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저는 그냥 전의경에 대한 사람들의 많은 오해가 있는 거 같고, 시위대 경험자들이나 시위활동을 하시는 분들에게</p><p>조금이나마 이해를 돕고자 글을 쓰고 싶습니다. 근데 게시판을 어디다 써야할지 모르고;; 뭐 전경도 군대생활이니</p><p>밀게에 쓸게요;</p><p><br></p><p>* 참고로 이건 제 개인적인 의견으로 이것이 전의경을 대표하는 입장이 아님을 미리 밝혀드립니다.</p><p> 저는 07-08년 동안 전경에 있었습니다. 특기사항은 노무현 정권과 이명박 정권을 경찰 내부에서</p><p>1년씩 겪었다는 점 입니다.</p><p><br></p><p>민간인과 아닌 세력이 충돌하는 장소가 바로 시위장소입니다. 시위대를 군대가 막을 수는 없고(그건 계엄령)</p><p>치안유지를 위해 경찰력을 이용하는 것인데, 문제는 그것을 징병된 '군인 신분'의 경찰들이 막게 되니 말이 참 많아졌습니다.</p><p><br></p><p>1. 먼저 전의경에 대해 간단히 소개할게요.</p><p>보통 전의경은 전경 / 의경으로 나누어지며 전경은 육군에서 강제 차출(강제라는 표현은 강제 맞으니까 -_-!)로 구성되고</p><p>의경은 자원으로 받습니다.(공군 지원하듯, 참고로 작성자는 차출된 전경입니다)</p><p>뭐 하는 일은 똑같은데 이것이 중요하겠냐마는, 매우 큰 차이가 있습니다!!</p><p>차출된 이상, 아무리 건전한 애국자라도 본인이 원하지 않았다는 변명거리를 마음속에 품게 됩니다.</p><p>쉽게 말하면, 각오가 안되있다고 해야 맞는 말일 겁니다. 시위대랑 맞부딪히는 상황을 상상이나 했겠냐고 이런식으로</p><p>대충 군생활로 끝내자 가 대부분의 전경 생각입니다.</p><p>의경은 시위를 막아야 한다는 상황을 알면서 지원한 상태입니다. 전경에 비해 어느정도 예상했으므로 각오가 되어 있다고</p><p>할 수 있겠습니다. </p><p>경찰 경비 지휘부는 이 점을 대단히 잘 알고 있습니다.</p><p> 여기서 뭐가 달라지냐면, 보통 시위대를 제일 앞에서 막아서는 부대는 '의경' 인 겁니다. 보통 차출된 전경은 경력(경찰력)이</p><p>부족하지 않은 이상 후방에서 경비합니다. !! 여기서 조금 놀라실 거라고 예상하고 싶습니다.(혼자 쓰면서 즐거워해)</p><p>네 맞습니다. 흔히 기동대라고 불리는 이 부대들은 의경 7 전경 3정도의 비율로 구성되어 있습니다.(지금은 다르겠지만...뭐</p><p>틀리더라도 이해해 주세요 제가 지휘부에 있던건 아니라 그냥 감입니다)</p><p>결국 이말은 전경출신인 저도 거의 후방을 지켰다... 라고 할 수 있겠네요;;</p><p><br></p><p><br></p><p>2. 경찰이라는 사회</p><p><br></p><p> 저는 그냥 전경으로서 경찰 내부인들을 겪었지만, 그 때문에 제 3자 입장으로서 평가할 수 있겠지요.</p><p>경찰이라는 사회로 말하는 이유는, 경찰이 대단히 폐쇄적인 집단이라 느꼈기 때문입니다.</p><p>군대와는 또 다른 식으로 사회에서 고립된 곳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대개 많은 경찰 분들은 경찰이 되면서</p><p>일도 고되고, 라이프 사이클도 다른 일반적인 직장인과 많이 달라집니다. 게다가 근무하는 환경이 환경인 만큼</p><p>많은 범죄와 질나쁜 사람들을 겪다보면 자연히 경찰분들은 자신의 개인적인 인맥과 일을 분리시키고자 합니다.</p><p>다루는 일 자체가 좀... 거시기 하니까요. 