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남편이 바람이났다.</P> <P>지난 여름부터 바람이 난걸 대충 짐작은 했지만</P> <P>며칠전에 남편과 그여자의 알콩달콩한 메일들을 보게됬다.</P> <P>여우같은 술집 언니들의 달달함에 남편이 정신 못차리고 있겠거니 짐작했었는데 </P> <P>남편과 그여자는 정말 애틋했다.</P> <P>밤에 하는 일 말고 낮에 새로운 일을 시작한 여자에게 남편은 진심으로 격려해주고</P> <P>내게 전화나 메세지를 몇번이나 들킨터라</P> <P>메일로 밖에 연락할 수 없는 절절한 감정과 서로에 대한 염려가 있었다.</P> <P> </P> <P>그날 너무 화가 났었는데</P> <P>그냥 사실 지금은 그냥 좀 씁쓸하기만 하다.</P> <P>남편은 잘못했다고 다신 안그런다고 빌었고</P> <P>용서한다고도 혹은 하지않는다고도 하지 않은채 1주일이 지났다.</P> <P>메일을 보게된 날 3시간 거리인 시댁에 남편을 끌고갔다가</P> <P>어른들에게 그것도 참 못할짓인거 같아 집으로 다시 돌아왔다.</P> <P>자고 일어났더니 그냥 어제 가벼운 싸움 정도 있었나 싶을 정도로</P> <P>화도 나지 않았고 남편이 밉지도 않았다.</P> <P>밥도 같이 먹고 쇼핑도 같이 하고 그냥 아무렇지 않게 지나가는거 같다.</P> <P> </P> <P>어제 남편이 자는 사이 그여자에게서 남편한테로 연락이 왔다.</P> <P>남편이 연락을 안했는지 그여자는 들킨줄 모르고 있는듯했다.</P> <P>죄송하다며 다시는 연락 안할거라며 비는 여자에게</P> <P>알겠다고 정리하라고 하고 그냥 끊었다.</P> <P> </P> <P>우린 결혼한지 채 2년이 되지 않았다.</P> <P>그중 거의 1년을 남편은 다른 여자를 만났다.</P> <P>아이도 없고 경제적인 능력이 없는것도 아니다.</P> <P>난 남편만큼 번다. 조금 더 많이 번다.</P> <P>지금 당장 헤어진다고 해도 전혀 이상할거 같지 않다.</P> <P>아니 헤어지지 않는게 더 이상할지도 모른다.</P> <P> </P> <P>내가 남편을 너무 사랑하나 생각해 봤는데 잘 모르겠다.</P> <P>너무 사랑하면 배신감에 몸을 떨어야 할거 같은데</P> <P>그냥 저냥 지나가는 걸 보면 너무 사랑하는것도 아닌거 같다.</P> <P>나한테는 그런 따뜻함도 없으면서 그 여자에겐 왜 그리 달달했을까 하는 섭섭함 정도......</P> <P>정말 딱 그 섭섭함 정도다.</P> <P>사소한걸로도 며칠동안 얼굴 붉히며 싸울때도 많았는데</P> <P>정작 지금 이상황에서 이상하게 아무렇지 않아 지는 내가 스스로 너무 이상하다.</P> <P> </P> <P>이게 정상인걸까?</P> <P>왜 그냥 아무렇지 않게 괜찮아 지는걸까?</P> <P> </P> <P>엄마에게도,친구에게도 그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다.</P> <P>그냥 부끄러워서다.</P> <P>바람핀 남편이 부끄러운게 아니라 </P> <P>이 구질구질한 상황에도 이혼하지 않고 난 괜찮아 하는 내가 부끄러워서 </P> <P>아무에게도 말을 할수가 없다.</P> <P> </P> <P>난 왜 아무렇지 않은걸까......</P> <P>다들 이래서 볼거 못볼거 다 보고도 몇십년씩 같이 사나?</P> <P>정말 나도 잘 모르겠다</P> <P> </P> <P> </P> <P> </P> <P> </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