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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animation_177506
    작성자 : 마Maマ
    추천 : 5
    조회수 : 584
    IP : 183.101.***.54
    댓글 : 1개
    등록시간 : 2014/01/21 22:37:51
    http://todayhumor.com/?animation_177506 모바일
    [반역 팬픽, 브금] 제2장. 어떤 색으로든 물들 수 있으니까





    BGM : Lang Lang 연주,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Op. 2 No. 3  2악장. Adagio
    Lang Lang - Beethoven Piano Sonata Op. 2 No. 3 - II. Adagio


    =================================================

     - ‘마법소녀 마도카 마기카 반역의 이야기’ 후의 이야기를 다룹니다. 스포일러에 주의!

     - 12장+에필로그로 구성되어 있으며, “1쿨짜리 애니메이션을 기획하면 어떤 내용이 될까?” 라 생각하면서 썼습니다.

     - 에필로그를 제외한 각 장은 대략 200자 원고지 75매~100매 사이의 분량입니다.

     - 일본식 표현은 가능한 한 순화하였습니다.
     (예 : 마미상 -> 마미 언니, 사야카짱 -> 사야카)

     - 성을 부르는 경우, 이름을 부르는 경우, 자신을 3인칭으로 부르는 것 등은 원칙적으로 원작의 규칙을 따랐습니다.
     (예 : “미키 사야카, 너는~”, “마도카, 아케미하고는 만나 봤어?”, “나기사는 치즈가~”)

     - 원칙적으로 주 2회, 화요일과 금요일, 21시~24시 사이에 연재합니다. 

     - 제 관심병이 도지면 (커뮤니티 이용규칙에 저촉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주말에 합본으로 재업을 할 수도 있습니다.

     - 샤프트식/이누카레식 연출의 느낌을 글로 옮겨보려고 최대한 노력하였습니다만, 능력 부족은 어쩔 수가 없네요.

     - 너무 많은 흑역사가 한 닉네임에 집중되는 것을 막기 위해, 평소와 다른 닉네임을 씁니다.

    =================================================



    제 2 장. 어떤 색으로든 물들 수 있으니까


     공허한 느낌, 무언가에서 떨어져 나온 느낌. 조금 익숙하다. 언제인지는 확실히 기억나지 않지만, 분명히 한 번 겪어본 적이 있다.

     그래, 저번 꿈과 느낌이 똑같다. 그렇다면, 지금 이것도 내 꿈이겠구나.

     이번에는 망설임 없이 눈을 뜬다. 아니, 사실 조금은 망설였다. 내가 너무 속단하는 것이 아닐까, 눈을 뜨면 이번에는 정말 평생 잊을 수 없는 무언가를 보게 되는 것이 아닐까, 혹시 지금은 현실이 아닐까 하고 말이다.

     다행스럽게도, 눈으로부터 들어오는 신호는 그 때와 똑같다. 하얀 길, 냇물, 벚꽃, 그리고 까마귀. 그 다음은 뭐였더라, 생각한다. 악마. 악마가 누구인지 확인하려 했었지.

     고개를 왼쪽으로 돌린다. 차양막과 테이블이 놓여 있다. 그런데, 저번보다 더 형태를 알아보기가 어렵다. 저번에는 최소한 디자인은 알아볼 수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물건이 있다’는 사실만 간신히 알아챌 수 있을 뿐이다. 그 주변이 모두, 어둠 속에 철저하게 가려져 있다.

     그 속에 들어 있을 무언가를 향해, 나는 또 알 수 없는 소리를 건넨다. 저것의 정체가 더 불분명해진 것과는 반대로, 내가 무슨 말을 하려는 것인지는 어렴풋이 알 것 같다. 나는 무언가에 크게 분노해 있다. 저기 있는 누군가가, 거짓된 행동을 하고 있다. 아, 그래서 그 때 악마라는 단어가 떠올랐던 것일까.

     순간, 한 마디 외침이 귀를 통해 들어온다. 누가 몰래 내 목소리를 녹음해 둔 것일까? 내 목소리라는 것은 알 수 있지만, 아무래도 어색하다. 

     “네가 악마라는 것을!”

     목소리가 분명하게 들리는 것과는 반대로 주변 세계는 흐려진다. 어느새 길 건너편에 있는 것이 벚꽃나무인지, 눈 쌓인 앙상한 나무인지조차 구분할 수 없게 된다. 몽롱하다. 어떻게든 정신을 붙들고 있으려고, 눈을 꽉 감고는 고개를 좌우로 세게 대여섯 번 흔든다. 심호흡을 한번 하고, 다시 눈을 뜬다.

     쿄코가 나를 한심하게 내려다보고 있다. 아, 여기에 쿄코도 있었나? 생각하는데, 쿄코가 말을 건넨다.

     “뭐야, 너. 아침부터 괴성을 지르고”
     “…어?”

     사야카는 그제야 꿈에서 깼다는 사실을 확실하게 깨닫는다. 날 깨울 정도로 큰 소리를 지르다니, 도대체 무슨 꿈을 꾼 거냐는 쿄코의 질문에, 사야카는 그냥 악몽일 뿐이라며 얼버무린다. 생각이 정리되기 전까지는, 쿄코에게도 꿈 얘기를 하지 않을 작정이다.
     