때문에 대부분 가까운 인맥은 같은 경찰끼리 이어지게 되며 </p><p>동호회 활동을 하는 정도로 소통을 합니다.</p><p> 폐쇄적이면 어떻게 되냐라면, 많은 외부 사회의 질타와 공격에 대해 상당히 방어적이 되며, 심하면 단체적으로 피해의식까지</p><p>발생합니다. 이 정도가 심하면 경찰이 아닌 사람들은 모두 자신을 미워한다고 생각하고, 같은 경찰의 말만 믿고자 합니다.</p><p>(워낙 범죄자들을 가깝게 체험해봤기 때문일 겁니다) 멀쩡한 평화 시위대에게도 경계심을 가지는 현상을 예로 들고 싶습니다.</p><p>만약 이글을 읽으시는 분중에 경찰이 계시다면 미리 사과드리겠습니다. 직업경찰과 같이 생활하며 개인적으로 느낀 점입니다.</p><p><br></p><p>3. 07-08년도 경찰</p><p><br></p><p>07년도에 갓 배치를 받아 전경 생활을 하면서 제가 큰 오해를 하고 있었음을 깨닫습니다.</p><p>경찰도 같은 사람이며, 같은 감정을 가지고 있고, 경찰들은 오히려 범죄자보다 시민들을 더 두려워 한다는 것입니다.</p><p>막내때부터 항상 배운 것은 시민에게 어떻게 해야 다가갈 수 있는지, 두려움을 주지 않고 더 도움을 줄 수 있는지 등등</p><p>시민과 함께하는 경찰이 되기위한 지침 같은 것입니다. 대부분의 교육이 '오해받지 않기' 에 대한 것입니다.</p><p>별거 아닌거 같지만, 실제 경찰복 입고 거리를 돌아다니면 주변 사람들과 소통하기가 쉽지 않아요.</p><p>그때의 경찰 분위기는 '민주주의 경찰/시민의 친구/민중의 지팡이/친절한 경찰' 등등 이었던 것 같습니다.</p><p>훈련이나 교육 대부분이 최대한 시민을 보호하자는 것이었고, 전경인만큼 항상 철칙이 있었습니다.</p><p>'시위는 막는 것이 아니라 보호하고 관리하는 것이다' 라고 마치 군대 정신교육처럼 계속 반복했지요.</p><p><br></p><p>08년도가 들어서면서 1월 1일부터 갑자기 바뀝니다.(이때 상경~ 잇힝)</p><p>경찰 표어부터 바꼈습니다. '강한 경찰' 이었던가... 확실하진 않은데 이런 분위기였습니다.</p><p>훈련, 교육내용도 달라졌습니다. 보통 훈련이라면 시위상황을 대비한 훈련인데(막 방패들고 밀집대형, ㄱ자 대형 등등)</p><p>08년으로 바뀌면서 체포술 훈련이 주된 내용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갑자기 시위 출동상황도 더 많아졌지요.</p><p>시위가 많아진게 아니라, 투입 경력을 최대한으로 유지한다는 정책 때문이었습니다.</p><p>시위대가 1이 오면 2를 보내고, 100이오면 1000을 보낸다! 라는 식이었어요. 그리고 불법시위자는 무조건 체포!</p><p>라고 위에서 분위기를 조성하니, 훈련도 당연히 체포술 위주로 할 수 밖에요.</p><p>시위는 더이상 보호해야할 대상인 게 아니라, 불법이면 무조건 체포고 아니면 절대 불법이 되지 않게 꽁꽁 싸매 막아라</p><p>라는 컨셉이었습니다. 정말 '강한 경찰'이 되고 싶었나 봐요.</p><p><br></p><p>07년도와 08년도가 왜 다른지는 위에 썼던 거 같으니 뭐 나름 판단하세요~</p><p><br></p><p>4. 과잉 진압? 폭력 시위?</p><p><br></p><p> 자, 전의경 구조와 경찰 사회에 대해 대강 토로하였으니, 무슨 오해를 풀고 싶은가 입니다.</p><p>바로 과잉 진압이라는 것인데, 제가 전경하던 시절에 진중권교수의 토론도 다 보았었고, 유시민 교수의 토론도 다 보았었습니다.</p><p>그리고 그때는 전경 신분으로서 그 두분께 큰 상처를 입었... 두분의 말이 틀린말은 아니니까 뭐 할말은 없네요. 흠흠.