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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panic_56450
    작성자 : Dementist
    추천 : 11
    조회수 : 1804
    IP : 223.62.***.84
    댓글 : 4개
    등록시간 : 2013/08/23 12:10:49
    http://todayhumor.com/?panic_56450 모바일
    아부지 귀빠진날
    “뭐 이런 저런 일들... 많았지...”

    소주가 가득한 잔을 한입에 털어 넣었다.

    “아직도 그... 콤퓨타 잡고 밤세 게임하고 그러냐?”
    “아~휴... 아빠는 내가 무슨 애유~?”
    “세살버릇 되물림했냐?”
    “크크큿큿크... 참... 하긴... 아빠 입버릇이 맨날
    그렇게 공부를 했으면 서울대에서 널 모시러 왔겠다였지... 큿큿큿큿크“
    “큿큿, 크크크크크크 내가 뭘 몰랐지... 아빠때는 마. 공부가 와따였어.”
    “사실 나때도 공부 잘하는게 와따같이 보이긴 했었어. 큿크크크”
    “너 선생님들 만나면 다 너보고 머리는 좋은데 노력을 안한다고 했었어... 너 그거 알어?“
    “아빠... 그거 그냥 다 하는 소리야... 무슨 내가 머리가 좋아서 공부를 참... 뻥이야 뻥”
    “아니~ 야! 참!... 너 고등학교때 전교에서 5등안에 들고 막 그랬었잖아? 기억안나?”
    “그거 문제랑 답 다 가르쳐주고 시험친거에요... 아부지... 참... 뭘 참 몰러 참...”

    아버지도 소주한잔을 입에 부으시고 가만히 소주잔을 내려놓으시며 말씀하셨다.

    “크...으~ 야... 느이 마 할아버지가 임마 우리 집안에 대통령 하나 나온다고 그랬었어
    그때~ 마 지식이!... 뭘 모르긴, 니가 더 뭘 모르지 마 자식이...”
    “대통령은 아부지 참... 이명박이, 응?, 김영삼이 뭐 그런애들이나 될 수 있는거지...”
    “뭐 걔네들이 뭐가 잘났는데? 뭐 너보다 잘나?”
    “돈이 많잔어... 뭘 또 잘나긴 개뿔이? 잘난건 아빠 아들이 더 잘났지...”
    “큿크크크크크”
    “크크큿크크크크”

    아버지가 내 잔에 소주를 부으시곤 병을 내게 건내셨다.
    병을 받아선 양손으로 공손히 아버지 잔에 소주를 담았다.

    ‘처음 주도 배웠던 것도 아빠한테지...’

    “야 그따구로 술딸면 정없어 꾹꾹 정을 눌러 담아봐. 마...”

    코웃음... 우리집안 남자들은 하나같이 술도 약하면서 좋아하기란 둘째가도 서럽다.

    “애들은? 왜 너만왔어?”
    “애들이 뭐 이런데 오고싶어하나?...”
    “참... 너도 가정교육... 텃다 넌...”
    “어이구? 걱정을 마셔. 내 새끼들 가정교육 다른 애들한테 안꿀려”
    “지 할애비도 안보러 오는데 무슨...”

    섭섭한가보다... 하긴... 손주새끼들이 보고싶긴 하시겠지...
    ...사실은 애들은 아무것도 모른다. 그냥 혼자오고 싶었을 뿐이다...

    “그나저나 넌 뭣하러 왔냐? 날도 추운데?”
    “뭘 뭣하러와? 참나... 오늘 아빠 귀빠진날 아니요? 9월 6일! 참... 노망이 오나...”
    “지미... 야 넌 니 애비 생일도 몰라? 이새끼... 니애비 생일은 임마 음력따지잖아!”

    ‘아... 맞다...’

