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갈색 자켓 주머니 속에 손을 찔러 우겨놓고는 날카로운 바람을 뚫고 한 걸음씩 나아갔다.</P> <P>도착할 곳은 보이지만 추운 탓인지 쉽사리 닿지 않았다. 거센 바람 덕에 내 코는 끝이 빨갛게 물들어 한마리의 루돌프 같았다.</P> <P>고된 걸음 끝에 도착한 곳은 우비카페 였다. 만날 우에 문짝 비 만나는 문짝이라 이상한 이름이지만 그래도 이곳은 꽤나 오래 되었다.</P> <P>지금이야 리모델링을 한 덕에 요즘 카페 같지만 사실 예전에도 나름 세련된 곳이였다. 이곳에서 다들 모여 소개팅도 하고 그랬으니까.</P> <P>따지고보면 맞는 이름이였다. 유리문을 열자 짤랑 하는 종소리가 울렸다. 안으로 들어서자 창가 테이블에 앉아있는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P> <P>그녀였다. 나는 매우 반가웠지만 애써 누르며 테이블을 향해 걸어갔다.</P> <P>"왔니?" 짧막한 그녀의 말은 오랜만에 만난 나를 서운케했다. 테이블에 앉자마자 커피 두잔이 바로 나왔다. "오는 거 보고 시켰어."</P> <P>장난기 가득한 미소로 그녀가 말했다. 거짓말이다. 예전부터 시간에 제때오거나 먼저 와있었던 나를 알 고 있었기에 예상하고 시켰을 것이다.</P> <P>막상 자리에 앉고보니 반갑고 하고 싶은 말은 많았지만 입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그 반가움속 어색함을 지우려고 나는 앞에 있는 커피를 묵묵히 한 모금 마셨다. 그녀도 역시 말없이 커피잔만 들고 있었을 뿐 이였다. 입에 달달하니 추위를 달래준 커피는 마끼아또였다. </P> <P>"너 예전에도 커피는 잘 못마셨잖아, 그래서 이걸로 시켰어."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창밖에서 갑자기 눈이 펑펑 쏟아지기 시작했다.</P> <P>이번 겨울 맞이해서 처음으로 보는 눈이였다. 나도 그녀도 잠시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았다. 정적이 흐르고 그녀가 입을 열었다.</P> <P>"오랜만이네." 나는 그녀를 쳐다보았고, 그녀는 여전히 창밖을 보고있었다. 그녀는 미소를 짓고 있었지만 그 미소에는 씁쓸함이 담겨있었다.</P> <P>"예전에 우리 저어 신호등 있는 곳에서 첫눈 오는날 같이 있었잖아." 그리고 나를 보며 웃는 그녀를 보자 나도 모르게 피식 웃고말았다.</P> <P>그리고 다시 마신 커피는 달달함속에서 씁쓸함이 강하게 내 혀를 자극했다. "요즘.......어떻게 지냈어?" 그녀는 조용하게 나에게 물었다.</P> <P>그리고는 빤히 그 눈망울로 나를 쳐다보았다. 나는 그 대답하듯 그녀를 가만히 쳐다보았다. "재미없게, 나 이혼했다?" 그녀는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P> <P>하지만 나는 놀랐다. 그녀가 어떤 사람인 줄 알기에 놀랐고, 주변에서는 아무도 말을 안해줬기에 뜻밖인 소식을 당사자에게 이렇게 들을 줄은 몰랐기 때문이였다. 그녀는 내 표정을 보더니 살짝 웃으며 "궁금하지 않아?"라고 물었다. 궁금했지만 나는 입밖으로 내뱉을 수 없었다. 나는 그저 앞에 놓인 커피잔만 바라보고있었다. 그런 내 모습을 보곤 "여전하구나, 너."하고 웃었다. 나는 멋쩍에 웃을 수 밖에 없었다. 그녀는 날 빤히 쳐다보았다.</P> <P>나 역시 그녀를 쳐다보았다. 내가 말을 하지 않자 그녀가 먼저 입을 열었다. "너, 왜 그때 나에게 말하지 않았어?"</P> <P>갑작스런 물음 이였지만, 나는 담담했다. "그땐 그게 덜 아플 수 있는 방법이라 생각했으니깐, 지금도." 나는 처음으로 말문을 열었다.</P> <P>"넌 다 변했는데, 목소리는 그대로구나." 내말엔 엉뚱한 말이였다. "그 목소리 참 좋아했는데......." 그리고는 내게 물었다.</P> <P>"그거 알아?" 말하는 그녀의 눈 속은 왠지 모르게 나를 시큼하게 또 두렵게했다. "뭘?" 나는 잠긴 목소리로 물었다.</P> <P>"나 그때 항상 기다렸었어, 니가 말해주길." 아, 그말은 나를 아프게 하는 말이였다.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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