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토에서 패널의 질문은 아주 단순하게 “너 종북이냐?”를 물어본 것이고...
진중권은 한 술 더 떠 아예 사상검증을 하겠다는 것이고...
이상규는 난 종북 맞지만 사상검증에는 답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여기서 세 사람의 질문과 대답을 중심으로 해서 그들의 정신을 분석해보자. 

여성 패널은 일반적 국민의 눈높이에서 북한의 잘못된 현실에 대해 아무 말도 하지 않는 당권파에게 그렇게 미국은 욕하면서도 왜 코앞의 북한에 대해서는 침묵하느냐 하는 것과...
사상의 자유니 뭐니 해도 북한은 적국이라는 적개심이 저변에 깔려 있음을 볼 수 있다. 
그녀가 북한의 핵실험, 부자3대 세습, 북한 주민의 인권 문제를 구체적으로 거론하며 이것들에 대해 말해달라고 한 것도 국민의 눈높이에서 보는 종북 진보에 대한 뿌리 깊은 적개심과 의구심이 의식의 저변에 깔려 있다.

그것은 6.25를 일으킨 북한에 대한 국민들의 보편적인 적대감과 수구에서 끝없이 진행한 반공적 퍼포먼스에 세뇌된 정신에서 출발한다. 
아직 사상의 자유에 대한 개념이 1960~70년대에 머물러 있는 그녀는 일종의 조중동 프레임에 갇혀 있음을 보여준다. 

헌법에 명시된 사상의 자유는 종북이던 친북이던 공산주의자건 사회주의자건 간에 표현의 자유도 있으며 반대로 거부 또는 유보의 자유도 있음을 말한다.
사상이나 이념만으로 체제를 전복할 수 없기에 우리나라에서나 존재할 수 있는 국가보안법에 걸린다 해도 그것은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인 헌법에 나오는 표현의 자유보다 하나 아래의 실정법에 근거한 것이다. 

그녀에게는 이런 법적인 문제조차도 중요치 않다. 
그녀는 대한민국의 평균적 정서를 대표해서 질문했기 때문이다.
그녀에게는 국가보안법을 적용한 사건들의 재심에서 거의 대부분의 공안사건들이 무죄로 판결나고 있는 것도 고려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진중권의 사상검증에 이르러서는 얘기가 다르다.
이 모든 것을 알고 있는 그가 국회의원은 헌법기관이니까 대답할 의무가 있다는 것은 완벽한 모순이다.

헌법에는 대한민국이 주권재민의 민주공화국임을 나타내는 것으로 시작해... 
그렇기 때문에 사상과 표현의 자유가 절대적 가치이자 개인의 권리임을 당연시 여긴다.
그것은 국회의원이라도 마찬가지의 권리이다. 
특정 사상을 갖거나 생각할 자유는 있으되 그것을 밝혀야 하는 의무는 없다.

진중권은 그런 민주공화국을 설명하는 기본적 수준의 헌법에 대한 기초적인 상식조차도 갖지 못한 것임을 드러낸다.
그는 자신이 시대의 조류에 편승하는 사이비 지식인에 불과함을 이상규에 대한 사상검증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햇볕정책도 보는 관점에 따라 종북이 될 수도 있지만 가장 적은 비용으로 가장 평화적인 통일을 달성하는 유일한 현실적 대안으로 볼 수도 있는 것이다.
문제는 불법적인 북한 송금에 있지 그 정책의 오해받기 쉬운 종북적 경향에 있는 것은 아니다. 
헌법 기관이기 때문에 답해야 한다는 진중권 식 사상검증이라면 햇볕정책에 대해서도 종북이냐 아니냐를 검증해야 하는 것이다.

이상규가 답변을 유보하면 국민들이 그에게, 또는 그가 속한 당에 표를 주지 않으면 되는 것이다.
그가 종북적 행동으로 실정법에 위반하지 않는 한 그에게 국회의원이라는 이유로 사상 검증을 공개적인 방송에서 하라면 그것이 바로 인민재판의 전형인 것이다.
이를 테면 진중권이야말로 민주주의의 탈을 쓴 진정한 빨갱이가 되는 것이다.

