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요
‘코샘생’은 엄청난 위력을 지닌 콧바람을 자유자재로 구사할 수 있는 재주를 지닌 사람이다. 숨을 내쉴 때마다 나무가 흔들리고, 찬바람을 내뿜어 물을 꽁꽁 얼어붙게 만들 수도 있다. 언뜻 이런 그의 재주는 바람을 연상시킨다. 그 가운데서도 특히 ‘물을 얼게 만드는 능력’은 ‘북풍’의 이미지를 떠올리게 만든다.
원텍스트 요약
자식이 없던 노부부는 뒤늦게 늦둥이 아들을 보고 그 이름을 ‘노랑대구리’라고 지었다. 태어나면서부터 힘이 장사였던 노랑대구리는 세 살이 되던 해, 세상구경을 위해 홀로 집을 떠났다. 그는 여행 도중에 콧바람이 아주 센 ‘코샘생’ 그리고 강을 만들만큼 엄청난 양의 오줌을 누는 ‘오종소티’를 차례로 만나 의형제를 맺는다. 어느 날 세 의형제가 길을 가다 한 집에 묵어가게 되었는데, 그 곳에는 사람을 잡아먹는 괴물이 살고 있었다. 이들은 세 마리 괴물과 땔나무하기, 나무 쌓기 등의 내기 시합을 벌였다. 괴물들이 나뭇단에 불을 질러 세 의형제를 태워 죽이려하자 오종소티가 오줌으로 불을 끈다. 그리고 코샘생이 차가운 콧바람으로 짐승들을 얼려 버리자 노랑대구리가 이들의 발로 차 목을 꺾어 죽였다. 이후 세상구경을 무사히 마친 세 의형제는 각자의 고향으로 돌아가 행복하게 살았다.
출처 : 임석재〈특재있는 의형제〉《한국구전설화》2 평민사 1988 94-95면.
설화 분석 및 상징적 의미
‘늦둥이’ 출생은 영웅 탄생 설화의 기본 요소 가운데 하나이다. 노년의 부부가 힘들게 늦자식을 본다는 것은 일상적인 일이 아니라 일종의 ‘사건’이다. 늙은 과부의 늦둥이가 나라를 세우고 왕이 되거나 한 성씨의 시조가 된다는 내용의 여러 설화처럼, ‘어렵게 태어남’은 평범한 사람과는 구별되는 ‘어떤 삶’을 예고하는 특별한 메시지가 되는 셈이다. 이런 점에서 부모의 ‘늙은 나이’는 단순히 물리적 시간을 말함이 아니라, 오랜 경험과 정신적 지혜를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노부부의 외아들로 출생한 〈특재 있는 의형제〉 설화의 주인공 ‘노랑대구리’ 역시 세 살의 나이에 이미 천하장사의 면모를 갖춤으로서 남과 다른 삶을 살기 시작한다. 주인공의 이름 ‘노랑대구리’ 또한 그가 별다른 사람임을 알려주는 좋은 단서가 된다. ‘대구리’는 ‘대가리’ 즉 ‘머리’의 사투리 표현으로 노랑대구리라는 이름은 그가 설화의 주인공이자 ‘우두머리’임을 예고해 주는 역할을 한다.
영웅은 ‘머물러 사는 삶’보다는 험난한 노정 속에서 탄생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너른 세상과의 만남을 통해 주인공은 미래 사건의 조력자를 만나거나 힘과 지혜를 성장시킬 수 있는 기회를 접하게 된다. ‘길 나섬’은 다양한 문화 체험을 통한 정신적 육체적 성장의 전제 조건이 되는 것이다. 노랑대구리의 집 떠남, ‘코샘생’과 ‘오종소티’와의 만남, 요괴와의 대결과 승리라는 설화의 이야기 구조는 이런 맥락과 동일선상에 위치한다.
그런데 〈특재 있는 의형제〉 설화처럼 ‘민담’의 주인공은 이야기 전개 과정에서 주목할 만한 특징을 보인다. 영웅은 흔히 악당 또는 반대 세력으로 인해 시련이나 위기를 겪기 마련인데, 특이하게도 민담의 주인공은 유사한 좌절을 경험하는 법이 없다. 민담 영웅은 세계 제일의 최강자로 항상 악인과 적대자를 응징하고 승리를 쟁취한다.
