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이틀전에 3년 가까이 사귄 여자친구와 헤어졌습니다. </p> <p>올해들어 크게 싸우는 횟수가 늘었기 때문에 저는 결국 이렇게 됬구나 생각하며 헤어지자는 말을 받아들였죠. 제 딴에는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했지만, 많이 부족했구나...생각하면서요.</p> <p> </p> <p>여자친구는 비혼주의자입니다. </p> <p>처음 만났을때는 직접적으로 비혼주의자라는 단어를 쓰진 않았지만, 결혼에 대해 회의적이라는 말을 했었죠. </p> <p>그때 저는 '그럼 나는 엔조이야?' 라고 장난스럽게 물었고, 그건 아니라고 대답하더군요.</p> <p> </p> <p>이후 만나면서 서로 더 좋아하게 되고, 결혼에 대한 이야기도 몇번 나누었습니다. 저는 결혼을 하고 싶은 쪽이었고, 여자친구도 오빠덕분에 결혼생각을 하게 되었다고 말했습니다. 가끔 싸우기는 해도 서로에게 최선을 다하던 시기였죠...</p> <p> </p> <p>그러다가 올해부터 심하게 싸우는 횟수가 늘기 시작했습니다. 본래 여자친구가 다혈질이고, 저도 고집이 센 편이라 종종 다투긴 했지만, 올해 들어서는 이별에 대한 언급도 몇번 나올 정도로 다툼이 심해졌습니다.</p> <p> </p> <p>첫 번째가 경제관념 문제였는데,</p> <p>제가 좀 많이 아끼는 편입니다. 여자친구보다 연봉이 적으면서도 저축은 더 많이 했고, 평소 씀씀이도 적은 편입니다.</p> <p>원래 아끼긴 해도 이렇게 심하지는 않았습니다. </p> <p>하지만 결혼생각을 하면서부터 더 열심히 저축해놔야겠다는 생각이 커지기도 했고, 여자친구네 집안이 그리 풍족한 상황은 아니었기 때문에 어떻게든 보태야 한다는 생각이 컸죠.</p> <p> </p> <p>그리고 여자친구가 가끔 저에게 곱게 컸다, 쉽게 산다는 말을 하곤 했는데, 그 말이 듣기 싫어 더 열심히 모았던 것도 사실입니다.</p> <p> </p> <p>여자친구의 경우 사치는 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가족들에게, 친구들에게 돈을 많이 쓰는 편입니다.</p> <p>그래서인지 제가 제 친구들이나 가족에게 너무 돈을 안쓴다고 생각하는 듯 하더군요.</p> <p> </p> <p>그러던 어느 날 여자친구와 크게 싸웠고, 저에게 그러더군요. 오빠처럼 아끼고 살 자신이 없다구요. 결혼에도 다시 회의적이 되었다고 하더군요. 저는 밤새 고민하다가 제가 고치겠다고 말하며 여자친구를 붙잡았습니다.</p> <p> </p> <p>이후 여자친구의 씀씀이에는 전혀 태클거는 일도 없었고, 저나 여자친구를 위해 돈도 더 많이 쓰려고 노력했습니다. 물론 본래 안쓰던 사람이다 보니 쓴다고 해봐야 굉장히 소심하게 쓴다고 비춰졌을 가능성도 있습니다만...</p> <p> </p> <p>사실 가장 큰 문제는 그 이후로 제가 결혼 얘기를 꺼내기 힘들어졌다는 점입니다. </p> <p>저는 이미 여자친구를 제 부모님에게 소개해 드렸고, 몇번 식사를 함께 하면서 나름 친해진 상태였습니다. 여자친구도 저와 결혼한다면 제 어머니가 좋아서 결혼하는 거라고 말할 정도로요.</p> <p> </p> <p>하지만 저는 여자친구의 부모님을 한 번도 뵙지 못했습니다. 몇번 인사를 드리려고 했지만, 여자친구가 막더군요. 여자친구의 어머님이 저와 성격이 상극이라 만나게 하기 꺼려진다고 하면서요. 