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공개를 통해 간단히 살펴볼 수 있는 사실은 두 가지입니다.
1. "일상의 해상도에서" Fury-X는 현존하는 어떤 단일 GPU 그래픽카드보다 뛰어난 성능을 보여줍니다. 이미 타이탄-X가 전세대 듀얼 GPU 그래픽카드인 타이탄-Z, 295X2 등과 견줄 만한 성능을 달성했으니 비로소 양사 모두 전세대 듀얼 GPU 플래그십의 성능을 따라잡는 단일 GPU 플래그십으로의 세대교체를 이뤘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2. 그러나 "미래의 해상도에서" Fury-X와 Fury 모두 분명히 VRAM의 한계로 인한 좌절을 겪고 있습니다. 이는 경쟁사의 차상급 플래그십인 980 Ti와 비교하더라도 아쉬운 것임은 물론, 심지어 자사의 한세대 전 GPU에 기반한 8GB VRAM 변종보다도 퇴보된 모습이 분명합니다. 대단히 실망스러운 부분입니다.
좀더 자세히 설명해 보겠습니다. 이달 초 소개한 980 Ti 리뷰에서 국내외 벤치마크사상 처음으로 FHD부터 8K까지라는 방대한 시나리오를 테스트에 동원했던 바, 그 의의는 타이탄 시리즈가 공격적으로 개척해 온 VRAM 용량의 실효성을 검증하는 데 있었고 실제로 6GB의 VRAM이 4K까지는 쓸만하며 5K도 그럭저럭 버틸 수는 있지만 8K에서는 고꾸라지고 만다는 결과를 세계 최초로 제시해 보였습니다. 게다가 해당 리뷰보다 2주 가량 늦게 발행된 TweakTown의 "6K 벤치마크"에서도 6GB VRAM의 한계를 구체적으로 짚어내지 못하며 역설적으로 더욱 분석 방법론상의 독창성을 증명한 바 있습니다.
위의 결과는 똑같은 시나리오를 Fury-X에 그대로 시도한 것입니다. 오늘날 시장에서 팔리는 모니터는 대부분 FHD, QHD, UHD 셋 중 하나로 이들에 속하는 것을 편의상 "일상의 해상도"라 합시다. FHD 모니터 3대로 서라운드를 구축하거나 QHD 모니터 세 대로 서라운드를 구성하더라도 화소 수는 UHD 모니터 한 대 분량을 넘지 않기에 넓은 범주에서 "일상의 해상도"에 포함됩니다. 한 마디로 '거의 대부분의 오늘날의 게이밍 환경' 이라 요약할 수 있겠는데, 중요한 점은 여기서 Fury-X가 가장 좋은 성능을 보였다는 점입니다.
그러나 이것만으로 만족할 수 없는, 나아가 제가 '대단히 실망'이라고까지 표현해야만 했던 부분이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일상의 해상도"를 벗어나는 순간 맥을 못 춘다는 점에서 여느 전세대 플래그십 그래픽카드와 다를 바가 없기 때문입니다. 미래지향적인 설계로 가득 무장한 GPU에 고작 4GB의 메모리를 탑재함으로써 결정적인 장점이 발휘될 부분을 스스로 제거해 버렸다는 안타까움이 제 혹평의 배경입니다.
아시다시피 하와이는 코어 갯수로 보면 타히티보다 불과 37.5%가 증가했을 뿐이지만 ROP는 무려 두 배를 늘려 고해상도 시대 (당시로서는 4K) 를 선제적으로 대비한 바 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메모리 용량 역시 3GB에서 4GB로 늘려 고해상도로 진출할 '여력'을 주었단 점입니다. 반면 피지는 절반의 개혁에 그쳤습니다. 하와이가 그랬듯 ROP를 공격적으로 늘려 다시 한번 '전세대 대비 두 배' 를 달성한 것까지는 좋았으나 정작 VRAM 용량이 그대로 4GB에 묶여 있기 때문입니다.
현재로써는, 짐작하기 조심스러운 부분이지만, Fury-X의 8GB 버전이 추후 (아마 경쟁사의 대응 제품이 나올 즈음?) 라인업에 추가되리라는 예상만이 이 부조화를 설명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 아닐까 싶습니다. 마침 듀얼 링크 인터포저를 통해 HBM 모듈 자체를 적층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보도는 이미 한참 전에 나왔기도 합니다.
Posted in Review/vga_review by DGLe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