</p><p><br></p><p> 먼저 과거 한국의 시위 모습이 어땠는지 모두 기억 하실겁니다. 대학생들 시위는 기본 폭력이었고, 경찰들 대응도 기본 최루탄이었죠.</p><p>아주 스펙타클한 시위 역사였어요. 전의경으로 들어가시는 분들, 모두 경찰학교에서 옛날 시위 자료들은 다 보셨을 겁니다.</p><p>영상에는 한개 중대가 시위대에 먹혀 사라지는 거, LPG가스통에 라이터 들이대는 HID 북파 공작원분들의 패기, 죽창으로</p><p>찔린 수많은 전의경들의 병원 인터뷰 등등.</p><p> 먼저 분위기를 띄워요. 전의경들, 경찰들이 시위대한테 어떻게 호된 꼴을 당했는지. 그런데 그것이 과장이나 없는 이야기가 아니라</p><p>실제 일어난 일이기 때문에 그것을 탓하지는 않습니다. 실명한 전우들, 불구된 전우들의 영상을 보며 누가 화가 안나겠습니까.</p><p><br></p><p>이것을 교묘하게 이용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바로 기득권과 시위대를 뒤에서 선동하는 누군가(?)입니다.</p><p>시위대에게는 과잉 진압되는 영상들을 보여주고, 시위대 앞에 서서 시위대인 척 하며 전의경에게 먼저 공격을 가하는</p><p>전문 시위 알바생 같은 집단이 있습니다. 옛날 평택 공군기지 반대시위 같은 것이 그 예입니다.</p><p>전의경에서는 어떡하냐구요? 병원에서 불구된 불쌍한 전우들의 영상을 보여줍니다. 죽창, 화염병, 몽둥이, 돌 등등.</p><p>마치 싸움붙이기 같아요.</p><p> 폐쇄적인 경찰 내부에서 젊은이들의 의협심에 불을 지르고, 그 불을 땡기기 위해 시위대의 모습을 가장하고 전의경을 공격하는</p><p>알바 시위대들. 그 결과 폭력시위라는 오명과 과잉진압이라는 멍에를 양자에 얹어줍니다.</p><p>한마디로 전의경과 시위대 모두 눈 가림막에 싸여 상대의 본질을 모두 잊게 됩니다.</p><p><br></p><p> 몇가지 신기하면서도 우리 인식을 바꿀 사례를 써볼게요.</p><p><br></p><p> 저희 부대가 서울 시위 상황에 투입되어 방패 벽을 쌓고 길을 막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멀리서 시위대는 소란스럽게</p><p>우리와 대치중이었지요. 그런데 시위대 중 하나가 우리에게 접근했습니다. 우리 모두 경계합니다.</p><p>(대치중일때, 전경은 어떤 상황에서도 시위대에게 먼저 공격을 해서는 안되며, 상호작용도 있으면 안되기에</p><p>눈도 마주치지 않고 먼~산을 봐야 합니다.) 그런데 그 접근한 시위대 사람이 눈에 익습니다.</p><p>반년 전 쯤 전역한 고참이었습니다. 그 사람은 씨익 웃으며 담배 한보루(부대에서 살 수 없는 양담배로다가)를</p><p>친한 후임에게 넘겨주었습니다. 고생한다면서 말이죠. 그리고 그 고참은 다시 시위대에 합류했습니다.</p><p><br></p><p> 이거는 전해들은 다른 부대의 상황입니다.</p><p> 시위 상황에서 대치하던 도중, 학교 선후배가 시위대와 전경으로 마주치게 됩니다. 그 상황은 상당히 격렬한 상황이었고</p><p>서로 듣지못할 욕설을 퍼붓는 와중에 서로를 알아보고 머쓱해 합니다. 나중에 선배가 과자를 사줬다고 한 거 같기도 하고...</p><p><br></p><p> 이런일이 실제로 벌어졌답니다.</p><p>이런 사례를 드는 이유는, 전경은 다 같은 한가족이면서, 당신의 의견에 대해 동조할 수도, 반대할 수도 있는 평범한</p><p>사람이라는 것을 설명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런데 왜 과잉진압같은 큰 충돌이 일어나는 걸까요.