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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lovestory_85040
    작성자 : 통통볼
    추천 : 3
    조회수 : 463
    IP : 221.155.***.186
    댓글 : 0개
    등록시간 : 2018/03/28 18:12:10
    http://todayhumor.com/?lovestory_85040 모바일
    [BGM] 너는 세상을 너무 모른다

    사진 출처 : https://unsplash.com

    BGM 출처 : https://youtu.be/AGsINwSVhRk





    1.jpg

    이명윤당신의 골목

     

     

     

    그곳이 지도에 없는 이유는

    햇볕이 잘 들지 않기 때문이죠

    얼굴을 맞댄 오래된 집들은

    그 자리에서 늙어가죠

    혹자는 부질없는 집착이라고 하지만요

    골목을 벗어나지 못하는 당신

    가끔은 누가 볼까 휘파람을 불지만

    소리는 그림자를 춤추게 하죠

    꿈틀꿈틀 일어나는 기억

    슬금슬금 쫓아오는 골목뒤돌아보는 당신

    허름한 창문 틈새로 슬픔이 불빛처럼 새어 나오고

    개 짖는 소리에 골목이 가늘어져도 두려워 마세요

    골목의 병명은 지도에 나타나지 않아요

    늘 웅크려 자는 당신

    오래된 골목 하나 품고 사는 당신

    십년 혹은 이십 년 전 어디쯤

    쓰러져 있는 당신에게

    다정한 목소리로 골목아라고 불러보세요

    골목은 엎어져도 골목

    무르팍이 깨어져도 또 다시 훌훌 털고 일어나

    가고 있지요 무심하게도

    다시 뒤돌아 걷지 않는 한

    골목은 쉽게 끝나지 않지요

    몇 번이고 다시 방영하는 드라마처럼







    2.jpg

    공광규별국

     

     

     

    가난한 어머니는

    항상 멀덕국을 끓이셨다

     

    학교에서 돌아온 나를

    손님처럼 마루에 앉히시고

    흰 사기그릇이 앉아 있는 밥상을

    조심조심 받들고 부엌에서 나오셨다

    국물 속에 떠 있던 별들

    어떤 때는 숟가락에 달이 건져 올라와

    배가 불렀다

    숟가락과 별이 부딪치는

    맑은 국그릇 소리가 가슴을 울렸는지

    어머니의 눈에서

    별빛 사리가 쏟아졌다







    3.jpg

    심보선아내의 마술

     

     

     

    아내가 슬프고

    슬픈 아내를 보고 있는 내가 슬프고

    그때 온 장모님 전화 받으며그러엄 우린 잘 지내지하는

    아내 속의 아내는 더 슬프다

     

    마술처럼 완벽한 세상에서 살고 싶다

    모자에서 나온 토끼가

    모자 속으로 자청해서 돌아간다

    내가 거울 속으로 들어가려 하면

    딱딱한 면은 왜 나를 막는가

     

    엄마가 아이를 버리고

    직업이 아비를 버리고

    병이 아픈 자를 버리고

    마술사도 결국 토끼를 버리고

     

    매정한 집이너 나가하며 문밖에 길을 쏟아버리자

    미망(迷妄)이 그 길을 받아 품에 한번 꼭 안았다가 바로 버린다

     

    온 세상을 슬픔으로 물들이게 하려고

    우는 아내가 식탁 모서리를 오래오래 쓰다듬고 있다

    처음 보는 신기한 마술이다







    4.jpg

    김성충철없는 아이

     

     

     

    너는 세상을 너무 모른다

     

    그런 투명한 눈으로

    나를 바라 봤겠지

     

    너는 셈이 약하다

     

    그런 새하얀 마음으로

    나를 선택 했겠지

     

    너는 눈물이 많다

     

    그런 따스한 손길로

    나를 안아 주었겠지

     

    나는 너를

    너무 모른다

     

    그런 사랑이 많은 너를

    철없는 아이라 생각했었지







    5.jpg


    정채봉기도

     

     

     

    쫓기는 듯이 살고 있는

    한심한 나를 살피소서

     

    늘 바쁜 걸음을 천천히 걷게 하시며

    추녀끝의 풍경 소리를 알아듣게 하시고

    거미의 그물 짜는 마무리도 지켜보게 하소서

     

    꾹 다문 입술 위에

    어린 날에 불렀던 동요를 얹어 주시고

     

    굳어 있는 얼굴에는

    소슬바람에도 어우러지는

    풀밭같은 부드러움을 허락하소서

     

    책 한구절이 좋아

    한참을 하늘을 우러르게 하시고

    차 한잔에도 혀의 오랜 사색을 허락하소서

     

    돌틈에서 피어난

    민들레꽃 한송이에도 마음이 가게 하시고

    기왓장의 이끼 한낱에서도 배움을 얻게 하소서







    통통볼의 꼬릿말입니다
    kYOH2dJ.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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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8/03/28 22:36:44  59.2.***.51  사과나무길  563040
    [2] 2018/03/31 02:04:15  49.173.***.126  늙고푸른질서  448796
    [3] 2018/04/12 01:31:14  175.205.***.238  스프링댄스  600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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