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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animation_202034
    작성자 : 마Maマ
    추천 : 6
    조회수 : 692
    IP : 183.101.***.130
    댓글 : 3개
    등록시간 : 2014/02/25 23:33:02
    http://todayhumor.com/?animation_202034 모바일
    [마마마 반역 팬픽] 제12장. 아직 아무도 알지 못하는 내일
     - ‘마법소녀 마도카 마기카 반역의 이야기’ 후의 이야기를 다룹니다. 스포일러에 주의!

     - 12장+에필로그로 구성되어 있으며, “1쿨짜리 애니메이션을 기획하면 어떤 내용이 될까?” 라 생각하면서 썼습니다.

     - 일본식 표현은 가능한 한 순화하였습니다.
     (예 : 마미상 -> 마미 언니, 사야카짱 -> 사야카)

     - 성을 부르는 경우, 이름을 부르는 경우, 자신을 3인칭으로 부르는 것 등은 원칙적으로 원작의 규칙을 따랐습니다.
     (예 : “미키 사야카, 너는~”, “마도카, 아케미하고는 만나 봤어?”, “나기사는 치즈가~”)

     - 원칙적으로 주 2회, 화요일과 금요일, 21시~24시 사이에 연재합니다. 

    ========================================================

    제 12 장. 아직 아무도 알지 못하는 내일

     어떤 재해가 닥쳐도 버틸 수 있는 설계는 효율적이지 못하다. 직경 수백 미터짜리 운석이 떨어지는 상황까지 염두에 둔 설계가 어찌 효율적일 수 있겠는가? 재앙으로 인해 입을 피해보다, 재앙에 대비하기 위해 드는 비용이 많다면, 대비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합리적일 수가 있다. 하지만, 그런 합리성 논쟁은 극단적이고 예외적인 확률이 실현된 이상 아무 의미가 없다. 검은 백조가 나타난 이상, 모든 백조는 희다는 명제는 더 이상 참이 될 수가 없는 것이다.

     발푸르기스의 밤의 공격으로 인해, 미타키하라 시의 고층건물은 팔 할 이상이 붕괴되었다. 건물의 부서진 조각들은 그대로 저층건물을 덮쳐 도시 전체를 폐허로 만들었다. 큰 물체는 더 격렬하게 추락한다고 했던가, 인류가 동굴 안에서 벌거벗고 이런 재앙을 맞이했다면 차라리 덜 처참했을 것이다.

     붕괴의 과정엔 감정이 없다. 시민들의 피난소 역시 재난을 피해갈 수 없었다. 피난소의 지상 부분은 유례없는 강풍으로 인해 형편없이 파괴되었다. 관리인원들이 사람들을 빠르게 지하로 대피시켜 인명피해를 막기는 했지만, 말 그대로 사람들의 목숨만 구했다. 지상의 삼분의 일도 되지 않는 지하공간에 모든 피난민들이 집결했으니, 인구밀도 급증을 피할 수 있을 리 없다. 피난민들은 졸지에 양계장의 닭처럼 살아만 있는 상태에 놓이게 되고 말았다.

     여기서 만약 다른 마녀가 피난소에 영향을 끼치게 된다면, 피난소 안에서 수차례의 인재가 발생할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그렇게 된다면, 이번 재난은 최소한 수천 년 동안은 사서의 한 귀퉁이를 장식하는 불명예를 얻기 충분할 것이다.

     대피해 있는 개개인들로 시선을 돌려 보면, 사람들마다 이런 극단적인 상황을 받아들이는 자세가 모두 다름을 알 수 있다. 벌써부터 모든 것을 포기한 듯한 사람, 자신에게 소중한 이를 격려하는 사람, 표정에서부터 불쾌감과 적대감이 나타나는 사람, 이상할 정도로 천진난만하게 상황을 낙관적으로 바라보는 사람 등. 그런 다양한 모습 가운데에서, 한 소녀가 다른 사람에게는 보이지 않는 흰색 동물과 마음속으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정말이야?’
     ‘정말이고말고. 소원만 정하면, 지금 바로 너를 마법소녀로 만들어 줄 수 있어.’

     소녀는 비좁은 공간 때문에, 가족 옆에 바짝 쪼그려 앉아 얼굴을 무릎에 파묻은 채 큐베와 텔레파시를 이어 간다.  

     ‘내가, 이 사람들을 구할 수 있다는 거야?’
     ‘물론이지. 사람들은 모두, 너와 같은 아이의 도움을 필요로 해.’

     소녀의 텔레파시가 잠깐 끊긴다. 마음속으로 강한 다짐을 해 자기 자신에게 용기를 불어넣고 있을 터이다. 몇 초 뒤, 소녀가 큐베에게 짧고 강한 텔레파시를 보낸다.
     
     ‘좋아.’

     - 익숙한 레퍼토리대로 진행되고 있다.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몇 걸음만 더 내딛으면 된다. 부디, 마지막 순간에 발목을 삐는 불운이 없기를 바랄 뿐이다. - 

     ‘현명한 선택이야. 너는, 무슨 소원으로 네 소울 젬을 빛나게 하고 싶어?’

     소녀는 같은 자세를 유지한 채, 고개를 살짝 좌우로 흔들어 보이고는 큐베에게 소원을 말하기 시작한다.

     ‘아니, 난 이 사람들을 구할 수 있는 것으로 충분해. 그저, 내가 가진 힘을 온전하게 쓸 수 있기만 하면 좋겠어.’

     다소 이례적인 소원이다. 큐베는 재빨리 집단지성을 결집시켜, 이런 소원을 들어줘도 괜찮을 지 계산을 시작한다. 물론,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외관만으로 알 수는 없다. 겉보기에 큐베는 일 초 정도 뜸을 들이고 있을 뿐이다. 

     ‘예상과 다른 소원이야. 모든 기록을 불러 와서 합리성, 위험성, 기대효용을 계산해야겠어. 합리성 판단. 이 소녀의 성격과 가치관에 대입해 보았을 때 치명적 오류는 없어. 기존 소원과의 차이를 보이는 이유도 설명이 가능하지. 이 소녀가 빌 것으로 예상되었던 원래의 소원은, 이 도시를 구원하지 못하면 아무 의미가 없어지니까. 위험성 판단. 이 소녀의 인과치는 이미 확실히 계산되어 있어. 계산과 우리의 현재 측정 사이에 유의미한 차이도 없고. 계산과 측정의 오류 가능성을 재검토해 봐도, 무시할 수 있는 수준이야. 기대효용 판단. 이번 계약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얻을 수 있는 효용 외에, 약한 위험요인 제거라는 추가적 효용도 가지고 있어. 엔트로피를 능가함은 당연해. 종합적으로 볼 때, 합격이야. 계약을 체결하도록 하자.’

     큐베는 조심스럽게 몸을 한 차례 털고는, 계약에 수반되는 의식을 약식으로 치른다. 주변에 보는 눈이 많기 때문에, 일반인이 감각으로 느낄 수 있는 모든 요소가 생략되어 있다. 필수적인 과정이 모두 끝나자, 큐베가 소녀에게 말을 건다.

     ‘네 소원은 이뤄졌어. 너에게는 미안하지만, 상황이 상황이니만큼 바로 마녀를 무찌르러 가야만 해.’