     학교 갈 준비를 끝내고 둘이 식탁 앞에 앉으니, 사야카의 아버지가 웬일로 둘이 모두 일찍 일어났냐고 묻는다. 사야카가 괴성을 질러서 그렇게 됐다는 말을, 쿄코는 과장을 섞어 전달하고, 사야카는 거짓말이라고 응수한다. 그러면서 아침식사 시간은 항상 그랬던 것처럼 산만하게 흘러간다.
     
     사야카, 마도카, 쿄코는 학교에서 어른 걸음으로 10분정도 떨어진 곳에서 만나 같이 등교한다. 늦잠을 잔 것이 아닌 이상, 이들이 빠른 걸음으로 등교할 이유는 없다. 잡담을 하고, 주변에 돌아다니는 곤충이나 동물에 관심을 가지고, 서로 장난을 치다 보면 족히 30분은 걸리기 마련이다. ‘차라리 아침에 늦게 일어나는 것이 낫지 않냐’는 생각을 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중학생이 기상시간을 마음대로 늦추기는 생각보다 어려울 뿐 아니라, 이들에게 아침 등교시간의 즐거움은 잠보다 큰 가치가 있다.

     학교로 가는 길은 매일 두 번씩 수 년 동안 지나다니던 사람에게도 항상 새로움을 선사한다. 하물며 전학 온 지 일 주일도 되지 않은 마도카에게는 어떠하겠는가. 자연석을 표면만 살짝 가공하여 포장한 도로, 다양한 종류의 나무를 심어 놓은 숲, 그리고 군데군데 폭포를 마련해 놓은 시냇물. 이 모든 것에는 자연미와 인공미가 절묘하게 조화되어 있다. 누가 무슨 생각으로, 어떻게, 이런 아름다운 길을 만들었을까, 위대한 결과물이 다 그러하듯, 완성된 모습만으로는 과정을 감히 추측할 수도 없다.

     마도카가 합류한 이후로, 떠들썩한 분위기는 조금 중화되었다. 쿄코와 사야카가 마도카의 눈치를 보느라 장난을 덜 치기 때문이 아니다. 단순히, 마도카와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만큼 투닥거릴 시간이 줄어들었기 때문일 뿐이다.

     소음 공해가 조금 줄어든 것과는 반대로, 대화 주제는 전보다 더 다양해졌다. 오늘은 마도카의 귀국 후 생활과 관련하여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눈다. 쿄코의 관심도 끌 필요가 있기에, 특히 먹을 것과 관련된 대화가 주를 이룬다.

     “마도카의 아빠는 역시 멋졌다니까! 집에서 나물이랑 과일도 키우시지, 요리도 잘 하시지!”

     사야카가 오래 전, 마도카의 집에 초대받아 식사를 같이 했던 기억을 떠올리며 말한다.

     “와, 집에서 과일도 키웠었냐? 무슨 과일? 사과?”

     쿄코가 부럽다는 듯 마도카에게 물어본다.

     “아하하, 방울토마토나 딸기 같은 작은 과일… 키우셨어.”
     “아직도 키워? 야 나한테도 좀 나눠주라!”
     
     마도카가 대답하기 무섭게 쿄코가 말을 잇는다.

     “멍청아, 이사 온 지 며칠밖에 안 됐는데 벌써 과일이 자라겠냐?”

     사야카가 쿄코에게 핀잔을 준다. 

     “이제 곧 예전처럼 과일 심으실 거라고 하셨으니까, 나중에 꼭 나눠줄게, 쿄코.”
     “이거 봐, 사야카 너도 좀 사람에게 친절해 질 필요가 있다니까?”
     “뭐? 이 녀석이!”
     
     대화는 이런 식으로 계속 이어진다. 마도카는 또한, 텃밭이 예전처럼 풍성해지기 전까지, 아버지가 어디서 식료품을 사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한다. 사야카가, 그런 건 쿄코에게 물어보라고 말하지만, 쿄코는 먹을 것을 좋아하지 요리를 좋아하는 게 아니기에 시원한 대답을 해 주지 못한다. 미국으로 가기 전에는 어디서 식료품을 샀는지 생각하면서, 대화의 주제는 자연스럽게 사야카와 마도카의 추억으로 바뀐다. 초등학교 운동회를 회상하고 있자니, 수다에 낄 수 없어 심심해진 쿄코가 ‘나라면 사야카보다 배는 잘 했을 것이다’ 라며 사야카에게 시비를 건다.

     마도카는 이런 둘의 모습을 보면서, 정말 사이가 좋은 것 같다고 생각한다. 언제부터 이렇게 친해진 것인지 궁금해진다. 마도카가 질문한다.

     “그런데, 사야카랑 쿄코는 항상 둘이서 다녔어?”
     “음, 최근 한 달 정도는 그랬지. 왜 물어봐?”
     
     사야카가 대답한다.