    “아... 참 무슨 아빠는 무슨 날이어야지만 얼굴봐? 부자간에?”
    “치... 옛날엔 전화번호도 바꾸고 연락도 끊던놈이...”
    “아~ 그 소린 또 왜해 또?!...”
    “넌 마 죽을때까지 듣는겨 이 소린...”
    “내가 그냥 그랬어? 다 어린마음에... 어? 아빠도 잘못 많이했지 뭘... 참나... 무슨? 나만 나쁜놈이래...”
    "..."
    "..."
    “... 참... 좋은 아빠는 아니었을지도 모르지...”
    “...참... 됐어... .... 뭘 이제와서 또...”
    “큿크크크 야 너 대학비 내가 도박해서 날렸을때 너 집나가서 공장 들어갔었잖아... 큿크크크”
    “큿크크 그때 돈 많이 벌었어 생각보다.”
    “그러구선 대학갔다고 그짓말하고 몰래 장사꾼노릇이나 하고...”
    “덕분에 이렇게 잘살잖아?”

    ...

    “느이 엄마는 좀 만나봤어?”
    “엄마는 무슨...”
    “왜? 그래도 낳아준 엄만데”
    “다들 그 타령이더라? 난 그딴거 다 소용없어”
    “애새끼... 누굴 닮아가지고 저렇게 정이 없어?”
    “뭘 정이없어 또...”
    "..."
    "..."
    “참... 큿크큿크크크 내 탓인지도 모르지...”

    아버지가 또 한잔을 들이키셨다.

    “무슨 또 그런 소리를 해? 또... 술맛 안나게... 분위기 맞출줄 드럽게 몰라 증말...”
    “그래도 아들래미라고 생일은 챙겨주네...”
    “음력이라며...”
    “그거나 그거나... 이제와서 무슨 상관이냐...”

    아버지가 잔에 술을 채우시며 말씀하셨다.

    “아빠가 다... 전부 다 미안하다... 아들...”
    “왜 또 그래...”
    “엄마도~ 어디갔다 잃어버려... 돈도~ 어디갔다 잃어버려... 집도 절도 없이 떠돌게 만들고...”
    “나만 그렇게 산거 아니야. 내 주위사람들도 다 힘들게 컸어. 미안해할꺼 십원도 없어
    그런소리 안해도 되!“
    “큿크크크크 야! 너? 누구새낀데 이렇게 통이크냐?! 어?”
    “누구새끼는 큿크크크크”
    “야 아들...”
    “어...”
    “내가 정말 옛날부터 너무 미안했는데... 이말은 아직 못했네...”
    “뭘... 또 무슨 궁상을 떨게... ... ... 나 어릴때 고모네 집에 맞기고 떠난거?”
    “아니...”
    “그럼... 내 학비로 도박해서 나 공장다니게 한거?”
    “참...”
    “됐어... 다 지난 일이잖아...”
    “너 어릴때 마... 어렸을때...... 마...”
    “어렸을때... 그때 뭘...”
    “너 젊을때... 우리 아들... 아들이 아빠 미워하게 만들어서... 아빠가 미안했다... 미안했다 아들...”
    “... 알긴아네...”
    “...”
    “...”
    “참... 속이다 시원하네...”
    “큿크크크크...”
    “큿크크크크크”

    ...

    “아 춥다... 이제 슬슬 가야겠네...”
    “...”
    “아빠 나 간다고”
    “...”

    “아부지, 저 가요...”
    “...”
    “아들 간다는데 배웅도 안고...”
    “...”

    주머니에서 꾸깃꾸깃한 담배를 꺼내집어 한 대를 피웠다.

    “아부지... 참... 글쎄... 내가요... 내가 이제 아부지보다 세 살이나 더 많아요...”
    “...”
    “다 마지막에 치사하게 그렇게 미안하다... 그러구 그냥 휙가시는거 아니에요...”
    “...”
    “할머니, 할아버지는 어때요... 잘 있어요? 묻지도 못했네...”
    “...”
    “아부지 나 안보고싶어요?... 왜 요즘엔 꿈에도 안보여요... 예? 나 안보고싶어요?”
    “...”
    “또 올게요... 음력 생일날 맞춰서...”

    맨손으로 묘비에 낀 서리들을 쓸어내곤 다시 절을 드렸다.

    “아부지 가요...”

    ...


    ...


    ...


    ...


    묘비명 : 아들의 영원한 버팀목, 여기 아직 서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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