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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readers_14993
    작성자 :
    추천 : 0
    조회수 : 217
    IP : 42.82.***.158
    댓글 : 0개
    등록시간 : 2014/08/17 17:45:50
    http://todayhumor.com/?readers_14993 모바일
    붉은 마녀와 집시 - 여인 편
    <div style="text-align:left;"><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태양은 각 계절마다의 감촉이 있다. 봄의 태양은 보드랍게 감싸 안고 여름의 태양은 거칠게 짓누른다. 가을의 태양은 미지근히 감겨오고 겨울의 </span></div> <div>태양은 따뜻하게 내려앉는다. 사계절의 무한한 반복을 겪어왔던 여인이 깨달은 사실이었다. </div> <div><br></div> <div>현재의 태양은 가을과 겨울의 사이에 서 있었다. 어떤 날은 따뜻하게 감겨오는 감촉이 느껴지기도 했고 어떤 날은 미지근히 내려앉는 감촉이 </div> <div>느껴지기도 했다. 그에 따라 사람들은 껴입을 옷을 더하거나 뺐지만 깨달음을 얻은 여인은 태양의 변덕에 기분을 맞추려 들지 않았다. 하늘하늘한 </div> <div>흰색 셔츠와 다리에 붙는 갈색 면바지가 여인이 두르는 유일한 옷가지였다. </div> <div><br></div> <div>"언제까지 앉아 계실 거에요. 일어서세요"</div> <div><br></div> <div>소년은 발을 동동 굴렀다. 하지만 여인은 소년의 재촉과 달리 줄기와 같은 색으로 물든 나뭇잎들을 여유로이 쓸어만지며 바스락 거리는 소리를 </div> <div>즐기고 있었다. </div> <div><br></div> <div>"생명이 잠들어 가는 소리야. 포근하지 않아?"</div> <div><br></div> <div>여인은 나뭇잎을 힘껏 쥐어 조각조각 낸 다음 조각들을 한 움큼 쥐어 소년에게 내밀었다. 소년은 미간을 찡그렸다가 입을 둥글게 만 뒤 바람을 불어 </div> <div>으스러진 <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나뭇잎들을 흩날리게 했다. 여인의 옷이며 얼굴이며 갈색 나뭇잎 조각들이 군데군데 튀었지만 여인은 아무런 역정도 내지 않고 얼굴에 </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붙은 나뭇잎 </span><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조각들을 떼어냈다. </span></div> <div><br></div> <div>"그것보다 제 생명이 꺼져가려 하고 있거든요"</div> <div><br></div> <div>소년은 퉁명스럽게 말했다. </div> <div><br></div> <div>"어머, 안타깝기도 해라" </div> <div><br></div> <div>여인은 소년의 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귀부인이 쓸 듯한 어조로 소년을 놀렸다. 그래도 소년은 큰 동요 없이 계속 여인이 일어서기를 재촉했다. </div> <div>그렇게 소년은 손을 잡아 끄는, 소년의 나이대에 잘 어울리는 방법까지 동원해서야 겨우 여인을 일으킬 수 있었다. 여인은 일어서는 마지막 </div> <div>순간까지도 여유로운 분위기를 고수했다. 소년은 일어선 여인에게 여인이 어깨에 대각선으로 메고 다니는 보자기 가방을 건네주었다. </div> <div><br></div> <div>"그렇게 겁나?"</div> <div><br></div> <div>여인은 싱긋 웃으며 소년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소년은 토라진 듯 아무런 말 없이 여인의 손길을 뿌리쳤다. 여인의 손을 쳐낸 소년의 손등의 </div> <div>마법진이 붉은 곡선을 그렸다.</div> <div><br></div> <div>여인과 소년이 불협화음을 내며 여행을 다닌지도 벌써 반년이 가까워져 갔다. 이렇게 상성이 맞지 않은 둘이 어떻게 만났느냐를 설명하려면 역시 </div> <div>우연이란 단어를 빌릴 수 밖에 없었다. </div> <div><br></div> <div>여인은 마법을 다룰 줄 아는 마법사였고 여인의 보자기 가방 안엔 수많은 마법 도구들이 들어 있었다. 소년은 그 사실도 모른 채 여인의 소지품을 </div> <div>훔쳤지만 남의 물건을 함부로 훔친 벌이라도 받은 것일까 소년이 훔친 물건은 매우 강력한 저주가 서린 물건이었다. 마법을 책으로만 얼핏 접해 <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왔던 </span></div> <div>소년은 속수무책으로 물건에 서린 저주를 옮겨 받게 되었고 그 증표로 왼쪽 손등엔 피로 그린 것 같은 붉은 마법진이 새겨졌다. 소년은 저주를 </div> <div>옮겨 받은 고통을 견디다 못해 기절해 버렸고 여인은 그런 소년을 줏어 자신의 길동무로 삼았다. 외로움을 느껴서가 아니었다. 소년이 옮겨 받은 </div> <div>저주는 저주에 걸린 대상의 목숨을 정확히 180일째 되는 날에 앗아가는 강력한 저주였다. 저주를 푸는 방법 또한 어렵기 그지 없었다. 마나의 작은 </div> <div>갈래가 모이고 모인 마나의 맥에 고인 순결한 마나로 저주를 받은 대상을 씻겨 주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었다. 