     “아니 그냥, 궁금해서… 그 전에는?”
     “오래 전에는 히토미랑도 같이 다녔는데, 히토미가 남자친구가 생기는 바람에 빠졌지 뭐. 그러고는 잠깐 3학년에 토모에 마미 언니랑 같이 다닌 적도 있는데, 3학년이 고입 준비 들어가면서 등교시간이 빨라졌단 말이야. 그래서 다시 둘이 다니게 됐지”
     “그렇구나… 그 토모에 선배하고는 친해?”
     “응? 아, 마미 언니하고는…”

     사야카가 여기까지 대답하자, 쿄코가 순간 말을 끊는다.

     “어? 뭐야 사야카. 별로 안 친하다는 거야? 마미한테 가서 이른다?”
     “그런 말 한 적 없거든?”

     둘은 또 그렇게 장난을 시작한다. 마도카는 벌써 적응 되었다는 듯, 한숨을 쉴 뿐이다. 그러면서 속으로, 사야카랑 쿄코와 친하다면, 토모에 선배도 분명 좋은 사람일 것이고, 자신도 기회가 된다면 만나보고 싶다고 생각한다. 조금 뒤 둘의 장난이 좀 수그러들자, 마도카는 하고 싶었던 질문을 던진다.

     “사야카랑 쿄코는 언제 처음 만난 거야?”
     “아, 그게, 두세 달 전 쯤?”

     사야카가 대답한다. 동시에 쿄코와 텔레파시를 빠르게 주고받는다. 사실대로 말했다간 자신들이 마법소녀라는 걸 들키게 되기 때문이다.

     “우와, 그런데 그 동안 그렇게 친해진 거야?”
     “그러니까… 우연이 좀 겹쳤다고 해야 하나? 하하하”
     “뭐, 나도 이런 바보랑 친해질 줄은 몰랐지”

     최대한 빨리 이 상황을 넘기고자, 둘은 엉뚱한 대답을 하고는 어색한 장난을 시작한다. 장난이 끝날 때쯤 교실에 도착하여, 둘은 위기를 넘긴다.

     매일 변함이 없는 수업시간이다. 사실, 수업 내용은 매 시간 바뀐다. 하지만 그 내용에 집중하지 않고, 단순히 ‘아, 선생님이 말을 하고 있다’고만 생각하는 학생에게, 수업내용의 변화가 와 닿을 리 없다. 이들에게 모든 수업시간은 지루하고 똑같다. 학생들이 그렇게 좋아하는 체육, 음악, 미술 시간도, 교사가 말로 수업을 하기 시작하면 십중팔구 외면당할 것이다. 

     사야카와 쿄코도 예외가 아니다. 3교시인 현재까지, 이 소녀들에게 가치가 있었던 것은 ‘쉬는 시간이 두 번 지났다’는 사실과, ‘한 시간하고 조금 뒤에는 점심시간이다’는 사실 뿐이다. 칠판 앞에서 선생이 무슨 말을 했는지는 전혀 기억하지 못한다. 당연히, 지금 하고 있는 수업의 내용에도 관심이 없다. 

     그러던 중, 선생이 갑자기 한 학생을 지목하여 장래희망이 무엇인지 물어본다. 평균적인 학생의 입장에서 ‘갑자기’일 뿐, 수업을 집중해서 듣고 있었던 학생이라면 선생의 의도가 무엇인지 충분히 추측할 수 있었을 것이다.

     과학자나 교수처럼, 그 자체가 포괄하는 직종이 너무 많은 대답이 나온다. 몇몇은 공무원, 회사원을 비롯한 현실적인 비전을 내놓는다. 다른 몇몇은 천체물리학자가 되겠다, 유치원 교사가 되겠다, 솔로 아이돌 가수가 되겠다는 등 구체적인 직업을 언급하기도 한다. 선생은 일일이 왜 그걸 장래희망으로 정했냐고 물어보지만, 대부분의 학생은 ‘좋아서’, ‘부모님이 원해서’, ‘돈을 많이 벌 것 같아서’ 따위의 전형적이고 짧은 답변을 할 뿐이다.

     “흠, 그럼 이번에 전학 온 카나메한테 물어볼까? 카나메?”
     “아… 네!”

     마도카가 약간 긴장한 듯, 말을 더듬으며 대답한다.

     “그래, 넌 장래희망이 뭐지?”
     “저는… 국제단체에서 일하고 싶어요. 특히 봉사나 복지에 관련된 쪽으로요.”

     다소 특이한 대답에 선생은 물론, 대답을 들은 (몇 안 되는) 학생들도 조금 놀라는 눈치이다. 사야카 역시, ‘마도카가 저런 생각을 하고 있었구나’ 하고 신기해한다.

     “그렇구나. 왜 그러고 싶니?”
     “저… 좀 길게 대답해도 될까요?”
     “물론이지”

     사야카는 약간 걱정이 된다. 아무리 미국식 교육을 3년 동안 받았다고 해도, 저렇게 긴장을 많이 하는 마도카가 과연 잘 할 수 있을까? 하지만 몇 초 지나지 않아 이런 걱정은 기우였음이 드러난다. 마도카는 언제 긴장했었냐는 듯, 자신의 생각을 분명하게 전달하기 시작한다.

