산아래로 내려갔는데도... 지금 이모든게 현실이라면? <br />산아래로 내려가니 하나같이 저 야만인같은 사람들이 세상을 이루고있다면?  <br />그게두려웠다. 아이러니하게도 경애의 속마음은 내려가서 벗어나자 라는 욕심과 내려간후 마주할 진실에 대한 공포가 서로 엇갈리며 부딪혔다.<br />그때 경애와 진석의 귀로 방문열리는 소리가 들렸다.<br /></div> <div>털썩..<br /></div> <div>누군가가 앉는소리다. 분명 그 야만인일테지..</div> <div> </div> <div>" 정신차린거 알고있네. 그만 일어나시게들.."</div> <div> </div> <div>쿵!</div> <div> </div> <div>가슴이 내려앉았다. 어찌해야될지 감도안오고 등뒤로는 식은땀이 흐른다. 갈증도 나고 배도고픈현실이 더욱 자신을 미치게 만들고있었다. </div> <div> </div> <div>" 어허! 어서들 일어나게! 언제까지 그러고들있을텐가!!"</div> <div> </div> <div>"..............................."</div> <div> </div> <div>"..............................."</div> <div> </div> <div>그런 두 모자를 가만히 내려보던 백가는 혀를차며 말했다.</div> <div> </div> <div>" 쯧쯧.. 못난사람들같으니.."</div> <div> </div> <div>저 목소리가 듣기싫었다. 좀 닥쳐주면 좋을텐데.. </div> <div> </div> <div>" 요몇일 먹지도 마시지도못해 슬슬 힘들걸세. 난 나가있을테니 요기들좀 하게나..크흠!!"</div> <div> </div> <div>속이 안좋은지 연신 헛기침을하며 백가는 밖으로 나갔다.</div> <div>그리고 다시금 이어지는 방안의 정적..... 그리고 묘하게 자극하는 음식냄새가 경애의 속을 뒤집어놨다.<br />슬쩍 눈을떠보니 방한켠에 나무그릇 두개가 김을 모락모락내며 경애의 시야에 들어왔다. 몸을 살짝 일으켜 보니 죽이다. 딴에는 상식이 있는 야만인인가보다. 환자에게 죽을줄정도의 상식은 있었으니 말이다.<br />죽안에 고기도 몇점보이고 이름모를 풀도 있다. <br />마주하기싫은 현실임에도 몸은 간절히게 그 죽을 바라고있었다. 그래서 더욱 괴로웠다. 그런 자신에게.. 현실도피하며 허기라니..<br />어느덧보니 진석이도 일어나서 죽그릇을 바라본다. 그렇게 두 모자의 시선이 마주쳤다.</div> <div> </div> <div>" 엄마가...미안해.."</div> <div> </div> <div>" .............아니야....."</div> <div> </div> <div>" 그날 그냥 집에 있을걸그랬어.."</div> <div> </div> <div>" .............그러게....."</div> <div> </div> <div>" ......배고프지?....."</div> <div> </div> <div>" ........응"</div> <div> </div> <div>" ..........밥 먹자.."</div> <div> </div> <div>" ............으응..."</div> <div> </div> <div>그리고 두 모자는 그렇게 나무그릇을 들고 죽을 떴다. 이상한냄새가 나는 나무그릇과 나무수저였지만.. 평소라면 더럽다며 개밥그릇으로도 안쓸 나무그</div> <div>릇이었지만.. 그안에 담긴 죽은 너무나 맛있는 냄새를 풍기며 그들의 후각과 신체를 자극했다.</div> <div> </div> <div>쩝쩝...<br /></div> <div>후룩...<br /></div> <div>쩝쩝...<br /></div> <div>후룩..<br /></div> <div>아래로는 지저분한 나무수저에 담긴 죽한모금이 입술로 들어오고 위로는 짜디짠 눈물이 입술로들어왔다. <br />더럽게싱거운죽에 더럽게 짠 눈물이 타이밍한번 기가막힌다. 짜디짠눈물과 죽 한수저의 절묘한 콜라보는 경애와 진석의 마음을 더더욱 서럽게했다.<br /></div> <div>"흐흐흑...쩝쩝.."<br /></div> <div>"끄윽..흑...후루룩"<br /></div> <div>울면서도 연신 수저를 놀리는 두 모자의 웃긴모습은 묘하게도 ..웃긴가운데 슬프기까지했다.</div> <div> </div> <div>" 흐흑..후루룩..이제 ..꿀꺽 어떡할거야?"<br /></div> <div>" 으흑..쩝.. 집에..꿀꺽 가야지.."<br /></div> <div>이쯤되니  묘기처럼보이기도 한다.</div> <div> </div> <div>그것도 식사라고.. 그 백가라 불린 사내같으면 한모금에 끝낼거같은 죽한그릇이 몸속에들어가니 어느덧 걱정이 약간은 희석되는걸 느꼈다. 그러나 걱정과는별개로 머릿속이 복잡한건 여전했다.</div> <div> </div> <div>' 진짜...조선은 아니겠지? 아닐거야.. 장난일거야..'</div> <div> </div> <div>경애는 연신 부인했다. 고등학교때 늘상 꼴찌만 도맡아하던 본인이라해도... 여자나이 37살이면 그것만으로도 이미 인생공부로는 1등은 아니더라도 10</div> <div>등소리정도는 들을만하다.  그런데 과거라니.. 조선시대라니!! 이 말도안되는 상황을 믿을수는없었다. 아니 절대 거짓이어야한다.<br />하지만 속마음과는다르게 눈은 사방에걸린 짐승가죽을 보고있었고 그녀의 감각은 어제느낀 겨울날씨를 되살리고있었다.<br />자신과 아들은 분명 마지막기억에 입고있던 복장이다. 그리고 그기억속의 날씨는 30도를 웃도는 7월말의 찜통더위였다.</div> <div><br />=====================================================</div> <div> </div> <div>음..설정상 오류나 그런거는 바로바로좀 지적해주세요^^ 열심히 공부하겠습니다</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