하지만 마나의 맥은 대륙 내에서도 </div> <div>한 <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손에 꼽을 정도로 그 수가 적었고 여인은 소년을 죽게 하지 않기 위해 목적지 없이 그저 방황하기만을 반복했던 여행에 종착역을 설정시켰다. </span></div> <div><br></div> <div>우연이 만들어 낸 인연이다 보니 처음의 그 관계는 끊어질 법 하면서도 늘어나는 갓 만든 치즈와 같은 모양새를 유지했다. 소년은 고의가 아니었지만 </div> <div>자신에게 저주를 건 여인을 매우 싫어해 사사건건 시비를 걸며 언쟁을 벌이려 들었지만 여인은 한결 같은 부드러움으로 되려 소년을 무안하게 </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만들었다. 그나마 이렇게 호전된 관계를 만든지도 겨우 한달 전의 일이었다. 그리고 그 때부터 소년은 알게 모르게 여인의 눈치를 살피게 되었다.  </span></div> <div><br></div> <div>"마나의 맥 까지는 얼마나 남았죠?" </div> <div><br></div> <div>소년은 뒤를 돌아보며 여인에게 물었다. 마침 가라앉고있는 태양은 소년의 금색 머리와 고동색 피부와 맞물려 소년을 더욱 강렬한 인상을 남게 했다.  </div> <div><br></div> <div>"좀 많이 걸어야 될 것 같아" </div> <div><br></div> <div>여인은 주홍빛 후광을 등에 진 소년의 모습을 조금 감상한 뒤 대답했다. 소년은 여인의 대답을 듣자마자 도로 앞을 바라보았다. </div> <div><br></div> <div>몇달 간의 여정을 마무리 지을 장소인 마나의 맥이 이 근방에 존재하고 있었다. 평범한 사람들은 마나의 사용을 논할 일이 없기도 할 뿐더러 악용을 </div> <div>방지하기 <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위해 평범한 지도엔 마나의 맥의 위치가 표기 되어 있지 않지만 마법사들은 방대한 마나의 흐름을 느낄 수 있기에 감 만으로도 무리 없이 </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마나의 맥을 </span><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찾아내는 게 가능했다. 그래도 어디까지나 방향 정도만 어림 짐작 하는 수준에 불과하지 정확한 위치를 집어낼 순 없었다. </span></div> <div><br></div> <div>언덕을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칼날은 태양의 허리를 더 깊게 파고 들었고 태양의 허리에서 배어난 피는 칼날 위에 번지기 시작했다. 칼날 위에 </div> <div>일렁이는 태양의 선혈을 바라보며 여인과 소년은 멀고도 가까운 거리를 유지하며 낮과 밤의 사이를 거닐었다. </div> <div><br></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태양이 지평선 너머로 사라지고 얼마 안 가 달이 떴다. 옆구리가 사정 없이 파인 얇디 얇은 달이었다. 그만큼 비추는 빛도 적어 하늘에 박힌 별의 </span></div> <div>밝기를 모조리 긁어 모아도  앞길을 밝혀줄 등불이 되어 주지는 못 할 것 같았다. 소년의 걸음 걸이가 뻗뻗해 졌고 심장이 움츠러 들었다. 양 옆으로 </div> <div>빽빽이 솟은 나무 숲 틈새엔 신선한 고기를 노리는 금수들이 눈을 번뜩이고만 있는 것민 같았다. 소년은 서늘한 기분을 쫓기 위해 쇄골 부근까지</div> <div>열어 두었던 단추를 잠궜다.</div> <div><br></div> <div>여인은 보자기 가방에서 속이 빈 구슬을 꺼낸 뒤 주문을 외워구슬 안을 빛이 나게 만들었다. </div> <div><br></div> <div>"밤이 그렇게 무서운 거야?" </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여인은 어느샌가 소년의 옆에 서서 걸음을 맞추고 있었다. 소년은 흠칫했지만 겉으론 놀라는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span></div> <div><br></div> <div>"사람은 누구나 은연하게 밤에 대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어요. 헌데 당신은 밤이 무섭지 않은가 보죠"</div> <div><br></div> <div>"오히려 좋아하는 걸. 밤은 대부분의 생명이 소멸이라도 한 듯한 고요한 분위기를 내니까"</div> <div><br></div> <div>소년은 여인이 이런 말을 하는 걸 제일 싫어했다. 생명과 관련 되어 있는 말, 여인의 이런 말투엔 어딘가 생명을 경시하는 태도가 섞여 있는 것 같았다. 소년은 최근 들어 그런 경향이 더욱 세진 것 같은 느낌을 받고 있었다. 물론 그 이유는 여인의 말투가 과격해진 것이 아닌 자신의 심정이 변화했기 </div> <div>때문이란 걸 잘 알고 있었다. </div> <div><br></div> <div>"....그게 당신의 생명이라 하더라도 말이죠"</div> <div><br></div> <div>소년의 입가가 파르르 떨렸다. 소년과 걸음을 맞추던 여인의 발걸음이 한박자 느려졌다. 그와 동시에 여인은 숨을 고르는 간격을 살짝 늘였다. </div> <div><br></div> <div>"아닌가요?"</div> <div><br></div> <div>소년은 이왕 터뜨릴 거 거나하게 터뜨리잔 생각에 한번 더 쏘아 붙였다. </div> <div><br></div> <div>"...우리 얘기라도 하면서 갈까?"