     “선생님하고 여러분들은 잘 모르시겠지만, 저는 어릴 때부터 특별히 잘하는 과목도 없고, 좋아하는 과목도 없었어요. 남들보다 똑똑한 것도 아니고, 운동을 잘 하는 것도 아니고…. 그래서 이대로 커서 사회에 나간다면, 아마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못하고, 모두에게 민폐만 끼치며 사는 게 아닐까 생각했고, 그게 너무 두려웠어요. 이런 나라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면, 누굴 도우며 살 수 있다면, 그건 정말 행복할 텐데, 왜 나에게는 그런 능력이 없을까… 계속 그렇게 생각했어요. 그러던 중, 정말 우연하게 어머니의 일 때문에, 저희 가족이 모두 미국으로 가게 되었어요. 처음엔 너무 힘들었어요. 시간이 달라서 잠도 제대로 못 자고, 영어를 못해서 친구도 쉽게 사귀지 못했죠. 무서웠고, 포기하고 싶었어요. 그래도, 저를 위해 노력하시는 엄마와 아빠를 보면서 기운을 내자고 생각했어요. 두렵지만, 힘들지만, 나도 엄마 아빠처럼 멋지게, 열심히 살아보자고요. 그래서 저한테 가장 필요한 영어 공부를 시작했어요. 영어가 조금씩 늘면서 하나둘씩 친구가 생겼고, 미국 생활에 적응해 나갔어요.”

     마도카가 잠시 숨을 돌리고, 말을 잇는다.

     “영어에 익숙해지고 나서, 저는 영어를 하지 못해 잘 어울리지 못하는 친구들에게 먼저 다가갔어요. 제가 있던 학교에는, 저처럼 외국에서 전학 오는 아이들이 한 달에 몇 명 정도 있었거든요. 이 친구는, 나만큼 힘들게 하지 말자고, 내가 먼저 다가가서, 좀 더 편하게 적응할 수 있도록 하자고 생각했어요. 그렇게 친구들을 도우면서, 저는 정말로 행복했어요. 이런 나도, 누군가에게 아주 조금은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걸 느꼈어요. 그러면서 생각했어요. 나는 커서, 무슨 일을 해야 될까. 학교를 졸업하거나, 일본으로 돌아가면, 지금 같은 방법으로 남을 돕지는 못할 텐데, 영어만 빼면, 나는 여전히 특별히 잘하는 게 없는 평범한 아이인데.”

     또 잠깐의 침묵.

     “하지만, 밝게 생각하자고 마음먹었어요. 일본에 계속 있었다면, 저는 계속 평범한 아이로 남았겠지만, 어머니가 우연히 미국 일을 맡게 되신 덕분에, 영어만큼은 유창하게 할 수 있게 된 거잖아요. 그래서 이 기회를 꼭 활용하기로 마음먹었어요. 남을 돕는 일 중에서, 영어가 필요한 일이 무엇이 있을까 찾아봤죠. 여기저기 돌아다녀도 보고, 친구들에게 물어도 보면서 고민한 끝에, 저만의 대답을 찾았어요. 말씀드린 국제 봉사단체, 복지단체죠. 영어만 잘 한다고 되는 일이 아니라는 건 알아요. 힘든 일이라는 것도 알고, 돈도 적게 받는다는 것도 알아요. 멍청한 짓이라고 비웃을 사람이 많다는 것도 알고 있어요. 하지만, 그래도 상관없어요. 이것이 제가 다른 사람을 도울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고, 제 소원이니까요.”

     마도카의 연설이 끝나자, 선생이 무언가 말을 덧붙인다. 하지만, 그것을 듣는 학생은 아무도 없다. 대부분은 애초부터 마도카의 말에 관심이 없었고, 몇몇은 속으로 ‘멍청한 짓이라고 비웃’고 있었으며, 나머지는 이미 마도카의 확신에 찬 발표에 충분히 감명을 받아, 선생의 부연설명을 전혀 필요로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야카는 감명을 받은 쪽이었다. 마법소녀처럼 강한 능력을 부여받지 않고도 저런 신념을 키워나갈 수 있다는 것이 신기했고, 한편으로는 부러웠다. 슬픈 생각이 뒤를 잇는다. 마법소녀가 된 이상, 30살 이후의 삶은 기대하기 어렵다. 20살만 넘겨도 할머니 취급을 받는 것이 마법소녀이니 말이다.

     ‘장래희망이라…’

     속으로 생각해 본다. 장래희망. 긍정적으로 본다면, 자신은 이미 장래희망을 이룬 사람이다. 마법소녀가 된 이후로, 나는 마수를 퇴치하여 하루에도 수백 명의 생명을 구하고 있다. 내가 마법소녀가 되지 않고도 이만큼의 기여를 할 방법이 있을까? 아마 없을 것이다. 정말 똑똑한 머리를 가지고 태어났다면 좀 다를까? 아마 다르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부정적으로 본다면, 마법소녀의 운명을 받아들인 이상, 사회적 의미의 장래희망은 가질 수 없는 것이다. 억지로 수명을 늘려 정말 70~80세까지 산다고 하더라도, 사회적인 삶과 마법소녀의 의무를 같이 수행할 수는 없다. 결혼을 하고, 한 가정을 이루는 것은 더더욱 상상하기 어렵다.