     미안함을 느끼는 척 연기하며, 큐베가 소녀를 밖으로 유도한다. 소녀는 조심스럽게 자리에서 일어난다. 무슨 일이냐고 물어보는 부모의 질문에, 소녀는 화장실에 간다고 대답한다. 소녀의 어머니가 지금은 위험하니 같이 가겠다고 말한다. 하지만 소녀는 주변이 너무 복잡하고, 혼자서도 안전하게 갔다 올 수 있다고 변명을 하여, 혼자 밖으로 빠져나오는 데 성공한다.

     “생각이 가는 대로 행동하기만 해도, 충분히 변신하고 싸울 수 있을 거야. 하지만, 저 마녀들은 처음 상대하기에는 매우 강력하니까 조심해야 해. 시간만 끌고 있으면, 내가 다른 마법소녀를 불러올게. 위험할 것 같으면 텔레파시로 나를 불러 줘. 멀리서라도 최대한 조치를 취해 볼 테니까.”

     특이한 표정을 지으며 두 마녀에 시선을 고정하고 있는 소녀에게 이렇게 말하고 나서, 큐베는 어디론가 사라진다. 홀로 남겨진 소녀는 조심스럽게 소울 젬을 보석 형태로 만든 다음, 손에 쥐어 본다. 

     - 마지막 관문이다. -

     …

     ‘뭐지? 이럴 리가 없는데?’

     몇 분 지나지 않아, 다른 마법소녀를 찾으러 가(는 척을 하)던 큐베가, 상황이 예상과 다르게 흘러가고 있음을 깨닫고 급히 방향을 바꾸어 되돌아가기 시작한다. 다시 몇 분 후, 큐베는 아까의 장소에 도착한다. 소녀가 두 개의 그리프 시드를 쥐고 있는 것이 보인다. 이 소녀가 마녀들과 싸우다 죽게 만드는 계획, 최선책은 실패했지만, 아직 차선책이 남아 있다. 소녀에게 그리프 시드 사용법을 알려주지 않아, 최대한 빨리 마녀가 되게 만들면, 시간은 조금 더 걸리겠지만 같은 효과를 볼 수 있다.

     “대단해. 아주 잘 했어. 다른 마법소녀들이 보면 감동하고도 남을 실력이야. 지금 네가 쥐고 있는 건 그리프 시드라고 해. 마녀의 알이지. 가지고 있으면 마녀가 언제 다시 부활할지 몰라. 내가 정화해서 마녀를 완전히 없앨 수 있도록 넘겨줄래?”

     큐베는 마음에도 없는 칭찬을 하며, 소녀에게 천천히 접근한다. 그런 큐베를 곁눈질로 흘긋 보고는, 소녀가 대답한다.

     “…싫다면?”

     소녀의 표정이 경직되어 있다. 소녀는 조용히 손을 들어올려 ‘딱’ 소리가 나도록 손가락을 튕겨 본다. 겉으로 보기엔 아무 의미 없는 행동 같지만, 큐베는 이 동작에서 심상치 않은 기운을 감지한다.

     “무슨 짓을 하는 거야! 미키 사야카… 설마……!”

     - 작전 성공. 휴, 이제 이런 말투로 생각하는 것도 때려 치워야겠다. 뭐, 일부러 똑똑한 척 하는 게 의외로 도움이 되기는 했지만, 역시 나한테는 안 맞아. -

     사야카는 이렇게 생각하면서, 안도의 한숨을 한 번 크게 내쉬면서 얼굴을 쓸어내린다. 다시 허리를 펴 자세를 바로 한 사야카는, 큐베 쪽으로 몸을 돌리며 크게 소리친다.

     “아! 상쾌한 기분. 역시, 역전하는 게 최고지. 아니, 참, 이 대사가 아니었는데.”

     사야카는 헛기침을 한번 하고는, 심술궂은 표정을 지으면서, ‘만화에 나오는 마법소녀’들이 하는 것처럼, 큐베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역동적인 동작과 함께 최대한의 경쾌함을 담아 승리를 선언한다.

     “결국, 나의 승리네! 인큐베이터! ……마미 언니 스타일로 해볼까도 했지만, 역시 당한 그대로 돌려주는 편이 더 통쾌할 것 같더라고. 하하!”

     감정이 없는 큐베는 사야카의 ‘무례한’ 행동을 무시하고, 곧바로 본론으로 들어가려 한다. 

     “설명이 불가능한 일이야. 미키 사야카, 도대체 무슨 일을 저지른 거야?”
     “흠, 뭐라고 할까, ‘이레귤러’라고 해야 하나? 아니지. 이건 이미 호무라 녀석이 선점했잖아. ‘어노말리’정도로 해 두지 뭐! 그래. 난 ‘어노말리’로서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야.”

     자기가 말해 놓고서도 참을 수 없이 우습다는 듯, 사야카는 웃음을 짧게 토해낸다. 
     
     “말장난을 하겠다는 거야?”
     “미안, 미안, 한 달, 아니, 두 달 동안 머릿속으로 똑똑한 척을 했더니 나름 재미가 붙었나 봐. 아무튼 고마워, 덕분에, 퍼즐의 마지막 조각을 맞출 수 있었어.”

     큐베는 모든 개체의 사고능력을 총동원하여 이 현상을 설명할 방법을 찾는다. 자신들은 분명, 아케미 호무라의 인과와 카나메 마도카의 인과를 손안에 넣는 데 성공했다. 완벽하게 통제가 불가능했던 부분이 있긴 했지만, 그런 부분은 방금 둘을 마녀로 만듦으로써 모두 제거하였다. 한편, 카나메 마도카, 또는 아케미 호무라의 우주는 전적으로 그 둘의 인과와 감정에 의해 창조되었다. 따라서 ‘이전’에 있었던 우주의 기억과 인과는 큐베 자신들을 제외한 그 누구도 가지고 있을 수가 없다. 그런데 어째서, 미키 사야카가 예전 우주의 기억과 인과를 여전히 보유하고 있다는 말인가?

     “있을 수 없는 일이야. 미키 사야카. 너에게 기억이 남아있을 리 없어.”

     일부러 고개를 들고 내리까는 시선으로 큐베를 쳐다보면서, 사야카가 입을 연다. 여전히 거만함이 약간 묻어 있는 말투이다. 

     “그래, 그게 완전히 틀린 생각은 아니야. 인과의 양은 ‘자신만이 할 수 있는 방법으로, 다른 사람에게 얼마나 영향을 주었는지’로 결정된다고 했었지. 그런데 이렇게 생각하면 좀 이상하지? 내가 마도카랑 친하게 지낸 건 맞지만, 마도카가 신이 되는 데 필수적인 역할을 하진 않았잖아?”
     “바로 그거야……. 미키 사야카 네가 없었더라도, 카나메 마도카는 우리와 계약해서 마법소녀가 됐을 것이고, 아케미 호무라를 구해줬을 거야. 아케미 호무라 역시, 네가 없었더라도 오로지 카나메 마도카만을 위해 같은 시간을 반복했을 것이고.”