</div> <div><br></div> <div>소년은 여인의 얼굴을 올려다 보았다. 평소와 크게 다르지 않은 여유가 느껴지는 얼굴에 소년은 약간의 당혹감과 실망감을 동시에 느꼈다. 방금 한</div> <div>말은 소년에게 있어 몇주일을 벼르고 벼른 말이었기 때문이다. </div> <div><br></div> <div>"제가 왜 그래야 하나요"</div> <div><br></div> <div>소년은 겉으론 냉담한 척 했지만 속으론 크게 당황하고 있었다. 여인의 어긋난 반응에 순간 자신이 틀린 것일까 생각했다. </div> <div><br></div> <div>"아무런 얘기도 하지 않고 반나절 길을 걸어 갈려니 심심하지 않겠어?"</div> <div><br></div> <div>"별로요" </div> <div><br></div> <div>소년은 시선을 다시 앞으로 돌렸다. 여인은 무엇을 생각이라도 하려는 듯 눈을 천천히 감았다. 눈을 감았음에도 불구하고 여인의 걸음에는 한치의 </div> <div>흐트러짐도 없었다.</div> <div><br></div> <div>"그럼... 예전의 나에 대한 얘기를 하면 조금은 들어줄 생각이 생기려나?"</div> <div><br></div> <div>여인은 눈을 게슴츠레하게 떴다. 반쯤 뜬 여인의 눈에서 출처를 알 수 없는 관능미가 느껴졌다. 소년은 여인의 시선이 자신을 향한다는 사실을 알아 </div> <div>챘지만 차마 여인의 얼굴을 똑바로 쳐다볼 수는 없었다. 더 이상 여인이 내뿜는 수수께끼스런 분위기에 휩쓸릴 순 없었다. </div> <div><br></div> <div>"좋을대로 하세요"</div> <div><br></div> <div>소년은 짐짓 헛기침을 했다. 그러지 않았다간 웃음 소리가 그대로 새어 나가기 때문이었다. 여인은 소년이 방금 한 말을 알아채고 있었던 것이었다. 소년은 목에 두르고 있던 명주 스카프를 세게 졸라매었다. 지금부터 여인이 하는 말은 소년이 그토록 듣기를 원했던 여인의 정체에 관한 얘기였다. </div> <div><br></div> <div>"너도 잘 알다시피 서부의 대부분이 외부의 손길이 잘 닿지 않는 지역이기 때문에 왠만한 서부 사람들은 자신이 태어난 마을에서 살아가는 경우가 </div> <div>많아. 나도 그랬어. 태어난 마을에서 철이 들 때 까지 자란 뒤 마을 안에서 사랑하는 사람을 찾아 가정을 꾸렸지. 그 삶 중에 그나마 특별했던 점을 </div> <div>꼽으라면 태어날 때 부터 타고난 이 두 눈 밖에 없을 거야"</div> <div><br></div> <div>여인은 검지 손가락으로 자신의 눈을 가리켰다. 여인의 눈 한가운데 자리잡은 여인의 동공은 맑은 적색을 담고 있었다. 소년은 흔하디 흔한 파란색을 </div> <div>담은 눈을 껌벅였다. </div> <div><br></div> <div>"하지만 내 평범했던 삶은 너무나도 쉽게 사라졌어. 가족이며 친구며 내가 아는 사람들은 전부 붉게 물들어 죽어갔어. 적사병이라고 한 때 유행했었던 전염병인데 알고 있을려나?"</div> <div><br></div> <div>사람의 체내에서 순환되어야 할 마나가 빠져나가지 못해 온 몸이 마나의 색깔과 같은 붉은색으로 물들어가며 죽는 병, 그것이 바로 적사병이다. </div> <div>소년은 그 때의 일을 직접 겪진 않았지만 아직까지도 대륙 곳곳엔 적사병의 흉터가 남아 있었기에 적사병에 대해 남들이 알 정도의 지식은 갖추고 </div> <div>있었다.   </div> <div><br></div> <div>"마을에서 살아남은 사람이라곤 나 밖에 없었어. 내 남편과 자식들 그리고 마을 사람들까지 전부 묻어 준 다음 멀리 떨어져 있는 마을들에도 찾아가 </div> <div>봤지만 다 죽어 있거나 그나마 산 한두명도 곧 내 앞에서 숨을 거두었지. 그래도 난 포기하진 않았어. 어딘가에 나와 같이 살아 있는 사람이 있을 </div> <div>거라고 생각했어"</div> <div><br></div> <div>여인은 남의 인생사를 얘기하는 것만 같았다. 여인의 어조며 행동이며 일말의 감정도 실려있지 않았다. </div> <div><br></div> <div>소년은 여인이 하는 말을 부정할 생각이 없었지만 딱히 놀라워 하지도 않았다. 그저 시선을 앞으로 고정시킨 채 귀만 쫑긋 열어 여인의 말을</div> <div>들으려고만 했다. 여인의 말을 전부 듣지 않은 지금으로썬 자신의 감정이 향해야 하는 이정표를 소년은 정할 수가 없었다. </div> <div><br></div> <div>그 사이 길의 양 쪽에 나 있던 나무들은 자취를 감추었다. 나무밭이 끊긴 땅엔 용케도 쪽빛을 잃지 않은 풀들이 드넓게 펼쳐져 있었다. </div> <div><br></div> <div>"아마 서부의 절반을 꼼꼼하게 돌아 다녔을 거라고 생각해. 그 당시엔 산 사람을 찾는 데에만 급급해서 내가 얼마나 고생했는 지는 생각할 여유도 </div> <div>없었거든. 아무튼 그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내가 볼 수 있었던 사람의 자취는 땅바닥에 널브러진 붉은 살덩어리들이 전부였어. 처음엔 그들을 위해 </div> <div>눈물 흘려주고 애도하는 마음으로 땅에 묻어 주었지만 어느 시점부터는 그냥 산 사람만 있는지 확인하고 그 마을을 떠나는 걸로 내용이 바뀌었어. </div> <div>그마저도 육안으로 대충 확인하면서 다닌 게 전부였고. 아마 육체의 피로도 문제긴 했지만 정신의 피로가 가장 큰 이유였을 거야. 희망을 끊임 없이 </div> <div>저울질 당하다 보니 아예 추를 달아볼 생각도 하기 싫어지더라고" </div> <div><br></div> <div>소년은 초조함을 느꼈다. 이 얘기도 충분히 여인의 정체를 알만한 얘기임엔 분명했으나 여인에게 들을 것이라 예상했던, 여인에게 듣기를 원했던 </div> <div>이야기는 이 것이 아니었다.  </div> <div><br></div> <div>"그렇게 셀 수도 없을 정도로 많은 마을을 돌아다니다 문득 한가지 사실이 궁금해졌어. 어떻게 난 이 긴 시간 동안 멀쩡하게 다닐 수 있었던 걸까. </div> <div>운이라고 설명하기엔 그 증거가 부족했어. 왜냐면 난 내 남편과 자식들의 시체를 껴안은 채 울기도 했고 미약하게 숨이 붙어 있는 사람과 숨이 </div> <div>맞닿을 정도로 가까이 마주한 적도 있었거든. 그래도 내 몸 한 구석에도 붉은 구석을 찾을 수 없었다는 건 내 자신을 이상하게 볼 충분한 계기가 </div> <div>되었어. 난 그 날 이후로 산 사람을 찾으러 돌아다니지 않았어. 온갖 무서운 망상들이 날 주저하게 만들었어" </div> <div><br></div> <div>"잠시만요"</div> <div><br></div> <div>소년은 길을 걷다 말고 풀밭에 털썩 주저앉아 버렸다. 수수깡 두세개를 붙인 것 같은 소년의 다리는 현재 포화 상태가 된 머리를 들고 다닐 완력이 </div> <div>없었다. 소년은 지금까지 여인이 말한 이야기를 정리하려 했다. 긴 시간이 걸리진 않았다. 그 동안 여인은 밤하늘 위에서 은은히 점멸하는 별의 </div> <div>갯수를 백의 단위까지 세는데 성공했다. </div> <div><br></div> <div>"피곤하면 오늘은 여기서 자고 가자. 어차피 그 날까진 시간이 조금 남아 있어"</div> <div><br></div> <div>"아니요. 그럴 필요 없어요" </div> <div><br></div> <div>소년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하루 빨리 죽음의 저주에서 벗어나고 싶은 것이 아니라 여인에 대한 의문을 해결하고자 했기에 내린 선택이었다. </div> <div>어린 소년의 육체가 견뎌내기엔 고된 걸음이 될 테지만 소년의 정신력은 또래를 한참이나 벗어나 있었다. 소년은 몇시간이고 더 걸을 수 있었다.</div> <div><br></div> <div>"아까 하던 얘기나 마저 할까?"</div> <div><br></div> <div>여인은 소년이 무엇 때문에 일어섰는지를 잘 파악하고 있는 것 같았다. 소년은 대답 없이 고개를 가볍게 끄덕일 뿐이었다. </div> <div><br></div> <div>"내가 어디까지 이야기 했더라..."</div> <div><br></div> <div>"당신이 스스로를 의심하기 시작했던 부근까지요"</div> <div><br></div> <div>소년은 무심히 말했다. </div> <div><br></div> <div>"잘 기억하고 있네. 안 듣고 있는 줄 알았었는데"</div> <div><br></div> <div>"제가 안 듣고 있다 생각하셨으면서 왜 계속 말씀하고 계셨던 거에요"</div> <div><br></div> <div>"하던 말을 끊으면 창피하잖아"</div> <div><br></div> <div>여인은 아주 간단한 이유를 들었다. </div> <div><br></div> <div>"그리고 이 얘기는 가끔씩 꺼내주는 게 좋아, 혼자 생각하던 입 밖으로 내놓던. 안 그러면 언젠가는 분명 잊혀지게 될 거야"</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이내 여인은 헛기침을 한 뒤 이야기를 마저 이어갔다. </span></div> <div><br></div> <div>"그 이후 난 한 마을에 머무르면서.. 아니지. 머물렀다기 보다는 반폐인 상태로 몇일을 지냈어. 식음을 전폐하고 잠도 자지 않았어. 온 감각들은 </div> <div>결핍된 것들을 내놓으라고 아우성쳤지. 하지만 내 몸은 이상하리만치 조용했어, 언제 그런 일을 겪었냐는 듯. 바람에 머리카락이 흩나려 앞을 <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가리자 </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손대중으로 머리카락을 뒤로 쓸었어. 그 순간 나는 놀라고 말았어. 흙먼지에 수도 없이 쏘인 머리카락은 여전히 윤기가 흐르고 있었어. 내 감각이 무뎌진 건 아닐까하고 몇번이고 머리카락을 만져 봤지만 달라지는 건 없었어. 마지막으로 만일.. 아주 만일에라는 마음으로 한쪽 가슴을 있는 </span></div> <div>힘껏 쥐니 젖꼭지에선 옷의 한 군데를 적실 정도의 젖이 새어 나왔어"</div> <div><br></div> <div>소년의 볼이 화끈 달아 올랐다. </div> <div><br></div> <div>"옷에서 꺼낸 손이 흠뻑 젖어 있는 것을 보고 뒷걸음질 쳤어. 이런 상황에서까지 평온했던 그 때를 기억하고 있는 내 몸이 정말로 무서웠어. 그러던 중 내 손을 감싸는 <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축축한 느낌에 그 쪽을 돌아다 봤어. 거기엔 적사병으로 죽어가던 사람들이 각혈한 피가 모인 웅덩이가 있었어. 손에 묻었던 젖은 그 </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피에 섞여 </span><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들어갔지. 난 그 피웅덩이를 들여다 봤어. 그 안엔 아무 것도 바뀌지 않은 내 얼굴이 들어 있었어. 내 눈과 같은 색깔로 말이야. 그리고 </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그 </span><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모습을 본 나는 완전히 미쳐버렸어. 