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의 친구로 만나 나름 좋은 추억을 만들며 지냈던 친구가 있었습니다.
 
 
 
겉으로는 친구라 생각했지만 마음이 잘 맞는 그녀를 보면서 알게 모르게 애틋한 감정이 제 마음속에 있었죠.
 
그것이 사랑인 줄 그녀가 멀리 떠난 이제서야 깨달았지만요.
 
 
 
그녀가 떠날 때, 그저 집안 사정 때문에 지방으로 내려가야 한다고만 했고
 
난 그녀를 잡지 않았습니다. 아니, 놓쳐버렸습니다.
 
 
 
그녀가 떠나던 날, 기차역에서 배웅을 약속했던 저는
 
사소한 이유로 약속 시간에 늦어버렸고, 가까스로 기차에 탑승하는 그녀의 뒷모습만 볼 수 있었습니다.
 
한마디 얘기도 못한 채, 헐레벌떡 뛰어오며 멋쩍어하는 저를 바라보며 짓던 장난스러운 웃음 뒤에 머문 슬픔은
 
그때는 알지 못했죠.
 
 
 
당연히 연락이 닿겠지. 목소리를 들을 수 있겠지. 그리고... 사과할 수 있겠지.
 
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그 이후 전혀 그녀와 연락이 되지 않았습니다.
 
그녀의 목소리를 들을 수 없게 되자... 깨달았죠. 그녀는 그냥 친구가 아니었단 걸.
 
 
 
후에 그녀의 친구에게 들었습니다.
 
그녀가 떠난 날, 울면서 전화를 했었다고.
 
아마.. 말은 하지 않았지만 분명 내가 자기를 잡아주길 원했을거라고.
 
 
 
원망했습니다.
 
그녀의 마음을 눈치챌 수 없었던 내 자신을.
 
내 마음을 알아채지 못했던 내 자신을.
 
약속하나 지키지 못한 채 떠나는 그녀를 배웅조차 못했던 내 자신을..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거리에서 그녀와 만났습니다.
 
항상 생각했죠. 그녀와 이런식으로 만난다면. 그러면 영화와 같은 스토리가 펼쳐질거라고.
 
하지만 그저 환상인가 봅니다. 우리는 서로 어색하기만 했고 불편한 마음에 제대로 얘기도 나누지 못했습니다.
 
그저, 잘 지냈냐, 밥은 먹었냐 하는 쓰레기 같은 물음들만...
 
 
 
10분이나 지났을까.. 그녀는 일 때문에 들어가봐야 한다고 합니다.
 
드라마틱한 우연, 하지만 전혀 드라마틱하지 않은 재회.

저녁에 다시 만날 약속을 하긴 했지만 그녀의 어두운 표정이 내내 마음에 걸립니다.
 
 
 
저녁의 만남은 즐거웠지만 그저 평범했습니다.
 
오랫만에 만난 동창이랑 하듯, 술 한잔 나누며 영양가 없는 이야기를 하고,
 
안부를 묻고, 스트레스 풀자며 노래방도 가고...
 
 
 
그녀를  만나면 항상 묻고 싶었던 말은 헤어질때까지 입가에만 멤돌다 흩어졌죠.
 
'나를, 사랑했었니'라고.
 
'난 사랑했었다' 라고.
 
 
 
다시 서울로 돌아온 그녀. 바래다 준다는 것을 한사코 거부 한채 택시에 오르는 그녀를 보며
 
그저 평범한 친구와 헤어지듯 '다음에 보자-'라며 돌아섰던 한심한 나.
 
 
 
집에 돌아와서도 한심스러웠던 나를 스스로 책망하며 잠을 이루지 못하다가 결국 한마디 문자를 남겼습니다.
 
 
 
"우리가 헤어졌던 그 날, 내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던 그 날, 네가 장난 스럽게 웃어주었던 그 날,
 
그 날에 넌 기차가 떠날때까지 날 바라보고 있었지. 난 후회했어. 그렇게 떠나보낸 날 원망했어.

너는.. 넌, 후회하고 있니? 그 날을..."

 
 
라고...
 
 
 
하룻동안 답장이 없다가 그녀가 내게 이런 글을 남겼습니다.
 
 
 
ㅇㅈㅇㅇㄷㄱㅊㅈㅇ
 
ㅇㄹㅁㅇㅁㄴㄷㄱㅎㅅ
 
ㅇㄸㄸㄹㄷㄱㄷㄹ
 
ㅇㅇㄹㅇㅇㅇ
 
 
 

부탁드립니다...
 
저는... 도저히 알 수가 없습니다.
 
그녀는... 대체 어떤 마음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