특히 〈특재 있는 의형제〉 설화의 주인공은 다른 민담과는 달리 반대 세력을 제거하는 과정에서 만난 미모의 여인과 결혼하거나 보물을 얻어 부귀영화를 누리는 삶이 아닌, 괴물을 물리 친 후 ‘아무런 대가없이’ 고향으로 돌아가 잘 살았다는 내용으로 귀결된다. 이런 이야기 구조의 민담에 내포된 강조점은 ‘자아성숙과 실현’에 있다. 주인공은 여행을 통해 자신이 지닌 진정함 능력을 발견할 뿐 아니라 여러 동지와의 만남을 통해 자아를 확장하기도 한다. ‘빈손의 떠남과 되돌아 옴’의 이야기 구조 속에서 주인공은 물질적인 이익이 아닌 자아 발견과 성숙함이라는 정신적 발전을 얻게 되는 것이다.
〈특재 있는 의형제〉 설화의 주인공들은 각기 다른 재능을 지니고 있다. ‘노랑대구리’는 육체적 힘과 우두머리의 자질을, ‘코샘생’은 엄청난 위력의 콧바람을 그리고 ‘오종소티’는 엄청난 양의 소변을 단 숨에 쏟아 낼 수 있는 능력을 부여받았다.
이들의 재주는 각각의 이름과도 일치한다. 이름은 한국 중세어에서 '일홈' 또는 '일훔' 등으로 표기되고 있지만, '이르다(謂)'나 '말하다'는 뜻을 가진 옛말 '닐다'에서 출발하여 '닐홈-일홈-이름'으로 된 것이다. 사람들이 ‘그를 이르는 말’이 곧 이름으로 가장 중요한 목적은 사람과 사람을 구별해 부르기 위함일 것이다. 태초에 우리 선조가 서로를 구별하여 호칭한 방식을 정확하게 추적해낸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소설가의 상상력을 잠깐 빌려본다면, 이문열의 소설 〈들소〉에 등장하는 이름에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큰 울음소리”, “뱀눈”, “독사의 저주” “큰 목소리” “소에 짓밟힌 자”…. 〈삼국유사〉에 소개된 가락국의 시조 수로왕의 이름을 ‘비로소 보이므로’, ‘수로’(首露:최초로 나타났음)라 했다는 설명과 같이 출생 당시의 다양한 상황이나 자연현상 또는 외모 등은 어떤 사람에게 그 만의 고유한 특징을 부여해 구분하기 부르기 위한 이름의 소재로 활용되었을 것이다. ‘점박이’, ‘감장이’(甘長伊- 검은 피부의 얼굴), 모진금(母眞金 : 모진 성격) 등의 호칭은 그 사람의 외모와 성격 등을 유추해 보다 손쉽게 어떤 사람을 구분가능하게 하는 역할을 한다.
‘노랑대구리’, ‘코샘생’ 그리고 ‘오종소티’는 각자가 지닌 재주를 구분자로 해서 이름 한 것이다. 따라서 설화에 등장하는 호칭은 등장인물의 역할을 압축적으로 설명하는 단서가 될 뿐 아니라, 외모를 가늠해 볼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한다.
‘코샘생’의 콧김은 숨을 쉴 때마다 나무가 흔들릴 정도이다. 게다가 차가운 콧바람을 내불어 물을 얼게 할 수도 있다. 코샘생의 재주는 ‘바람을 만들어 내는’ 능력이다. 코샘생이 숨을 쉬면 나무가 흔들리고 얼음이 언다. 이런 모습은 바람 그리고 그 가운데서도 북풍을 연상시킨다. 민담 향유자들이 바람에서 ‘코샘생’의 이미지를 추출해 냈을 것으로 보인다. ‘오종소티’는 소변을 자주 본다는 ‘오줌소태’에서 따온 말이다. 이 설화에서는 소변을 자주 본다는 의미가 아니라 ‘한 번에 많은 양의 소변을 본다’는 뜻으로 사용되었다.