     어린이, 청소년을 향한 여러 비유가 있다. 스펀지 같다, 커다란 대리석 덩어리 같다, 다이아몬드 원석과 같다. 그 중에서도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은, 새하얀 도화지 같다는 말이었다. 너희들은 모두 어떤 색으로든 물들 수 있으니, 그럴 능력이 있으니, 포부를 크게 가져라.

     마도카는 정말 그런 비유에 딱 맞는 아이인 것 같다. 자신만의 큰 도화지를 보면서, 무슨 색으로 색칠할까 고민하며, 질 좋은 물감을 모으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사야카 자신은 어떤가? 너무 이른 시간에, 자기 도화지를 파란색 물감으로 가득 채워 버린 게 아닐까? 

     “어떤 색으로든 물들 수 있으니까…….”

     쿄스케를 향한 히토미의 마음을 알았을 때보다도 강한 후회심이 순간적으로 밀려왔다가, 다시 멀어진다. 사야카는 다시금, 내가 모두 알고 선택한 길이라며, 마음을 다잡고, 긍정적인 방향으로만 생각하기로 마음먹는다. 기왕에 마법소녀가 된 거, 부정적으로 생각할 필요가 없지 않은가? 

     도화지는 언젠가는 색으로 채워지기 마련이다. 나는, 나한테 가장 어울리는 색깔, 가장 아름다운 색깔을 남들보다 빨리 찾았을 뿐이다. 기회를 남들보다 빨리 잡았을 뿐이다. 그렇다면 슬프게 생각할 필요가 전혀 없다. 오히려, 남들이 부러워해야 할 일인 것이다.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고 나자, 다른 마법소녀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에 호기심이 미친다. 추측해 보면, 쿄코는 분명 마도카의 말을 귀담아듣지 않았을 것이다. 사야카는 고개를 살짝 돌려 쿄코의 반응을 확인한다. 반쯤 감겨있는 눈과 뚱한 표정을 보면서, 사야카는 자신의 추측이 틀리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분명, 점심 생각만 머리에 가득 차 있겠지.

     반대쪽으로 고개를 돌려 호무라가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살핀다. 당연히, 평소와 같이 무표정하고 피곤한 눈으로 정면을 응시하고 있을 것이다. 마도카를 ‘멍청한 녀석’이라고 생각하면서. 하지만 그 생각이 틀렸다는 것을 확인하는 데는 별 힘이 들지 않았다. 사야카는 호무라의 옆얼굴에 흐르는 눈물과, 살짝 떨리는 어깨를 분명하게 목격했다. 남의 시선을 느꼈다는 듯, 호무라는 금세 눈물을 닦고, 자세를 고쳐 앉는다. 하지만, 그런다고 사야카의 기억까지 없어지지는 않는다. 

     ‘저 녀석한테 저런 면도 있었나…’

     알 수 없는 불쾌한 느낌이, 반쯤 녹은 젤리처럼 사야카를 휘감는다. 한편으로는 호무라의 심정을 이해할 것 같은 기분이 들고, 다른 한편으로는 이유 없이 ‘호무라가 저래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들어 화가 난다. 여러 모로 짜증이 난 상태에서, 뜬금없이 마도카 역시 정상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엄습한다. 심장이 공기로 가득 차 풍선처럼 부풀어 있는 기분, 가슴이 답답하다. 내가 왜 이러는 걸까, 사야카가 고민하는 사이, 선생은 다시 평범한 스타일의 수업으로 되돌아간다. 오래 지나지 않아, 사야카의 생각도 다시 평범해진다.

     …

     마도카와 같이 다니기 시작한 이후부터, 쿄코가 점심시간에 느끼는 삶의 질은 엄청나게 상승했다. 사야카의 부모님이 아무리 쿄코를 좋아한다 해도, 두 명의 도시락 구성을 다르게 하는 걸 기대할 수는 없다. 때문에, 쿄코는 가끔 마미와 점심을 같이 먹을 때를 빼고는 항상 반찬 종류 부족에 시달렸다. (물론 쿄코도 최소한의 예의가 무엇인지는 알고 있기에 투정을 부리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제 마도카의 도시락이 있기에, 반찬의 다양성을 걱정할 필요가 없게 된 것이다.

     그뿐이 아니다. 마도카 아버지의 요리 실력은 반찬의 훌륭한 맛이 증명하고 있다. 그런데, 지금 이 반찬은 마땅한 식료품 구입처를 찾지 못해 급하게 공수한 재료로 만든 것이 아닌가? 좋은 식료품점을 찾은 다음, 또는 마도카네 집 텃밭이 다시 생명을 찾은 다음에 나올 음식이 얼마나 맛있을지 상상하는 것만으로 쿄코는 행복했다. 그러면서도, 이런 좋은 인연을 만들 기반을 다져 준 사야카와, 사야카의 부모님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잊지 않았다.

