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조조로 관상 보고 왔어요
재밌기는 했지만 기대치가 컸던 탓인지 실망도 제법 컸네요
관상가와 수양대군의 정변이라는 소재는 굉장히 훌륭했는데
이런 소재로 결국 이렇게밖에 만들 수 없었나 하는 실망이,,,
초반부 연출이 약간 어색한 느낌이었지만 영화가 전개될수록 세련되지더군요.
특히 수양의 미간에 점을 박아 넣을 때,
그리고 김종서와 거사를 준비하던 전날 밤의 긴장감은 진짜 압권이었습니다.
그리고 수양이 김종서를 죽이고 나서 궁을 장악하는 장면은 세련되면서도 정변의 잔인함을 잘 보여줬다고 생각합니다.
문제는 이 정변이 끝난 이후,
궁을 나서는 수양과 그 앞을 막아서는 김내경
김내경이 아들을 구해내는 장면에서 마무리가 됬으면 깔끔했을텐데, 왜 거기서 굳이 아들을 죽여야 했는지 이해가 잘 되지 않습니다.
'잔혹하지만 의리는 지킨다'던 수양의 캐릭터와도 일치하지 않고,
그렇다고 아들의 죽음이 다른 사건과 인과관계가 있는 것도 아니고 말이죠.
(저는 사실 아들이 눈을 잃을 때도 이해가 잘 되지 않았습니다만, 나중에 그것이 삼촌의 배반과 연결된다는 점에서 이해가 가더군요)
아들의 죽음은 결국 관객들의 눈물샘을 자극하기 위한 수단으로밖에 보이지가 않았습니다.
이런 훌륭한 소재를 가지고도, 처음에는 웃기다가 중간에는 진지해지고,
결국 마지막에는 울게 만드는 신파극으로밖에 만들 수가 없었냐는 생각이 강하게 드네요.
그리고 엔딩을 그렇게 길게 끌어야 했는가도.. 약간 의문이네요.
아들이 죽고나서 관객들은 일어날 준비를 하는데, 장면은 계속 바뀌고 말이죠.
그래도 비판만 할 수는 없으니,
작품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역시 앞에도 말했던 훌륭한 소재였구요.
그리고 다른 많은 분들이 말씀하시는 이정재의 연기였습니다.
송강호의 연기는 깔끔했지만 아무래도 맡은 인물이 뚜렷한 특징이 없어서 그런지 별로 눈에 띄지 않았고,
김종서를 맡은 백윤식과, 무엇보다 수양의 역을 맡은 이정재의 카리스마는 진짜;;;; 압도적이더군요.
백윤식은 무엇보다 살해당하는 장면에서의 그 호통이 가장 인상적이었구요.
이정재는 첫 등장에서, 개인적으로 첫 등장에서의 수양을 무슨 조선시대판 조폭 두목처럼(?) 만들어 놓은 것은 맘에 들지 않았지만
눈빛에서 나오는 그 카리스마 하나는, 압도적이었습니다. 정말로요.
이렇게 길게 쓸 생각이 아니었는데 어쩌다보니 구구절절 너무 길어졌네요.
정리하자면, 분명히 훌륭한 소재와 훌륭한 연기가 곁들여진 대작이기는 하지만
한국 영화의 고질적인 신파를 넘을 수 없는 건지, 아쉬움이 짙게 남는 작품이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