내 삶에서 조금의 특별함을 줄 뿐이던 이 붉은 눈이 날 이렇게 만들었다는 생각에 내 얼굴을 한참이나 할퀴어 </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댔어. 결국엔 나뭇가지를 꺾어 내 두 눈을 찌르기에 이르렀지" </span></div> <div><br></div> <div>여인은 검지와 중지로 자신의 눈을 찌르는 시늉을 보였다. </div> <div><br></div> <div>지금 여인이 하는 얘기는 정상적인 범주에선 말도 되지 않는 이야기였다. 너무나도 까마득한 이야기라서일까 소년은 크게 동요하지 않았다 </div> <div>그저 <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한 편의 잔혹동화를 듣는 듯 싶었다. 하지만 소년은 여인이 다음으로 꺼낸 한마디에 놀라고 말았다.</span></div> <div><br></div> <div>"이 얘기의 다음서부터가 네가 듣고 싶어 하는 이야기일 거야. 맞지?"</div> <div><br></div> <div>"...네?!"</div> <div><br></div> <div>"시치미 떼도 소용 없어"</div> <div><br></div> <div>여인은 보자기 가방에서 제법 커다란 양장본을 꺼냈다. 놀라움으로 벌어졌던 소년의 미간이 금새 일그러졌고 입꼬리의 잔근육이 씁쓸하게 내려갔다. </div> <div><br></div> <div>"알고 계셨으면서 어째서 진작 말하지 않으신 거죠"</div> <div><br></div> <div>"너랑 사이가 가까워 졌으니 그걸로 그만이라 생각했어" </div> <div><br></div> <div>지금 여인이 들고 있는 양장본은 과거 소년이 여인이 잠든 사이 몰래  꺼내봤던 적이 있던 책이었다. 소년의 주먹에 힘이 들어갔다. 여인의 책을 </div> <div>훔쳐본 것이 자신의 잘못이란 건 알았지만 자신이 책을 봤단 사실을 알고 있었으면서도 지금까지 아무런 말을 하지 않은 여인이 매우 원망스러웠다. </div> <div>소년은 <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몇발자국 앞서 걸어간 뒤 여인의 앞을 가로막았다. </span></div> <div><br></div> <div>"고작 그런 이유 때문이었어요?!"</div> <div><br></div> <div>소년은 여인과 같이 길을 거닌 이래 처음으로 고함을 내질렀다. 우연히 불어온 바람은 소년의 머리카락을 뒤쪽으로 쓸어 넘겼다. </div> <div><br></div> <div>"제가 그 책을 보고 나서 당신이 무엇인지에 대해 얼마나 많은 생각을 하게 된 줄 알아요? 그런데 당신은 그걸 알면서도 가만히 있었어요?! 제가 </div> <div>고민하는 걸 즐기고 있었다는 게 분명하잖아요!!!"</div> <div><br></div> <div>"그게 그렇게 화를 내야 하는 일이야?"</div> <div><br></div> <div>"지금 그걸 말이라고 해요? 그 책에 적혀 있는 내용을 읽고 아무렇지 않은 게 이상한 거 아니에요?!!"</div> <div><br></div> <div>소년은 바락바락 악을 쓰며 외쳤다. 싸늘한 밤공기는 소년의 입 주위에서 하얀 김이 어른거리게 하였다. 여인은 진지함을 유지하는 소년과는 사뭇 </div> <div>다른 분위기로 코웃음을 쳤다. 소년은 끝까지 태도를 바꾸지 않는 여인의 모습에 화가 나 이를 빠득갈며 여인을 잡아먹을 것 같은 요량으로 노려보았다.</div> <div><br></div> <div>"하, 남의 일기를 훔쳐 본 녀석이 되려 성질을 부리는 거야?" </div> <div><br></div> <div>여인은 툴툴거리며 양장본을 보자기 가방 안에 도로 집어넣었다. </div> <div><br></div> <div>"그,그건 제 잘못이라는 걸 알아요. 하지만...!!"</div> <div><br></div> <div>화가 머리 끝까지 나있던 소년은 여인의 정공법에 잠시 주춤거렸다. </div> <div><br></div> <div>"그래도 내 잘못이 아예 없다는 얘기도 아니야"</div> <div><br></div> <div>여인은 다리를 오므렸다. 서로를 바라보는 소년과 여인의 시선이 대각선에서 점점 내려가 수평을 맞추었다. 소년은 여인의 얼굴을 이렇게까지 </div> <div>가까운 거리에서 본 적이 없었다. 여인의 얼굴은 도저히 한 가정을 보듬었던 어머니의 얼굴로 보이지 않았다. 목덜미 언저리를 겉돌 정도로 짧은 </div> <div>머리카락은 그 끝에 탄력이 넘쳤고 라즈베리와 비슷한 향기를 풍겼다. 입술은 별다른 치장 없이도 진홍색으로 가득 차 있어 잔주름 하나 하나 </div> <div>뇌쇄적인 기운을 뿜어냈다. 그리고 입술과 같은 색깔을 한 눈은 보는 사람으로 하게끔 당장에라도 미쳐버릴 것만 같은 황홀경을 느끼게 할 마성을 </div> <div>흘렸다. 고목빛 소년의 얼굴이 홍당무가 되었다. 여색이 어울리지 않는 나이인 건 당연한 얘기겠지만 소년이 여태껏 겪어온 세상의 험준함은 소년이 </div> <div>조숙해질만한 지식을 가져다 주었다. </div> <div><br></div> <div>별 하나가 멋드러지게 휘어지며 곤두박칠쳤다. 여인은 바람이 헝클어 놓은 소년의 머리를 부드럽게 쟁기질해 원래의 모양으로 만들어 놓았다. 소년은 여인의 손길을 마다하지 못 했다. 여인의 붉은색 눈이 자신과 동등한 시선 상에 위치해 있다는 것 만으로도 몸이 떨려 제대로 움직일 수가 없었다.   </div> <div><br></div> <div>"정말 미안해. 네가 그렇게 괴로워 할 줄은 몰랐어"</div> <div><br></div> <div>"미안하단... 