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오늘은 석달 걸러 하루 있는 토요일 근무다.</p> <p><br></p> <p>어제 일부러 술 한잔 하자는 친구의 약속도 무시하고 늦지 않으려고 일찍 잠에 들었다.</p> <p><br></p> <p>지난 한 주 내 피곤했는지 늦잠을 자게 되었고,</p> <p><br></p> <p>허겁지겁 준비를 하고 있는데 운동다녀오셨는지 아버지께서 귀찮게 이것저것 물어보신다.</p> <p><br></p> <p>"토요일인데 일나가냐" / "네, 당번이에요"</p> <p><br></p> <p>"아침 안먹고 가냐" / "늦었어요, 안먹어요"</p> <p><br></p> <p>"언제 오냐" / "끝나고 시내에서 데이트해요 늦어요"</p> <p><br></p> <p>머리를 말리고 있던 나는 기계적으로 툭툭 퉁명스럽게 대답한다.</p> <p><br></p> <p><br></p> <p>슥 돌아선 아버지께서 부엌에서 뭔가 만드신다.</p> <p><br></p> <p>당신 드실 아침이겠지? 생각하며 서둘러 나갈 채비를 한다.</p> <p><br></p> <p>방문이 덜컥 열리면서 쉐이커를 손에 쥔 손이 쑥 들어온다.</p> <p><br></p> <p>"미숫가루야, 먹고 가라" 아침 거르지말고</p> <p><br></p> <p>제대로 안 섞여서 몽글몽글 덩어리가 둥둥 떠있는 쉐이커를 보니</p> <p><br></p> <p>문득 눈물이 울컥 올라왔다. 에이 ㅆ발</p> <p><br></p> <p>"아 안먹어요 생각없어요"</p> <p><br></p> <p><br></p> <p>아버지는 그걸 당신이 드셨는지, 이내 싱크대에서 설거지 소리가 난다.</p> <p><br></p> <p>허둥지둥 나서서 전철을 탔는데, 괜히 미안하기도 하고 마음한켠이 불편하다.</p> <p><br></p> <p>할머니가 살아 생전에, 손주놈 매일 아침도 안먹고 출근한다고</p> <p><br></p> <p>새벽같이 일아나셔서 타주던 그 미숫가루, 그 쉐이커.</p> <p><br></p> <p>아버지도 괜히 속상할까봐 이유없이 짜증섞인 대답만 하고 나왔는데</p> <p><br></p> <p>아무말 없이 나오길 잘 한것 같기도 하다.</p> <p><br></p> <p><br></p> <p><br></p> <p><br></p> <p><br></p> <p><br></p> <p>좋은 주말인데 아침부터 기분이 더럽다..</p> <p><br></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