     사야카는 이번엔 고개를 약간 왼쪽으로 기울이며, ‘흐뭇한’ 표정으로 큐베를 바라본다. 이런 상황에서 그런 표정은 상대방을 의도적으로 무시하고 있다는 의미로밖엔 해석될 수 없을 것이다.

     “잘 알고 있네. 내가 마녀가 되고, 쿄코가 나를 위해 희생한 것이 마도카의 결심에 영향을 주기는 했지만… 그런 간접적인 영향만으로 인과가 연결되지는 않을 거야. 호무라 녀석을 구출하는 데 끼어들긴 했지만, 거기에도 내가 반드시 들어가야만 할 이유는 없었고.”
     “그래, 우리의 분석도 다르지 않아. 세 번의 우주개편은 모두 카나메 마도카와 아케미 호무라의 인과를 바탕으로만 이루어졌어. 지금의 우리는 이 우주에서 그 둘의 인과를 모두 제거했고. 여기에 너의 인과가 개입되었을 여지는 없어.”

     큐베는 ‘이전’과는 달리 불필요한 움직임을 전혀 보이지 않고, 완벽하게 경직된 상태로 말을 이어가고 있다. 아마 모든 가용 에너지를 생각하는 데 쏟아 붓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큐베가 당황하거나 긴장할 리는 없으니 말이다. 

     “흐음, 역시 혼자서는 생각해내지 못하는구나. 감정이랑 관련된 부분이라서 그런가? 다 이해하지 못했는데도, 다 이해했다고 착각하는 것, 내가 자주 하는 실수라서 그게 얼마나 위험한지 잘 알고 있지.”
     “무슨 소리를 하고 싶은 거야?”

     미묘한 비웃음이 사야카의 얼굴에 스쳐지나간다. 갑자기 분 바람 때문에, 폐허 위에 아슬아슬하게 고여 있던 물 일부가, 또 다른 물이 고여 있는 바닥으로 방울져 떨어진다. 한 차례 ‘후두둑’하는 소리가 끝나자, 사야카가 다시 말을 하기 시작한다. 
     
     “있었어. 아케미 호무라와 카나메 마도카 둘의 인과가 형성되는 데, 내가 개입한 적이 있었다고. 나만이 가능한 형태로 말이야. 무슨 의미인지 알겠어? 지금까지 우주가 바뀌고 또 바뀌는 그 과정에, 내가 만든 인과가 걸쳐 있었다고.”

     여기까지 말한 사야카는 큐베가 어떻게 대답할 지 궁금하다는 듯 잠깐 입을 다문다. 하지만 큐베는 스스로의 생각에 몰두한 듯 아무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짧은 침묵이 흐르고, 사야카가 다시 말을 이어간다. 

     “호무라가 반복한 수많은 시간 중 하나에서, 마도카가 끝까지 아껴 둔 그리프 시드로, 호무라를 살려낸 적이 있었지. 아마 큐베 네가 알고 있는 건 여기까지일 거야. 넌 그 시간축의 기록을 호무라의 기억에만 의존하고 있을 텐데, 그 녀석이 그때 그리프 시드를 자세히 관찰했을 리 없으니까. 큐베, 그 그리프 시드가 누구 것이었는지 생각해 본 적 있어? 바로 내 것이었어.”
     “아니야, 여전히 설명이 불가능해. 그 그리프 시드가 전혀 무관한 마녀의 것이었다고 해도, 호무라가 살아나는 결과가 바뀌지는 않아.”

     말이 끝나기 무섭게 큐베가 반박한다. 이 점이 문제가 될 가능성을 완전히 닫아 두지는 않았던 모양이다. 그런 큐베를 보고, 사야카는 다시 한 번 약한 비웃음을 날리면서 말을 잇는다.

     “과연 그럴까? 생각해 봐. 그 시간축에서, 마도카와 호무라는 정말 극단적인 상황에 몰려 있었어. 남은 마법소녀는 둘밖에 없지, 불안과 초조함 때문에 소울 젬의 오염은 평소보다 빨리 진행되지, 발푸르기스의 밤이 온다고 다른 마녀를 퇴치하는 걸 소홀히 할 수도 없지. 그 둘이 발푸르기스의 밤이 오기 전에 마력을 모두 잃지 않은 게 신기할 정도야. 그런 상황에서, 그리프 시드 하나를 아껴 놓는다고? 아무리 인간이 비합리적으로 행동할 때가 많다고 해도, 그 정도 바보짓을 할 것 같아?”
     “…”

     침묵. 어디 멀리서, 반파된 채 위태롭게 서 있던 건물이 바람과 빗방울의 미세한 힘을 이기지 못하고 무너지는 소리가 들려온다. 한참을 메아리치던 굉음이 점차 사라져 주변이 고요해지자, 설명이 재개된다.

     “마도카는 모든 위험과 손해를 감수하면서도 그리프 시드를 아껴 두려고 했어. 그 그리프 시드가 네 말대로 다른 마녀의 것이었다고 한다면, 마도카가 그런 선택을 했을까? 절대 아니겠지. 마도카가 그리프 시드를 끝까지 아껴둔 이유는 하나, 그 그리프 시드가 내 것이었기 때문이야.”
     “…아니야, 여전히 말이 안 돼. 그리프 시드의 마미의 것이었다 해도, 쿄코의 것이었다고 해도, 마도카는 그걸 끝까지 아껴뒀을 거야. 때문에, 그 일은 너에게 인과를 주기에 충분하지 않아.”

     계속 입을 다물고 있던 큐베가, 사야카의 말에 조그만 틈새가 발견되기 무섭게 파고들어 온다. 사야카는 조금 전의 ‘흐뭇한’ 표정을 다시 지으며 대답한다. 

     “그럴듯해 보이는 반론이기는 해. 천천히 생각해 볼까? 네 말대로, 마도카는 친구의 그리프 시드를 사용하지 않을 거야. 하지만 여기엔 숨은 조건이 하나 더 필요해. ‘마도카가 그 사실을 알고 있어야 한다.’ 그러니까, 마도카가 ‘동료가 마녀가 되는 장면’을 목격해야 한다는 거지.”

     다시 침묵하는 큐베를 살짝 보고는, 사야카가 잠시 뜸을 들인다.
     
     “마미 언니나 쿄코, 아니면 나기사가 이런 조건을 만족시킬 수 있었을까? 마미 언니의 정신에서 사실상 유일한 약점은 ‘외로움’이야. 마음을 나눌 동료만 있다면, 마미 언니가 마녀가 될 정도로 절망에 휩싸이기는 어려워. 그러니까 마도카가 동료가 되어 준다면, 마미 언니는 웬만해선 마녀가 되지 않을 거야. 동료가 있는데도 마미 언니가 마녀가 될 만큼 절망적인 상황이 있다면, 그건 마법소녀의 진실을 깨달았을 때겠지. 그런데 마미 언니가 남의 말만 듣고 그런 터무니없는 사실을 믿을 만큼 순진하지는 않잖아. 즉, 마미 언니가 마법소녀의 진실을 깨달아 마녀화하기 위해서는 다른 마법소녀가 먼저 마녀가 되어야 한다는 소리야. 뭐, 딱 한 번 이런 상황이 아닌데도 마녀가 됐던 적이 있긴 했지만… 그땐 큐베 너의 유도가 있었잖아. 거기다, 그때 나온 그리프 시드를 호무라에게 사용할 수도 없었어. 호무라가 계약을 맺지 않았었으니까.”