말씀이 너무 늦었어요"</div> <div><br></div> <div>소년은 여인의 시선을 가까스로 회피했다. </div> <div><br></div> <div>"너에게 아무 얘기도 하지 않은 건 일종의 벌이었어. 그렇게 호되게 당해놓고서도 예전 손버릇을 못 버리고 있는게 여간 괘씸해야지" </div> <div><br></div> <div>여인은 소년의 왼손을 마주잡았다. 깍지 낀 여인의 손가락이 소년의 손등에 새겨진 손버릇의 낙인을 훑고 지나갔다.</div> <div><br></div> <div>소년의 화는 이미 풀린지 오래였다. 이다지도 살갑게 대하는 사람 앞에서 더 이상 화를 낼 수가 없었다. </div> <div><br></div> <div>"일어서세요. 갈 길이 멀어요"</div> <div><br></div> <div>소년은 여인의 손을 뿌리쳤다. 잠시 정체 되었던 여인과 소년의 발걸음에 다시 시동이 걸렸다. 여인은 하고 있던 이야기의 다음 시점을 어디서부터 </div> <div>짚어갈 지를 고민하고 있었다.   </div> <div><br></div> <div>"제가 묻고 싶은 건 단 한가지에요" </div> <div><br></div> <div>여인이 입을 열려고 하는 찰나 소년이 불쑥 말을 꺼냈다. 소년은 지금 이 여인이 자신이 생각하는 그것이 맞다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당사자에게서 </div> <div>직접 그 말을 듣고 싶어했다. 일종의 증명이었다. </div> <div><br></div> <div>"그 책, 당신의 일기에 적혀 있던 모든 내용이 사실인가요"</div> <div><br></div> <div>여인은 긍정의 표시로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여인의 보자기 가방 안에 있는 두꺼운 양장본에에 적힌 내용에 비하면 아주 가벼운 행위였다. </div> <div><br></div> <div>"증거를 보여줄 수 있나요"</div> <div><br></div> <div>"원한다면야"</div> <div><br></div> <div>여인은 송곳니 사이에 새끼 손가락 하나를 넣은 다음 그것을 고기 씹듯 씹었다. 새끼 손가락에서 흐른 피는 여인의 입가를 타 한줄기로 흘러 내렸고 </div> <div>심지어는 까드득 거리는 뼛소리가 들리기까지 했다. 이 장면을 눈 앞에서 지켜 보던 소년의 안색이 파리해졌다. 새끼 손가락이 완전히 붉은 걸레짝이 </div> <div>되어서야 여인은 입에서 새끼 손가락을 빼었다. 그리고선 입안에 흐른 피를 꿀꺽 삼킨 뒤 입가를 손등으로 닦았다. 여인의 볼에 핏자국이 번졌다. </div> <div><br></div> <div>"다..당신.."</div> <div><br></div> <div>소년은 질린 얼굴로 여인을 올려다 보았다. 극심한 고통에도 아무렇지 않은 듯 웃음기를 담고 있는 여인에게서 엄청난 괴리감이 느껴졌다. 여인의 </div> <div>증명 방법은 상상 이상으로 극단적이었다. </div> <div><br></div> <div>"뭘 새삼스럽게 놀라고 그래. 네가 생각했던 게 이런 거 아니었어?"</div> <div><br></div> <div>"그,그렇긴 하지만 눈 앞에서 보면 어느 누구든 ㅇ,이런 반응을 보일 거,거에요"</div> <div><br></div> <div>"하긴" </div> <div><br></div> <div>그렇게 말하는 여인의 새끼 손가락에선 여전히 선혈이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소년의 시선이 여인의 새끼 손가락으로 향했다. </div> <div><br></div> <div>"걱정마. 한 5분 뒤면 원래대로 돌아오니까"</div> <div><br></div> <div>여인은 피범벅이 된 손을 들며 웃었다. 핏방울이 옆 쪽에 나 있는 풀밭에 튀었다. 소년은 다리에 힘이 풀려 길바닥에 주저앉아 버렸다. 마치 죽음의 </div> <div>여신이 자신의 목숨을 거두기 위해 강림한 것 같았다. </div> <div><br></div> <div>"그러고보니 이런 건 나한테만 익숙한 거였지. 미안해 쓸데 없이 겁줘서"</div> <div> </div> <div>여인은 손을 뒤로 가린 다음 다른 손을 소년에게 손을 내밀었다. 소년은 여인의 손을 붙잡고 일어섰다. </div> <div><br></div> <div>"당신이 죄송해할 필요는 없어요"</div> <div><br></div> <div>소년은 잠시 휘청거렸다. 사람의 시체를 보기까지 했었던 소년이지만 스스로의 손가락을 아무렇지 않게 물어뜯는 여인의 모습은 제법 무섭게 </div> <div>다가왔다. </div> <div>  </div> <div>둘은 한동안 아무 말이 없었다. 이따금씩 풀벌레가 우는 것을 뺀다면 여인의 말마따나 온 생명이 소멸해버린 것 같은 지독한 정적이 그들을 감쌌다. </div> <div>여인은 아무 말 없이 웃으며 소년을 지긋이 바라보았다.  여인을 바라보는 소년의 얼굴에서 공포감이 서서히 가라앉았다. 여인은 그제서야긴 침묵을 </div> <div>깨는 말을 건넸다.  </div> <div><br></div> <div>"....그래서 전설 상으로만 존재하는 불멸자를 직접 본 기분은 어때?" </div> <div><br></div> <div>이로써 소년이 근 한달을 고뇌해 왔던 여인의 정체가 밝혀졌다. 소년은 여인에게 여태껏 느껴왔던 앙금이 조금은 풀리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div> <div><br></div> <div>"...그냥 그렇네요" </div> <div><br></div> <div>소년은 애써 웃으며 여인의 말을 되받아쳤다. 염세적인 웃음이 결코 아니었다.</div> <div><br></div> <div>"싱겁기는"</div> <div><br></div> <div>....