그래도 어떻게 만나뵙기로 했었지만, 제 회사에 일이 터져 잠시 상황이 불안정해 지자 그마저도 미룰수 밖에 없었죠.</p> <p> </p> <p>그리고 바로 이틀 전, 여자친구가 저에게 헤어지자고 말했습니다. </p> <p>자기는 결혼하고 싶지 않다는군요.</p> <p> </p> <p>뭔가 무미건조해졌고, 사실 얼마후에 있는 자기 생일선물 필요 없다고 한 이유도, </p> <p>헤어지자는 맘을 먹었는데 받으면 안될것 같아서였다고 이야기 하더군요.</p> <p>해외여행을 취소한 이유도 마찬가지구요.</p> <p> </p> <p>거기까지 듣자 저도 헤어지는게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올해 일어난 큰 싸움 대부분 제가 그녀를 붙잡았고, 제가 더 노력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이후 항상 더 참으려 했고, 변하려고 했죠. 하지만 소용없었습니다. </p> <p>오히려 제가 그녀의 눈치를 보는일이 많아지고, 제 행동 하나하나를 평가하는 발언이 늘어가면서 저도 이대로는 안되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으니까요.</p> <p> </p> <p>그래도 마지막이니 만큼 서로 웃으며 헤어졌습니다. 아직 사랑하는게 분명하고, 저는 결혼하고 싶은 맘도 변함 없었지만, 상대방이 싫다는데 어쩌겠어요. 다음 날 일어나니 눈물이 살짝 나더군요.</p> <p> </p> <p>그런데 점심쯤 여자친구에게 문자가 왔습니다. 만나고 싶은데 자기가 집앞으로 올테니 시간좀 내주면 안되겠냐구요.</p> <p> </p> <p>헤어지기 싫다고 합니다. 생각보다 더 힘들고 마음이 아프다고 하더군요. 눈은 퉁퉁 부어있고 잘못했다고 말하는데 저도 마음이 약해졌습니다. 저도 아직 사랑하는 마음은 그대로니까요.</p> <p> </p> <p>하지만 동시에 결국 같은 문제로 헤어질거라는 예감도 들었습니다. 서로 씀씀이도 다르고, 결혼에 대한 생각도 다릅니다. </p> <p>결혼은 어찌저찌 한다 쳐도 아이는요? 저는 당장은 아니더라고 아이를 갖고 싶지만, 여자친구는 아이생각이 없습니다. 제가 강요할 수 있는 문제도 아니구요.</p> <p> </p> <p>무엇보다도 지금까지 비혼주의자지만 결혼하겠다 -> 역시 난 비혼이 맞나봐 -> 그래 결혼하자 -> 역시 결혼은 아닌거 같아... 계속해서 입장을 바꿔온 여자친구를 믿기 힘들었습니다. 결혼하고 나서도 난 사실 결혼하기 싫었는데...라는 말을 듣고 싶지도 않구요.</p> <p> </p> <p>여자친구에게 이 얘기를 했더니 노력하겠다고 하더군요. 저도 모르게 못믿겠다고 말했습니다. 그래도 여자친구는 제발 헤어지지 말자고 말합니다. 저는 일단 더 생각해 보자도 달랜 뒤 그 자리를 떠났습니다.</p> <p> </p> <p>솔직히 마음이 복잡합니다. 저도 아직 사랑하고 여자친구도 하루만에 후회할 정도로는 아직 저를 사랑하는 것 같은데, 결혼에 가장 중요한 경제관념 차이부터, </p> <p>무엇보다 결혼에 대한 입장부터가 다르니...</p> <p> </p> <p>지금 당장은 노력하겠다고 하는데 과연 한 번 더 믿어도 괜찮은 걸까요? 솔직히 믿고싶습니다. 하지만 제 나이가 31살이니 고민이 깊어지네요...</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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