     쿄코는 생각해 본다. 사야카의 제안을 거절하고, 학교도 다니지 않고, 그저 살던 대로 살았다면 어땠을까? 분명, 더 자유롭긴 했을 것이다. 아침에 일찍 일어날 필요도 없고, 수업을 들을 필요도 없고, 먹고 싶은 음식은 적당히 훔쳐 먹으면 되고, 놀고 싶으면 놀면 되니까. 하지만, 그게 정말 자유로운 것이었을까? 지금처럼 행복할 수 있었을까?

     쿄코가 이런저런 생각에 빠져 있는 동안, 사야카와 마도카는 방과 후 놀 약속을 잡은 모양이다. 사야카가 쿄코를 툭 치며 묻는다.

     “야, 쿄코, 무슨 생각 하고 있어?”

     쿄코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사야카를 쳐다본다. 그런 쿄코에게, 사야카는 학교 끝나고 어디를 가기로 했는지 말해준다. 

     ‘야 사야카, 그러다가 마수라도 갑자기 나타나면 어쩌게?’
     ‘괜찮아, 괜찮아. 아직까지 3일 연속으로 마수가 출몰한 적은 없었잖아?’
     ‘하, 난 모르겠다, 갑자기 싸우러 가게 되면 네가 핑계 만들어라’

     사야카의 예측은 정확했다. 미타키하라 시에 3일 연속으로 마수가 나타난 적은 없었고, 오늘도 예외는 아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약속을 지키는 데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장애물은 전혀 예상치 못한 곳에서 나타났다.

     이웃 도시인 카자미노 시에 많은 마수가 출몰하여, 도와달라는 요청이 들어온 것이다. 쿄코가 우연한 계기로 사야카와 친해져 카자미노 시를 떠난 이후, 그 도시는 경험이 많지 않은 마법소녀 둘이서 맡아 관리하고 있다. 원래 카자미노 시는 쿄코 혼자서도 여유롭게 관리가 가능했을 정도로 마수의 출현이 드문 편이었기 때문에, 지금까지 별 문제가 발생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지금까지 괜찮았다는 경험은 앞으로도 문제가 없을 것이란 사실을 보장해주지 않는다. 지금의 상황은 마치 이 명제를 증명해 보이겠다는 듯했다. 카자미노 시의 마법소녀와 딱히 친분이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구조요청을 무시하면 두 마법소녀는 물론 일반인의 인명피해로도 이어질 수 있었다. 미타키하라의 마법소녀들은 이웃 도시를 도와주기로 결정한다.

     상황이 여유롭지 않았기에, 사야카에게는 제대로 된 변명을 만들 시간조차 주어지지 않았다. 사야카는 약속을 번복해야만 하는 이유로, ‘급한 일이 있어서…’ 라는 말밖에는 하지 못했다. 다행하게도, 마도카는 다급하고 어쩔 줄 몰라하는 사야카의 표정만으로도 사야카를 충분히 이해한다.

     적당한 위치에서 모인 사야카, 쿄코, 마미, 나기사는 변신을 한 상태에서 전속력으로 카자미노 시를 향해 달린다. 아직 주변이 밝기에 사람들에게 목격당할 위험성은 있었지만, 분초를 다투는 상황에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아직 목적지까지는 상당한 거리가 남았지만, 마수의 기운이 벌써부터 느껴진다. 터무니없이 강한 마수는 아니다. 숫자도 그렇게 많지는 않다. 하지만, 초보 마법소녀 둘이 싸워 이기기는 불가능에 가깝다.

     카자미노 시의 마법소녀들도 그 정도는 알고 있다. 그러니 도움을 요청했을 것이다. 아마, 도움이 오기까지 최대한 마수들의 발을 묶으며 시간을 끌겠지. 그러나 전력에서 열세인 쪽이 시간을 끈다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아군이 적군보다 분명히 약한데도 지연작전이 잘 먹힌다면, 느긋하게 싸우는 것이 오히려 적에게 유리한 게 아닌지 의심을 해 봐야만 해’. 토모에 마미의 조언이 떠오른다.

     물론, 상대가 방심할 수도 있고, 단순한 바보일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초보 마법소녀들의 상대는 인간이 아닌 마수이기 때문에, 그런 운이 따를 것을 기대할 수가 없다. 결국, 카자미노 시의 두 소녀들에게 시간을 끈다는 것은 죽음을 각오하고 싸운다는 것과 전혀 다를 게 없다.

     마수가 사정권 안에 들어온다. 토모에 마미가 아무 말 없이 머스킷을 소환해 공격의 시작을 알린다. 사야카, 쿄코, 나기사도 각자 최대한 빨리 자신들의 유효사거리 안으로 이동하여 공격을 시작한다. 전투는 여느 때와 다름없이 화려하다. 다만, 그 화려함이 침묵 속에 있다는 점이 다를 뿐이다. 

     마수가 모두 소멸한 뒤, 네 명의 마법소녀들은 그리프 큐브 회수에 앞서 카자미노 시의 마법소녀가 어디 있는지 찾아 나선다. 5분 정도 지나자, 쿄코가 한 마법소녀의 시체를 들고 나타난다. 몇 번 본 적이 있는 광경이지만, 아직 어린 나기사는 감정을 이기지 못하고 울먹이며 마미에게 안긴다.

