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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animation_194360
    작성자 : 마Maマ
    추천 : 5
    조회수 : 839
    IP : 183.101.***.8
    댓글 : 5개
    등록시간 : 2014/02/14 21:19:13
    http://todayhumor.com/?animation_194360 모바일
    [마마마 반역 팬픽] 제9장. 결국 나의 승리네


    BGM : Valentina Lisitsa, Beethoven Piano Sonata Op.57 No. 23 “Appassionata” III.
    Valentina Lisitsa 연주,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Op. 57 No. 23 "열정" 3악장.

    ========================================================

     - ‘마법소녀 마도카 마기카 반역의 이야기’ 후의 이야기를 다룹니다. 스포일러에 주의!

     - 12장+에필로그로 구성되어 있으며, “1쿨짜리 애니메이션을 기획하면 어떤 내용이 될까?” 라 생각하면서 썼습니다.

     - 일본식 표현은 가능한 한 순화하였습니다.
     (예 : 마미상 -> 마미 언니, 사야카짱 -> 사야카)

     - 성을 부르는 경우, 이름을 부르는 경우, 자신을 3인칭으로 부르는 것 등은 원칙적으로 원작의 규칙을 따랐습니다.
     (예 : “미키 사야카, 너는~”, “마도카, 아케미하고는 만나 봤어?”, “나기사는 치즈가~”)

     - 원칙적으로 주 2회, 화요일과 금요일, 21시~24시 사이에 연재합니다. 

    ========================================================

    제 9 장. 결국 나의 승리네

     “아직도 여유가 있는 것 같네, 카나메 마도카. 이해하지 못한 거야? 확실히 말해 주겠어. 너도 마찬가지야. 내 것이 될 수 없다면, 죽여 버리겠어.”

     악마는 말을 마치기도 전에 공격을 시작한다. 보라색 빛을 내뿜는 화살 수십 발이 날아온다. 그중 하나가 순식간에 사야카의 눈앞까지 다가와 시야를 가린다. 사야카는 반사적으로 칼의 넓은 쪽으로 얼굴을 가려 화살을 막는다. 분산된 공격이라 위력이 상대적으로 약해서 그런지, 아니면 운이 좋았을 뿐인지, 간신히 상쇄해내기는 했지만, 방어한 이후의 충격으로 인해 사야카가 뒤로 넘어진다. 사야카는 재빨리 옆으로 굴러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화살 두어 개를 회피하고 튀어 오르듯 일어나 다시 자세를 잡는다.

     마도카는 호무라의 엄포에 잠깐 멈칫한 나머지 첫 화살을 거의 맞을 뻔 한다. 화살은 마도카의 머리카락을 스치고 지나가면서, 마도카의 빨간색 리본 한 쪽과 머리카락 일부를 잘라낸다. 순간적으로 정신이 든 마도카는 재빨리 뒤구르기를 하여 다른 화살을 피한다. 위협적인 공격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마도카는 아직 대화의 가능성을 완전히 포기하지 않은 것 같다. 활을 호무라에게 반쯤 겨누면서도 설득을 계속하고 있다.

     “제발 부탁해 호무라! 욕심 때문에 질서를 망가뜨리는 건 옳지 않은 일이야!”
     
     악마는 땅에 시선을 고정한 채 한쪽 팔을 들어 올리며 말한다.

     “그렇게 생각한다면, 역시 너는 나의 적인 게 틀림없네. 내 마음에 반하는 질서가 어떻게 되더라도 난 신경 쓰지 않거든.”

     말이 끝남과 동시에 악마는 손끝에서 작은 구체 몇 개를 생성한 뒤, 마도카와 사야카를 향해 던진다. 그러나 구체는 모두 약간씩 빗나간다. 사야카는, 악마가 저걸 제대로 겨냥하지 못했을 리 없다고 생각한다. 분명 속임수다.

     ‘마도카! 피해!’

     사야카는 마도카에게 텔레파시로 급하게 경고를 보내고 나서 재빨리 앞으로 튀어 나가 자세를 낮춘다. 마도카도 사야카의 경고를 듣기 전부터 이상함을 감지했던 것인지, 구체를 피할 수 있는 장소로 피하면서 몸을 웅크린다. 아니나 다를까, 구체는 조금씩 빗나간 위치에서 잠깐 머무른 뒤 강력하게 폭발한다. 폭발을 피한 마도카와 사야카가 숨을 돌릴 틈도 주지 않고 보라색 빛이 날아온다. 둘은 각자 몸을 좌우로 날려 빛을 피한다.

     호무라의 마지막 마음까지 확인한 마도카는 이제 싸울 수밖에 없다는 것을 깨닫는다. 몸을 날리는 중 활을 겨누어 호무라를 향해 발사한다. 사야카도 여유가 되는 대로 칼을 소환해 던지며 악마를 견제한다. 하지만 악마는 마법소녀들의 공격을 너무도 여유 있게 피하고, 튕겨내고, 상쇄해 낸다. 공격 하나하나에 목숨의 위협을 느끼며 회피하는 둘과 극명하게 대비된다.

