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1. 기절</div> <div> </div> <div>저기 저 시전 한복판에 엎드려 있는 여자아이가 있다. </div> <div> </div> <div>검은 천으로 가린 눈, 어디서 주워입었는지 모를 누더기, 여자애는 구걸을 하고있었다.</div> <div> </div> <div>사흘 밤낮으로 배를 채운 것은 개떡 하나 뿐, 그저 엎드릴 힘만 남아있었다.</div> <div> </div> <div>배고픔을 잊어보고자 아랫입술을 하두 깨물어 땅바닥엔 피가 흥건히 적셔있었다.</div> <div> </div> <div>"한 푼만.... 한 푼만 주......."</div> <div> </div> <div>마침내 그 가냘픈 몸이 기울어 쓰러졌지만, 누구도 눈길하나 남기지 않고 제 갈길 찾아 가버린다.</div> <div> </div> <div>어느 귀족의 행렬인지 쓰러진 여자아이 앞에 멈춰서더니, 누군가 그 아이를 데려간다.</div> <div> </div> <div>그렇게 그 아이의 이야기는 새로 쓰여지기 시작했다.</div> <div> </div> <div>2. 강제귀속</div> <div> </div> <div>"일어나거라."</div> <div> </div> <div>뚱뚱한 남자가 여자아이의 몸에 물을 끼얹었다.</div> <div> </div> <div>"으.......으음......."</div> <div> </div> <div>뒤이어 누군가 한 명이 들어온다.</div> <div> </div> <div>"이런, 눈이 안보이는겐가?"</div> <div> </div> <div>"그런 듯합니다."</div> <div> </div> <div>"쯧, 써먹을데야 있겠는고....끌끌......."</div> <div> </div> <div>여자아이는 그저 미동도 앉고 땅을 내려다 보고 있을 뿐이었다.</div> <div> </div> <div>"혜성댁에게 애를 씻기고 먹이도록 하라해라."</div> <div> </div> <div>"예, 마름어르신."</div> <div> </div> <div>"눈은 안보이겠지만, 귀는 들리겠지, 너는 앞으로 포공의 노예가 될 것이니라, 포공께서 직접 거두신 것 만으로도 감사히 여겨야 할 것이다."</div> <div> </div> <div>여자아이는 힘없이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div> <div> </div> <div>3. 미인</div> <div> </div> <div>"어머나! 예~뻐라!"</div> <div> </div> <div>말끔히 씻어낸, 여자애의 얼굴은 백옥같은 피부에 가늘지만 예쁜 입을 가지고 있었다.</div> <div> </div> <div>"어쩜, 이리 예쁜아이가..... 장님이 되었을까......."</div> <div> </div> <div>혜성댁은 요란법석을 떨며 박박 씻기는데, 그 아래에는 뗏국물이 흥건하다.</div> <div> </div> <div>"어머머, 어머머머머 근데 얼마나 밖에서 구걸을 하고 다녔으면, 때가 이리 안벗겨지니......."</div> <div> </div> <div>여자아이의 등짝을 짝! 하고 때리며</div> <div> </div> <div>"얘, 이걸로 국수해먹어도 되겠다~ 오홍홍홍홍"</div> <div> </div> <div>여자아이는 부끄러운듯 두 볼이 붉어졌다.</div> <div> </div> <div>"근데, 넌 이름이 뭐니?"</div> <div> </div> <div>여자아이는 입을 꼭 앙다물며 바닥만을 쳐다본다.</div> <div> </div> <div>"눈이 멀었다는데, 말까지 못하는 벙어리인가......? 그럼 안될텐데........"</div> <div> </div> <div>"아, 혜성댁 아직까지 뭐해! 빨랑 일처리 안하고!"</div> <div> </div> <div>"아이고! 마름 어르신, 좀 기다려요! 묵은 때가 아직도 한 바가지구만!"</div> <div> </div> <div>"꾀 그만 피우고  나와!!!!!!!!!!"</div> <div> </div> <div>"어이구 지럴맞은건 알아줘야해......."</div> <div> </div> <div>"뭐야!?"</div> <div> </div> <div>"귀도 밝으셔라......"</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