     쿄코가 조용히 마법소녀의 시체를 눕히고, 자세를 바로해준 뒤, 배 위에 깨진 소울 젬을 올려놓는다. 강하게 혀를 차면서, 고개를 옆으로 돌린다.

     마미는 나기사를 안아 주면서, 목소리를 가다듬고 말한다.

     “다른 한 명은? 못 찾은 거니?”
     
     쿄코가 낮은 목소리로 대답한다.

     “어, 못 찾았어.”
     “그래, 그렇구나. 결국 힘을 다해서, 원환의 섭리에 인도되어 간 거네.”
     
     마미가 씁쓸한 듯 덧붙인다. 추측해 보면 사라진 마법소녀는, 지금은 소울 젬이 깨져 죽어 있는 이 마법소녀를 보호하기 위해 무리한 싸움을 계속하다 마력을 남김없이 소진했을 것이다.
     
     넷은 이제 세상에 없는 두 마법소녀를 위해 잠깐 기도한다. 시체는 관행대로 처리한다. 가족이나 가까운 친척이 있는 경우, 적당한 장소에 시체를 깨끗하고 조용하게 눕혀 놓는다. 영구미제 실종사건으로 남겨 그들에게 기한 없는 기다림과 상처를 주는 것보다는, 생사를 분명하게 알려주는 편이 차라리 낫기 때문이다. 가까운 사람이 없는 경우에는 묘비 없는 무덤을 만들어 주고 마법소녀들만의 방법으로 기도를 올려 줄 뿐이다. 지금 누워 있는 이 마법소녀에게는 가족이 있는 것 같다. 네 사람은 부서진 소울 젬만을 근처 공터에 묻어 주기로 한다.

     소울 젬 매장이 끝나고, 쿄코는 주변을 둘러본다. 미타키하라 시와 비교하면 유리 건물이 적고, 높은 건물의 숫자도 적다. 전반적인 건물의 디자인도 과거 지향적이다. 중세 유럽풍이라고 하면 적당할까. 자신이 떠나왔을 때와 겉모습이 똑같다. 그런데도 오늘은 유난히 도시가 침울해 보인다. 마녀사냥을 하고, 잔인한 고문을 공개적으로 자행하던 중세의 어두운 면이 서려 있는 느낌까지 든다. 오래 전 아버지와 선교 활동을 하다가 물벼락을 맞고 집으로 돌아가던 때에도 이런 생각은 들지 않았는데, 하고 쿄코는 생각한다. 바뀐 건 도시가 아니라, 쿄코 자신의 마음인 것일까. 

     “자, 기운 내자. 처음 겪는 일도 아닌데, 언제까지 축 쳐져 있을 수는 없잖아? 그렇지, 기분전환 할 겸 오늘도 우리 집으로 가자! 돌아가면서 재료도 좀 사 가고.”

     토모에 마미가 말한다. 저 태도는 분명 가면이다. 넷 중 누구보다 슬퍼하고 있다는 것을 모두가 안다. 각자 집으로 돌아갔을 때, 가장 견디기 힘들어 하는 사람은 마미일 것이다. 마미의 저 말에는, 다른 마법소녀들을 보듬어줘야 한다는 의무감 외에도, 제발 날 혼자 놔두지 말아 달라는 외침, 같이 있어 달라는 절박한 부탁이 들어 있다. 그걸 알기에, 셋은 평소보다 더 밝게 찬성한다.

     “이야, 당연히 가야죠! 저번에 먹은 라즈베리 케이크 도저히 못 잊겠더라고요!”
     “하, 난 쓴 차만 아니면 돼”
     “치즈! 치즈!”

     올 때는 정신없이 달려왔지만, 돌아갈 때는 그럴 필요가 없다. 속공으로 끝냈기에 아주 늦은 시간도 아니다. 넷은 때마침 근처 정류장에 도착한 미타키하라 행 버스를 타고 돌아온다. 계획한 것처럼, 재료를 조금 사 가기 위해 식료품점 근처에 내려 같이 쇼핑을 한다.

     쇼핑을 절반쯤 끝냈을 무렵, 사야카의 눈에 익숙한 얼굴들이 들어온다. 마도카의 어머니가 일찍 퇴근한 모양이다. 카나메 가 식구들도 이곳에서 쇼핑을 하고 있다. 마도카는 타츠야의 손을 잡고 과자 코너를 보고 있고, 마도카의 부모님은 약간 떨어진 곳에서 채소를 관찰하고 있다. 아는 척을 할까, 아니면 그냥 가족끼리 시간을 보내게 놔둘까 고민하는 사이, 마도카가 이쪽을 본다. 마도카는 한 순간의 고민도 없이 사야카를 부르며 손짓을 한다.

     “어? 사야카! 급한 일은 잘 끝난 거야?”
     “응, 응. 다행히 잘 끝났지. 얘 이름이, 타츠야였나? 우와, 벌써 이렇게 컸네!”