     ‘안 돼, 공격이 전혀 통하질 않아! 마도카, 좋은 생각 없어? 마미 언니랑 나기사가 정신을 차릴 때까지 시간을 벌까?’

     악마가 튕겨낸 자신의 칼을 피하면서, 사야카가 텔레파시로 말한다. 쓰러진 둘의 소울 젬 반응으로 봤을 때, 짧으면 15분, 길면 30분 안에는 정신을 차릴 것이다. 자신의 치료마법을 쓴다면 10초 내로 회복시킬 수 있겠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그럴 여유를 내는 것이 불가능하다. 괜히 치료를 위해 접근했다가 공격에 휘말리게 만들어 상황을 악화시킬 뿐이다. 

     ‘하지만… 호무라, 아니, 악마가 보고만 있지 않을 거야. 그러다가 악마가 마미 언니랑 나기사를 또 공격해 버리면 어떻게 해?’

     마도카도 비슷한 생각을 한 듯, 이렇게 대답한다. 문제는 그 뿐 아니다. 열세에 몰린 쪽에서 시간을 끈다는 것은 죽음을 각오하고 싸운다는 것과 전혀 다를 게 없다. 시간을 버는 작전을 선택한다고 해서 달라지는 건 아무것도 없다는 말이다. 한 달 정도 전이었던가? 카자미노 시의 마법소녀를 구하러 가던 때가 생각난다. 지금 자신들의 운명이, 그때 그 마법소녀들과 다를 수 있을까? 사야카의 머릿속에서 절망적인 생각이 문득 부상한다.

     어디서 여유를 부리고 있느냐고 비난이라고 하는 듯, 악마의 공격이 또 다시 접근한다. 이번에는 직선으로 날아오는 화살이다. 사야카는 공중으로 높게 앞구르기를 하여 화살을 아래쪽으로 흘려보낸다. 마도카는 땅바닥에 넘어지기 직전까지 몸을 숙여 아슬아슬하게 화살을 피한다. 마도카가 ‘진짜 힘’을 이끌어내지 못하는 이상, 승산이 없다. 내가 마도카를 공격하려 했을 때 악마가 어떻게 대응했는지를 생각하면, 악마에게는 시간 또는 공간을 조작하는 능력도 있는 것 같은데, 지금은 그런 능력도 전혀 사용하고 있지 않다.

     순간, 사야카는 악마가 또다시 의미 불명의 미소를 짓는 것을 확인한다. 지금까지 땅만 바라보면서 싸우던 악마가 갑자기 사야카를 정면으로 쳐다본다. 악마의 눈동자는 빛 한 점 없는 깊은 해구를 보는 것 같다. 끝을 알 수 없는 절망에 빠져들 것 같은 기분을 느낀 사야카가 아주 잠깐 집중력을 잃는다. 그 틈을 노려 악마가 연속적으로 공격을 가한다. 반응이 늦었다. 위험하다.

     ‘이런! 멍청하게 똑같은 실수를 두 번이나…’

     사야카는 급히 회피동작에 들어가 처음 두 공격을 가까스로 흘려낸다. 하지만 너무 근시안적인 경로와 동작을 취한 나머지, 마지막 공격에 완전히 노출되고 만다. 피하거나 막을 재간이 없다. 어떻게든 부상을 최소화하기 위한 준비를 하려는 순간, 분홍색 빛이 눈앞을 가리더니 순간적으로 보라색 빛과 겹친다. 마도카의 화살이 악마의 공격을 요격한 것 같다. 상쇄해 내지는 못했지만, 공격의 궤적을 바꿔 사야카가 회피할 수 있도록 하기엔 충분했다.

     ‘고마워 마도…’

     위기를 넘기고 마도카 쪽으로 고개를 돌리는 사야카의 망막 구석진 곳에, 악마가 시선을 사야카에게 고정한 채로 마도카를 향해 무기를 겨누고 있는 형상이 맺힌다. 길이가 삼십 센티미터는 족히 넘을 것 같은 검은색 권총이다. 한 손에 쥐기에는 버거운 크기 때문인지, 악마는 염동력과 유사한 힘을 사용해 권총을 공중에 띄워 조준하고 있다.

     사야카가 경고할 틈도 없이, 그 권총에서 보라색 빛이 뿜어져 나온다. 아직도 사야카의 안전 쪽에 인식능력의 대부분을 투자하고 있던 마도카가 자신의 위험을 인지하기도 전에, 빛이 마도카의 머리를 감싼다. 짧은 비명소리와 함께, 마도카의 고개가 약하게 뒤로 꺾인다.

     사야카는 순간적으로, 악마가 마도카에 집중하고 있는 이 기회에 피해를 입혀 놓지 않으면  이 싸움에서 이길 방법이 없다는 판단을 한다. 물론 마도카에게 가해질지 모를 추가타를 막는 것도 중요하다. 마도카까지 기절해 버리면 패배한 거나 다름없으니까. 하지만 악마를 직접 타격하는 것으로도 추가 공격을 저지할 수 있다. 오히려 무리하게 마도카를 보호하려 했다가는, 마미 언니처럼 허무하게 전투 불능 상태에 빠질 수 있다.

