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그러면 오늘도 양로원 가세요?"</P> <P> </P> <P>"응. 가야지. 이거 사갖고 가려고. 갖고 싶어한다길래."</P> <P> </P> <P>"그러면 저도 데려가 주세요."</P> <P> </P> <P>내가 이렇게 말하자 형은 당혹스러운지 머리를 긁적거렸다.</P> <P> </P> <P>"아니.. 왜?"</P> <P> </P> <P>"안돼요?"</P> <P> </P> <P>"그거야 상관은 없긴한데.. 네 여동생도 있잖아 지금."</P> <P> </P> <P>내가 수연이를 보자, 녀석은 내 눈치를 한 번보더니 대뜸 말했다.</P> <P> </P> <P>"저도 가고 싶어요! 할머니 할아버지들 도와드리는 거 무척 좋아해요!"</P> <P> </P> <P>"그렇게까지 말하면 뭐.."</P> <P> </P> <P>우리들은 서둘러 쇼핑을 마치고 형이 가져온 소형차를 타고서 양로원으로 향했다. 가는 길에 형이 말했다.</P> <P> </P> <P>"딱한 분들이니까 잘 해드려야해. 자식이 오래전에 죽어서 없는 분도 있고.. 자식이 재산 홀딱 말아먹고 도망쳐서 소식 끊긴지 오래인 분도 계셔. 그러니 가급쩍 자제분 얘기는 하지 말아야돼."</P> <P> </P> <P>우리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형은 우리가 단순히 자원봉사를 하기 위해 그곳으로 향하고 있는 것이라 생각하고 있는듯 했다. 하지만 진정한 목적은 바로 '핑키 파이'를 찾는 것이었다. 이렇게되니 형을 속이고 있는 것 같아서 찝찝한 기분이 들었다. 그래서 사실을 말할까 말까 고민하던 찰라, 뒷자석에 앉은 수연이가 이렇게 말했다.</P> <P> </P> <P>"사실 저희들은... 포니를 찾기 위해 가는거에요."</P> <P> </P> <P>그러자 형은 빽미러로 수연이를 힐끔 쳐다보더니 말했다.</P> <P> </P> <P>"포니라니요? 포니가 뭔데요."</P> <P> </P> <P>그래서 형에게 레리티를 보여주기로 했다. 이미 핑키 파이를 보았기 때문에 레리티를 보아도 상관 없을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가방을 열고서 레리티를 꺼냈더니 형은 힐끔 그것을 보고는 껄껄 웃었다.</P> <P> </P> <P>"아롱이랑 같은 종인가보네. 너도 키우니?"</P> <P> </P> <P>아마도 양로원에서 '핑키 파이'는 '아롱이'라고 불리는듯 했다.</P> <P> </P> <P>"네.. 같이 살지요. 그 아롱이란 애는 사실 얘 친구에요."</P> <P> </P> <P>이렇게 말하자 형은 놀란듯이 말했다.</P> <P> </P> <P>"그럼 아롱이도 네가 키웠다고?"</P> <P> </P> <P>"아뇨.. 그게 좀 말씀드리기가 복잡해서... 일단 양로원에 도착하면 말씀드릴게요.!"</P> <P> </P> <P>그렇게 말하자, 내 무릎 위에 앉아있던 레리티는 뒷자석으로 폴짝 뛰어서 수연이 옆에 엉덩이를 대고 앉았다. 백미러로 레리티를 보니 무척 초조하고 긴장한듯한 모습이었다. 미약하게 미소도 번져있었다.</P> <P> </P> <P>차가 한참을 달려서 도착한 양로원은 생각보다 작은 규모였다. 워낙 외딴 시골 지역에 있었기 때문에 건물 자체가 낡았다. 형이 말해주길, 예전에 마을회관으로 쓰던 것을 양로원으로 개조해서 지은 것이라고 말해주었다. </P> <P>그 안에 들어가자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장기를 두고 있는 할아버지 두 명이었다. 형은 나지막하게 말했다 </P> <P> </P> <P>"아버지! 저 왔어요!"</P> <P> </P> <P>그러자 장기를 두던 할아버지 한 명이 반갑게 인사했다.</P> <P> </P> <P>"어휴 꺽정이 왔네."</P> <P> </P> <P>꺽정이는 이 형의 별명인듯 보였다. </P> <P>형이 인사하자, 수연이와 나도 들어오면서 '안녕하세요.'하고 인사했다. 레리티는 그냥 평범한 조랑말처럼 도도하게 들어왔다. 말을 하면 어르신들이 놀랄 게 뻔했기 때문이었다. 장기 두던 어르신은 우리 인사를 받더니 이렇게 물어보았다.</P> <P> </P> <P>"어쩐 일로 오셨어요?"</P> <P> </P> <P>"아롱이를 보러 왔는데요.."</P> <P> </P> <P>"아, 아롱이. 아롱아!!"</P> <P> </P> <P>하고 부르자, 멀리서부터 다그닥 거리는 소리를 내며 빠르게 무언가가 달려왔다. 그것은 몸이 온통 분홍색인 포니. 곱슬곱슬한 갈기가 돋아나 있는 핑키 파이였다. 핑키 파이는 그 할아버지 옆에 와서 앉더니 개처럼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었다. 그러자 할아버지는 귀엽다는 듯 핑키 파이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P> <P> </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