     갓난아기 때 한번 봤을 뿐이니, 타츠야는 당연하게도 사야카를 알아보지 못한다. 사야카는 무의식적으로 타츠야의 기억을 되살려보려 노력한다. 그 사이, 다른 마법소녀들과 마도카의 부모님이 모인다. 어색한 인사 교환이 뒤따른다.

     우연한 만남이 그렇듯, 얼마 되지 않아 두 집단이 각자 갈 길로 흩어질 거라 생각했으나, 마도카의 아버지가 나기사의 심상찮은 치즈 선택 능력을 알아보는 바람에 접촉이 좀 길어지게 된다.

     “음? 이 치즈 좋아하니?”
     “네! 나기사가 제일 좋아하는 치즈에요!”
     “신기하구나, 어린애가 좋아하는 치즈는 아닌데”
     “나기사 어린애 아니에요!”
     “하하, 미안, 아저씨가 실수했구나. 혹시 다른 치즈도 좋아하니?”

     이 질문에 나기사가 치즈의 온갖 종류를 대며 대답하자, 마도카의 아버지, 카나메 토모히사는 매우 놀란 눈치이다. 둘의 대화가 점점 깊어지는 동안, 마도카는 사야카의 소개로 마미와 인사를 나누고 있었다.

     “…평소에도 이렇게 같이 쇼핑하시는 거에요?”
     “아니, 그렇진 않아. 오늘 오래간만에 다들 시간이 맞아서, 다과회라도 할까 해서 왔어”

     사야카는 순간 아차 싶었다. 이렇게 되면, 자신이 마도카에게 말했던 ‘급한 일’은 토모에 마미와의 다과회가 되어 버린다. 물론, 마도카가 ‘급한 일이 끝나고 다과회를 하는 거구나’ 라고 받아들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래도 문제다. 중학생 셋에 초등학생 하나가 모여서 해야 하는 급한 일이 도대체 무엇이 있겠는가? ‘아, 쿄코랑 급한 일 처리하고 돌아오는 길에 우연히 만나서 다과회 하기로 했어’ 라고 둘러대기에는, 우선 완전한 거짓말을 하게 된다는 게 걸리고, 다음으로는 ‘오래간만에 다들 시간이 맞았다’는 마미의 말이 걸린다. 사야카는 이 자리에서 아주 변신을 해서 ‘우리 사실 마법소녀야’ 라고 털어놔 버릴까도 생각한다.
     
     하지만 사야카의 고민이 무색하게, 마도카는 전혀 의심하지 않는 눈치이다. 사야카랑 쿄코에게 얘기 들었다, 참 좋은 분이신 것 같았는데, 실제로 보니 정말 그런 것 같다, 잘 지내고 싶다 따위의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고 있다. 마도카가 아닌 다른 사람이 저런 이야기를 했다면, 분명 착한 척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여덟 사람의 우연한 모임은, 마도카의 어머니, 카나메 준코가 치즈 이야기로 흥분해 있는 자기 남편을 진정시키면서 자연스럽게 해산된다. 간단하게 작별인사를 하고, 각자 원래 사려고 했던 물건이 있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참 행복해 보이는 가족이구나.”

     토모에 마미가 말한다. 집중해서 듣지 않으면 눈치 채기 어려울 정도로 살짝, 목소리가 가늘게 떨린다. 마미는 자기도 모르는 사이, 혼자만의 생각에 빠져든다.

     두 아이가 있다. 둘 중 누구에게도 사탕을 주지 않으면, 아무 문제도 없다. 둘 모두에게 사탕을 줘도 별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하지만 한 아이에게만 사탕을 주면, 다른 한 아이는 크게 상심할 것이다. 그러나 한 아이를 가장 크게 상처 입히는 것은, 둘 모두에게 사탕을 주고, 조금 맛보게 한 뒤, 한 아이에게서만 그 사탕을 빼앗아 오는 것이다.

     마법소녀가 된 걸 후회하지는 않는다. 그 때 죽는 것보다는, 마법소녀로 사는 것이 훨씬 낫다. 하지만, 아예 그 때 자동차 사고가 나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나에게, 그 사고를 막을 힘이 있었다면 좋았을 텐데, 누군가 사고를 막아 줬으면 더 좋았을 텐데….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토모에 마미의 눈가에 눈물이 맺힌다.

     “마미 언니?”

     나기사가 마미의 팔을 잡아당긴다. 나기사의 얼굴을 보고는, 마미는 다시 기운을 차린다. 나에게는 딸과 같은 나기사가 있고, 친자매와 같은 사야카, 쿄코가 있어. 이미 지나간 일, 뒤바꿀 수 없는 일을 생각해서 얻을 게 뭐가 있겠니. 조금 전에 슬픈 일을 겪어서, 나도 모르게 비관적인 생각을 잠깐 했을 뿐이야.

     토모에 마미는 시야를 가리는 구슬을 문질러 터뜨리고는, 밝게 말한다.

     “미안, 내가 엉뚱한 생각을 했네. 자, 이제 집으로 갈까? 늦기 전에 케이크를 만들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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