     사야카는 양 손에 칼을 소환해 들고 악마를 향해 돌진한다. 악마의 견제가 없으니, 눈 깜짝할 새에 유효거리 이내로 들어간다. 오른손에 든 칼을 휘두른다. 악마의 대응이 반 박자 늦다. 몸통에 명중하지는 않았지만, 악마의 왼쪽 날개 삼분의 이 정도를 잘라내는 데 성공한다. 뼈대에서 분리된 검은 깃털이 흩날리며, 검은색답지 않게 절반의 달빛을 반사하여 반짝인다. 사야카는 회전력을 그대로 이용하여 공중에서 시계 반대 방향으로 한 바퀴를 돌면서, 왼손에 든 칼을 가로로 휘두른다. 하지만 이제 공격을 눈치 챈 악마가 강력한 바람으로 사야카를 밀쳐 내 버려서, 칼은 허공을 가르는 소리를 낼 뿐이다.

     사야카의 기습이 악마에게 치명적인 피해를 입히지는 못했지만, 최소한 마도카에게 더 이상의 공격이 가해질 수 없게 만들어 마도카가 정신을 수습할 수 있게 하는 데는 성공했다. 집중력이 돌아온 마도카의 눈에, 사야카에게 신경이 쏠린 나머지 자기에게서 완전히 등을 돌리고 있는 악마의 모습이 들어온다. 마도카는 재빨리 시위를 당기면서 악마를 조준, 화살을 발사한다. 하지만 그 정도 공격은 예상했다는 듯, 악마는 빠르게 몸을 피한다. 악마가 마도카와 사야카 둘 모두가 시야에 들어오는 위치로 이동하면서 몸을 추스르는 사이, 짧고 불편한 침묵이 감돈다.

     ‘마도카, 괜찮아?’
     ‘응, 머리가 좀 아프기는 하지만, 문제없는 것 같아.’
     ‘좋아, 이제 우리한테 아주 조금은 유리해졌을지도 몰라, 마도카. 힘내자고!’

     이삼 초 뒤, 악마가 다시 공격을 시작한다. 드디어 악마의 공격 방식에도 익숙해진 듯, 궤적을 읽기가 조금 수월하다. 악마의 맹공을 받아내는 사이 견제구를 꾸준히 날리는 데에도 별 어려움이 없다. 악마도 조금 전처럼 마도카와 사야카의 공격을 모두 여유롭게 받아치지는 못한다. 얼핏 보면 아까 전과 별 차이가 없어 보이지만, 주의 깊게 관찰하면 가장 방어하기 효율적인 타이밍을 미묘하게 놓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끊임없이 공격과 공격이 맞닿아 이어지는 가운데, 사야카는 이 불편한 균형을 깰 승부수를 던져봄직 하겠다는 자신감을 얻는다. 악마는 아까 전에 비해 완벽함과는 거리가 있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만일, 마도카와 호흡을 맞춰 한꺼번에 견제를 쏟아붓는다면, 악마가 빈틈을 보일 수가 있다. 그 틈을 노려 아까처럼 유효한 공격을 이끌어낼 수 있다면, 상황을 더 유리하게 만들어낼 수 있다.

     ‘마도카! 악마를 최대한 많이 공격해 줘! 내가 접근할게!’
     ‘응? 아, 알았어.’
     
     사야카가 마도카에게 지시를 내린다. 마도카는 악마가 날린 구체를 피하면서, 빠르게 화살 세 발을 발사하고, 곧이어 하늘을 향해 화살을 하나 더 발사한다. 허공으로 날아간 화살은 공중에 특이한 문양을 남기더니, 그 자체로 악마를 향해 작은 화살 열댓 발을 날리기 시작한다. 사야카도 공격에 가세하여, 대여섯 자루의 칼을 만들어 악마를 향해 던진다.

     순간적으로 공격이 많이 들어오자, 악마는 또 다시 자리를 이동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 특히, 마도카가 생성한 문양이 신경 쓰이는 모양인지 시선이 그쪽으로 돌아간다. 사야카가 있는 방향은 현재 악마의 사각지대에 들어와 있다.

     ‘지금이다!’

     사야카는 접근을 시도한다. 양손으로 검을 강하게 쥐고, 악마의 본체를 겨냥하며 몸을 날린다. 그 순간,

     “난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아. 미키 사야카.”

     악마의 목소리와 함께, 사야카의 눈에 자신을 똑바로 겨누는 총구가 보인다. 이미 가속도가 붙은 상태라 몸을 피할 수 없다. 마도카가 내지르는 경고의 외침이 얼핏 들리는 듯하더니, 이내 보라색 빛이 자신의 얼굴을 완전히 감싸는 것을 느낀다. 생각보다 외부적 충격은 덜하다. 하지만, 빛이 머릿속을 헤집고 다니는 듯한 기분이 든다. 사야카는 어떻게든 정신을 똑바로 유지하려 애쓴다. 지금까지 악마의 행동으로 미루어 보면, 악마는 반드시 사야카를 향해 후속 공격을 날리려 할 것이다. 사야카는 몽롱한 와중에 몸을 좌측으로 날린다. 차가운 빛이 오른쪽 귀 밑을 스치고 지나가는 느낌이 든다. 잘린 머리카락이 사야카의 쇄골 부근을 스치고는, 움직임으로 일어난 바람 때문에 공중으로 흩어진다. 본능에 가깝게 낙법을 써 자세를 잡고 나니, 약간의 두통이 있는 것을 제외하고 정신이 되돌아온다. 