     사야카는 설명이 길어진 탓에 약간 숨이 찬 듯, 한두 번 심호흡을 하여 숨을 고르고는 다시 말을 잇는다.

     “쿄코는 어떨까? 쿄코 그 녀석은 정신력이 강해. 모든 시간축에서 그 녀석이 마녀가 되는 경우는, 마녀가 된 나를 구하지 못한 경우밖엔 없었어. 쿄코가 마녀화하려면, 그전에 내가 먼저 마녀가 되어야만 한다는 소리지. 나기사는 아예 어떤 우주에서도 마도카와 친해진 적이 없었으니, 애초에 ‘동료’로서 부적격이고.”

     여기까지 말을 마친 사야카는, 긴 설명 내내 침묵으로만 일관한 큐베를 똑바로 몇 초 동안 응시한 다음, 마무리 발언을 날린다. 

     “자, 어떡하지? 마도카가 보는 자리에서 마녀화할 정도로 민폐만 끼치고 마음이 잘 부러지는 마법소녀는 이제 하나밖에 안 남은 것 같은데? 나, 미키 사야카.”

     말을 모두 듣고도, 큐베는 십여 초를 더 침묵한다. 그러더니, 반박의 여지가 보인 듯 고개를 두어 차례 좌우로 천천히 흔들고 나서 텔레파시를 보낸다.

     “아니야, 여전히 이론이 성립하지 않아. 분명, 마도카가 사야카 네가 아닌 다른 아이와 친해지는 우주, 전혀 다른 마법소녀와 친해지는 우주도 존재했을 거야. 그 모든 가능성을 부정하기 전에는, 네 주장이 옳다고 할 수 없어.”

     사야카는 큐베의 이런 (허술한) 반론이 의외라는 듯, 다소 놀란 표정을 지으며 대답한다.

     “어? 큐베. 무슨 생각 하는 거야. 호무라에게 오로지 한달 전으로만 돌아갈 수 능력을 부여한 건 너라고. 설마, 한 달 사이에 마도카의 대인관계가 그렇게 급변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야? 마도카가 쿄코의 이름도 듣지 못한 우주만 해도 꽤 되는데? 거기다가, 지금까지 말한 건 아주 기본적인 조건만 따져 본 거야. ‘호무라도 동료가 되어 있어야 한다’, ‘마녀화가 비극적으로 일어나야 한다’, ‘마도카와 아주 친해야 한다’, 뭐 이런 잡다한 조건들을 끼워 넣으면, 나만 남게 된다는 건 확실해.”

     큐베가 다시 침묵하자, 사야카는 이 주제를 마무리할 준비를 한다.

     “다시 돌아가 볼까? 그 사건은 단순히 호무라를 살리기만 한 게 아니야. 마도카를 구해야 한다는 생각을 정말 깊숙하게 밀어 넣기도 했지. 그 사건이 없었다면, 호무라는 그 자리에서 마도카와 같이 명을 다했을 거야. 호무라가 기적적으로 살아남아 다시 시간을 돌렸다고 해도, 기껏해야 두세 번 더 시간을 돌리고는 절망하고 마녀화했을 것이고. 그러면 마도카에게 충분한 인과가 축적될 수 없어. 즉, ‘그 사건’은 마도카를 신적인 존재로 만든 결정적인 계기가 된다는 말이지. 그리고 나 미키 사야카가, 그 사건의 핵심에 존재할 수 있었던 유일한 사람이었고!”
     “……영문을 모르겠어. 인간의 감정 발현에 대한 극단적인 표본까지 손에 넣었기 때문에, 이번에야말로 완벽한 대처를 했다고 생각했는데, 또 그런 허점이 있었다니.”
     “응, 응. 그럴 수도 있지. 모든 걸 이해했다 해도, 그걸 어디다 써먹어야 할지를 모르는데, 구멍이 없을 수 있겠어?”

     사야카가 또 큐베를 도발한다. 당연히 큐베가 이런 도발에 영향을 받을 리 없고, 사야카 자신도 그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사야카가 계속 도발을 하는 것은, 자기만족을 얻는다는 이유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고 해도 이상해. 인과와 기억은 항상 일치하는 게 아니야. 인과 때문에 기시감을 느끼는 일은 흔하지만, 기억을 완전히 가지고 가는 경우는 드물어. 카나메 마도카를 봐. 호무라의 시간조작이 반복될 때마다 인과가 늘어났지만, 이전 시간축의 기억을 유지한 경우는 없어.”
     “글쎄, 그건 아마 지금 내 상황이, 마도카가 개편하기 전후의 호무라랑 더 비슷하기 때문에 그럴 거야. 마도카가 그때 뭐라고 했더라, ‘이곳까지 따라와 주었으니, 원래의 세계로 돌아가도 날 기억해줄지 몰라’였던 것 같다. 호무라랑 비슷하게, 나는 인과를 걸쳐놓은 이후에 좀 특별한 구원을 받기도 했고, 우주의 법칙과 함께하기도 했고, 호무라에게 ‘특별대우’를 받기도 했고, 우주가 변화하는 과정을 두 번씩이나 직접 목격하기도 했잖아. 큐베 넌 나에게 인과가 있다는 것도 몰랐기 때문에, 거기에 손을 댈 생각도 하지 못했고.”
     “……” 

     입을 굳게 다문 큐베를 보고, 사야카는 고개를 끄덕끄덕하며 말한다.

     “말이 없는 걸 보니, 내 추측에 설득력이 있는 모양이구나.”
     “…그래도 여전히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많아. 우리는 너의 인과를 수십 차례에 걸쳐 계산하고 평가해 봤어. 그 중 오차범위를 넘어선 적은 한 번도 없었고. 너는 어떻게 그런 인과를 우리에게서 숨길 수 있었지?”

     이 말을 듣고, 사야카는 무언가가 생각났다는 듯 가볍게 박수를 한번 친다. 마음 같아서는 산뜻한 소리가 나도록 강하게 치고 싶었겠으나, 그리프 시드를 손에 들고 있어 그러지 못한 모양이다.

     “응? 아, 맞다. 고맙단 인사를 깜박할 뻔했네. 큐베, 정말 고마워. 내 승리에 네가 정말 많은 기여를 해 줬거든. 잘 봐, 방금 설명한 인과는 마도카랑 호무라에게 연결되어 있는 거잖아. 근데, 그 둘의 인과가 초래한 일은, 다른 누구도 아닌 큐베 너 때문에 우주에서 감춰져 버렸지. 숨겨진 것에 연결된 인과를 바깥에서 찾아내는 게 얼마나 어려울지는 큐베 네가 더 잘 알고 있을 거야.”
     “…아무리 그렇다지만, 네가 모든 기억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까지 우리가 놓쳤을 리 없어.”
     
     사야카는 통쾌함을 이기지 못하겠다는 듯, 갑작스레 명랑한 웃음을 지어 보인다.