</div> <div><br></div> <div>달이 중천에 자리잡을 정도로 밤은 깊어졌다. 하지만 여인과 소년은 앞으로 나아가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이제 마나의 맥에 거의 다다르기도 했거니와 여인의 얘기를 가만히 앉아서 듣기엔 그대로 잠들어<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버릴 것만 같기 때문이었다.</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정말로 마나의 맥 지척에 다다랐는지 저 멀리서 뿜어져 나오는 적색 광채가 여인과 소년의 앞길을 밝혀주고 있었다. 소년은 이 비현실스런 붉은색 광경을 파란빛 동공에 쓸어담고 있었다. 여인은 구슬 안을 가득 채우고 있던 빛을 거두고 구슬을 보자기 가방 안에 도로 집어넣었다. </span></div> <div><br></div> <div>그 동안 여인이 소년에게 들려준 이야기는 지금의 광경 못지 않게 비현실적이었을 뿐더러 그 큰 양장본에 적혀 있던 일기들 보다 자세했고 생동감이</div> <div>넘쳤다. </div> <div><br></div> <div>여인은 이후 서부를 벗어나 수도로 향했다. 몸은 예전과 다를 것 없이 하지만 마음은 처절히 짓뭉개진 상태로. 혼자서만 살아 남았다는 죄책감과 </div> <div>어쩌면 이런 일이 벌어진 이유가 자신 때문일 것이란 생각이 여인을 끊임 없이 괴롭혔다. 때문에 여인은 자신을 함부로 다루었다. 사창가에서 </div> <div>몇십년을 지내는가 하면 사창가에서 모았던 돈을 전부 교회에 헌금한 뒤 수녀원에 몸을 의탁해 전쟁 최전방을 돌아다니며 부상병들의 몸과 마음을 </div> <div>치료해 주기도 했다. 그렇게 하지 않고서야 여인은 자신을 용서할 길이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 기간 동안 여인은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div> <div>부정적인 감정들을 맛 보았다. </div> <div><br></div> <div>그렇게 스스로에 대한 학대를 멈추지 않던 여인은 전쟁의 폐허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마법 관련 서적을 발견하게 되었다. 마법사들만 다룰 수 있는 </div> <div>정통 마법서가 아닌 평범한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마법을 이용한 민간요법과 마법과 관련된 전설들을 실은 책이었다. 스스로가 느낄 행복을 최대한 </div> <div>줄이고자 했던 여인은 이 책을 읽어서 얻을 즐거움까지 포기하려 했다. 여인은 책을 태우기로 결정하고 가까이에 있는 난로에 책을 던졌다. 하지만 </div> <div>난로의 입구가 조금 작아 책은 바닥에 떨어졌고 떨어진 책은 양갈래로 갈라지며 한 페이지를 표시했다. 여인은 책을 줍기 위해 가까이 다가갔고 </div> <div>펼쳐진 페이지를 조금 훑어보게 되었다. </div> <div><br></div> <div>책에 적혀 있던 내용은 여인을 속죄의 길에서 해방시켜줌과 동시에 탐구의 길 그리고 욕망의 왕도를 걷게 해주었다. </div> <div><br></div> <div>불멸자에 대한 가설, 그것이 바로 페이지에 적힌 내용이었다. 생명체는 노화가 진행될수록 체내에 순환되는 마나의 양이 적어져 끝끝내 사망에 이르게 </div> <div>되는데 이 마나의 순환 양을 일정하게 만들어 영구히 유지시키면 영원히 늙지 않고 죽지도 않는 불멸자가 되는 것이 주 내용이었다. 하지만 이 페이지에 적힌 것은 </div> <div>어디까지나 가설이었다. 마나의 순환 양을 일정하게 그리고 영구히 유지시키는 마법 따윈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았다. 끝마디엔 영생에 눈이 먼 국왕은 </div> <div>그 연구를 진행하는 마법사들에게 전폭적인 지원을 해주었었지만 그들이 얻어낸 결론은 단 한가지도 없었다고 적혀 있었다. </div> <div><br></div> <div>그 내용을 읽어버린 여인은 자신의 정체가 과연 이 책에 적힌 불멸자가 아닐까하는 생각에 빠졌다. 그도 그럴 것이 여인의 나이는 그 당시 50을 </div> <div>바라보고 있었지만 신체는 여전히 20대와 다를 게 없었다. 이따금씩 노인들이 말하는 그런 관용어구가 아니었다. 여인은 말그대로 20대와 같은 </div> <div>신체를 유지하고 있었다. 더군다나 여인은 고도의 마법 상식으로도 설명이 불가능한 치유 능력 또한 가지고 있었다. </div> <div><br></div> <div>여인은 그 책을 본 뒤 흔들렸던 신앙과 자신에 대한 속죄를 더욱 확고히 하기 위해 수도에 있는 대수녀원으로 소속처를 옮기는 등 여러가지 노력을 </div> <div>해보았다. 하지만 <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그럼에도 심란해진 마음은 억눌러지지 않았고 결국 여인은 수녀원을 나오고 말았다. </span></div> <div><br></div> <div>수녀원을 나온 여인은 마법의 길에 투신하기로 결심했다. 자신의 몸에 대한 수수께끼를 마법의 힘으로 풀어냄과 동시에 자신을 옭아맸던 죄책감에서 </div> <div>벗어나고 싶었기 때문이다. 