     사야카가 공격을 회피하는 것은 악마의 예상을 완전히 벗어나는 일이었나 보다. 악마의 얼굴에 아주 잠깐 의미를 알 수 없는 표정이 나타났다 사라진다. 사야카는 악마의 힘이 아까보다 좀 더 약화된 것 같다는 느낌을 받는다. 사야카는 아마, 아까 내가 그랬던 것처럼 마도카가 악마를 공격했기 때문일 것이라 추측해 본다. 악마 녀석,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다고 말해 놓고서, 일 분도 지나지 않아 똑같은 실수를 한 모양이다.

     ‘잘했어, 마도카.’
     ‘응? 뭐라고 했어 사야카?’ 
     ‘이제 싸워서 이길 가능성이 보이는 것 같아. 조금만 더 하면 될 거야!’

     악마의 힘이 이상할 정도로 급격하게 약화되는 것 같다는 기분도 든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추론에 따르면 악마는 힘의 상당 부분을 마도카(그리고 아마 사야카 자신)의 진정한 힘이 발현되는 것을 막기 위해 사용했다. 그렇다면, 악마의 힘이 약화된다는 말은 곧 마도카와 사야카의 힘이 강해진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렇게 본다면 힘의 차이가 급속도로 줄어드는 것이 속임수라고 의심될 정도로 이상하지는 않다.

     악마는 이제 마력을 사용한 공격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판단했는지, 어딘가에서 현대식 화기를 소환해 내고는 보조 화력으로 사용한다. 현대식 화기가 마력을 사용한 악마의 공격만큼 위력적이지는 않지만, 적중할 경우 마도카와 사야카에게 중상을 입히기는 충분하다. 

     ‘저건 또 어디서 가져온 거야? 마도카, 저것들부터 공격해서 부숴 버려야겠어!’

     마도카와 사야카는 빗발치는 총알을 이리저리 피하면서 기관총들을 하나둘씩 화살과 칼로 파괴해 나간다. 악마가 소환해 내는 속도보다 파괴하는 속도가 빠르다. 어느새 악마의 얼굴에서 미소를 찾아볼 수 없게 된다.

     기관총이 한두 정 남았을 무렵, 사야카는 악마에게 마지막 일격을 가할 방법을 강구한다. 악마는 지금까지, 내가 근접전을 걸었을 때 단 한 번도 근접전으로 응수하지 않았다. 내가 접근하지 못하게 하거나, 나를 뒤로 밀쳐냈을 뿐이다. 악마가 검술에 익숙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아까 전과 같이 기습적으로 권총 같은 걸 꺼내드는 것만 조심하면 된다.

     ‘마도카, 악마가 힘이 빠졌어. 내가 근접전을 걸어서 악마를 방해할게. 네가 제대로 한 방 먹여 줘’
     ‘응… 알았어.’

     사야카는 신중하게 악마에게 접근한다. 악마가 사야카의 접근을 깨닫고 사야카를 뒤로 밀쳐내려 한다. 미는 힘은 여전히 강하지만, 이제는 바람의 저항을 뚫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마도카는 사야카의 접근을 쉽게 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제압사격을 가해 주고 있다. 사야카는 한 걸음 한 걸음씩 전진하면서 악마의 행동에 신경을 집중한다.

     악마의 주의가 마도카의 화살을 피하기 위해 잠시 분산된 순간, 사야카는 자신의 망토를 벗어던진다. 이렇게 치열한 상황에서는, 아주 미세한 조건변화도 큰 유리함을 엮어낼 수 있는 법이다. 공기저항의 미세한 감소는 사야카가 악마의 방해를 뚫고 거리를 순간적으로 좁힐 수 있게 하기 충분했다.

     사야카가 아주 가까이 접근했다는 것을 깨달은 악마는, 사야카를 뒤로 밀쳐내는 것을 포기하고, 빠르게 뒤로 이동하면서 작은 권총을 꺼내 사격을 가한다. 총알 하나가 사야카의 왼쪽 팔 윗부분과, 왼쪽 종아리 중간 부분을 스치고 지나간다. 사야카는 재빨리 소울 젬을 조작해 고통을 최소화한 뒤, 온 힘을 다해 악마가 있는 쪽으로 몸을 날린다. 총알 하나가 옆구리 오른쪽 바깥부분에 들어와 박힌다. 지금으로서는 손가락으로 강하게 누르는 듯한 자극만이 느껴질 뿐이다. 접근에 성공한다.