     “하하하, 맞아. 내가 혼자서 작전을 짰다면, 난 분명 오래 가지 않아서 너한테 발각됐을 거야. 하지만 내 작전은 그렇게 엉성하지 않았어. 왜 그런지 알아? ‘똑똑한’ 너희들의 도움을 받아서 같이 짰으니까!”
     “…….” 
     “난 네가 말해줬던 기준을 따라서 생각을 해 봤어. 결론이 똑같이 나오더라고. 가만히 있는 게 가장 이득이다. 불안하긴 했지. 내 기억을 너희가 의도적으로 남겨두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었고. 실컷 가만히 있었는데, 네가 나랑 계약을 맺지 않아버리거나, 그게 너희들이 원하는 것이었다면, 난 완전히 망하는 거잖아? 하지만, 너는 마미 언니, 나기사는 물론 마도카랑 호무라와도 계약을 체결하더라고. 거기서 너희들의 의도를 추리해 냈어. 아, 이 녀석은 우리들의 행동을 예상할 수 있을 때 미리 없애버리려는 거구나. 그렇다면, 나를 의심할 여지만 주지 않으면 언젠간 큐베가 나와 계약을 하러 오겠구나.”

     설명이 또 길어지려 하자, 사야카는 숨을 돌릴 겸 짓궂은 표정을 지으며 큐베에게 손을 뻗어 물방울이 섞인 바람 때문에 살짝 삐져나온 털을 다듬어 준다. 물론, 그리프 시드를 쥔 반대쪽 손으로. 큐베는 별다른 행동을 하지 않고 (아마 속으로는 계속 빠져나갈 궁리를 하느라 바쁠 것이다.) 가만히 앉아 있다.

     “그래서, 나는 철저하게 원래 세계에서 내가 했던 대로 행동하려고 노력했어. 와, 빤히 보이는 걸 모른 척 하기는 생각보다 어렵더라고. 시선이 자꾸 너한테 향하려 해서 정말 난감했어. 근데 뭐, 사흘 정도 연습하니까 익숙해지더라. 그 다음부터는 좀 수월했고. 아, 근데 호무라 녀석 놀리는 건 참을 수가 없더라고! 이 때 아니면, 그 녀석이 그렇게 당황하는 모습을 다시는 못 볼 텐데 말이야. 그때 딱 한 번, 일탈했어. 예전보다 좀 더 세게 놀려먹었지. 네가 ‘감정에 따른 변수겠거니’하고 대수롭지 않게 넘길 범위 안에서 말이야.”

     사야카는 자신이 약간 흥분해서 삼천포로 빠졌다는 걸 깨달았는지, 한 번 멋쩍게 웃어 보인 다음, 목을 가다듬고 원래의 주제로 돌아간다.
     
     “아무튼, 큐베 너의 작전은 아주 훌륭했어. 너한테 전혀 의심을 받지 않더라고. 생각해 보면, 이전 세계서부터 단서가 꽤나 많았는데도 말이야. 호무라 녀석이 우주를 바꾼 다음, 원환의 섭리에서 떨어져 나왔는데도, 나기사와는 달리 난 기억도 그대로 가지고 있었고, 내 마녀 형태도 조종할 수 있었지. 원래 세계에서 잠재력이 가장 없었던 내가 어느새 잠재력이 가장 높은 마법소녀가 되기도 했고. 거기다가, 너는 이 숨겨진 인과를 찾아낼 마지막 기회를 스스로 날려버리기까지 했어. 호무라의 직접적인 영향력이 사라진 이후에도, 내가 원환의 섭리로 돌아가지 않고 실체를 유지하고 있었던 이유, 너는 그걸 ‘예측 불가능한 변수’라고 얼버무렸지. 뭐, 결과적으로는 맞는 분석이었네. 그게 그 상황에서 너희에게 아주 중요한 문제였다는 게 다를 뿐이지.”

     큐베는 말없이 사야카를 계속 응시하더니, 이내 몸을 돌려 폐허의 조금 높은 곳으로 올라간다. 작전이 조금 변경된 모양이다.

     “그래서 미키 사야카, 넌 도대체 어떤 일을 저지를 작정이야? 맞아. 미세한 변화와 그 의미를 감지하지 못한 건 우리의 실책이야. 하지만 ‘숨겨진 우주’에 걸친 그 미세한 인과로 넌 아무 일도 할 수 없어. 네가 무리해서 어떤 일을 한다면, 그건 의문의 여지가 없는 ‘거짓’이 되어 버릴 거야. 전혀 예상할 수 없는 부작용도 불러올 것이고.”

     큐베가 사야카에게 이 사태에 대한 설명을 요구하고, 계속 반박당하면서도 끝까지 질문을 던진 것은 단순한 호기심 때문이 아니다. 그 속에서 균열을 찾고, 그것을 비집고 들어가 다시 역전을 이루기 위함이었다. 그러나 큐베는 결국 틈을 찾는 데 실패했다. 그렇다면, 다음으로 큐베가 취할 수 있는 최선의 전술은, 사야카를 위협하고 설득해서 결과를 최대한 자신들에게 유리한 쪽으로 비트는 것이다. 큐베의 방금 발언은 이런 사실을 잘 보여주고 있었다.

     “맞아. 방금 설명한 인과는 그 자체로 아무런 의미도 없는 실 한 가닥에 지나지 않아. 방금 싸움에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지. 재능이 부족하다는 게 정말 슬픈 일이라는 걸 새삼 깨닫게 해주더라고. 두 마녀에 대한 모든 걸 알고 있는데도, 처치하는 게 보통 일이 아니더라. 아니, 지금 이게 중요한 게 아니지”

     사야카는 다시 헛기침을 한번 하더니 말을 잇는다.

     “그 문제에도 큐베 바로 네가 답을 알려 줬어. 한번 볼까? 사용할 수 없게 된 우리 셋의 힘은 모두 내 손 안에 있네. 도화선이 되어 줄 내 인과도 있고. 마지막으로, 거기에 불을 붙일 능력은 큐베 네가 마련해 줬잖아. 자, 이걸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아예 새로운 법칙을 창조하는 게 아니야. 진실할 수 있는 세상, 정의로울 수 있는 세상으로 돌아가는 것이지.”

     상황을 조금이라도 유리하게 돌릴 수 있는 기회를 놓치지 않겠다는 듯, 큐베가 곧바로 말을 낚아챈다.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미키 사야카. 나는 분명히, 지금 우리가 있는 이곳이 가장 진실하고 정의로운 세계라는 걸 너에게 설명해 줬어. 내 설명에서 원하는 부분만 골라서 들은 거야?”

     큐베의 말을 듣고, 사야카는 조용히 눈을 감고는 고개를 몇 번 끄덕인다. 그러면서, 다소 가라앉은 목소리로 생각을 표현해 내기 시작한다.

     “그래… 그놈의 ‘진실’과 ‘정의’가 무엇일까, 한참 고민해 봤어. 좀 체계가 잡히고 나니까, 네가 어떤 궤변으로 날 홀렸는지 알게 됐어. 이유와 상관없이, 과거에 있었던 일을 숨기고, 왜곡시키는 세계는 진실한 세계라고 볼 수 없지. 마도카의 세계도, 호무라의 세계도 그런 의미에서는 거짓이 조금씩 들어 있는 세계였어.”
     “그걸 기억하고 있으면서, 왜 이 세계를 부정하려 하는 거야? 미키 사야카. 다시 말해줘야 해? 지금 이 우주는 그런 거짓된 부분을 없앤 순수하고 진실한 곳이라고.”