</p><p><br></p><p>문제는 바로 이 전경이 공권력을 상징하는 대표신분 이라는 것입니다.</p><p>군대입니다. 명령을 따라야 합니다. 위에서 명령하면, 그대로 실천해야 합니다.</p><p>명령을 수행하다보면 보통 그 명령이 시위대의 의지에 거스르는 것이기 때문에 공격을 받습니다. 저는 이점이 정말</p><p>안타깝습니다.</p><p>예전에 고 노무현 대통령의 기일에 시청 광장에서 행사가 있던걸로 기억합니다. 그리고 그걸 전경이 제사상을 뒤엎었다고</p><p>들었습니다. 만약 제가 그 상황에 놓인 전경이었으면 어떻게 했어야 할까요.</p><p><br></p><p> 군대 다녀오신 분들은 모두 아실 겁니다. 시키면 잔말 없이 한다는게 원칙이잖아요. 그것이 아무리 부당해도 말이죠.</p><p>막 드라마에서 말도안되는 명령에 반항하는 멋진 군인 나오기도 합니다. 그런데 여기는 한국이고, 징병제입니다.</p><p>반항하면 잘리고 좌천되는 수준이 아닙니다. 2년 동안 개고생하는 것도 억울한데, 괜히 게겨서 군생활 늘어나고</p><p>낙인 찍히면서 명령을 어길 분 계십니까. 저는 그런 용자가 못됩니다. 만약 저라면 저상황에서 제사상을 뒤엎을 수 밖에</p><p>없었을 겁니다. 하라니까, 내 의지는 아니지만, 행사 당사자들에게 정말 미안하고 속으로 눈물이 흐르겠지만, 했을 겁니다.</p><p>네 비겁하죠. 저는 아직 순교자가 될 수 있는 각오가 없나봐요.</p><p>긴급한 시위상황 속에서, 수많은 선택의 기로에서 자신을, 자신의 부대를 무너뜨릴 선택을 할 수 있을 위인이 된다면</p><p>그리하겠습니다.</p><p><br></p><p> 대신 시위자 분들께 말씀드립니다. 전의경이 시위 상황에서 행하는 일들, 모두 자신의 의지가 아니라는 점을 말하고 싶습니다.</p><p>물대포 쏘는거, 방패로 미는거, 시위대를 공격하는거, 체포하는 거 모두 명령에 의한 겁니다. </p><p>기본적으로 모든 전의경의 행동 원칙은 바로 '가만히 있는다' 입니다. 모두 수동적으로 대기하고 있다가 명령에 의해 움직입니다.</p><p>만약 어디선가 '전경이 먼저 시위대를 때렸다'라는 소리가 들렸다면 단언컨데</p><p>1. 먼저 공격을 당했거나 2. 명령에 의한 것</p><p>이라고 하겠습니다. 전의경은 정신병자 집단이 아닙니다.(아 ... 물론 예외인 몇몇은 있을 수 있어요; 미친놈은 생각보다 세상에</p><p>많습니다) 시위대를 자의대로 먼저 공격하는 일이 발생할 수 없습니다. 지나가는 멀쩌한사람 두들겨 패는 거나 마찬가지인데요.</p><p>심지어 그것이 부대가 단체로 움직이는 상황에서 그런 돌발행동 했다가는 그놈 먼저 매장당합니다.(전경 군기 아시죠^^;;)</p><p><br></p><p>뭐 글을 길게 쓰다보니 어째 전경을 옹호하는 글처럼 되어버렸네요. 이거 마무리도 잘 못하겠지만</p><p><br></p><p>요약하자면</p><p><br></p><p>1. 경찰은 시위를 막을게 아니라 보호/관리 하는 대상으로 바라보아야 한다</p><p>2. 전의경의 행동은 90% 이상 명령에 의한 것이고, 그들의 의지가 아니다.(그들을 때리지 말아주세요)</p><p>3. 시위대는 경찰에게 보호 받을 권리가 있고 요구할 수 있다. 그들을 경계하지 말자.</p><p>4. 경찰, 여자시위대 좋아한다. 여자들은 전의경 후배들을 위해, 시위 두번하자. 세번 하자.</p><p><br></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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