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br></p><p>8살 때의 일입니다.</p><p>여름방학 때 저희 가족과 다른 가족들 여럿이 모여서 북한산에 놀러갔습니다.</p><p>중간쯤에 엄마들과 아이들은 계곡에서 놀고, 아빠들만 따로 정상으로 더 올라갔지요. (애들이 올라가기는 힘드니까....)</p><p>엄마들은 물가에서 돗자리 깔아놓고 이런저런 얘기 하시면서 계시고, 저는 다른 아이들이랑 신나게 계곡에서 놀았습니다.</p><p><br></p><p>아직도 생각이 나는게... 그때 당시 인기있었던 음료수? 과자? 중에 '영웅젤리' 라고... 튜브 형식으로 생겨서 물같은 젤리가</p><p>들어있는 녹색전차 해모수 음료수가 있었습니다. 그거 빨아먹고 나서 팩에다가 계곡물 담아서 물총처럼 쏘면서 놀고 있었어요.</p><p><span style="font-size: 10pt; line-height: 1.8;">근데 신나게 놀다가... 바위 위에서 작은 폭포처럼 물이 흘러내려오는 데가 있었거든요. 저는 거기서 물을 받으려는 생각으로 바위 위로</span></p><p><span style="font-size: 10pt; line-height: 1.8;">기어올라가기 시작했습니다.</span></p><p><span style="font-size: 10pt; line-height: 1.8;"><br></span></p><p>그 다음 일은 굉장히 순식간에 일어났는데요...</p><p>순간 세상이 휙 뒤집히는가 싶더니 어느새 저 밑에 계곡 물웅덩이에 주저앉아 있고, 제가 앉아 있던 주변의 물이 점점 빨갛게</p><p>물들어가기 시작했습니다. 어리둥절해 있는데 갑자기 물이 시뻘겋게 변하니 어린 마음에 놀라서 마구 울면서 엄마를 찾아 물 바깥으로 나왔는데... 왼쪽 무릎에서 피가 정말 콸콸 쏟아져 나오고 뭔가 새하얀 게 보이는 겁니다. ;;</p><p>바위 위에 기어올라가다가 물기 위에 미끄럽게 핀 물이끼를 밟고 미끄러져 떨어진 거예요... ㅜㅜ</p><p>왼쪽 무릎이 바위에 꽤 깊게 찍혀서 뼈인지 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새빨간 거 안에 새하얀 게 보일 정도라...</p><p><br></p><p>엄마는 갑자기 제가 피를 철철 흘리면서 울며 나오니까 또 엄마대로 놀라서... 어쩔 줄 몰라하시고.....</p><p>지금이야 산이든 바다든 핸드폰 잘 터지지만.. 그때(1998년)는 전파는커녕 핸드폰이 대중화된지 얼마 되지 않았던 때라 아빠들이 계시는 정상까지 <span style="font-size: 10pt; line-height: 1.8;">통화가 되지 않는 상황이었어요. 다행히 아래쪽으로는 터져서 119에 신고부터 먼저 하기는 했는데 엄마들도 저희들도 정말 어떻게 해야 할지 너무 놀라서 '어떡해, 어떡해...' 만 외치고 있었습니다. 피는 철철 나지, 애는 자지러지게 울지...</span></p><p><br></p><p>그런데 정말 지금 생각해도 놀라운 일이 일어났습니다.</p><p>그 계곡에 저희 말고도 다른 사람들이 꽤 있었거든요. 그런데 저희 상황을 보시더니 위쪽에 앉아 계시던 어떤 분들께서 뭔 커다란 상자를 들고 급히 달려오시는 겁니다. 집채만한 응급처치 상자였어요....;; <span style="font-size: 10pt; line-height: 1.8;">여름에 산에 피서 오는데 그렇게 본격적인 응급처치 상자를 가지고 오시는 분들은 지금까지도 한 번도 보지 못했네요;; 아마도 어딘가의 병원이나 이런 데서 의사, 간호사 분들께서 오신 것 같았어요.</span></p><p><br></p><p>어쨌든 그 고마우신 분께서... 당황해서 어쩔 줄 몰라하시는 엄마를 일단 진정시키고, 지혈에 소독에 붕대 이것저것 본격적인 응급처치를 하신 뒤에, 부목 같은 걸 대 주시고 엄마에게 애 드는 법까지 알려주셨습니다. (산중이라 앰뷸런스가 올라오지는 못하고, 엄마가 조금 밑에 중간지점까지 저를 안고 내려가셔야 했습니다) 엄마는 저를 안고 정말 날아가듯이 앰뷸런스까지 뛰어내려가셨고(감사합니다 엄마...) 저는 그대로 병원에 실려가서 무릎을 8바늘인가 꿰맸습니다. ㅜㅜ</p><p><br></p><p>나중에 의사 선생님께서 그러더라구요... 상처 부위가 무릎이라서 무릎이 구부러지면 상처가 더 찢어질 수도 있었는데, 응급처치가 정말 잘 되어 있고 또 상처가 덧나지 않을 자세로 안고 내려와서 그나마 다행이었다고... </p><p><br></p><p>그때 그분들이 어디의 뭐하는 분들인지는 잘 모릅니다. 사실 지금은 기억도 조금 가물가물해요... ㅋㅋ</p><p>그래도 절대 잊혀지지 않는 것은... 그때 그분들께서 가지고 오시던 무지 큰 응급상자네요. 계곡에 놀러오는데 그런걸 가지고 오시다니 범상치 않은 분들이라고만 기억하고 있습니다. 더불어 예상치 못한 사고 상황에서 당황한 엄마를 진정시켜 주시고... 확실한 응급처치랑 대처법을 가르쳐 주신 것 정말 1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정말 감사한 마음뿐입니다. 무슨 연이 닿아서 그렇게 적절하게 만났는지는 모르겠지만, 정말 그 당시의 저에게는 하늘에서 내려온 천사와도 같은 분들이었습니다.</p><p><br></p><p>끝!! 고마워요 이름모를 아저씨들!!!!</p><p><br></p><p><br></p><p><br></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