     큐베는 또다시 다급하게 말꼬리를 잡는다. 하지만, 사야카는 전혀 동요하지 않고 차분하게 반론한다.

     “아니, 바로 그게 네 궤변이야. 거짓이 있는 세계였다 하더라도, ‘그런 세계가 있었다는 사실’까지 거짓이 되지는 않아. 저지른 일이 잘못되었다는 것과, 어떤 사건이 있었다는 사실이 거짓이라는 건 전혀 다른 문제야. 큐베 네가 한 일은, 과거에 저지른 잘못된 일을 숨긴 것에 지나지 않아. 진실한 세계로 돌아간 게 아니라, 더 큰 거짓을 만들어낸 것이지. 이 우주가 정말로 진실한 세계라면, 지금까지 있었던 모든 일이 환하게 드러나 있어야 할 거야. 그게 잘못된 것이었다고 해도 말이야.”

     잠깐 막다른 골목에 들어선 듯 침묵하던 큐베는 얼마 되지 않아 새로운 돌파구를 찾았다는 듯 다시 언어신호를 보내온다.

     “미키 사야카, 그렇게 되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슬퍼할 것이고,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혼란에 빠질 지 생각을 해 보긴 한 거야?”

     사야카는 이 말을 듣고는 놀라는 시늉을 한다. 연기를 하는 티를 일부러 내고 있다.

     “와, 불리해지니까 네가 우리 인간들 걱정까지 해 주는구나. 놀라운데? 뭐, 그건 됐고. 물론 생각해 봤지. 다양한 상황에서, 몇 번을 해 봤어. 맞아. 진실이라는 게 항상 좋은 결과만 가져다주는 건 아니야. 쿄코, 마도카, 호무라, 마미 언니, 그리고 나, 모두 조금씩은, 남들을 위해서 숨기고 있는 게 있었어. 진실이냐, 아니면 다른 가치냐. 복잡하고, 정해진 답이 없는 문제야. 이 점을 생각했기 때문에, 내가 ‘진실한 세상’이 아닌, ‘진실할 수 있는 세상’으로 돌아갈 것이라 말했던 것이고.”
     “…”

     큐베는 아직 사야카가 한 말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확정하지 못한 듯,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내가 죽으면 남이 살고, 남이 죽으면 내가 사는 상황에서, 둘 중 누가 죽어야 하냐는 질문엔 누구도 쉽게 답을 하지 못할 거야. 큐베 너희들의 대답도, 상황의 미세한 차이에 따라 달라지겠지. 여기서 내릴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은, 정교한 분석으로 누가 죽는 게 덜 손해냐를 판단해서 하나를 죽이는 게 아니야. 둘 중 하나가 죽어야만 하는 이 상황 자체를 뒤엎어버리는 것이지. 진실이 행복과도, 다른 무엇과도 충돌하지 않는 그런 세상을 만들면 되는 거야.”
     
     이제 큐베는 사야카가 무슨 의도로 말을 하는지 알아챘을 것이다. 하지만, 뾰족한 대처방안이 없다는 듯 계속 가만히 있을 뿐이다.

     “그러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뭐, 좀 어려운 책을 찾아보기도 했는데, 도저히 이해를 못 하겠더라고. 나름 ‘천사’ 비슷한 일까지 해봤는데… 근본이 미키 사야카래서 어쩔 수 없나 봐. 그래서 내 경험을 믿어보기로 했어. 문제가 되는 모든 상황에 대한 기억을 가지고 있는 건 나뿐이잖아?”

     사야카는 가볍게 좌우로 돌아다니기 시작하면서 말을 잇는다.

     “가장 먼저 떠오른 건, 솔직한 대화였어. 솔직한 대화는 당연히 진실에 가까이 갈 수 있도록 해 주겠지. 동시에, 진실과 충돌하는 많은 문제를 해결해 주기도 해. 나와 히토미, 그리고 쿄스케와의 관계는, 내가 솔직했을 때 가장 덜 비극적이었어. 나랑 쿄코를 봐도 그래. 우리는 항상 처음엔 서로를 죽일 듯이 싸웠지만, 한 번 솔직한 대화를 하고 나면 그런 오해가 풀어지고, 둘도 없는 친구가 되곤 했잖아. 나랑 엄마도… 호무라의 세계에서 엄마가 솔직하게 말씀해주시기 전까지, 난 엄마를 믿지 못했어. 힘들 때 의지하지도 않았고. 나랑 마도카 사이에 있었던 일도 그래. 버스 정류장에서 있었던 일도(아, 이건 네 기억에 없을 수도 있겠네. 아무튼!), 마도카를 악마라고 의심했던 일도… 내가 좀 더 솔직했더라면, 마도카를 좀 더 믿었더라면 더 좋게 해결될 수 있었던 일이었잖아. 풉, 좀 우습긴 해도, 사오토메 선생님께도 비슷한 문제가 있지 않았나 싶어!”

     여기서, 사야카는 무슨 말을 하기를 기다리는 눈빛으로 큐베를 잠깐 쳐다본다. 그러나 큐베는 미동조차 않는다. 사야카는 속으로 ‘에이, 재미없어’라고 외쳐 보고는, 하던 말을 계속한다.  
     
     “그거 알아 큐베? 마도카와 호무라 둘은, 지금까지 서로 진실한 대화를 나눠본 적이 거의 없어. 한 사람이 기억을 모두 가지고 있으면, 다른 한 사람이 그렇지 못했지. 단 한 번의 기회가 있기는 했지만, 그건 모든 게 결정된 이후에 있었던 찰나의 순간일 뿐이었고. 그래서 난, 이 둘이 솔직하게 대화할 기회를 마련해 주려고 해. 뭐, 사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그것밖에 없기도 하지만!”

     큐베는 여전히 아무 반응을 하지 않는다. 사야카는 문득 큐베가 무슨 일을 꾸미고 있을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들어, 경계를 조금 강화하도는 다음 주제로 넘어간다.

     “다음으로 떠오른 건, 책임이야. 큐베. 네가 좋아하는 대사 있잖아. ‘이렇게 된 건 소원을 빈 너희 탓이야’라는 거. 그리고 ‘인과’라는 개념 자체도 어떻게 보면 책임 문제이고. 추측일 뿐이지만, 호무라 녀석이 그런 짓을 한 이유에 마도카의 책임이 너무 크다는 점도 들어가 있을 거야. 아무튼, 자기가 한 일을 인정하고 책임을 지는 것은 정의에 가까운 행동이겠지. 자기가 한 일을 인정한다는 점에서 보면 진실에도 도움이 되고. 그리고 무엇보다… 책임은 우리 인간과 너희와의 관계라는 가장 중요하고 복잡한 문제를 해결할 열쇠이기도 해.”

     사야카는 설명을 계속하면서도, 이상할 정도로 가만히 있는 큐베를 똑바로 집중해서 쳐다보면서 주변의 이상한 소리에 귀를 열어둔다.