마법에 관한 업을 달성하려면 영겁의 세월을 필요로 했지만 여인의 육체는 그 세월마저도 초월할 가능성이 있었다. </div> <div>여인은 뼈대 있는 마법사 가문의 하녀로 들어가는 것으로 시작해 아주 천천히 그러면서도 아주 확고하게 마법에 관한  탐구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div> <div><br></div> <div>대략 150년 뒤, 여인은 책에 적힌대로 무구한 삶을 젊은 채로 살아가고 있었고 시간에 비례한 연구의 결과로 학술적인 면에서도 현대 마법에 관해선 대마법사에 뒤지지 </div> <div>않을 정도의 수준이 되어 있었다. 하지만 여전히 여인의 몸에 대한 수수께끼는 풀리지 않았다. 그나마 추측한다면 여인이 타고난 붉은색의 눈은 </div> <div>불멸자이기에 마나의 색깔을 담은 게 아닐까 하는 것이었다. </div> <div><br></div> <div>세기를 넘는 탐구의 과정에서 비록 스스로의 정체를 밝히진 못 했어도 온갖 학술적 성취감을 누린 것과 예전 겪었던 일이 자신 때문이 아니라는 </div> <div>사실을 안 것 만으로도 여인은 충분히 만족했다. 여인은 그 즉시 연구실을 박차고 나왔다. 골방에만 쳐박혀 있는 이들은 신체가 좋지 못 하다는 게 </div> <div>일반적인 여론이었지만 여인은 그렇지 않았다. 150년의 삶을 대부분 연구실에서 보낸 여인의 몸은 여전히 신선하기 그지 없었다.</div> <div><br></div> <div>죄책감을 털어 내어 마음이 홀가분해진 여인은 이제부터라도 자신의 감정에 솔직해지고 자신이 누리고 싶은 걸 누리면서 살자고 결심했다. </div> <div>과거 사창가에서 자신의 몸을 버리던 시절, 그 때 느꼈었던 쾌락은 속죄와 자괴감의 일부분에 불과했었지만 그 본질은 달고 달았다. 여인은 그 때 </div> <div>느꼈었던 맛을 다시금 느끼기 위해 분주히 몸을 움직였다. </div> <div><br></div> <div>그렇게 200년의 시간이 흘러갔다. </div> <div><br></div> <div>그 기간 동안 여인은 수많은 남성들을 파멸로 몰고 갔다. 온 대륙의 건장한 남성들은 시름시름 앓기 시작했고 당대의 위인들 또한 여인의 마성에 </div> <div>빠져 나오지 못 해 나락으로 떨어졌다. 이 때 대륙의 역사서엔 영웅들이 여럿 요부들에게 휘둘렸다고 기록이 되어 있는데 그 기록에 적힌 요부들은 </div> <div>각자 다른 모습과 이름을 가지고 있었지만 딱 하나의 공통점을 가지고 있었다. 바로 붉은색 눈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이다. </div> <div><br></div> <div>여인은 대륙의 역사서에 자취를 남길 정도로 수많은 행각을 벌였지만 쾌락에 대한 갈증은 멈추지 않아 쾌락을 해소할 장소를 다른 대륙으로 </div> <div>옮기기에 이르렀다. 여인은 그 곳에서 또한 여색에 관한 수많은 전설을 써내려 갔다. </div> <div><br></div> <div>여인의 이야기를 잠자코 듣고 있던 소년은 이 부분에선 유독 궁금한 점이 많았는데 가장 궁금했던 이유는 어떻게 피임을 했냐는 것이었다. 하지만 </div> <div>생각만 할 뿐 입 밖으로 내진 않았다. 이런 얘기를 꺼내봤자 얼굴을 붉히게 될 건 자기 쪽이었다. </div> <div><br></div> <div>"아마 여기까지 일기를 쓴 걸로 알고 있어" </div> <div><br></div> <div>여인은 이야기를 마쳤다. 400년 생애의 대략적인 흐름만을 읊어줬을 뿐이지만 시간은 상당히 흘러 중천에 떠 있던 달이 서서히 가라앉는 각도를 </div> <div>보여주고 있었다. 여인이 육포 마냥 뜯었던 새끼 손가락은 제 형태를 되찾은지 오래였다. </div> <div><br></div> <div>"아뇨. 최근에 딱 한 편 더 쓰셨어요. 1년 전 얘기긴 하지만요"</div> <div><br></div> <div>"내가 뭐라고 적었었는데? 이젠 기억도 잘 안 나네"</div> <div><br></div> <div>소년은 여인이 최근에 썼던 일기 내용을 곱씹었다. 소년에게 있어 마지막 일기의 내용은 소년이 절대 느낄 수 없는 거리감을 싣고 있었다.</div> <div><br></div> <div>"...솔직히 말해서 전 당신이 썼던 마지막 일기 때문에 그렇게 긴 고민을 했던 걸지도 몰라요"</div> <div><br></div> <div>소년은 여인이 마지막으로 적었던 일기의 내용에 대해 말하기 전, 자신이 여인에 대해 고민했던 진정한 이유를 말해주었다. </div> <div><br></div> <div>"당신이 마지막에 적었던 일기의 내용이 가장 길지만 이것 하나만 말할게요. 당신은 마지막 일기에 죽고 싶다고 썼었어요"</div> <div><br></div> <div><br></div> <div style="text-align:center;">----------------------</div> <div style="text-align:center;"><br></div> <div style="text-align:center;">제가 이번 병신백일장에서 썼던 글에 예고했던 대로 올립니다. </div> <div style="text-align:center;"><br></div> <div style="text-align:center;">기억하실 분은 있을랑가 모르겠지만 스스로와의 약속을 지키고자 올립니다. </div> <div style="text-align:center;"><br></div> <div style="text-align:center;">내용을 다 올리지 않은 이유도 자신에게 강제성을 부여하기 위해서 입니다. </div> <div style="text-align:center;"><br></div>
    黑의 꼬릿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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