서사단락 분절
옛날 어느 곳에 한 부부가 살고 있었다. 오래 동안 아이를 낳지 못해 슬퍼했는데, 늦게 아이를 갖게 되어 무척 기뻐했다. 이 아이는 어머니의 배 속에서부터 “엄마 밥 주세요.”라고 말을 해서 부모는 참 별난 아이라고 기뻐했다. 얼마 후 아이를 낳았는데, 이 아이 이름을 노랑두대구리라고 지었다.
이 노랑두대구리는 겨우 세 살이 되었는데도 힘이 장사였다. 어느 날 노랑두대구리는 세상 구경을 하고 싶어 집을 나갔다. 한 참을 가다보니 동네가 하나 있어 마을 안으로 들어가 보니 동네 사람들이 연자방아를 고치려고 모여 있었다. 그러나 연자방아가 하도 커서 여럿이서 힘을 합쳐도 고치기가 여간 어렵지 않았다. 그래서 노랑두대구리는 자신이 고쳐 주겠다고 하자 동네사람들은 “야 저리 가거라. 너 같이 조그만 애가 뭘 고치겠다고 하는거냐.”하면서 노랑두대구리를 밀쳐냈다. 그러나 노랑두대구리는 어른 여럿이도 고치기 힘든 커다란 연자방아 돌 두 개를 가뿐히 들어 쉽게 고쳐주었다. 이를 지켜보던 동네사람들은 노랑두대구리의 힘에 많이 놀라 감탄했고, 연자방아를 고쳐준 것에 대해 여러 번 고맙다고 치하했다.
노랑두대구리는 다시 길을 떠나 한참을 가는데, 바람도 없이 나무가 쓰러졌다가 일어났다가 하고 있는 광경을 보았다. 노랑두대구리는 이거 왠 조화인가 싶어서 흔들리고 있는 나무 곁으로 갔다. 그런데 나무 아래에 왠 사람이 자고 있는 것이었다. 그 사람의 콧바람이 얼마나 센지 숨을 들이 마시고 내쉬는 것에 따라 나무가 쓰러졌다가 일어났다가 하는 것이었다. 노랑두대구리는 이 사람이 하도 신기해서 “여보시오, 좀 일어나 보시오.”하고 그를 깨웠다. 그러나 그 사람은 조금도 일어날 기미가 없이 쿨쿨 잠을 자고 있었다. 노랑두대구리는 그 사람을 깨우려고 뺨을 세게 한 대 때렸더니, 그 사람은 눈을 번쩍 떴다. 그는 “어떤 놈이 남 잠자는 것을 함부로 깨우느냐?”하고 소리쳤다. 노랑두대구리는 자신의 이름을 밝히고, 자신은 천하 제일의 장사인데 자신과 씨름을 해서 이기는 사람이 형이 되기로 하는 것이 어떻겠냐고 했다. 그러자 그 콧바람이 센 사람은 자신의 이름은 코샘생이라고 밝히고 노랑두대구리가 제안한 내기를 하겠다고 했다. 그래서 둘은 한참동안 씨름을 했는데, 결국은 코샘생이 져서 노랑두대구리가 형이 되었다. 그리고 둘은 의기투합이 되어 함께 세상 구경을 가기로 했다.
두 사람이 길을 떠나 한참을 가는데 한 고개를 넘게 되었다. 그런데 그 고개에서 바라보니 고개 아래가 잠깐 사이에 깊은 강이 되는 것이었다. 두 사람은 이를 이상하게 여겨서 강이 있는 쪽으로 가 보았다.
그랬더니 왠 사람이 서서 오줌을 누고 있었는데, 오줌의 양이 하도 많아서 금새 강물을 이루는 것이었다. 두 사람은 이 광경을 보고 별난 사람 다 있다고 싶어서 그 사람에게 다가갔다. 두 사람이 어떻게 된 일인지를 묻자, 그 사람은 자신의 이름은 오종소티이고, 자신의 오줌양이 많아서 오줌을 한 번 누면, 그 일대가 큰 강물을 이룰 정도라고 했다. 노랑두대구리와 코샘생는 오종소티와도 의형제를 맺고 다시 여행길에 올랐다.
