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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pony_25602
    작성자 : 레리티
    추천 : 3
    조회수 : 372
    IP : 118.219.***.56
    댓글 : 3개
    등록시간 : 2013/01/13 01:18:52
    http://todayhumor.com/?pony_25602 모바일
    팬픽] 굿바이 마이 레리티 (31)

    휴대폰의 알람 소리에 깨어났더니 레리티가 내 옆에서 자고 있었다. 나와 입맞춤을 할 수 있을 정도로 가까이 자고 있었기 때문에 녀석의 숨결이 내 입술에 닿아 흩어졌다. 좋은 향기가 났다. 입에서는 치약의 상쾌한 민트향이 났고 갈기와 털에서는 여자 특유의 향긋한 냄새가 농후하게 풍기고 있었다. 

    난 녀석의 갈기를 조심스럽게 만져보았다. 여자의 머리카락 같은 갈기털 한올한올이 너무나도 부드러웠다. 그것을 몇 번 쓰다듬었다. 그러면서 등의 따뜻한 감촉을 느껴보았다. 짧게 돋아나있는 털들은 까칠하지 않고 부드러웠다. 마치 강아지의 솜털 같았다.

    난 녀석이 깨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일어나서 곧장 아르바이트 갈 준비를 했다. 간단히 빵이라도 먹고 가려고 부엌으로 갔는데 식탁 위에 올려진 접시에는 계란이 들어있는 토스트가 있었다. 그 접시 옆에는 메모도 적혀 있었다.

     

    '미안해.. 너무 피곤해서 잠깐, 잘게. 만약 내가 일어나지 않았다면 일 하기 전에 먹고 가. 오늘도 수고해. - 레리티-'

     

    녀석이 해준 토스트라 그런지 더욱 맛있었다. 새삼스레 주방을 보았더니 무척 깔끔하게 정돈되어 있었다. 아침에 설거지한 것들을 말리기 위해 올려놓은 것까지 정리되어 있는 것을 보면 분명 레리티가 그것들이 다 마른 것을 확인하고 찬장에 올려둔 것이 분명했다. 이런식으로 레리티는 우리집의 구성원이 되어가고 있었다. 그 속도는 빠르지도 않고 느리지도 않았다. 그저 시냇물이 흐르듯 자연스럽게 우리 집에 스며들고 있었다. 

     

    중계소의 문을 열고 중계인에게 인사를 한 뒤, 난 조심스럽게 말했다.

     

    "사장님... 저기..."

     

    "네?"

     

    그는 보던 신문까지 접고서 내 말을 들어줄 준비를 했다. 그래서 말했다.

     

    "이번 주말에 쉴 수 있을까요?"

     

    "무슨 일로..?"

     

    쉬어야 하는 이유를 솔직하게 말할까 말까 하다가 그냥 솔직하게 말하기로 했다.

     

    "이번 주에 여자친구랑 여자친구의 친구들이랑 같이 놀러가려고요."

     

    그러자 사장은 음.. 하며 턱에 손을 괴고 곰곰히 생각했다. 난 대답을 초조하게 기다릴 뿐이었다.

    사장이 말했다.

     

    "토요일요 일요일요?"

     

    "토요일 일요일 다요."

     

    "그건 좀... 곤란할 것 같은데.."

     

    역시나. 이런 결과를 예상 했었다. 하루는 몰라도 이틀 동안 쉬는거라면 무리가 있을 것이 분명했다. 그래서 크게 실망하지는 않았다. 단지, 아쉬울 뿐이었다. 하지만 사장은 불연듯 이렇게 말했다.

     

    "그래도 여자친구랑 만나는 건데, 제가 한 번 알아볼게요. 토요일 일요일 시간 되는 친구들 있는지."

     

    "감사합니다!"

     

    "감사는요 뭘."

     

    허허 하고 웃으며 사장은 미소지은 뒤, 보던 신문을 다시 보았다.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현관문을 여니, 삼계탕 냄새가 났다. 삼계탕 속에 들어있는 인삼과 약재의 냄새가 닭 육수냄새와 섞인 향이었다. 부엌에 가보니, 엄마는 큰 솥에 끓이는 삼계탕을 국자로 휘휘 젓고 있었다. 나는 말했다.

     

    "왠 삼계탕?"

     

    그러자 엄마는 날 알아보더니 '다녀 왔네. 우리 아들.' 이러셨다.

     

    "배고프지?"