     “우주의 수명을 늘리기 위해, 우리 인간을 활용한다고 말했지? 우주의 수많은 문명들이 한순간에 사용하는 에너지의 양을 상상할 수 있냐고 물어봤었고. 네 말대로 우주에 존재하는 문명의 수가 그렇게 많고, 인간보다 훨씬 발전한 문명도 셀 수 없을 정도라면, 그런 우주에서 우리 인간이 사용하는 에너지는 정말 먼지만큼도 되지 않을 거야. 그런데도 너희는, 그 미미한 에너지만을 사용하는 우리에게 우주 전체의 에너지 흐름을 역전시킬 책임을 떠넘기고 있어. 에너지 생산에 따르는 부작용을 처리할 책임까지 포함해서 말이야. 이렇게 불공평한 책임분배를 우리가 왜 감내해야 하는 거야?”
     “책임소재는 중요치 않아 사야카. 너희가 엔트로피를 가장 효율적으로 역전시킬 수 있는 능력을 가졌다는 것이 중요할 뿐이야. 그걸 활용하는 건, 우주의 수명을 늘리는 가장 좋은 방법이 될 것이고.”

     큐베의 반응이 온다. 사야카는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큐베가 이상할 정도로 조용했던 건, 단순히 반박할 부분이 없었기 때문이었나 보다.

     “좋아. 너희들이 그렇게 좋아하는 효율성 문제로 가 보자. 지금 네가 만든 이 시스템에서는, 에너지를 쓰는 종족과, 에너지를 만드는 종족이 달라. 여기서 에너지를 쓰는 종족은 별 대가를 치르지 않는데, 에너지를 만드는 종족만 손해를 보고 있지. 이래 버리면, 생산 문제는 둘째 치더라도, 소비만 하는 녀석들이 에너지를 낭비할 건 뻔하지 않아? 뭐, 만약 그 종족에 ‘감정’이 있다면 안 그럴지도 모르지만… 그런 종족은 에너지를 생산하는 쪽이 되겠지. 뭐, 내가 철저하게 계산해 본 건 아니지만, 이렇게 낭비가 있는 우주가 효율적이라고 하긴 힘들 것 같은데, 어때?”

     이 질문에 대한 직접적인 대답을 회피한 채, 큐베는 화제를 다른 쪽으로 돌리려 시도한다.

     “그렇다 하더라도, 너희 마법소녀들은 이미 소원을 빌어서 에너지를 비합리적으로 사용한 상태야. 마법소녀들은 그런 비합리적 사용에 따른 정당한 책임을 지고 있을 뿐이라고.”

     사야카는 순간 안 좋은 기억이 떠오른 듯, 인상을 찌푸리며 큐베에게 다소 공격적으로 대답한다.

     “그 말, 믿어도 되는 거야? 우리 마법소녀들이 비는 평범한 소원이, 정말로 많은 에너지를 사용하기는 해? 좀 구체적으로 물어볼까? 너희들의 기술력으로 쿄스케의 손을 고치는 데 에너지가 들어가긴 하는 거야? 우리 인간들도, 천 년 전에 아무리 큰 에너지를 투입해도 고칠 수 없었던 병을, 지금은 아주 작은 에너지만을 가지고 쉽게 고치곤 하잖아. 뭐, 백 걸음 양보해서, 소원에 사용되는 에너지가 정말로 막대하다고 해 보자고. 그런데, 너는 에너지 회수 효율이 절반 이하로 떨어진 세계에서도 우리랑 계약을 맺었잖아. 그건 결국, 그 상태에서도 우리들이 만들어 낸 에너지가 충분히 컸단 얘기 아니겠어?”
     “…어쨌든, 너희 인간은 우주의 수명 연장이라는 더 큰 이익을 위해 조금의 손해를 보고 있을 뿐이야. 너희가 담당하는 일은, 도덕적으로 충분히 가치가 있는 것이라고.”

     큐베는 잠시 고민하는 듯 꼬리를 미묘하게 움직이더니, 이번에도 다른 주제로 도망을 시도한다. 사야카는 이런 광경이 마치 ‘두 달 전’ 자기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아서, 우습기도 하고, 통쾌하기도 하다. 방금 전의 좋지 않았던 기분이 사라지고, 다시 높은 톤으로 큐베를 괴롭히기(?) 시작한다.

     “이야, 큐베 너한테서 도덕 얘기까지 들을 줄은 정말 몰랐는데! 뭐, 내가 해주고 싶은 말은, ‘그래서 어쩌라고’야. 우리 인간들이 스스로 사용한 에너지를 보충해 낸 이상, 우리를 도덕적으로 비난할 수 있는 종족은 없어. 스스로 에너지를 만들어내지 않는 너희 인큐베이터도 마찬가지야. 물론, 우리가 더 많은 에너지를 생산한다면 우주 입장에서 ‘도덕적으로’ 좋은 일이 될 수는 있겠지. 하지만 그건 우리 인간들이 자발적으로 선택할 일이지, 너희 인큐베이터들이 강요할 수 있는 게 아니야.”
     “……너희 인간들이 가축을 대하는 태도를 생각해 봐. 너희들이 그런 주장을 할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는 거야?”

     반론을 하기 전의 미묘한 고요함이 조금씩 길어진다. 큐베의 반론을 들은 사야카는 약간 못마땅한 표정을 지으며 답한다.

     “그렇게 따지면 너희도 그런 주장을 할 자격이 없어. 너희들도, 그저 사용할 수 있는 에너지를 늘리고 싶다는 이유로 행동하고 있는 거잖아. 우주의 수명을 늘린다는 건 그럴듯하게 포장한 결과일 뿐이고. 부정할 수 있어 큐베? 개별 개체의 운명에 아무런 관심이 없는 너희들이, 진정으로 우주의 수명을 늘리기 원했다면, 너희 종족을 포함해서, 감정이 없어 에너지를 쓰기만 하는 종족의 숫자를 최소한으로 줄이는 게 먼저가 되지 않았을까? 마법소녀 시스템을 조금만 손보면, 너희들이 거의 개입하지 않아도 잘 돌아갈 것 같은데? 물론, 네 종족 스스로의 이익을 추구하는 걸 비난할 생각은 없어. 하지만, 반대로 우리가 너희 종족의 이익을 위해 필요 이상으로 노력할 이유도 없지.”
     “……”
     “흠, 이제 할 말 없어? 그럼 됐네. 책임이 잘 분배된 우주가, 도덕적일 뿐만 아니라 효율적이기까지 하다! 인정하는 것으로 받아들일게. 뭐, 너희들이 모르고 있었다고는 생각하지 않아. 숨기고 있었을 뿐이겠지… 거짓으로 말이야.”
     “……”

     큐베는 계속 침묵을 지킨다. 겉보기에는 차이가 없지만, 사야카는 이번에야말로 큐베가 정말로 궁지에 몰려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몇 초 동안의 여유를 둔 사야카는, 입을 열어 큐베에게 질문을 던진다.