     예상대로 악마는 검투에 익숙하지 않다. 활대를 사용하여 사야카의 공격을 받아내면서, 권총을 주기적으로 소환하며 위협적인 사격을 가하고는 있지만, 전체적인 동작이 효율적이지 못하다. 악마는 마력을 필요 이상으로 소모하고 있다. 다른 방해요소가 없다면,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최대한 근접전을 오래 지속하면서, 악마가 자신의 힘을 비효율적으로 소모하게 만드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겠으나, 총상으로 인한 고통을 무효화시키는 데도 한계가 있다. 서서히 상처 부위가 욱신거려 온다. 승부수를 띄워야 한다. 살을 주더라도 뼈를 취해야 한다. 소울 젬을 직격당하거나, 심장과 같은 급소를 관통당하지만 않는다면, 전투가 끝나고 얼마든지 자가 회복할 수 있다.

     악마의 권총이 사야카의 배를 겨냥한다. 소울 젬을 노리고 있다. 지금이 반격할 기회다. 사야카는 몸을 조금만 기울여 총알을 소울 젬에서 왼쪽으로 고작 1 센티미터 떨어진 복부로 받아낸다. 의도한 것보다 더 많이 움직였다고 생각했는데, 위험할 뻔 했다. 소울 젬을 거치면서 상당히 완화되었음에도 여전히 묵직한 고통이 전해져 온다. 사야카는 고통을 애써 무시하면서, 전력을 다해 칼을 휘둘러 반격을 가한다. 악마가 아슬아슬하게 활로 공격을 막아낸다. 부상을 감수한 공격이 이대로 막혀버리면 상황이 크게 불리해진다. 사야카는 순간적인 판단으로 왼손에 칼을 소환해 들고 악마의 다리를 겨냥해 휘두른다.

     “윽…”

     악마가 낮은 목소리로 짧게 신음한다. 깊숙하게 들어가진 않았지만, 어쨌든 성공이다. 사야카는 곧바로 오른손의 칼로 후속타를 가한다. 악마는 급소를 피하려고 서둘러 방어한 나머지 팔에도 상처를 입는다.

     ‘마도카! 지금이야!’

     사야카는 마도카의 주의를 환기시켜 준다. 하지만 그럴 필요까지는 없었던 것 같다. 계속 정신을 집중하며 기회를 노리던 마도카는 사야카가 신호하기도 전에 한 박자 빨리 기회를 잡고 화살을 발사한 상태였다. 화살은 악마에게도 한 박자 빨리 도착한다. 첫 화살이 악마의 왼쪽 어깨에 명중하고, 그 충격에 악마가 주춤하는 사이 두 번째, 세 번째 화살이 각각 옆구리와 머리에 맞는다. 사야카가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악마를 발로 차 넘어뜨린다.

     이제 더 이상 시간을 끌 이유가 없다. 이 자리에서 악마를 끝장내야만 한다. 하지만 왜일까, 사야카와 마도카는 마지막 순간에 알 수 없는 아련함과 슬픔을 느낀다. 사야카도 차마 마지막으로 칼을 휘두르지 못하고 있고, 마도카도 마지막 시위를 당긴 상태로 화살을 날려 보내지 못하고 있다. 아까 보라색 빛이 얼굴을 감싸며 남기고 간 두통과, 총알로 인한 상처들만이 주기적인 욱신거림으로 시간의 흐름을 알려주고 있다. 

     악마는 주저앉은 상태로 바닥에 손을 짚은 채 조용히 땅만 바라보고 있다. 생각보다 공격의 효과가 좋았는지, 악마의 입에서 피가 흘러나와 몇 방울 땅바닥으로 떨어진다. 한 번의 숨소리가 수십 번으로 짧게 끊어져 있다. 웃는 것 같기도, 우는 것 같기도 하다.

     정원의 꽃은 격렬한 전투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활짝 피어 있다. 마법의 영향을 많이 받아서일까, 색깔과 모양이 조금씩 변해간다. 작은 크기의 파란색 꽃과 커다란 흰색 꽃이 여기저기서 모습을 드러낸다. 자연풍이 산등성을 쓰다듬고 지나가자, 파란색 꽃이 모습을 감춘다. 달은 비록 반쪽짜리이지만, 어떤 날보다도 밝게 빛나고 있다. 달도, 꽃잎들도, 마치 스스로 빛을 내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마력이 다시 비축되고 있어서일까, 두통이 서서히 사라져 간다. 귀찮은 통증이 사라지면서 사야카의 생각도 조금씩 이성 쪽으로 치우치기 시작한다. 머릿속을 떠다니던 그리움과 우울함이 서서히 사라진다.

     이런 심리변화는 마도카에게도 똑같이 나타났던 것 같다. 사야카보다 약간 빨리, 마도카의 얼굴에 결심을 굳혔다는 듯한 표정이 나타난다. 활시위를 놓는다. 아주 밝고 청명한 분홍색 빛이 마도카의 활에서부터 날아가 악마의 전신을 감싼다. 조금 뒤, 악마가 있던 자리에는 다크 오브만이 그 불길한 보라색 빛을 내뿜고 있을 뿐이다.

     이제 끝났다는 생각에, 사야카는 무심코 변신을 포함한 모든 마력사용을 해제한다. 그 순간, 엄청난 고통이 느껴진다. 총탄으로 인한 두 군데의 찰과상과, 두 군데의 맹관총상. 소울 젬의 힘이 없이는, 평범한 여중생이 제 정신으로 견딜 수 있는 고통이 아니다. 다시 변신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기도 전에, 고통 때문에 비명이 먼저 터져 나온다.
     
