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길 자신이 없다솔직히 오유저들도 그렇고 메갈 까는 대부분 사람들은 페미니즘에 대해 별 관심도 없을거임
페미니즘? 양성평등? 평등하면 뭐 좋은거지... 이 정도가 전부이지 않을까 싶은데.
그럼에도 메갈을 싫어하는 이유는 걔네가 불쾌하기 때문임. 일베를 싫어하던 이유와 하등의 차이가 없음.
오유야 정치색이 좀 짙은 커뮤니티여서 일베가 특히 분탕을 많이 쳤지만,
정치색 별로 없는 커뮤니티들에서도 공통적으로 일베를 싫어했던 이유는 일베의 정치적 스탠스 때문이 아니라,
타 커뮤니티에서의 분탕질, 공격적이고 자극적이고 불쾌한 언행들, 그리고 그 언행들이 현실로 기어나오는 조짐들 때문일 거임.
지하철에서 소리 지르는 아저씨를 싫어하는 이유와 근본적으로는 같다는 말임.
그리고 메갈은 자칭 미러링이라는 기법으로 일베를 굉장히 성공적으로 흉내냄.
위에 말한 저 모든 불쾌함들을 메갈은 가지고 있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메갈의 페미니즘적 스탠스 때문이 아니라 저 불쾌함 때문에 싫어함.
(오늘 베오베에 아주 좋은 글이 올라왔던데, 메갈의 페미니즘적 스탠스가 얼마나 허구스러운지를 다룬, 메갈의 건국신화에 대한 글이었음
http://todayhumor.com/?bestofbest_257108 이 글에 따르면 메갈의 출현은 단순히 분탕치며 놀기 좋아하는 ㄴㅇ갤러들의 세력 확장이었고,
그러한 분탕질에 재미를 느낀 ㅇㅅ 등 여성 커뮤 유저들이 동조하고, 여기에 사후적으로 미러링이라는 정당화가 붙은 걸 확인할 수 있음)
그런데 필자 동기 중에, 페미니즘에 아주 깊은 관심을 둔(보다 적절한 표현을 찾지 못하겠네) 친구가 있음
메갈이 등장하기 전부터 페미니즘 운동에 관심이 많았고, 주변에도 비슷한 관심을 공유한 사람들이 많은지 타임라인에 수시로 이 친구가
좋아요를 누른 페미니즘 관련 게시글을 볼 수 있었음. 메갈이 큰 문제가 되기 전에는 그 게시글들을 읽어보면서 이런 식으로 볼 수도 있구나~
하며 많은 것들을 배우기도 했고.
그런데 요즘 그 친구가 좋아요를 누르는 글들을 보면, 너무 답답해서 미쳐버릴 것 같음.
왜 사람들이 메갈을 물어뜯는가? 그 이유는 앞에서 설명했듯이 메갈이 태생적으로 내뿜는 그 불쾌함 때문이건만,
그들에게는 모든 걸 '성대결'의 문제로 치환할 수 있는 고오급 필터라도 있는 모양임.
메갈리아의 공격적 언행에 대한 반동을 "페미니즘에 대한 집단적 공격"으로 해석할 수 있다니, 신기하지 않음?
과거 일베의 준동이 횡행할 때 일베놈들을 까면 베충이들이 "종북 빨갱이들의 선동"으로 모든 걸 해석했던 걸 떠오르게 함.
미러링이라는 말도 안 되는 놀음이 정말로 유의미한 결과를 낳았는지 아닌지, 거기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겠음
(사실 잘 모르기도 하고 너무 길어질 것 같기도 하니까)
다만 확실한 건, 그것이 어떤 긍정적 결과를 낳든,
불특정 다수에 대한 폭력은 정당화될 수 없다는 거임.
너무나 당연한 거 아님? 이 당연한 얘기를 이해하기 왜 그렇게 어려워하는지 모르겠음.
(잠깐 곁으로 새자면, 국어사전에 테러리즘을 쳐보면 이런 설명이 나옴 :
정치적인 목적을 위하여 조직적ㆍ집단적으로 행하는 폭력 행위. 또는 그것을 이용하여 정치적인 목적을 이루려는 사상이나 주의.) 물리적 폭력을 행사하지 않았을 뿐, 메갈리아의 행동은 빼박 테러리즘이라는 거임.
테러는 나쁜거다, 이게 이렇게 이해하기 힘든거임? 난 정말 모르겠음.
그리고 그 테러행위를 온갖 장황한 설명들로, 그럴듯하지만 사실 현실의 문제와는 크나큰 괴리가 있는 그 설명들로 옹호하지 않으면 안될
어떤 절박한 이유가 있는 건지도 이해할 수가 없음.
개인적으로 하루키의 노르웨이의 숲이란 책을 참 좋아하는데, 읽어본 사람은 알겠지만 주인공과 여사친이 강의실에서 수업을 듣던 중에
학생운동을 하는 두 명이 강의실에 난입해서는 교수를 내보내고 학생들에게 선동 전단을 나눠주는 장면이 있음.
"작은 쪽은 강사에게 다가가 이제부터 토론회를 열 것이니 양해해 달라고 말했다. 지금 이 세상에는 그리스 비극보다 더 심각한 문제가 가득하다고 그는 말했다. 그것은 요구가 아니라 단순히 통고였다. 자기 생각에는 지금 이 세상에 그리스 비극보다 더 심각한 문제가 있을 것 같지는 않지만 무슨 말을 해도 아무 소용이 없을 테니 마음대로 하라고 강사는 말했다. 그러고는 교단 끝을 꼭 잡고 발을 아래로 내린 다음 지팡이를 집어 들고 다리를 끌며 교실을 나갔다."
지금 그렇게 메갈 옹호에 열을 올리는 사람들이, 노르웨이의 숲에서 학생 운동을 하는 두 명의 콤비처럼 내게는 보임.
뭐가 옳은지보다 옳은 일을 행한다는 자신의 모습에 취해버린 사람들.
미도리는 이렇게 말함. "그때 생각했어. 이 자식들 모두 엉터리라고. 적당히 그럴 듯한 말이나 늘어놓고 의기양양해하면서 신입생 여자애 눈길을 끌어서는 스커트 안에 손이나 집어넣을 생각밖에 안 해, 그 사람들. 그러다 4학년이 되면 머리를 짧게 깎고 미쓰비시 상사니 TBS니 IBM이니 후지 은행이니 하는 좋은 기업에 들어가서는 마르크스 같은 거 읽어 보지도 않은 귀여운 마누라를 얻어서 아이한테 폼 나는 이름을 지어주는 거야. 산학 협동 분쇄는 무슨. 너무 웃겨서 눈물이 날 지경이야."
페미니즘. 중요함. 하지만 세상에는 수많은 가치가 있고 페미니즘이 그 모든 가치들보다 우선하지는 않을 거임.
내게는 너무 잘 보이는데 설명해도 그들이 알아먹을 일 없으니 답답할 뿐임. 하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