     “하나 더 물어볼게 큐베. 마법소녀들에게 충분한 마력을 줘서, 음, 한, 60년? 70년 정도 평범한 인간과 같이 생활할 수 있게 하는 거야. 어른이 되고 나면, 두어 달에 한 번씩만 마수 사냥에 참여해도 충분히 살아갈 수 있도록! 이렇게 하면, 회수효율이 엄청나게 떨어져서, 우주의 에너지 흐름을 뒤바꾸기에는 역부족이겠지. 하지만 말이야, 그렇게 되더라도 우리들이 사용하고 있는 에너지를 충당하는 데는 충분하니까, 아주 ‘합리적인’ 책임 분배가 될 거라고 생각하는데, 어때?”
     “……”
     “그 반응도 인정하는 걸로 받아들이면 되지? 좋았어. 뭐, 내게는 힘이 없으니, 이 두 녀석들한테 알려주도록 해야겠네.”

     사야카는 경쾌한 발걸음으로, 뒤로 돌아 폭탄의 도화선에 불을 붙이기 시작한다. 동시에, 마도카의 은은한 미소를 따라해 보면서 조용한 목소리를 낸다. 큐베에게 말을 거는 것과 혼잣말의 중간쯤 되는 것 같다.

     “예전의 나였다면 기겁을 할 소리지만… 내가 추구하는 세계도 완전히 옳지는 않을 거야. 큐베 네가 반박을 하지 못했던 이유가, 내 논리가 완벽하기 때문도 아닐 거고. 아마 정확히 같은 논리를 가지고 싸웠다 해도, 힘의 주도권이 너한테 있었다면 패배하는 쪽은 나였겠지. 휴,  지금까지 난, 정의롭다는 것이 무슨 뜻인지도 모르면서 그걸 이루려 했어. 그래서 부러지고, 한쪽 면만 보다 남에게 피해를 주고, 심지어는 부정의한 쪽으로 나가 버리기도 했지. 그렇다고 정의를 포기하겠다는 건 아니야. 완벽하게 정의로운 세계만을 바라보는 게 아니라, 정의로울 수 있는 세계, 이전보다 조금이라도 더 정의로운 세계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거야. 호무라의 세계도, 마도카의 세계도, 옳지 않았어. 진실하지 않은 부분이 있었고, 정의롭지 못한 부분이 있었으니까. 고마움과 숭고함 때문에 가려서 보이지 않았지만, 마도카 혼자서 모든 저주를 떠안는 건 정의와는 거리가 멀지. 이제 호무라처럼 극단적인 행동을 하지 않고도, 그런 부분을 고칠 방법이 생겼어. 둘이 제멋대로 바꿨던 우주니까, 둘이서 끝까지 책임을 져 보라고. 아이코, 감상에 젖어 있을 때가 아니네,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지났잖아! 자, 그럼, 시작해 볼까나?”

    ………

     미타키하라 시의 뒷산에는 넓고 아름다운 정원이 자리하고 있다. 키 작은 잔디 사이사이에 핀 흰색 꽃의 꽃잎이 강한 햇살을 받아 반짝인다. 정원의 가장 높은 곳으로 시선을 옮겨 보면, 두 인물의 실루엣이 보인다.

     길고 검은 머리를 한 소녀와, 두 갈래로 묶은 분홍 머리를 한 소녀가 나란히 의자에 앉아 있다. 분홍머리 소녀는 미소를 지으며 정면을 바라보고 있지만, 검은머리 소녀는 마음 한 구석에 응어리가 남아 있는 듯, 반대쪽 땅으로 시선을 내리깔고 다소 슬픈 표정을 짓고 있다.

     마도카는 그런 호무라를 보면서 살짝 소리를 내어 웃고는, 가볍게 뺨을 부딪친다. 호무라는 순간 당황한 듯한 표정을 짓지만, 이내 그 의미를 깨닫고, 살짝 미소 지으며 뺨을 비벼 응답해 준다. 둘은 환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들었다가, 다소 쑥스러움을 느낀 듯 고개를 숙인다.

     얼마나 그 상태로 있었을까, 호무라의 눈물이 터져 나오기 시작한다. 지금까지의 모든 감정이 눈물로 녹아 흘러내린다. 마도카는 모두 이해한다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호무라를 안아 위로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북받치는 감정을 이기지 못하고 울음을 터뜨리고 만다. 

     “하이고, 난리 났네. 무슨 짓을 한 거야? 사야카.”

     멀리서 그 장면을 지켜보던 사야카의 어깨를 툭 치며, 쿄코가 말을 건다. 얼굴을 살짝 돌려 쿄코의 얼굴을 확인한 사야카가 높은 목소리로 이렇게 대답한다.

     “아, 왔어? 모두 초대하기에는 힘이 좀 부족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다행이네. 뭐, 말하자면, 정의를 향한 한 걸음을 내딛었다고 할 수 있겠지!” 
     “그런 말을 얼굴색 하나 안 변하면서 잘도 내뱉네. 마미가 좋아하겠다. 됐고, 이번엔 후회 안 할 자신 있는 거야?”
     “자신 없어.”

     사야카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쿄코의 예상과 반대되는 대답을 내놓는다. 쿄코는 약간 당황한 목소리로 반문한다.

     “뭐라고?”
     “정확히 말하면, 언젠간 반드시 후회할 거라고 생각해. 조금 더 잘 할 수 있지 않았을까, 조금 더 옳은 길을 선택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고 말이야. 하지만 이대로라면, 언제 후회가 밀려오더라도, 분명 더 옳은 길을 향해 나갈 수 있게 될 거야.”
     “쳇, 그게 뭐야. 내가 다 부끄러워지잖아.”

     쿄코는 손바닥을 이마에 가져다 대며 이렇게 말한다. 그 옆에서, 익숙한 목소리 둘이 쿄코를 나무란다.  

     “왜 그래? 사쿠라. 내 생각에는 괜찮은 것 같은걸?”
     “나기사도 그렇게 생각해요!”

     그런 둘을 보면서, 쿄코는 가볍게 한숨을 쉬고는 체념하듯 말한다. 하지만, 미묘한 억양을 통해 보건대, 결코 기분이 나쁘진 않은 것 같다. 

     “난 모르겠네! 마미랑 궁합이 딱 맞는 녀석이 하나 더 늘어 버렸잖아. 하지만 뭐, 따라가 줘야지 별 수 있나.”

     다른 마법소녀들을 향해, 고맙다는 뜻으로 웃음을 지어 준 사야카는 조용히 눈을 감고, 어디선가 들었던 노래의 가사를 재구성해 음미해 본다.


    /// ClariS - Colorful ///


     가늘게 끊어질 듯이 얽힌 운명

     분명, 아직 변할 수 있어.

     돌고 도는 시간 속에서, 울고 웃으며, 이런 저런 마음을 가지고

     다시 하나부터 시작하는 거야.

     겨우 도착한 덧없는 기적이 부서지는 일 없도록

     서로의 곁에서 언제까지라도 손을 뻗어 맞잡는다면 

     비록 틀렸다고 해도, 믿고 있던 길이 항상 새로운 풍경을 비추어 주겠지.

     아직 투명한 우리들은, 어떤 색으로라도 물들 수 있어. 

     무한히 펼쳐진 하늘 밑에 모인 소원들을 지켜 나가면

     지금을 넘어서, 과거에서부터

     아직 아무도 알지 못하는 내일로…


    ========================================================

     - 에필로그와 후기는 3월 1일 토요일에 등록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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