     “사야카! 괜찮아?”

     마도카가 깜작 놀라 쓰러진 사야카를 향해 달려온다. 사야카는 금방이라도 산산조각나려 하는 정신을 어떻게든 한데 모아 다시 마법소녀로 변신하고, 고통을 완화시킨다. 고통의 후유증으로 한동안 헐떡거리던 사야카는 치유마법을 사용하기에 앞서, 이를 악물고 아직 박혀 있는 두 발의 총알을 마법을 사용해서 빼낸다. 물리적으로 체내에 이물질이 박혀 있는 부분에는 치유마법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기 때문이다. 상당량의 출혈에 마도카가 놀란 듯 숨을 짧게 헉, 하고 들이마시면서 자기도 모르게 고개를 돌린다.

     “휴, 미안, 마도카. 어쩔 수 없었어.”

     사야카는 곧이어 상처 입은 부위를 치료하기 시작한다. 마력을 많이 소모하기는 했지만, 비축량이 위험한 수준까지 내려가지는 않았다. 마수를 한두 번 퇴치할 동안 휴식을 취하면서, 그리프 큐브만을 조금 나누어 사용한다면 충분히 복구할 수 있을 것이다. 아니, 그 전에 악마가 없는 세상이 어떤 모습인지부터 봐야 하겠지만 말이다.

     이제 정말로 끝났다. 사야카는 크게 안도의 한숨을 쉰다. 둘은 먼저 마미와 나기사의 상태를 확인한다. 예상했던 대로, 잠시 기절했을 뿐 생명에는 지장이 없다. 이제 이삼 분만 지나면 알아서 깨어날 것이다. 사야카가 굳이 마력을 추가로 사용하는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그 이삼 분을 앞당길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사야카는 다음으로 쿄코의 소울 젬 신호를 추적해 본다. 신호가 잡히지 않으면 어떻게 해야 할까라는 두려운 생각도 들지만, 다행하게도 미약하게나마 신호가 잡힌다. 여전히 생명에 지장이 없다는 증거다.

     주변 인물들의 안전이 확보되자, 마지막으로 사야카의 생각이 ‘기억’에 미친다. 악마를 처치했음에도, 아직 자기 기억이 복구되지 않았다. 마도카도 원래의 힘을 되찾은 것 같지는 않다. 세계가 다시 움직이고 있는 것 같기는 하지만, 아직도 어색함이 남아 있다. 비로소 사야카의 눈에 악마가 사라지면서 남긴 다크 오브가 눈에 들어온다. 저것이 소울 젬과 비슷한 역할을 하는 거라면, 저 구슬을 부숴버리기 전까지는 악마의 영향력에서 완전히 벗어났다고 하기 어렵다. 사야카는 칼을 다시 소환해 강하게 쥐고는, 다크 오브를 향해 걸어간다.

     “사야카, 잠깐만”

     사야카가 칼로 다크 오브를 내려치기 직전, 마도카가 만류한다. 

     “마도카?”
     “잠깐만 기다려 봐, 사야카. 정말로 저걸 깨서 없애버려야 하는 걸까?”
     “무슨 소리 하는 거야 마도카, 악마가 어떤 녀석인지 너도 직접 봤잖아! 저 녀석의 욕심 때문에 세계가 멸망할 뻔 했고, 너랑 나, 쿄코, 마미 언니, 나기사가 모두 죽을 뻔 했어. 없애버리는 것 말고 어떤 방법이 있다는 거야?”

     사야카가 이해할 수 없다는 투로 반박한다. 마도카는 엷은 미소와 함께 다크 오브를 바라보며 말을 잇는다.

     “그래. 그건 알아. 악마를 용서하겠다는 얘기는 아니야. 하지만, 마수를 생각해 봐. 마수도 똑같이 저주에서 태어나고, 세계를 위험에 빠뜨리지만, 우리가 그리프 큐브를 우리가 부숴 없애지는 않잖아. 오히려 잘만 활용하면 우리에게 도움이 되기도 하고.”
     “너, 설마…”
     “이 다크 오브도, 극악무도한 악마가 남긴 알이지만, 반드시 세상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사용할 방법이 있을 거라고 생각해. 그리프 큐브가 소울 젬을 정화하는 것처럼, 다크 오브로도 이 세상의 저주를 정화할 수 있지 않을까?”
     
     사야카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는 말한다.

     “마도카, 하지만 우리는 그렇게 할 방법을 모르잖아. 아니, 알더라도 마찬가지야. 너무 위험해. 그리프 큐브랑은 다르게, 다크 오브 자체가 저주를 만들어내는 것일 수도 있잖아. 또, 저걸 가만히 놔뒀다가 갑자기 악마 녀석이 부활해 버리기라도 하면 어떻게 할 생각이야?”
     “방법이야 찾으면 반드시 있을 거야. 그때까지 내가 안전하게 관리할 자신도 있어. 거기다가, 저걸 깨 버리는 것도 위험하긴 마찬가지야, 사야카. 우리는 아직도 소울 젬이 깨졌을 때 영혼이 어디로 가는지 모르잖아? 괜히 저걸 깨 버렸다가, 악마의 영혼이 그대로 세상을 떠돌아다니게 된다면 더 큰 일이 일어날 수도 있어.”

