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지금 나는 들소와 천사를, 오래도록 변하지 않는 물감의 비밀을, 그리고 예술이라는 피난처를 떠올린다.<br>너와 내가 함께 불멸을 누리는 길은 이것뿐이구나, 나의 롤리타.</b><br><br>===========================================================================================<br><br>블라디미르 나보코프의 <롤리타>에서 발췌한 문구입니다.<br>내 삶의 빛, 내 몸의 불꽃, 나의 죄, 나의 영혼...... 이렇게 시작하는 소설의 첫 단락 만큼이나 유명한<br>소설의 마지막 단락을 가져왔습니다.<br><br>나보코프는 본래 러시아 태생인데, 러시아 혁명 이후 스탈린 정권에 염증을 느끼고<br>미국에 망명하여 영어로 글을 썼다는군요. 이 책 <롤리타> 역시 원문이 영어로 되어 있습니다.<br>외국어로 글을 쓰면서 이런 책을 쓸 수 있다는 게... 정말 재능이란 게 있는 걸까요?<br>쿤데라도 본래 체코인이면서 프랑스어로 글을 썼다고 하고.. 베케트도 그렇고...<br>외국어로 글을 쓰면서 서투르면 모를까, 이렇게 아름다운 문장들이라뇨.<br><br>글은 쉽지 않고 두서가 없지만, 나보코프는 글의 마지막에서 소설의 목적을 이처럼 분명하게 밝혀놓습니다.<br>어쩌면 모든 소설들이 추구하는 목적일지도 모르겠군요. 오래도록 변하지 않는 물감이 되는 것,<br>주인공 H. H가 롤리타의 이야기를 남겨놓은 것 - 그리고 나보코프가 그의 입을 빌려 이 미친 사랑 이야기를 풀어놓은 것,<br>그 목적은 결국 동굴의 벽에 들소 한 마리를 그려놓는 것, 그렇게 영원히 기억되는 것이 아닐까요.<br><br>여담이지만 롤리타라는 소설이 유명해지면서 롤리타 콤플렉스라는 용어가 나오기까지 했지만<br>소설 속 롤리타는, 정확히 기억이 나지는 않는데, 아마 13-14세 가량이었던 걸로 기억합니다.<br>거기다 서양인의 성장속도가 동양인보다 빠르다는 점을 감안하면, 아직 앳된 티가 남아있긴 해도<br>어느 정도 성인의 모습을 갖춘, 사춘기 무렵의 소녀의 모습일 거라고 하더군요.<br>물론 소설 속 미국에서도 그렇고 우리나라에서도 그렇듯 떳떳하다고 할 사랑은 아니겠지만,<br>오늘날 '로리'라는 단어에서 읽히는 어린 여자아이의 이미지와는 크게 다르죠.<br><br><b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