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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lovestory_84617
    작성자 : 통통볼
    추천 : 2
    조회수 : 486
    IP : 221.155.***.186
    댓글 : 0개
    등록시간 : 2018/01/31 18:05:50
    http://todayhumor.com/?lovestory_84617 모바일
    [BGM] 달 내놓아라, 달 내놓아라


    1.jpg

    황상순달 내놓아라 달 내놓아라

     

     

     

    소나기 그친 뒤

    장독대 빈 독 속에 달이 들었다

    찰랑찰랑 달 하나 가득한 독

    어디 숨어 있다 떼지어 나온 개구리들

    달 내놓아라 달 내놓아라

    밤새 아우성이다






    2.png

    박후기대구탕

     

     

     

    대구탕을 먹는다

    몸통 잃은 머리 한 토막

    펄펄 끓는 탕기 속에서

    허연 눈 부릅뜨고

    사후(死後)를 견디고 있다

    대구의 연옥이 인간의 밥그릇이다







    3.jpg

    이재무신발이 나를 신고

     

     

     

    주어인 신발이 목적어인 나를 신고

     

    직장에 가고 극장에 가고 술집에 가고 애인을 만나고

    은행에 가고 학교에 가고 집안 대소사에 가고 동사무소에 가고

    지하철 타고 내리고 버스 타고 내리고

     

    현관에서 출발하여 현관으로 돌아오는 길

    종일 끌고 다니며 날마다 닳아지는 살[]

    끙끙봉지처럼 볼록해진 하루

    힘겹게 벗어놓고

    아무렇게나 구겨져 침구도 없이 안면에 든다







    4.jpg

    김명원죽음

     

     

     

    손수 씻을 수 없는 아버지의 몸을

    우리가 염해 드렸습니다

     

    매일 새벽미사를 드리러

    관절염을 앓던 다리로도 당당히 들어서시던 성당에

    우리가 당신을 메고 들어갔습니다

     

    혼자 걸어가실 수 없는 무덤까지

    우리가 들어 드렸습니다당신의 집에

    조심히 눕혀 드렸습니다

     

    그토록 신세 지기 싫어 하셨어도 정말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5.jpg


    조행자생의 한 저녁

     

     

     

    말하지 않아도 되는 날은 말하지 않았다

    그것이 편했다

    그랬더니 사람들은 나를 죽은 사람으로 생각했다

    그들의 생각이 그럴 수 있다에 머물렀을 때

    난 그저 씩 웃으며 마음을 지웠다

     

    어두운 대기 속으로 몸을 감추는

    들꽃 길을 따라가며

    내 존재의 자리는 어디인가란 생각보다

    무관심에 관한 긴 휴식을 떠올렸다

     

    가끔은 어둠의 가장 깊고 부드러운 안식에서

    수 없이 그렸다 지웠던 욕망의 얄팍함에 기대었던

    어둠의 과거를 생각했다

     

    무엇인가 지상에서의 부질없는 것들은

    누가 나를 죽은 사람으로 생각해도

    내 부재의 자리를 가볍게 즐기는 오늘 저녁 생이여,

     

    그래도 끝내 삶을 버려두지 않기에

    마음 지운 자리 꼿꼿이 피어낸 망초꽃 한다발







    통통볼의 꼬릿말입니다
    kYOH2dJ.jpg

    이 게시물을 추천한 분들의 목록입니다.
    [1] 2018/01/31 20:51:04  59.2.***.51  사과나무길  563040
    [2] 2018/02/05 15:17:08  211.108.***.148  막대해줘  174905
    푸르딩딩:추천수 3이상 댓글은 배경색이 바뀝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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