     마도카의 주장이 전혀 말이 안 되는 것은 아니지만, 사야카는 여전히 마도카의 의견을 받아들일 수 없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난 반대야. 악마가 오래 전부터 한 짓을 떠올려 봐. 악마는 마수를 없앨 능력이 있었으면서 한 번도 우리를 돕지 않았어. 악마가 아닌 척, 교실에 잠입해 있으면서 우리를 감시했고. 그러면서도 인간적인 면을 한번도, 단 한 번도 보여주지 않았단 말이야. 그런 녀석이 남기고 간 물건을 좋은 방향으로 쓰겠다고? 말도 안 돼, 마도카.”
     “그렇긴 하지만… 악마의 물건이라는 이유만으로 좋은 일에 쓰일 가능성을 모두 닫아버리는 건 너무 슬퍼. 뭐라고 할까… 조금이라도, 아주 조금이라도 빚을 갚을 기회를 주고 싶어.” 
     “마도카…”

     사야카는 마도카의 생각에 여전히 동의하지 못한다. 자기 자신의 욕망만을 위해 그런 짓을 저지른 악마에게는 어떠한 형태의 구원이라도 받을 가치가 없다고 생각한다. 가능하면 마도카를 설득하고 싶지만 딱히 뾰족한 수가 없다. 그러려면 마도카의 성격 자체를 바꿔야 하기 때문이다.  

     “아이고, 미안. 늦었네.”

     사야카가 고민하는 사이, 익숙하지만 평소보다 힘없는 목소리가 들린다. 쿄코의 목소리다. 사야카가 뒤를 돌아보니, 쿄코가 여러 군데 부상을 입은 상태로 창에 의지하여 간신히 걸어오고 있다. 사야카는 곧장 쿄코의 이름을 부르며 달려가, 자신의 마법으로 치료를 시작한다. 마력에 여유가 없기는 하지만 그건 나중에 생각할 문제다. 마미와 나기사가 자기들은 놔두고 쿄코만 치료해 줬다는 걸 안다면 섭섭해 하기도 하겠지만… 이 역시 나중에 생각할 문제다. 

     “후, 악마 녀석. 생각보다 바보였어. 자기가 날린 공격 때문에, 자기 부하들만 기절하더라고. 뭐, 움직일 기운이 남아있는 김에 따라와 봤어. 간신히 올라왔지. 악마 녀석도 멍청하지, 그냥 1분만 가만히 놔뒀으면 난 죽었을 텐데 말이야. 어쨌든 중간에 길이 끊겨서 너무 오래 걸렸지만. 창이 길게 늘어나지 않았으면 건너오지도 못할 뻔 했어.”

     횡설수설하는 쿄코를 향해 사야카가 핀잔을 준다.

     “넌 그렇게 다쳐 놓고서 말이 더 많아진다? 입좀 다물고 가만히 있어, 푼수야.”

     사야카가 쿄코를 치료하는 동안, 마도카는 조심스럽게 다크 오브를 집어 들고 이리저리 관찰을 해 보고 있다. 사야카는 곁눈질로 마도카의 그런 모습을 확인하고는, 쿄코한테 현재의 상황에 대해 푸념을 한다.

     “에휴, 마도카 저 녀석은 어릴 때부터 너무 착해서 탈이었어.”
     “왜, 무슨 일인데 그래?”

     상황을 알 리 없는 쿄코가 질문한다.

     “몰라, 악마의 알을 좋은 일에 쓸 수 있을 거라나 뭐라나……. 그런 기회도 주지 않는 건 너무 슬프대. 뭐, 마도카다운 생각이긴 하지만…….”
     “하, 정말 마도카다운 생각이네. 뭐 어때? 괜찮잖아. 누가 알겠어? 마도카 녀석이 힘을 쓰면, 다크 오브에서 착해진 악마가 튀어나올지.”
     
     쿄코의 말을 듣고는, 사야카가 장난을 약간 섞어 쿄코의 머리를 한두 번 두드려 보면서 답한다.

     “이상하다, 머리는 분명히 치료를 끝냈는데…….”
     “무슨 소리 하고 있는 거냐, 바보야.”
     “네가 너답지 않게 유치한 얘기를 하잖아. 무슨 애들 동화도 아니고, 저런 악독한 녀석이 그렇게 정화될 수 있을 리가 있겠어?”

     사야카가 말을 마침과 동시에 쿄코의 치료가 끝난다. 생각보다 마력 소모가 적어 다행이다. 쿄코는 먼지를 툭툭 털고 일어서면서 말한다.

     “또 그런다, 사야카. 너무 딱딱하게 굴지 말라고 좀. 마도카가 엄청난 힘을 가지고 있을 거라며. 한번 믿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은데?”
     “휴…”

     사야카가 여전히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한숨을 쉬면서, 마도카에게 시선을 돌려 본다. 큐베가 어디선가 나타나 마도카 옆에 앉아 있다. 마도카는 큐베에게 여러 가지 질문을 하는 중인 것 같다.