     

    말씀하시며 그릇에 삼계탕과 담에서 식탁에 올려주셨다.

     

    "돈이 어딨어서 삼계탕을 다 하셨어요."

     

    그러자 엄마는 미소지으며 이렇게 말씀하셨다.

     

    "요즘 조류독감 때문에 닭 값이 야채값보다 싸단다."

     

    "아.."

     

    그 한마디로 모든 게 다 납득이 되었다. 그 말은 곧, 앞으로 삼계탕을 자주 먹을 것이란 말이기도 했다.

    조류독감에 걸린 닭이라도 잘 끓여서 먹으면 바이러스가 죽는다고 하기에 감염 위험은 적었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찝찝한 기분은 떨쳐낼 수 없었다. 사람들이 닭을 회로 먹는 것이 아닌 이상, 닭을 익혀 먹을텐데도 조류 독감에 걸리는 사람이 나오는 것을 보면.. 분명 뭔가 거짓 된 정보가 나돌고 있을지도 모른다. 닭값의 폭락을 막기 위해 정부가 거짓 정보를 유포시킨 걸지도 모른다. 내가 음모론자는 아니지만, 뉴스를 보다보면 그런 생각들이 문득 들 때가 있었다. 하지만 생각은 내 전문분야가 아니었다. 실로 꽁꽁 묶인 닭다리를 손가락으로 풀고 뱃속을 열자, 그 속에 모락모락 김이 나는 잡곡밥에 감탄했다. 난 젓가락으로 몸통을 꾹 눌러 밥을 닭 국물에 적셨다. 

    엄마는 닭 한마리를 꺼낸 뒤, 집개로 보온병 속에 넣었다. 저 큰 것이 어떻게 들어가나 싶었는데 다리를 잘라내니 신기하게도 쏙 들어갔다. 그 위에 국물도 부으셨다.

     

    "보온병에는 왜 담아요?"

     

    "아.. 이거, 아빠좀 드릴려고. 너 아빠 못 뵌지 꽤 됐지?"

     

    생각해보니, 최근에 병문안 갔던게 족히 2주, 혹은 그보다 더 오래 지난 것 같았다.

     

    "아빠 얼굴 잊어버리겠어요."

     

    이렇게 말하자, 엄마는 씁쓸하게 웃으셨다.

     

    "레리티는요?"

     

    닭다리를 하나 뜯어서 오물오물 씹으며 말했다. 엄마는 맞다, 이러시면서 나에게 종종걸음으로 다가오셨다.

     

    "레리티양이.. 내가 닭 끓이는 거 보고 이러더라고. '세상에... 사모님! 어떻게...' 이러더니.."

     

    손으로 이마를 짚으며 충격에 빠진 레리티를 따라하는 시늉이 일품이셨다.  

     

    "이러더니?"

     

    "네 방에 푹 박혀서 나오지도 않는단다. 대체 뭐 때문인지 모르겠어."

     

    "난 알 것 같은데요.."

     

    말은 초식 동물이다. 그래서 귀리 같은 것을 먹을 것이다. 마이 리틀 포니의 세계관에서도 포니들은 초식 동물이었기에 육식은 하지 않았다. 동화 같은 설정이었기 때문에 돼지나 소, 곰같은 동물들과 소통하기도 했다. 그런 생명체이니 당연히 삼계탕 끓이는 것 보고 기겁을 한 것이 분명했다. 포니로 따지면 사람이 삼계탕을 먹는 행위가 곧, 식인행위와도 같이 취급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왜 그런건데?"

     

    "가급적이면 레리티 앞에서 삼계탕 끓이는 것은 참아주셔야겠어요. 냄새만 맡아도 환장 할걸요?"

     

    "말이 닭도 먹어?"

     

    "아니.. 먹고 싶어서가 아니라요. 초식이니까, 육식 하는 걸 보면 싫어한다고요."

     

    "음... 왜 지들이 초식인데 고기 먹는 거 가지고 싫어해? 식성 다른 게 뭐라고.."

     

    그렇게 물어보시니 순간 말문이 막혔지만, 엄마도 '마이 리틀 포니' 애니메이션을 보시면 그 이유를 알 것이었다.

     

    "아무튼, 엄마 일 나간다. 그거 먹고 바로 아빠한테 전해드려. 내가 전화해서 아침 먹지 말라고 했어."

     

    "네.."

     

    엄마가 나가고 난 뒤, 집 안은 아무런 소리도 없이 적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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