세 의형제는 한참동안 길을 가다 깊은 산에 들어가게 되었다. 외딴집이 있기에 날도 어두워지고 해서 그 집에 하루 밤 묵기로 했다. 그 집에 가서 주인을 찾으니, 한 노인이 나왔다. 그들이 하루 밤 묵을 것을 부탁하자 노인은
“우리 아들 삼형제는 사람을 잡아먹는 괴물들이요. 그러니 당신들을 받아줄 수가 없소. 어서 피하시오. 아들들이 곧 돌아올 때가 되었소.”
라고 말하였다.
그러나 노랑두대구리, 코샘생, 오종소티, 세 사람은 걱정없다고 하면서 막무가내로 하루 밤을 묵어가겠다고 했다. 노인은 할 수 없이 그들을 벽장 안에 숨겨주었다.
얼마 뒤, 북소리가 쿵하는 소리가 나서 세 사람은 노인에게 무슨 소리냐고 물었다. 노인은 아들들이 십리 밖에 왔다는 소리라고 대답했다. 잠시 뒤 다시 북소리가 쿵하고 들렸는데, 이것은 아들들이 대문 밖에 왔다는 소리라고 했다. 그리고는 얼마 뒤 왁자지껄하는 사람 소리가 들리려 벽장문틈으로 살펴보니 노인의 삼 형제가 집안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노인의 삼형제는 집 안에서 사람 냄새가 난다고 하면서 여기저기를 뒤지다 벽장에 있는 노랑두대구리, 코샘생, 오종소티를 발견하고는 잡아먹겠다고 달려들었다.
노랑대구리는 달려드는 그 괴물들을 힘껏 쳐서 담벼락에 딱 붙여 버렸다. 그러자 괴물들은 잘못했다고 빌면서 살려달라고 했다. 그날 밤은 그렇게 조용히 지나갔다.
다음날 날이 새자 노인의 괴물 아들들은 노랑두대구리 의형제를 죽이기 위해 내기를 제안했다. 괴물들은 누가 더 땔나무를 많이 해 오는지 시합을 하자고 했다. 막상 시합이 시작되었는데, 괴물 삼형제가 시작도 하기 전에 노랑두대구리 형제는 벌써 땔나무를 산더미 같은 해 서 집으로 지고 왔다. 괴물 삼형제는 화가 나서 다시 내기를 하자고 제안했다. 자기들이 땔나무를 던져주면 노랑두대구리 삼형제는 그 땔나무를 높이 쌓는 것으로 승부를 가르자고 해서, 결국 내기가 시작되었다. 괴물 삼형제가 밑에서 나무단을 던져주면 노랑두대구리 삼형제는 그것을 높이 쌓아 올렸는데 결국 노랑두대구리 삼형제는 높다란 땔나무 더미에 올라앉게 되었다.
이것을 본 괴물 삼형제는 나무단에 불을 질러 노랑두대구리 삼형제는 불에 타 죽을 지경에 이르렀다. 그러나 오종소티가 오줌을 한 번 누자, 강물이 되어 나무단의 불이 다 꺼졌고 괴물 삼형제는 오줌강에 둥둥 뜨게 되었다. 이번에는 코샘생이 콧바람을 한 번 불자 오줌강이 꽁꽁 얼었고 괴물 삼형제의 목만 얼음 위에 나오게 되었다. 마직막으로 노랑두대구리는 얼음 위에 드러난 괴물 삼형제의 머리를 발로 힘껏 차버렸다. 그러자 괴물들의 목은 댕강 떨어져 얼음판 위를 굴러 다녔다.
노랑두대구리 형제는 이렇게 해서 괴물들을 다 처치하고 각자 집으로 돌아가서 행복하게 잘 살았다고 한다.
참고문헌
임석재 〈특재있는 의형제〉 《한국구전설화》2 평민사 1988.
장덕순 외 《구비문학개설》 일조각 1971.
정종수 〈호칭고〉《민속학연구》5 국립민속박물관 1998.
출처 : Kocca 문화콘텐츠닷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