그에게서 볼 수 있는 것은 자신이 상당한 지식과 토론 능력을 갖춘 뛰어난 인물이라는 자신감과...
순발력이라고 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그 판단이 너무나 빠르고 얕아 논리적 모순을 드러내는 것을 자신조차도 말한 다음에야 깨닫는 조급함이 몸에 밴 사람의 전형을 보여준다.
정신분석학적으로 보면 진중권이야말로 가장 통합민주당의 당권파를 닮은 사람이다.

마지막으로 이상규를 보자.

그는 일종의 자기 최면에 걸려 있거나 지나칠 정도로 폐쇄적인 자기 방어에 갇혀 있는 사람의 전형을 보여준다.
지금까지 운동권 활동과 정치인 활동을 하면서 자신을 그 자리까지 끌어온 종북적 사고(그는 이것을 사상과 표현의 자유라고 완전 포자한 상태다)를 부정하면 자신의 신념과 삶 자체가 무너진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있음을 볼 수 있다.

또한 숱하게 빨갱이로 몰리면서도 악착같이 버텨온 것에 대한 피해 망상적 생각 때문에 북한에 대한 비판은 자기 존재의 혼란으로 이어져 무조건적인 반발심 때문에 이성적 판단까지 유보되는 경우가 보인다.
그는 스스로도 자기 갈등 속에 자신을 지켜준 집단적 테두리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다.

이를 테면 건달들이 혼자서는 그리 폭력적이지 않지만 여럿이 모이면 모든 것이 폭력적인 것과 같다 하겠다. 
그것은 자신의 잘못을 알면서도 그에 대한 반발심에서 더욱 폭력적인 것에 몰두하는 타인과 세상에 대한 반체제적이며 자폐적인 심리적 저항과 같다.

그에게는 사상 검증이라는 것이 자신을 폭력적인 깡패 집단으로 몰아넣는 것 같고 그에 저항하거나 답변을 유보하는 것이 자신이 몸담고 있는 세력의 체제 유지에 절대적으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것은 교조적 생각도 아니며 진실된 신념도 아니다.

그는 불안한 것이다.
자신의 존재 근거와 이유에 대한 흔들림이 무서워 어떤 이성의 소리도 들리지 않는 것이다.
정신분석적 입장에서 보면 그는 일종의 자폐환자요 극도로 자기 방어적인 된 사람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내가 보기에 세 사람 모두가 피해자다.
그들은 한국적 특수상황 때문에 민주주의에 대한 가장 기본적 이해조차 부족한 사람들이다.
사회적 분위기에 휩쓸리고 자기 지식의 우월성에 갇혀 있으며 자기방어적 심리로 무장돼 있는 것이다.
이 모든 것이 대한민국이란 괴물이 만들어낸 시대의 아픔이자 현실이다.
그들은 주류가 쳐놓은 그물망에 갇혀 필사적으로 허우적거리는 물고기와 같다.

우리나라 국민들이면 모두가 안다.
북한이 비정상적 국가요 국민을 가난과 억압으로 내몰고 있는 최악의 체제임을. 
그런데도 불구하고 그들은 대한민국의 주류들이 만들어놓은 프레임 안에서 서로 헐뜯고 비판하며 상처주고 반발하는 것이다.

주류가 유리창으로 막아둔 우리 안에 갇혀 그들끼리 한바탕 난장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그들의 난장은 그래서 대한민국의 기본과 앞날에 아무런 영향도 줄 수 없는 한정된 공간에 갇혀서 웃지 못 할 소극을 벌이고 있는 가장 미미한 존재들의 슬픔에 관한 짧은 보고서이지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게다가 이 소극이 벌어진 공간이 최악의 방송사로 전락한 MBC의 백분토론이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그래서 나는 말할 수밖에 없다, 김재철 만세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