     “큐베, 너, 그리프 큐브를 정화할 수 있지?”

     큐베는 몸짓과 울음소리로 그렇다는 의사를 표현한다.

     “음, 그럼, 큐베는 저주 자체를 정화할 수 있는 게 아닐까?”

     큐베는 이번에는 약간 자신 없다는 몸짓을 하지만, 긍정 쪽에 가까운 표현을 한다.

     “그럼 혹시, 이것도 정화해볼 수 있을까?”

     큐베는 다크 오브가 쥐어진 마도카 손 주변을 몇 바퀴 빙글빙글 돌더니, 잘 모르겠다는 표정을 짓는다.

     “그래도 한 번 해 보면 어떨까? 혹시 잘못될 것 같으면, 내가 막아낼 수 있을 거야.”

     마도카가 웃으며 말한다. 큐베는 잠깐 망설이더니, 알았다는 듯 조심스럽게 다크 오브를 꼬리에 감아쥐고, 그리프 큐브를 정화할 때처럼 재롱을 부리기 시작한다. 다크 오브가 큐베의 꼬리에서 서너 번 휘릭, 회전한다. 그런 모습을 보면 볼수록, 사야카는 온몸에 소름이 끼치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생각해 보자. 무언가가 이상하다는 생각을 하려면, 우선 그 무언가에 대해 조금이라도 알아야 한다. 사야카 자신도 그런 경험을 한 적이 있다. 정의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고, 그 판단을 오로지 감정에만 맡겼을 때, 정의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한 점의 의문도 가져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정의가 무엇인지 탐구하고, 그것에 대해 고민할수록 뭔가가 이상하다는 생각, 뭔가 깔끔하지 않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아마, 내가 갈수록 답답해진다는 쿄코의 말도 내가 이런 고민을 하고 있음을 느꼈기 때문일 것이다.

     다크 오브는 큐베의 꼬리에서, 등을 거쳐, 큐베의 머리로 이동한다. 큐베는 자기 머리에서 다크 오브를 좌우로 몇 번 왕복시킨다.

     다른 경우에도 마찬가지였다. 마법소녀가 있다는 사실을 알기 전에는, 원환의 섭리가 관점에 따라 마법소녀에게 매우 잔인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떠올릴 수 없었다. 악마에 대한 꿈을 꾸기 전에는, 이 세상에 악마가 실재한다는 상상도 할 수 없었다. 마도카를 만나기 전에는, 마도카가 악마라는 착각을 하는 것조차 불가능했다.

     큐베는 머리에 반동을 주어 다크 오브를 몇 번 상하로 튕겨 보인다. 마지막에는 다크 오브를 강하게 튕겨 올리고는, 꼬리를 활용하여 다크 오브를 잡아낸다.

     다른 한편, 우리는 기계적으로 일어나는 일, 반드시 일어나는 일에 대해서는 크게 의문을 가지지 않는다. 태양이 매일 동쪽에서 뜨는 것에 누군가의 음모가 있다고 누가 진지하게 생각해 볼까? 

     큐베는 꼬리를 초승달 모양으로 만들어서, 다크 오브를 잠시 오르락내리락하게 만든다. 그러고는, 이번에는 상당한 높이로 다크 오브를 던져 올린다.

     큐베의 행동은 어땠을까? 지금까지, 큐베와 우리의 접촉은 지극히 사무적인 상황에서만 일어났다. 만남은 매우 짧았고, 매우 기계적이었다. 예외가 있었다면 단 한 번, 큐베가 나에게 선물을 주었을 때. 이걸 계기로 조금 고민을 해 보긴 했지만, 그건 ‘악마가 누구일까’는 틀 안에서 진행된 것이었을 뿐, 큐베 자체에 의문을 가졌던 것이 아니었다. 결국, 나는 큐베를 진지하게 의심해 본 적이 한 번도 없다. 

     다크 오브가 중력에 의해 서서히 큐베의 등을 향해 떨어진다.

     처절한 기억이 무의식 속에서 뿌옇게 형태를 잡아간다. 무언가가 잘못됐다. 큐베가 다크 오브를 흡수하게 놔둬서는 안 된다. 사야카는 칼을 뽑아 큐베를 향해 돌진한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다크 오브는 큐베의 등을 통해, 큐베에게 흡수된다.

     다크 오브가 흡수되자, 악마의 작위적인 영향력이 사라진다. 사야카에게 대부분의 기억이 되돌아온다. 쿄스케와 히토미의 관계가 계기가 되어 마녀가 되었던 기억, 뒤틀린 인식 속에서 쿄코가 자신과 함께해 주었던 기억, 새로 창조된 세상 아래에서 마도카에게 구원받았던 기억, 원환의 이치와 함께했던 기억.

     조금 전까지는 강한 예감에 불과했던 것들이 현실이 된다. 악마의 힘이, 인큐베이터들에게 넘어갔다. 듣고 싶지 않은 목소리가 뇌의 청각피질을 직접적으로 자극한다. 드릴로 뇌를 통째로 휘젓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휴. 결국 나의 승리네. 카나메 마도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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